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캐딜락 신모델 SRX는 지금까지의 캐딜락과는 전혀 딴판으로 고급차종에서도 변해야만 살 수 있다는 교훈을 심어주고 있다. 캐딜락 하면 고급세단이 연상되지만, SRX는 미니밴과 스테이션 왜건의 혼합형으로 최고 일곱 명까지 탈 수 있기 때문이다. SRX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여태까지 캐딜락이 표명해온 부드러운 곡선 대신 날카로운 각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클라크 케이블의 부드러운 이미지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가 운전하면 어울릴 만한 샤프한 차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내년 중반 대중에게 선보일 이 차의 가격은 약 4만 달러선으로 전해지고 있다. SRX는 GM(제너럴모터스)의 고급차 디비전인 캐딜락이 추구하는 다양한 변화 중 한 부분에 불과하다. 캐딜락은 얼마 전 고급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에스컬레이드를 제작, 프로스포츠 선수들과 랩음악계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이에 힘입은 캐딜락은 픽업트럭 시장을 겨냥, 지난해 11월 에스컬레이드의 픽업트럭 모델인 EXT를 내놓았다. EXT와 CTS 세단은 매트릭스의 속편 ‘매트릭스 릴로디드’에도 등장한다. 흔히 미장공들이나 농부들이 타는 픽업 트럭에 있어서도 최고의 제품을 내놓아 이들의 소비심리를 부추기겠다는 것이 캐딜락의 전략이다. 캐딜락은 또 스텔스 폭격기를 연상시키는 2인승 스포츠카 XLR을 내년에 내놓을 계획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단일 차종으로 세단만 생산하던 캐딜락이 현재 여러 가지 차종의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고급차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변화가 과연 캐딜락에게 득이 될지 아니면 고급 세단 메이커로의 선명했던 이미지만 축내고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지 예의 주시 중이다. 대다수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캐딜락이 젊은 구매자층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그러기까지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한다. 캐딜락의 제너럴 매니저 마크 래니브는 “20년 전 미국 고급차의 전형적인 크기는 드빌 같은 대형 모델이었다. 당시 이 차종의 연간 판매량은 1백만대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20만대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고 말한다. 이는 캐딜락이 차지하고 있던 고급차 시장이 벤츠나 BMW·렉서스 시장에 잠식당했음을 의미한다. 캐딜락이 드빌 시대를 고집하는 동안 자동차 업계는 스포츠 유틸리티 분야에 눈을 돌렸다. 고급차 메이커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머세데스 M-클래스·BMW X5가 경쟁에 합류했고, BMW Z3 같은 소형 스포츠카와 렉서스 SC 430도 인기를 끌었다. 캐딜락은 BMW 7시리즈 같은 사회적인 신분을 나타내는 차와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 몰렸다. 이러한 가운데 모회사인 GM이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과 픽업트럭 분야에 총력을 기울이자 캐딜락도 같은 방향으로 선회하게 된 것이다. 일반 차량보다 고급 차량의 이윤 폭이 크기 때문에 고급차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고급차 메이커가 늘어나면서 가격경쟁도 심해졌다. 또한 과거 고급차 메이커가 소수였을 때 누렸던 독점적인 지위도 상대적으로 보편화됐다.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모든 차종을 생산하면 각각의 고유한 특징은 사라지게 된다.” 캐딜락을 비롯, GM에 자문을 제공하는 심리학연구소 아키타입 디스커버리스의 클로테어 라파우 회장의 말이다. “가장 두드러진 미국적 특징 가운데 하나는 차량의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캐딜락이 추구해야 할 방향도 바로 이것이다. 에스컬레이드 같은 모델에 치중하고 소형 스포츠카 시장에는 손대지 말아야 한다.” 라파우는 덧붙인다. 캐딜락이 공략하려는 가장 중요한 소비자 계층은 현재 렉서스·BMW·머세데스를 구입하는 신세대도 신세대이지만 이들 차량을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베이비붐 세대다. 캐딜락은 캐달락에 향수를 갖고 있는 이들 베이비 부머들이 역사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어필하는 모델을 선보여 캐달락이 가졌던 옛날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윈윈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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