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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흑인CEO 파슨스, AOL 회장직에 올라

[미국]흑인CEO 파슨스, AOL 회장직에 올라

리처드 파슨스, 오는 5월부터 AOL회장직을 맡게 됨으로써 흑인 출신으로 미국에서 가장 출세한 인물에 꼽혔다.
미국 흑인 가운데 고위 관리로 가장 출세한 사람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라면, 재계에서는 단연 리처드 파슨스(55)가 꼽힌다. 지난해 5월 세계 최대 미디어 그룹인 AOL타임워너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파슨스는 1년만인 오는 5월부터 회장직까지 겸함으로써 회사를 완전히 거머쥐게 됐다. AOL타임워너는 지난 1월16일 실적 악화와 주가 추락에 책임지고 오는 5월 사임하는 스티브 케이스 회장 후임에 파슨스를 선임했다. 미 회계감독 당국이 잇단 회계 부정 사건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회장과 CEO를 분리한다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표였다. 파슨스의 경영권 장악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인 동시에 출세하려면 운대가 맞아야 한다는 속설을 입증하기도 한다. AOL타임워너는 2001년 1월 신경제의 대표주자이자 세계 최대의 인터넷회사인 AOL과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물이자 구경제를 대변하는 타임워너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거대 합병기업의 회장은 AOL 회장이었던 스티븐 케이스가 맡고, CEO는 타임워너의 제럴드 레빈 회장이 맡기로 했다. 두 기업의 보스가 권력의 양날개를 나눠가진 것이다. 그 밑에 양측에서 한명씩 최고영업책임자(COO)를 두기로 했다. AOL 쪽에선 로버트 피트먼이, 타임워너 쪽에선 리처드 파슨스가 임명됐다. 이제 파슨스가 회장과 CEO 자리를 다 차지했다는 말은 지난 2년 동안 그가 세 사람의 경쟁자를 모두 물리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 사람 가운데 그의 진정한 보스였던 제럴드 레빈이 가장 먼저 자리를 비켜줬다. 2001년 12월 레빈은 다음해 5월 CEO에서 사임할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그의 사임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회사 관계자들은 레빈이 65세까지는 현직에 있을 걸로 생각했다. 그의 갑작스런 사임에 대해 어떤 이들은 AT&T 케이블사업 인수 실패로 다른 경영진들과 갈등을 빚은 데다 개인적 불행(97년 영어교사였던 아들이 제자에게 살해당함)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레빈의 사임으로 새 CEO 자리를 놓고 파슨스는 피트먼과 격돌했다. 사내 서열은 피트먼이 더 위였지만 그는 파슨스에게 밀리고 말았다. 피트먼이 맡고 있는 AOL 실적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고, 레빈의 뒤를 이어 타임워너 출신이 그 자리를 맡는 것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이 싸움에서 진 피트먼은 바로 영업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약 4개월 뒤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피트먼은 자신이 복귀하면서 약속한 실적개선을 이루지 못함으로써 지난해 7월 완전히 퇴출되고 말았다. 영화사 워너브러더스와 워너뮤직 등 연예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파슨스가 뛰어난 조직 융화력으로 AOL타임워너의 2인자 자리를 굳히는 순간이었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포드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2년 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출범할 때 입각 제의를 받을 정도로 정계와 관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경쟁자는 막강한 스티브 케이스 한 명 뿐이었다. 그러나 케이스 회장은 이미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었다. AOL이 죽을 쑤면서 케이스의 입지가 무척 좁아지고 있었던 것. 주주들은 타임워너와 결과적으로 궁합이 맞지 않는 짝짓기를 한 케이스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합병 전 80달러에 달했던 AOL 주가가 현재 15달러선으로 추락한 것이 지난 2년간의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와중에 AOL 쪽에서 회계 부정 혐의가 불거졌다. 이때다 싶어 파슨스는 케이스 회장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파슨스는“합병 주도자들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케이스 회장을 지목한 공격이나 다름없었다. 파슨스는 ‘AOL 때문에 그룹 전체가 휘청거린다며 사명(社名)에서 AOL을 빼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압박을 가했다. 결국 케이스 회장은 1월12일 사임을 발표하고 말았다. 합병 당시 회사는 견제와 균형을 취한다며 회장과 CEO를 분리했다. 그러나 그동안 내부에서는 이로 인해 경영권이 불안정해지고 시너지 효과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런 지적을 감안해 이번에 파슨스에게 모든 권한을 몰아준 것이다. 향후 최대 관심은 파슨스가 애물단지가 돼 버린 AOL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분리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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