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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마이더스의 손(3)]“福주머니 땅 잡으면 7할은 성공”

[유통업계 마이더스의 손(3)]“福주머니 땅 잡으면 7할은 성공”

견병문 훼미리마트 개발과장은 편의점 입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흐름 이라고 강조한다.
“호주머니를 잡으면 7할은 성공입니다.”‘어느 곳에 편의점이 입주해야 장사가 잘 되느냐’는 질문에 견병문(38) 훼미리마트 개발과장은 다소 엉뚱한 대답을 한다. 호주머니처럼 생긴 곳이라니? “주동선이 하나밖에 없는 곳을 말합니다. 드나드는 길목이 하나라서 독점 상권이 되는 겁니다. 이런 곳에 편의점을 오픈하면 당연히 손님이 몰릴 수밖에 없지요. 간단히 말해 복(福)주머니를 연상하면 됩니다.” 거꾸로 바람개비 지형에서는 사람이 새나간다. 업계에서는 이런 곳을 가리켜 ‘털면 쏟아지는 자리’라고 말한다. “서울 목동에서 신월동으로 나가는 곳이 대표적입니다. 격자형으로 생긴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것처럼 사람이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렇게 사람의 흐름이 ‘빠지는 곳’은 편의점이 성공하기 힘들지요.”

“개발요원은 밤을 기다리는 남자” ‘편의점 확장 전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점포수 5천개를 돌파했고 올해는 7천개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하루에 5개꼴로 편의점 폴 사인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편의점 개점은 미시유통학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신규점포 부지를 물색하고, 점주를 유치해 매장을 오픈하기까지의 과정을 담당하는 개발과 직원을 ‘개발요원’이라고 부른다. ‘맨땅에 헤딩하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는 뜻에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멀쩡히 장사 잘하는 가게에 들어가 명함을 내밀며 ‘업종을 한번 바꿔보시지요’라고 인사하는 사람을 누가 반가워하겠느냐는 것. 이처럼 개발요원에게는 부동산을 보는 안목이 필수적이고, 기존 사업주에게 업종 전환을 설득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견과장이 ‘요원 생활’을 시작한 것은 1991년부터다. 명함을 내밀자마자 10초 만에 쫓겨나던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3백개 넘게 편의점을 오픈 시킨 베테랑 요원이다. 1천5백개에 이르는 훼미리마트 매장 가운데 5분의 1이 그의 ‘다리품’을 거쳐서 탄생했다. “되겠다 싶은 부지를 찾으면 일단 유심히 지켜봅니다. 15분 동안 30명 이상이 지나가야 한다, 주택가가 배후에 있어야 한다, 뭐 이런 것들이 기본 요소입니다. 그리고 밤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밤(夜)? 편의점 사업에서 밤은 대단히 중요하다. “지난 10년간 통계자료를 분석하면 야간(우후 4시부터 이튿날 8시) 매출 비중이 61%입니다. 특히 10시부터 12시까지 두 시간 매출이 전체의 24%에 이릅니다. 편의점 개발담당 직원이 ‘밤을 기다리는 남자’가 된 이유라고 해야 하나요.” 그래서 편의점 입지는 출근보다는 퇴근 길가에 닿아 있는 것이 좋다. 이왕이면 버스정류장이나 종점 인근의 주택가가 유리하다. “주택가 옆이 유리해요. 가령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A지점과 주택가 근처의 B지점이 있다면 B를 택하라고 권합니다.” 주택가를 선호하는 이유는 유동인구가 곧바로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견과장은 자신의 실패 사례를 통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의 한 장소에서 두 번이나 실패한 경험이 있어요. 이곳은 하루 유동인구가 1만명이 넘습니다. 주변에는 각종 상점·여관·식당이 즐비합니다. 그런데도 실패했어요. 1만명이 지나다녔지만 구매력으로 치자면 2천명만 못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안양역 인근 안양 1번가에도 쓰린 기억이 있다. 50m 옆에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이 있어 유동인구만 3만명에 달하는 ‘황금입지’인데도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이번에는 건물 층수가 2층에 불과해 단골손님이 빈약했던 것. 영등포와 안양 1번가, 언뜻 보기에 성공을 ‘예약’한 것 같은 자리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보다 고정상권이 약했기 때문이다. 견과장이 누누이 “사람을 베이스(base)에 깔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래서 2∼3년 전부터 ‘편의점 개척지’로 떠오른 곳이 병원과 오피스텔 상점, 그리고 교외의 구멍가게들이다. 실제로 종합병원 내 구내매점·경기도 대성리 일대 MT촌·양평으로 향하는 국도변 일대 구멍가게들은 거의 편의점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유동인구가 많고 적고를 떠나 이들 지역은 ‘구매력 있는 손님들’이 드나들기 때문이다.

‘7m 과학’을 아시나요? “한 가구를 3.2명으로 보고 이들이 하루에 1천원씩 편의점에 쓴다고 칩시다. 편의점 한 곳이 하루 1백80만원 정도의 매상을 올리려면 6백 세대를 잡아야 하지요. 이것이 편의점 입점의 기본 룰입니다.” 예정 입지를 정하고 나서 이 공식에 맞추어 ‘삼각형’을 그리는 것이 편의점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순서다. 각각의 꼭지점에는 경쟁점·접근성·상권이 위치한다. “먼저 현재의 경쟁점, 나아가서는 미래의 경쟁점이 어디에 들어설 것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둘째로, 접근성은 강력한 경쟁요소입니다. 왕복 거리가 10분이 넘으면 손님이 오겠어요? 마지막으로 상권입니다. 맞은편을 보는 것이 중요해요. 맞은편 일대가 썰렁하면 대중교통이 비껴간다는 얘기지요.” 이렇게 입지 분석이 끝나면 사람의 무의식을 ‘배려’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 ‘편안한 땅’이어야 한다는 것. 언덕배기나 굴곡이 많은 곳은 곤란하다. “사람은 무의식중에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택하게 되는데 누가 언덕에 있는 편의점까지 찾아 올라오겠느냐”는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정면에서 봤을 때 길이가 최소한 7m는 돼야 출입문을 가운데로 낼 수 있다는 ‘원칙’이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여기에 편의점이 있구나’하면서 출입문을 여는 데 걸리는 시간이 0.5∼0.7초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는 이미 4m 정도 지나간 후라는 겁니다. 그래서 폭이 7∼8m 되면 출입문을 가운데에, 5m밖에 안 되면 한쪽 코너에 위치시킵니다. 이것을 ‘7m 과학’이라고 해야 하나요?” 이렇게 해서 이상적인 자리를 잡아 편의점을 오픈했다고 치자. 이제는 상점 운영과 상품 구색이라는 3박자를 맞춰야 한다. 이것이 바로 ‘30평 점포’를 탄탄하게 성공시키는 비결이다. “편의점 사업을 말할 때 입지 7할에, 운용 3할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입지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높게 잡아도’ 입지는 7할입니다. 나머지는 3할이 더해져야 성공합니다. 붙임성 있는 영업, 상품 머천다이징이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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