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단]달러 환율 약세 기조 계속될 것인가?
[해외진단]달러 환율 약세 기조 계속될 것인가?
달러 환율이 최근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 향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일 달러화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해 7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며 0.9189달러까지 하락했고, 엔에 대해서도 2개월 만의 최저치인 126.77엔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지고 테러 충격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버터 왔던 달러화가 경기관련 지표들이 호전되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하락하고 있는 것은 다소 의외라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한 나라의 통화가치는 그 나라 경제의 현재 그리고 미래 상황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의 통화가 약세를 보인다는 것은 달러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기침체 그리고 테러 공격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유지했던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미국의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를 들 수 있다. 최근 들어 미래 경기상황을 예견하는 지표들이 다소 악화되고 있다. 소비자 신뢰지수도 3월 중 110.7에서 4월에는 108.8로 떨어졌고, 제조업 구매자 지수도 3월의 55.6에서 4월 53.9로 소폭 하락했다. 무엇보다 실업률이 6%로 치솟았다. 이렇듯 실업률의 상승세, 소비자 신뢰지수의 하락, 신규 주택판매 부진 등으로 인해 그간 경제를 지탱해 온 소비지출이 계속 확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비록 1분기에 높은 성장을 기록했지만 이는 재고 감소 폭의 축소 및 재정지출 확대 등 일시적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이며, 앞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엄청난 규모로 확대된 경상수지 적자도 달러의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기록한 4천1백20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는 미국 GDP의 약 4%에 달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 내 에서도 경상수지 적자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국제자본이 무한정 공급되는 한 벌어들인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일정 한도를 넘어서게 되면 국제자본이 빠져나가고 환율이 급락한다. 많은 학자들은 그 한계를 선진국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5%에 이를 때로 본다. 올해 미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는 5%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시 행정부의 강한 달러 유지 정책에 대한 회의도 달러 약세의 요인이 되고 있다. 오닐 재무장관은 강한 달러 정책에 대한 원칙을 강조했지만 달러 강세를 유지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미국 기업의 실적이 여전히 부진하고, 엔론 사태 이후 분식회계 관행이 드러나면서 해외 자본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테러가 있던 지난해 9월에도 1백78억 달러에 이르는 해외 자본이 미국 주식과 채권을 사들였지만 올 1월에는 그 규모가 95억 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앞서 지적한 여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당분간 달러 약세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달러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며 추가적으로 급락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의 하락 폭을 감안할 때 조만간 조정과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여겨진다. 향후 달러화의 변동폭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기회복의 속도가 될 것이다. 경기회복을 보여주는 강력한 거시지표가 나타난다면 달러화의 가치는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이나 경제성장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경기에 대한 불안 요인이 제거된다면 달러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다시 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실적 부진 등에 따라 경기회복 속도 둔화되고 미국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면 달러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할 위험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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