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재 돌리도∼”중국 대륙 팔 걷어붙여
“우리 문화재 돌리도∼”중국 대륙 팔 걷어붙여
| 지난 98년 한국에서 열린 중국미술대전 전시작품인 청동마답비연, 중국 동한시기(AD 100년)유물이다. | 19세기 말과 20세기의 전쟁 와중에 외국으로 밀반출돼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약탈 문화재를 되찾겠다는 움직임이 중국에서 일고 있다. 세계 고미술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돈으로 이를 되사는 운동이다. 지난해 10월 중국에는 ‘중화사회문화발전기금회’라는 민간단체가 결성돼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를 되찾는 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군 소유의 기업집단으로 무기수출과 건축업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는 바오리(保利)그룹이 이 단체에 거액을 기부하며 후원한다. 문화재를 사오기 위해 일반인을 상대로 모금운동도 펼치고 있다. 바오리 그룹은 실질적으로 중국인민해방군 총참모부의 명령을 직접 받고 있어 이 운동은 중국 당국이 주도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바오리 그룹은 덩샤오핑(鄧小平)의 막내딸인 덩룽(鄧榕)의 남편이며, 군 원로 허뱌오(賀彪)의 아들인 허핑(賀平·55)이 총경리를 맡고 있다. 이 그룹은 지난 2000년 4월30일과 5월2일 홍콩에서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청(淸)대의 12지신 청동머리상 3점과 청조 건륭제 때인 1743년에 만든 육각채색호리병을 경매에 부치자 이쑤하오(易蘇昊)바오리박물관 고문을 파견해 3천4백만 홍콩달러(약 48억원)를 들여 이를 사갔다. 1860년 2차 아편전쟁 때 영·불 연합군이 베이징의 위안밍위안(圓明園)을 불태우고 거기서 약탈해 간 보물들이다.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장비부장을 지내며 승승장구하다 97년 중국 무기의 미국 밀수출 사건으로 소장을 끝으로 군복을 벗고 바오리로 자리를 옮겼던 허핑은 이 일로 중국인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인 영웅으로 떠올랐다. 허핑은 문제의 청동상이 경매에 나오자 원래 낙찰가의 5배 이상을 주고 이 국보급 문화재를 중국으로 회귀시켰다. 당시 홍콩 언론들은 그가 동남아와 유럽에 흩어져 있는 나머지 9개의 청동 동물머리상도 되찾겠다며 국민적 모금운동도 전개하는 방안을 궁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화사회문화발전기금회’는 민간단체라기보다 바오리의 돈을 사용하면서 문화재의 재구입을 주도하는 반관반민 단체이다. 중국 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것보다 민간단체를 동원하는 것이 외교적 마찰을 줄이고 일도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이 약탈당한 해외 문화재는 어마어마하다. 중국문물학회의 통계를 보면 그 수는 1백만점이 넘는다. 이 문화재들은 현재 47개국 2백여개의 박물관과 개인 주택·금고 등에 보관되고 있다. 그림의 명작은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도자기의 명작은 파리의 기메미술관에 많은데 서양 최대의 동양미술관이라는 기메미술관에는 3만여점의 중국 문화재가 있다. 전체 소장품의 절반 수준이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약 1천점의 중국 고대 대형 청동기가 있는데 이 중 수백점이 보물급이다. 중국은 97년 3월 정부간 기구인 사법통일연구소(UNIDROIT)의 ‘도난·불법 수출 문화재의 국제 반환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고 전세계 미술관에 약탈 문화재의 반환을 요구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12월9일 유럽과 미국의 19개 박물관·연구소가 “과거의 문화재 취득을 현재의 불법적인 골동품 거래와 같이 봐서는 곤란하다”는 성명을 내고 이를 공식 거부했다. 루브르·메트로폴리탄, 그리고 스페인의 프라도 등 내로라하는 미술관들이 이 대열에 섰다. 그러자 중국의 문화재 전문가들이 지난 1월21일 베이징에 모여 모든 약탈 문화재의 반환을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중국 문물연구소의 왕스샹(王世襄) 연구원은 “중국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나라들과 연대해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이란 사자성어가 있는데 이 말은 화가 고개지에서 비롯했다. 그는 사탕수수를 먹을 때 단맛이 적은 윗부분부터 씹었다. 사람들이 이유를 묻자 “갈수록 더 맛이 좋아질 테니까”라고 말했다. 그 말이 바로 점입가경이다. 중국의 약탈 문화재 반환으로 세계 고미술계의 풍경은 점입가경이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