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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금융빅뱅’ 카운트다운

2차 ‘금융빅뱅’ 카운트다운

일러스트 이정권
2차 금융빅뱅의 신호탄이 올랐다. 지난 4월8일 신한금융지주회사가 굿모닝증권을 전격 인수하면서다. 지난 98년 5개 은행 퇴출로 시작된 1차 빅뱅 뒤 4년여 만의, 지난해 11월 국민+주택 통합은행의 출범으로 2차 빅뱅 가능성이 커진 뒤 5개월여 만의 일이다. 정부는 당초 뉴 국민은행의 탄생이 금융권, 특히 은행권에 인수·합병 바람을 몰고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생판 남이 모여 ‘한살림’을 낸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인가. ‘신한+한미’와 ‘하나+제일’ 등의 조합만 무수히 떠돌았다.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무풍지대였던 증권업계도 마찬가지였다. 증시에서 대우·대신증권 등이 매물로 나와 있다는 루머만 무성했다. 그런 금융권이 바빠졌다. 여전히 삐걱대고 있지만 오는 6월 말 한빛은행이 경남·광주은행을 새 식구로 맞아들일 예정이다. 더구나 9월에는 국민은행이 전산 통합 등의 전열을 가다듬고 한단계 더 도약을 시도한다. 신한·하나·한미은행 등의 이른바 ‘반(反) 국민은행’ 진영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인수·합병 작업도 한번 찔러보던 수준에서 구체적인 협상 수준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신한+한미’와 ‘하나+제일’ 등의 조합은 성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뉴 국민은행에 맞서려면 덩치부터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정부가 애써 등을 떠밀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고 있다. 1차 빅뱅 때나 뉴 국민은행 탄생 과정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증권업계에도 거센 변화의 파고가 몰아치고 있다. IMF 관리체제라는 거친 물결을 넘은 증권업계에도 ‘새 판 짜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 사실 지금까지는 대형 증권사나 외국계 증권사가 인수·합병의 중심이었다. 대우증권을 빼곤 공식 매물도 거의 없었다. 그나마 짝짓기 움직임도 투자 회수에 나선 외국계 대주주의 동향과 정부의 증권업계 구조조정 밑그림에 따라 어렴풋이 흉내 내며 그려보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신한지주의 굿모닝증권 인수로 증권업계에서도 생존 목적의 합종연횡이 이뤄질 공산이 커졌다. 당장 중소형사 쪽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세종증권이 HSBC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루머가 돌고 있다. 외국계 투자펀드가 대주주인 서울증권이나 오래 전부터 시장에 나와 있는 대우증권의 진로 역시 관심사다. 또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욕심 냈다는 대신증권이 어떻게 나올지도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공적자금이 들어간 한국투신증권과 대한투신증권도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굿모닝-신한증권 합병이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필요에서 발생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증권사의 합종연횡 전망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생존이 급해졌다는 얘기다. 이미 2차 금융빅뱅의 신호탄은 올랐다. 제2의, 제3의 인수·합병은 어디서 나올까. 모두가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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