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시장 '거품농쟁'한창
| 최고급주택이 모여 있는 베이징 야윈춘 일대 아파트 가격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 지난 10월달부터 베이징(北京)의 신문마다 ‘부동산 시장 거품’ 기사로 요란하다. 인민일보가 벌써 몇 주일째 이 문제를 다루며 분위기를 잡는 바람에 다른 신문들도 돌아가며 후속기사를 쓰고 있다. 중국은 지금 가는 곳마다 낡은 주택을 헐어 재개발하는 건축 열기로 전국이 뜨겁다. 특히 베이징은 몇 달 만에 거리 하나가 통째로 재개발되고 낡은 주택이 헐리는 일이 비일비재할 정도. 도시 전체가 재개발 단지나 마찬가지다. 그런 가운데 올 들어 베이징과 상하이(上海)·광저우(廣州)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미분양률이 50%선을 넘어서면서 중국판 부동산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베이징에서 가장 고급주택이 모여 있는 야윈춘(亞運村) 일대 아파트 가격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떨어지기 시작, 충격을 줬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소비자들은 더 비싼 아파트에 눈을 돌리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의 대도시에서 중·고급주택은 최근 2∼3년 동안 짓기만 하면 팔리는 인기상품이었다. 문제는 돈맛을 본 건설회사들이 수요 총량은 생각지 않고 너도나도 고급주택을 짓는 바람에 과잉공급이 발생한 것이다. 전체적인 고급주택 수요는 거의 충족됐는데, 공급물량은 계속 늘어나니 문제가 도지지 않을 수 없다. 중국에서 가장 잘사는 베이징과 상하이의 경우 미분양주택은 거의 ㎡당 5천 위안 이상의 중·고급주택들이다. 주요 일간신문에서 가장 비싼 전면광고는 대개 고급아파트 분양안내라고 보면 틀림없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전체에서 1년 이상 안 팔린 미분양아파트 공실(空室)면적은 9월 현재 4천4백만㎡를 돌파했다. 이 때문에 미회수된 건설자금은 무려 2천5백억 위안(한화 37조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니 미분양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장차 건설사에 막대한 자금을 대출해 준 은행들까지 덤태기를 쓰는 ‘도미노 현상’도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 평가기관들은 공상·중국·건설·농업 등 중국의 4대 상업은행 부실여신비율을 45%까지 높여 잡고 있을 정도로 비관적이어서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베이징시가 얼마 전 개인의 주택구입 취득세율을 3%에서 1.5%로 절반이나 내리고, 외국인의 상품주택 구입을 허용한 것도 사실상의 주택수요 진작책이다. 그 정도로 정책당국도 다급해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올해도 9월 말까지 전년비 29.4%나 성장, 최고의 호황을 구가했다. 베이징시만 해도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시내 낡은 주택을 전부 재개발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7백만㎡ 이상의 단층주택을 헐어야 된다. 그 모두가 건설수요로 보면 된다. 중국인들의 도시가구 평균 주택면적은 76㎡로 한국의 23평 정도다. 경제발전이 계속될수록 보다 넓은 새 아파트 수요가 늘어날 게 뻔해 아파트 수요는 무궁무진하다. 게다가 올 3분기까지 주택판매가격은 작년 동기대비 4% 상승할 정도로 순항 중이다. 적어도 수치상으로 보면 중국 부동산 시장은 결코 어둡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중국의 자기주택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소도시의 경우 92.6% 이상이 자기 집을 갖고 있다는 게 공식통계다. 여기에다 최근 인민일보는 도시가구의 1.1%만이 무주택이라고 보도할 정도다. 사회주의경제 시대부터 주택을 분배해 온 덕이다. 이러니 주택판매가 앞으로도 계속 호황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런데도 중국당국은 ‘거품위기설’을 인정치 않는 분위기다. 인민일보는 매년 3∼4백만명의 농촌인구가 도시로 유입돼 향후 20년 동안 도시주민이 5억 가까이 늘어나게 돼 새로 1억채 이상의 신규 주택이 필요하므로 지금부터 연간 5억∼6억㎡의 주택을 지어야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현재 중국의 연간 도시주택 신규 착공면적이 3억㎡ 정도로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과잉공급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하튼 부동산 시장이 과연 거품인가 아닌가 여부는 향후 중국경제의 진로에 중대한 변수가 된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거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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