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끝났는데… 아 옛날이여∼”
“전쟁도 끝났는데… 아 옛날이여∼”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정태수(81) 전 한보그룹 총회장은 지난해 12월30일 특별사면을 받고 풀려나 1월 중순부터 거의 매일 자신의 터전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3층 옛 한보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실제로 만나본 정회장은 건강이 많이 호전돼 보였다. 다른 사람의 부축 없이 혼자서도 걸을 수 있을 만큼 건강이 좋아졌다. 오전9∼10시께에 출근하는데 상가 정문이 아닌 건물 맨 끝 통로를 이용해 올라간다. 퇴근은 보통 오후 6시께. 지난해 12월 서울대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한 측근은 “한때 15㎏ 이상 줄었던 몸무게가 다시 2∼3㎏ 늘어났다”며 수술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정씨의 움직임에 대한 주변의 추측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우선 “정씨가 뭘 다시 하겠느냐”는 반응이다. 20년 동안 정씨의 이발을 했다는 은마상가 3층 이발사는 지난해 12월 서울대병원에서 대장암 진단을 받고 입원해 있던 정씨를 찾아가 이발을 해 주었다고 한다.그는 정회장에 대해 “건강이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97년 부도 이후 한보 계열사들은 거의 다 정씨의 손을 떠났다. 은마상가도 한때 한보 소유였으나 지금은 3층을 제외하곤 전부 분양된 상태다. 정씨는 상가 3층 일부에서 나오는 임대료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과거 한보 총회장실 옆에서 ‘보화기업’이라는 조그만 아파트 용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심상치 않은 조그만 움직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3월20일 ㈜EAGC(옛 동아시아가스) 임시주주총회가 한보상가 3층에서 열렸다. 이 회사는 정 총회장의 비자금을 숨겨 놓았다는 의혹을 받았던 곳. 실질적으로 정씨의 소유인 이 회사는 한보그룹이 부도 직전에 추진했던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사업을 전담했었다. 지난 99년 러시아 석유공사 지분의 7.1%에 해당되는 주식 3백98만2천주를 영국계 회사에 매각, 양도차익 1백29억원을 탈루하고 주식매각대금을 해외에 은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조사를 받았었다. 정 총회장의 출근과 맞물려 개최된 이 주주총회가 그의 ‘부활’과 어떤 관련이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안병균 전 나산그룹 회장=안병균(55) 전 나산그룹 회장은 본인보다는 부인 박순희씨(52)씨 때문에 더 주목을 받고 있다. 박씨가 대표로 있는 부림비엠(주)이 지난해 나산그룹 소유였던 경기도 광명 소재의 수백원대 알짜부동산 사업체인 광명클레프를 경매로 인수했기 때문이다. 부림비엠(주)는 광명클레프 외에도 현재 세종홀(세종문화회관 안에 있는 대형 양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포천 나산골프장 운영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98년 나산그룹이 부도나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안병균 전 회장이 부인을 통해 조심스럽게 사업을 재기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림비엠측 입장은 단호하다. “안회장은 안회장이고 박사장은 박사장”이라는 것이다. 안 전 회장이 현재 서울 성북동 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락하면 “안회장님은 출타 중이니, 나중에 연락을 해보아라”라는 가정부의 목소리만 반복해서 흘러 나온다. 이 집은 3년 전인 2000년 5월 17억원에 경매로 제3자인 임모씨에게 넘어갔다. 재미있는 건 안 전 회장은 여전히 이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고, 부림비엠측은 이 집을 담보로 잡고 세종문화회관으로부터 1억9천2백만원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2001년 1월에는 안 전 회장 소유 주상복합아파트 5채(보라매 나산스위트)가 한꺼번에 법원경매로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었다. 부림비엠은 광주 나산클레프 여수점을 인수하려는 시도를 했었는데, 계약이 취소되면서 공사비와 관련된 양측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재미있는 건 광주 나산클레프 주식의 10% 정도를 안 전 회장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부인회사가 남편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셈이다. 안병균 전 회장은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처지다. 지난해 7월 예금보험공사는 안 전 회장이 나산종합건설에 7백66억원의 단기대여금을 빌려간 다음에 갚지 않은 혐위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회사측의 외자유치 발표와 골드만삭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진로의 장진호(51) 전 회장도 주목받고 있다. 장 전회장은 그동안 외자유치에 매달려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선 “지난 4월3일 골드만삭스의 법정관리 신청이 있고 난 다음, 1주일에 2∼3번씩 집에도 못들어가고 이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다보니 경영에 다시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받는다. 그러나 장 전회장 측은 “80년된 진로를 공중분해 시킬 수 없어서 외자유치에 전력투구할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외자유치가 성공한다면 장 전 회장의 경영권 복귀도 그만큼 더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진로 정기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의 등기이사로 재선임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요즘은 일주일에 한두번 서초동 본사 5층 사무실로 나간다. 이사이며 대주주(지분 8.14% 소유)인 점을 감안하면 경영복귀 가능성을 예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외자유치 추진이나 부동산 매각 같은 주요 현안에도 그동안 관여해 왔으며 회사의 경영 현황을 정기적으로 보고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장 전회장은 97년 9월 진로그룹이 부도가 나자 그해 11월 책임을 지고 김선중 회장에게 경영을 맡긴 뒤 물러났었다. 그렇지만 지금도 그의 핵심 측근은 여전히 진로 사람들이고 진로 업무가 그의 핵심 일과다. 예를 들어 진로종합유통 사장을 지낸 신희원씨, 진로인터내셔널 사장을 지낸 김병수씨 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요즘엔 특히 사람 만나는 게 주 업무가 됐다. 외자유치건과 법정관리건이 동시에 터지자 그는 채권단·외국인투자자·변호사 등을 만나며 백방으로 진로 회생을 위해 뛰고 있다는 얘기다. 좋아하는 바둑도 둘 새가 없다는 것. 예전에 진로는 진로배라는 바둑대회를 운영하기도 했었다.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재계 28위의 재벌그룹 회장에 오른 인물. 나승렬(58) 전 거평그룹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나 전 회장은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집무실에 자장면을 먹는 모습을 통해 ‘소탈한 부자’의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98년 5월 그룹 부도와 함께 나 전 회장은 추락의 길을 걷는다. 심지어 그는 철창 신세까지 진다. 한남투신을 인수한 후 거평 계열사에서 발행한 채권 등을 매입해주거나 계열사간 무담보 대출을 해준 혐의 때문이다. 현재 그는 잠시 영어(囹圄)의 몸에서 빠져나온 상태. 지난 2월 재판부의 구속집행 정지 결정을 받았다. 서울지법 형사합의 23부는 “나씨가 지병 때문에 수족이 불편해 다른 수감자들의 수발에 의지한 채 수감생활을 하는 실정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석방된 후 부인 박문자씨와 장남 영돈씨, 막내 딸 현정씨 등과 함께 그의 조카 명의로 된 서울 이촌동 J아파트에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최근 나 전회장을 둘러싼 움직임 때문이다. ‘거평프레야 인수하면서 복귀’ ‘수백억원대 은닉 재산 보유’ 같은 소문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에 있는 의류상가 거평프레야가 나 전 회장의 ‘재기 타깃’이라는 것이다. 현재 곧 법원경매에 들어갈 거평프레야 인수를 위해 구체적인 자금 동원에 들어갔다는 루머가 파다하다. 거평프레야 임차인 대표들은 나 전 회장이 자신의 친인척과 전직 임원들을 통해 거평프레야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나 전 회장이 거평그룹의 부도 직전에 친인척 명의로 상당한 재산을 조직적으로 빼돌렸고,이 돈으로 경기도 용인과 광주 일대에 엄청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따라서 나 전 회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거평프레야를 경매를 통해 다시 되찾는 것은 일도 아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예금보험공사 등 정부 측은 나 전 회장의 경영책임을 물어 개인재산 환수 등의 조치에 나섰으나 지금까지는 ‘무일푼’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서울 장충동 4백60평짜리 집이 경매에 넘어가 새로 살 집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대 건설회사 회장 출신이지만 자신의 살집은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아직은 ‘법적 소송’을 통해 합법적으로 그 집에 그냥 눌러 살고 있다. 오는 5월이 환갑이지만 별다른 계획없이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집을 낙찰받은 신안도시개발 측에 따르면, 최회장 집과 맞붙어 살고 있는 최씨 아들측이 “집을 부수고 고급빌라를 지으면 길을 가릴 수 있다”면서 법원 낙찰허가에 대한 항소를 제기했고, 이 때문에 낙찰 후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낙찰허가 결정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신안도시개발 측은 조만간 결정이 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면 최회장도 정들었던 이 집을 떠나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8년 경영 실패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최원석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동아건설 소액주주들을 통해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선임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파산절차를 진행 중인 회사의 대표이사는 경영권이 없는 데다 지난 2월 소액주주들이 신청한 법정관리도 기각돼 ‘최회장의 재기’도 자동적으로 사라졌다. ▶박건배 전 해태제과 회장=박건배(55) 전 회장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처지다. 2000년 8월 하청업체에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그해 11월 출감한 후 특별한 활동 없이 칩거하고 있다. 그의 2백평짜리 이태원 집은 2001년 5월 경매로 넘어갔지만 이를 경매로 산 처남 덕분에 그 집에서 그냥 눌러 살고 있다. 2000년 4월 한국보이스카우트연맹 총재를 물러난 후 이 연맹에도 모든 연락을 끊고 산다고 한다. 2001년 12월 부친인 박병규 창업주 흉상을 해태제과쪽에서 치워 버린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서둘러 이태원집으로 옮겨 놓기도 했다. 흉상 하나는 서울 남영동 본사 로비에, 하나는 천안 공장에 있었는데, 현재 하나는 해태제과 본사 지하 역사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김석원(58) 전 회장의 현재 직함은 쌍용양회 명예회장. 하지만 쌍용 경영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쌍용양회 지분 5%를 상징적으로 갖고 있을 뿐이다. 쌍용을 사실상 떠났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는 게 쌍용측 설명이다. 선친이 살던 집인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 내에 거주하고 있는데, 다른 몰락한 그룹총수들과는 달리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집은 경매로 넘어가지 않았다. 이 집의 소유자가 성곡미술문화재단이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의 부인 박문순씨는 성곡미술관 관장이다. 김 전 회장의 사회활동은 월드 스카우스 의장으로 일하는 게 전부다. 예전에 차를 모으는 취미가 있어 쌍용자동차를 인수할 정도로 차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었지만 지금은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다고 한다. 그가 모았던 차들은 지금 모두 쌍용자동차에 있다. 김 전 회장은 웬만한 부실기업 대기업 총수들이 부실경영책임 때문에 검찰수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루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인천시 “태어나는 모든 아동에게 1억 준다”…출생아 증가율 1위 등극
2경기둔화 우려에 ‘금리 인하’ 효과 ‘반짝’…반도체 제재 우려↑
3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기준금리 인하에도 한동안 ‘겨울바람’ 전망
4연간 1000억? 영풍 환경개선 투자비 논란 커져
5 야당, '예산 감액안' 예결위 예산소위서 강행 처리
6‘시총 2800억’ 현대차증권, 2000억원 유증…주가 폭락에 뿔난 주주들
7삼성카드, 대표이사에 김이태 삼성벤처투자 사장 추천
8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서포터즈 '업투' 3기 수료식 개최
9빗썸, 원화계좌 개설 및 연동 서비스 전면 개선 기념 이벤트…최대 4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