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부모도 잊어가는 어린 시절 동심을 아이들과 함께 나눠보는 게 어떨까? 인터넷에 익숙한 아이들과 함께 그 옛날 엄마 아빠가 즐겨 하던 놀이와 게임과 노래를 한마음으로 즐겨보는 가족 송년의 시간이 그것이다. 회사원 전항윤(37)씨는 며칠 전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종이 비행기를 만들어 달라는 여섯 살짜리 아들 녀석의 성화에 A4 용지로 종이 비행기를 만드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보란 듯이 날렸던 비행기가 비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보기 좋게 추락해 버렸던 것. 그 옛날 어렸을 적에는 기가 막히게 날아가던 비행기였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비행기는 맥을 추지 못했다. 다음날 그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검색 사이트를 뒤진 끝에 ‘권위’를 만회할 수 있는 사이트를 찾아냈다. ‘종이 비행기의 세계’(www.my.netian.com/∼geagle)라는 이름의 이 사이트는 투박한 외형과는 달리 ‘하찮은’ 종이 비행기를 만드는 것도 일종의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과 종이 비행기를 만드는 자체가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 공부가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여기에 배꼽 비행기·요격기·보라매· 헬리콥터·SST(극 초음속여객기) 같은 다양한 모델을 만드는 방법도 있었다. 김씨가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비행술과 종이 비행기 속에 숨은 과학 상식을 보여주며 아빠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모양이 좋다고 해서 잘 나는 것은 아니다. 잘 날기 위해서는 실제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중력· 양력·항력·추력이라는 4가지 힘의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종이 비행기는 단순한 동심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숨겨진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세계이기도 하다’라는 구절까지 인용해가면서 말이다. 연말이면 으레 마음이 바빠진다. 1년을 정리하려는 몸과 마음으로 인해 시간에 쫓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면 가족과의 단란한 시간은 뒤로 밀려나고 그 미안함을 놀이공원이나 맛있는 한 끼 식사로 해결하려 하지만 순간의 즐거움뿐이다. 온 가족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게 없을까, 궁리해 보지만 연말은 으레 또 그렇게 지나가버린다. 그렇다면 올해는 부모도 잊어가는 어린 시절 동심을 아이들과 함께 나눠보는 게 어떨까? 인터넷에 익숙한 아이들과 함께 그 옛날 엄마 아빠가 즐겨 하던 놀이·게임과 노래를 한마음으로 즐겨보는 가족 송년의 시간을 만들어 보자. 우선 놀이를 통해 가족과의 즐거운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해 보고자 한다면 ‘뱀주사위놀이’(www.aquibird.com/aquibird/like11.htm)라는 곳을 가보자. ‘어? 그래!’라는 감탄과 함께 무릎을 칠만한 놀이판이 기다리고 있다. 주사위나 윷을 던져 나온 숫자만큼 전진하고 후퇴하는 이 놀이를 하게 되면 아이들은 스스로 착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될 것이다. 노인을 공경하면 13점 추가(4번), 낙서를 하면 20점 마이너스(30번)인데 재미있는 것은 간첩을 신고하면 이 판의 가장 큰 점수인 55점을 단번에 상승(20번)할 수 있다는 것. 30원이라는 액수가 잠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지금은 30원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아래쪽에 있는 화살표를 클릭하면 갖고 싶었던 만화풍선껌, 자동 필통도 볼 수 있다. 만화풍선껌에는 퀴즈가 하나씩 연재됐는데 그 중의 한 퀴즈는 이렇다. ‘서쪽에서 날아오는 촉새와 동쪽에서 날아오는 촉새가 부딪쳤을 때 일어나는 현상은? 답은 ‘보기 드문 현상’. 인형을 좋아하는 딸과는 ‘Paperdoll’(www.myhome.hananet.net/∼duffyi이라는 종이 인형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오무’(www.omoo.com)의 ‘옛날 자료실’과 ‘토토의 오래된 물건’(www.totoman.co.kr)에 비하면 재미가 덜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 자료실에서는 책받침을 동그랗게 잘라내 연필로 튕겨 드리블을 하던 축구장, 옛날 프로야구 MBC 청룡의 2루수였던 김인식과 3루수 이광은의 앳된 얼굴을 카드 속에서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안효영(29)씨는 “많을 때는 하루 방문객이 5천 명에 이른다”며 “방문객들이 보고 즐거워하면 그걸로 만족”이라고 말한다. 오무는 12월 현재 1천1백36개나 되는 추억 상품을 구비하고 있는 데 대부분 안씨가 가진 것들과 기증 받은 것들이다. ‘토토…’는 온·오프라인을 겸비한 추억의 공간이다. 서울 인사동에서 같은 이름의 7평 짜리 가게를 열고 있는 민권규(40)씨가 대학 졸업 후 장안평 일대에서 10년 동안 배운 골동품 관련 지식을 향수 상품에 접목해 온라인까지 확대한 것. ‘그래, 옛날에 이런 게 있었지’하는 생각과 ‘어떻게 이런걸 까맣게 잊고 살았을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게 한다. ‘토토…’측은 “20∼30대들이 주류지만 인터넷에서 상품을 본 부모들이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곳에는 농협 마크가 찍혀 있는 서울우유 병, 지금은 구경하기도 힘든 ‘은하철도 999’가 그려진 가방, ‘안 된다’는 어머니를 눈물이 마를 정도로 보채게 했던 삐삐 그림의 신발 등이 줄줄이 늘어서 있고, ‘나, 너, 우리’로 시작하는 옛 국민학교 1학년 교과서가 e-카탈로그처럼 클릭만 하면 펼쳐진다. 옛 것을 돌아본다는 것은 결국 자기를 돌아본다는 말을 생각나게 하는 곳이다. 아이들과의 시간이 회고조로 흘렀다고 생각되면 ‘소년’(www.my.dreamwiz.com/bluextal)과 ‘규호의 추억 속 만화 이야기’(www.polymer.cnu.ac.kr/∼anima295)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75년생의 ‘소년’ 운영자는 “70년대 중·후반에서 90년대 초까지의 만화영화 주제곡을 들으며 추억을 떠올려보는 작은 쉼터”라며 “동감하신다면 노래를 틀고 따라 부릅시다!”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요술공주 밍키’ ‘개구리 왕눈이’ 같은 TV용 만화영화 주제가 25곡이 진열되어 있다. 음악감상 창에 가사를 함께 보여 주기 때문에 노래방처럼 가사를 보며 따라 부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 충남대 3학년 이규호(25)씨가 운영하는 ‘규호의 추억 속 만화이야기’에서는 이보다 많은 66곡의 만화주제가를 들을 수 있는데 31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기록하고 있다. 게시판에는 “고맙다” “즐거웠다”는 단어가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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