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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로또, 지는 토토…

뜨는 로또, 지는 토토…

지난 12월14일 토요일. 국내에 로또가 발행된 지 2주 만에 20억원의 대박이 터졌다. 당첨자는 인천에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조모씨(36). 조씨는 12월16일 오전 8시 30분 일찍 국민은행 본사를 찾았다. 이날 11시께 당첨금이 담긴 예금증서를 받은 조씨는 부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조씨가 떠난 자리에는 수많은 방송·신문기자들이 진을 치고 앉아 기사를 정리하고 있었다. ‘로또(Lotto)’ 바람이 불고 있다. 발매된 지 2주 만에 90억원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리고, 20억원의 대박을 터뜨리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LG경제연구소는 당첨자 발표가 있던 날의 다음날, 2003년 히트 상품으로 로또를 점찍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2회차까지 로또의 판매금액 90억원은 한 주 동안 전체 복권 판매금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숫자다. 로또가 복권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했다는 단적인 증거다. 로또가 등장하면서 사회 전반으로 대박의 꿈이 퍼지고 있다. 서울 논현동에 사는 주부 조미영씨(57)는 지난 12월13일 온라인 연합복권 로또를 구입하면서 “8억원에 달하는 당첨금의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아 10억원대가 넘는 당첨금이 누적됐다는 소문을 들었다. 일반 복권은 대부분 (1등 당첨금이) 1억원에 불과한데 로또는 매주 10억원씩은 준다니 한번쯤 행운을 쥐고 싶다”고 구입 이유를 설명했다.

대박 효시는 인터넷복권 조씨의 말처럼 로또는 엄청난 당첨금에 대한 홍보로 인기몰이에 나섰다. 영화배우 송강호를 내세워 ‘인생역전’이라는 자극적인 선전문구로 복권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전국 거리 곳곳에서 뿌리기 시작한 홍보나 판촉물도 시선을 끌었다. 전기모터를 이용해 번호를 추출해 내는 소형 추출기와 열쇠고리를 경품으로 걸고 게임방식을 설명한 것. 또 매일밤 TV CF를 통해 갖가지 ‘티저광고’로 궁금증을 유발하고, 매주 3∼4회에 달하는 신문 전면광고로 ‘인생역전’을 강조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사실 ‘대박’에 대한 관심은 올 초 인터넷 복권이 인기를 끌면서 고조돼 온 것이다. 국내 인터넷 복권 시장은 올해 1천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인터넷을 통해 ‘플러스플러스 복권’을 구입한 사람들이 40억원이라는 대박을 연달어 터뜨렸고, 세번째 대박이 40억원 당첨자가 나온 지난 11월에 정점에 달했다. ‘내가 될 수도 있다’란 인식이 퍼져나간 자리에 로또는 편안하게 둥지를 틀었다. 그동안 국내 복권은 마구잡이식 운영으로 20여개에 달하는 복권이 난립하면서 당첨금은 낮아지고 구매층과 시장의 관심이 떨어져나갔다. 특히 가장 많이 팔리는 즉석식 복권의 경우 대부분 1등 당첨금을 1억원으로 내걸었지만, 이 금액은 집 한채 마련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 지난 60년대만 해도 주택복권의 1등 당첨금이 3백만원어어서 당시 주택 2∼3채를 살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매주 ‘대박’이 쏟아진다는 로또는 노년층에게 ‘복권당첨=백만장자’라는 향수를, 젊은층에게는 ‘일확천금에 대한 꿈’을 불러일으켰다. 서울 대학로 음반매장에서 우연히 로또를 구입한 직장인 곽윤희씨(26)는 “광고를 통해 새로운 복권이 발행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마침 로또 판매처가 있어 시험삼아 샀다”며 “몇몇 친구는 매주 1만원씩 꼬박이 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을 즐기는 재미가 있다는 점도 기존 복권과 다르다. 외국의 경우 당첨번호에 나타난 빈도수가 높은 숫자를 선택하는 방식, 최근 당첨번호 조합을 선택하는 방식,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진 번호를 선택하는 방식, 반복되는 두쌍의 번호를 선택하는 방식, 글자 대입법, 로또 추첨과 같은 방식의 추첨을 하는 기계를 통한 예측 방식 등 다양한 게임방법이 개발돼 왔다. 국내에서는 도서출판 1010이 박형빈 목포대학교 수학과 교수의 번역으로 노베르트 헨체와 한스 리트빌이 지은 「복권당첨 이렇게…」라는 책을 출간했다. 벌써부터 인터넷에는 국내 로또 복권 당첨확률인 8백14만분의 1로 구성한 로또 번호 추출 프로그램도 나돌고 있다. 한번에 로또복권을 2백장씩 공동구매해서 당첨될 경우 당첨금을 나눠갖는 소모임도 생겨났다. 하이텔 복권 동아리인 ‘복덩어리’의 김 모 회장은 “자신이 번호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구매의욕도 불러일으킨다”며 “‘숫자 6개’ 정도 못 맞히겠냐는 자신감을 부추키는 것이 바로 로또의 유혹”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로또의 열풍은 지난해 등장했던 ‘스포츠토토’가 소리 소문 없이 몰락한 것과는 대조된다. 두 복권 모두 수많은 홍보와 마케팅 비용을 쏟아냈고 사회적인 관심을 모았지만 드러난 양상이 전혀 다르다. 로또는 20대 젊은이 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반면 토토는 몇몇 매니어를 제외하고는 즐기는 사람이 드물다.

대만 복권시장의 70% 차지 토토는 경기를 예측하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매니어가 되지 않으면 즐기기 어렵다는 점에서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야구가 배제된 것도 몰락의 이유로 분석된다. 게다가 곧바로 추첨 결과를 보기 원하는 한국인의 정서와도 어긋나 있었다는 평가다. 최종은 미래사회전략연구소 과장은 “토토는 경기 결과를 끝까지 확인하고,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승부에 집착하게 만든다. 하지만 로또는 오로지 운을 하늘에 맡길 뿐”이라며 차이점을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스포츠토토의 경우 이미 지난 84년 국내에 도입됐던 ‘경기복권’의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예정된 몰락’이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스포츠토토의 실패에 암울해 있던 국내 복권시장은 로또의 등장으로 크게 술렁이고 있다. 국내 복권시장의 규모가 내년도 1조원이 넘어설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국내 1인당 복권 구입액은 1만3천원으로 대략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로또가 등장하면서 24개의 달하는 복권이 판매되며, 어지럽던 복권 시장도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복권시장이 로또를 중심으로 개편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1월 로또를 도입한 대만의 경우 로또가 9개월 만에 한화로 3조2천7백20억원어치의 판매액을 기록하며 복권시장의 70%를 장악했다. 전세계 시장에서도 온라인 복권이 60.7%를, 이 가운데 로또가 43%로 가장 많이 팔리는 복권이다. 복권 시장 침체로 사회복지기금 조성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7개 부처가 연합해 발행하면서 기관간 불필요한 경쟁이 줄어들고, 종이복권 인쇄 비용도 절감된다. 사업성이 제고되고 기금 조성은 원활해진다. 침체됐던 정보통신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 온라인 전용망과 단말기·시스템 구축은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 냈다. 일례로 복권 용지를 독점공급하는 케이미디어는 주가가 올랐고, 내년에만 30억∼40억원 정도 매출이 상승될 전망이다. 로또 단말기 공급업체인 콤텍시스템은 2007년까지 매년 3백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 이밖에도 시스템 구축을 담당한 KLS 콘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은 짭짤한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곽보현 KLS 상무는 “복권은 당첨되지 않더라도 수익금이 공공사업에 쓰이므로, 오락을 통해 사회에 공적인 기부행위를 하게 되는 좋은 점을 이면에 깔고 있다”며 “로또는 사행성 조장보다 ‘운’에 초점을 맞춘 복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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