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유통', 사위는 '생활용품'
아들은 '유통', 사위는 '생활용품'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 애경그룹이 애경백화점 인사를 중요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애경백화점이 사실상 애경그룹의 지주회사이기 때문이다. 애경백화점은 주요 계열사에 대한 출자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우선 애경백화점은 그룹의 양대 계열사 중 하나인 애경산업 지분의 74.44%를 갖고 있다. 또한 골프장을 운영하는 애경개발 지분의 31.47%, 애경화학의 29.5%, 애경정밀화학의 18.57%도 각각 소유하고 있다. 애경백화점을 지배하면 애경그룹을 지배할 수 있단 얘기다. 애경백화점 자본금은 1백78억4천만원인데, 지분은 채형석 부회장과 장영신 회장, 채동석 사장, 채승석 전무(3남) 등 채씨 일가가 1백% 소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꽤 오래 전에 지분상속을 받은 채형석 부회장 지분이 장영신 회장을 제치고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애경백화점 인사와 관련, 애경그룹 관계자는 “언론의 ‘후계구도 가시화’ 보도에 대해 사내에선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장남(그룹)과 차남(유통)이 그렇게 일을 해왔고, 지금도 똑같이 그렇게 하고 있는데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는 것이다. 장남은 장영신 회장이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를 하던 2001년에 부회장이 되면서 사실상 그룹 업무를 총괄해왔고, 차남은 90년부터 백화점 업무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자연스런 것이라는 설명이다. 애경그룹 2세들은 일찌감치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해 30대 때인 90년대부터 계열사 경영을 맡아왔다. 장영신 회장도 “65세에 은퇴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히며 2세 승계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회장은 그러나 아직 그룹 회장직은 유지하고 있다. 애경은 채동석 전무의 애경백화점 사장 선임에도 불구하고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언론사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먼저 알고 인사 내용을 물어왔길래, 물어오는 기자들에게 설명을 나중에 해주었다”는 게 애경측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애경그룹이 조용히 앉아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외부에 요란스레 알리지 않으면서도 사업확장은 끊임없이 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말을 한다. “주방세제 애경 트리오 때문에 애경을 모르는 국민들은 없다. 따라서 애경 브랜드 인지도만 놓고 보면 애경은 단연 10대 그룹에 속한다. 하지만 실제 기업규모(12개 계열사 총매출은 연간 1조3천억원선)만 놓고 보면 애경의 외형은 10대 그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몇십대 그룹’에나 낄 정도에 불과하다.” 애경의 주력기업인 애경산업(2002년 매출 2천7백1억원)이나 애경백화점(1천6백93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는 우리나라에 수백 개가 있다. 구설수에 오르기도 채부회장은 성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보스턴대에서 MBA(경영학석사)를 마쳤다. 내년에 창립 50주년을 맞는 애경그룹에 새로운 경영혁신 바람을 불러올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채부회장은 그간 특히 고부가가치 유통과 부동산·인수합병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고 실제 관련 프로젝트들이나 사업다각화도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은 구로동 애경백화점 바로 옆 4천여평 부지에 대형 주상복합 빌딩을 짓는 이른바 ‘구로 프로젝트’다. 이와 관련 심상보 수원역사 부사장은 “오는 5월께 건축허가를 받으면 2003년 상반기에 착공해서 2006년말께 완공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지하 5층 지상 32층 총 37층 규모로 지을 예정인데, 여기에는 백화점·쇼핑몰·영화관·아파트 등이 들어선다. 애경 계획대로 된다면, 2006년께 구로동 애경백화점 단지는 연건평 10만평 규모로 강서상권 최대의 원스톱 쇼핑명소로 탈바꿈하게 된다. 애경은 그룹의 미래사업인 유통사업에 치중하면서 ‘영토확장’ 정책을 꾸준히 펴왔다. 2001년에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해서 문을 열었고, 지난 2월에는 수원역사 백화점(애경백화점 수원점)도 개점했다. 애경이 유통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존 제조업 위주의 사업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사업(유통)으로 진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얘기다. “컴퓨터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한 차 가득 실으면 수억∼수십 억원어치가 되는데, 애경 트리오는 한 차 가득 실어봐야 3천만원어치밖에 안 된다”는 말처럼 세제사업의 저부가가치를 탈피하는 일은 그룹 경영진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렇다. 이왕 애경백화점 구로점을 하나 하고 있으니, 다점포 전략을 구사해서 고정비(광고·물류·인건비 등) 부담을 줄이자는 뜻이다. 같은 고정비로 3∼4개 백화점을 동시에 운영하면 경영효율이 높아질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2007년께 평택역사 백화점도 열 생각이다. 채동석 사장을 애경백화점 사장에 선임한 이유도 유통사업 강화와 일맥상통한다는 설명이다. 채사장은 유통업계에서는 드물게 30대 사장이지만 백화점 경영에 관해서는 나름대로 실력도 있고 조예도 깊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단적인 예가 바로 면세점 사업이다. 물론 그룹 전체의 백화점 사업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채사장은 면세점 사업을 출범 1년 반 만에 당기순이익을 내는 회사로 거뜬히 정상화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심상보 부사장은 말한다. 면세점 사업의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보통 3년은 넘겨야 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채형석 부회장은 지난해 말과 올 초에 부동산사업 차원에서 센트럴시티를 인수·매각하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계열사인 I&R코리아를 통해 신선호씨 소유 강남구 반포동 센트럴시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채부회장은 금품 제공(배임증재) 혐의로 약식기소되어 벌금 7백50만원을 약식명령받았다. 애경은 지난 1월에 센트럴시티를 기업구조조정 회사인 큐캐피탈파트너스㈜에 9백20억원에 다시 매각하고 손을 떼었다. 또 애경은 제조업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애경유화를 통해 지난 2002년 10월 폴리우레탄과 스판덱스 원재료인 PTMEG를 생산하는 코리아PTG를 인수하기도 했었다. 한편 미스코리아 한성주씨와 이혼해서 시중에 널리 알려진 장영신 회장의 3남 채승석(33)씨는 현재 애경개발(중부컨트리클럽) 전무를 맡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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