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보단 이미지'… '카드맏형'의 조용한 變身
'외형보단 이미지'… '카드맏형'의 조용한 變身
최근 3년간 초고속 성장 실현 신용카드 이용금액도 급격히 증가했다. 99년 13조9천억원에 불과하던 이용금액은 지난해 무려 65조3천8백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회원 수도 99년 6백만명에서 2001년에는 1천만명을 돌파해 1천만 회원시대를 맞았다.카드 가맹점 수에서도 99년 93만6천개에서 2001년에는 1백67만5천개소로 증가하는 등 외형·내실 모두 성장을 거듭했다. 국민카드는 코스닥에 등록돼 있다. 코스닥에서도 KTF·강원랜드 등과 함께 ‘코스닥 빅3’로 통한다. 국민카드는 CSFB·메릴린치·모건스탠리 등 외국증권사들의 단골 쇼핑목록에 오를 만큼 인기가 높다. 국민카드의 경우 정부의 카드사 제재강화 등 외부악재가 여전한데도 지속적인 실적호전 추세를 보여 주가전망도 꽤 밝은 편이다. 증권사들은 국민카드의 목표주가를 6만~7만원대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해외여행자들의 신용카드 사용이 많아지면서 국내 신용카드사들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의 신용카드 사용은 외화낭비란 빈축을 사기도 하지만 그만큼 해외시장에서 국내 카드사들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국민카드도 해외매출 규모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지난 2000년 2천6백65억원이었던 해외매출액이 2001년에는 3천4백17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또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사용한 카드 전표를 매입해 처리한 실적도 1천7백3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카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카드사들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카드사들은 낮은 연체율과 충분히 쌓아놓은 대손충당금 등 튼튼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저리의 해외자금 조달 규모를 더욱 늘려갈 전망이다. 국민카드는 지난해 9월 카드사 중 가장 먼저 해외ABS(해외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했다. 이 회사는 작년 9월 미국의 밸코어사와 외화표시 ABS 3억달러어치를 발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카드사로서는 처음이었다는 데 매우 큰 의미가 있었고, 더구나 외부기관의 보증 없이 국민카드 자체의 신용만으로 조달한 것이어서 의미가 컸다. 올 들어 이익증가세 주춤 최근 3년간 고속성장을 거듭하던 카드업계의 이익증가세가 올 들어 주춤하고 있다. 국민·외환·LG 등 상장 카드사들의 올 1분기 이익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카드의 경우 2001년 1분기 순이익이 1천1백77억원으로 2000년 1분기의 5백25억원에 비해 무려 1백24.1%의 성장률을 보였으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천4백4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2.6% 성장하는 데 그쳤다. 또 지난해 순이익은 4천5백82억원으로 2000년의 3천5억원에 비해 52.4% 성장율을 보였지만 올해 예상 순익은 6천억원으로 30% 정도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환카드나 LG카드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전년도 성장률에 비해 크게 둔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상장 카드사들의 이익 증가추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은 각종 수수료 인하와 영업확대 제한 등 정부의 정책규제와 함께 치열한 시장경쟁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용카드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무이자 할부행사를 확대함에 따라 할부이용금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이에 따른 할부 수수료 수입은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국민·비씨·LG·외환카드 등의 지난해 할부이용금액은 평균 79.2% 증가한 반면 수수료 수입은 43.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할부이용금액 대비 수수료 비율 역시 2000년 5.26%에서 지난해 4.45%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4.12%까지 떨어졌다. 톱스타 동원한 광고경쟁 치열 이 같은 현상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대출 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각 카드사들이 이용 금액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는데다 특히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통해 신용판매액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신용카드 한 관계자는 “카드산업이 최근 급성장하면서 수익이 대폭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 자산구조가 불안정해 시중금리가 1~2%만 올라도 순이익이 1천억~2천억원이나 변동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정부의 규제정책이 강화되고, 금리인상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재기되는 상황에서 향후 2~3년 후 급격한 경영악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신용카드는 올해를 선두탈환의 해로 정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사나 규모 면에서 업계 1위를 자부하던 국민신용카드는 후발업체인 LG·삼성카드의 추격에 너무 안이하게 대비하다 결국 1위 자리를 빼앗기고 업계 3위로 추락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엄연한 시장논리에 따른 냉혹한 결과였다. 카드업계를 둘러싼 시장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겸업 은행들의 카드 자회사 분사 및 재벌계 카드사의 신규진입, 또한 그동안 국민카드만이 발급하던 후불식 교통카드 시장 개방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카드는 올해 공격 경영을 위한 초석으로 대대적으로 내부 조직을 개편했다. 지방 시장점유율 높여 열세 만회 기존 본부부서 19부 52팀을 5본부 27개팀으로 확 줄여 의사결정 단계를 대폭 축소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영업조직을 대폭 확장했다. 전국 4개 영업본부와 50여개 영업점을 추가로 개설한 데 이어 상대적으로 열세인 지방의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해 지역밀착 마케팅을 추진 중이다. 카드업계 최초로 영업본부장 및 영업점장을 공모를 통해 발탁하는 등 인사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이와 함께 우대서비스 정책 및 고객만족도 제고 등 보다 차별화된 이미지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카드는 올 들어 경쟁사보다 병·의원과 약국 마케팅에서 한 발 앞서 나갔다. 공공성격이 강한 병의원과 약국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5월 중에 내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종합병원 수수료율은 현행 1.5%를 유지하지만 일반 병원은 2.25%에서 2.0%(실적에 따라 최대 1.8%), 의원과 약국은 2.7%에서 2.5%(최대 2.3%)로 각각 낮추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한 달 간 요양기관별 신용카드 결제 건수가 종합전문요양기관(대형 종합병원)의 경우 전체 진료건수의 15%, 종합병원은 8.8%, 일반 병원은 8.5%에 머문 것으로 조사됐다. 카드회사들은 최근 2~3년간 확실히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그러나 고도 성장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당연히 생겼다. 편리성과 다양한 부가기능을 경쟁력으로 소매금융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지만 어차피 빚 개념인 카드사용은 무분별한 카드발급과 부실회원 양산, 카드빚으로 인한 가정파탄 등 부작용을 양산하기에 이르렀다.그만큼 최근 들어 카드업계는 주위의 따가운 눈초리를 감수해야만 하게 된 것이다. 신용불량자의 90% 다시 불량화 국민신용카드 김연기 사장은 이제는 카드업계가 외형 확대보다는 자숙하고 자중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최근 들어 회원사들끼리 자주 모여 과당경쟁을 자제하자는 의견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카드발급을 자제하고, 부실회원 양산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업계가 다같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책당국의 역할도 중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수수료 인하 등 카드업계가 노력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지만 그는 사실상 무제한 허용에 가까운 신규카드사 진입 허용은 구조적이며 중·장기적인 경쟁 격화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소비자 보호 차원의 방침에는 카드업계가 적극 도와야겠지만 신용카드업계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사회 이슈화 하는 데 대해서는 카드업계로서는 염려되는 부분이지요.” 모든 산업이 그렇듯이 규제 및 계도 등 외부 강제에 의한 것보다는 알맞은 경쟁을 통해 자생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글로벌시대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김사장은 신용사회에서 개인의 신용관리 노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부실회원에 대한 대책은 비단 신용카드회사의 손실과 연관한 숫자적 이해득실보다는 고객이 경제 주체로서 지속적인 경제활동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업계 공동의 홍보·계도활동이 중요하며 신용정보관리 및 금융기관에 대한 정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신용불량자의 90%가 사면된 후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사실은 단지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김연기 사장은 흔히 말하는 KS 출신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67년 국민은행에 입행, 올해로 35년째를 맞고 있는 최고참 국민은행맨이다. 83년부터 지점장을 맡기 시작해 서울의 주요 핵심 지점은 거의 전부 돌았다. 지점장과 요직인 종로지역본부와 자금부, 종합기획부를 두루 거쳐 98년 이사, 99년 상무로 진급했다. 2000년 4월 국민신용카드 사장으로 옮겨 현재까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사장은 입행 이래 35년 동안 단 한 번도 국민은행을 떠난 적이 없는 골수 국민은행맨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동창 중엔 한국 상류 사회를 이끄는 친구들도 많다. YS 정권 말기 경제수석을 지낸 김인호씨 등과 가깝게 지낸다. 30∼40대 때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등산광이었는데 요즘은 원정등산은 힘들어 동네 부근에서 산책을 즐긴다. 산책은 운동과 사색을 동시에 할 수 있고 더러 마음을 나눌 대화에까지 이를 수 있는 좋은 건강유지 방법이라고 그는 말한다. 남들이 유행처럼 하던 골프는 배우지 않다가 최근 들어 비즈니스상 골프를 배우기 시작해 초보수준이다. 김사장은 크든 작든 한 조직을 이끄는 경영자라면 누구든지 그 자신의 지휘를 받는 부하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 오고 있는 말이 ‘목표 완수 의지’라고 강조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김사장은 존경하는 경영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뜻박에도 세종대왕을 꼽는다. 끊임없는 아이디어와 변화를 수용하며 신하들의 의견을 과감히 수용하면서 자기계발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세종대왕이야 말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경영자의 덕목을 두루 갖추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은 피터드러커 교수의 「변화리더의 조건」이라는 책으로 ‘경영자 본연의 임무는 주주의 자산을 단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경제적 만족을 창출하는 혁신이 되어야 한다’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개했다. 가정적으로도 다복해 1남2녀를 모두 결혼시켜 출가시키고, 지금은 부인과 지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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