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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장에 사스 寒波 가격경쟁 다시 불붙어

자동차 시장에 사스 寒波 가격경쟁 다시 불붙어

중국의 자동차 소비 열기가 뜨겁다. 사진은 한 결혼식 행사에 동원된 최고급 리무진과 벤츠 등 자동차 행렬
지난달 말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상하이국제자동차전시회’는 사스 때문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국내외 다양한 차종이 소개돼 명실공히 중국시장이 국제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3백25만대로 세계 5위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늘었다. 판매량은 3백40만대로 역시 40% 증가했다. 얼핏 생산이 수요를 못따라 간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사실 이곳에 사는 외국인들은 중국의 자동차 소비수준이 소득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베이징에 있는 40만위안(元·약 6천만원)짜리 20평 정도 아파트에 살면서 20만위안이 넘는 폴크스바겐 파사트(passat)를 모는 화이트칼라가 적지 않다. 대졸 초임 봉급이 2천위안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유지비도 대기 힘들 것 같지만 워낙 인구가 많고 부자도 많아 소비추세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현재 산타나·제다·샤리·파사트·보라 등 5개 차종 점유율이 44%가 넘고 이 중 4개가 폴크스바겐이다. 시트로엥·혼다·닛산·GM(通用汽車라고 부른다) 등은 흔하고 볼보·아우디·BMW·벤츠 등도 자주 눈에 띈다. 마치 전 세계 유명 브랜드의 전시장 같다. 사스가 매스컴을 타기 전인 3월까지 중국 내 자동차 판매는 순탄했다. 1분기 생산량은 1백1만9천7백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새 무려 54.7%, 판매량은 97만4천8백대로 51.7%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생산과 판매량 증가율이 각각 36%와 37%였으니 경이로울 만한 기록이다. 3월 한달 동안에도 41만대가 팔려나가 월간 단위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사스 출현 이후 소비가 줄면서 올들어 처음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업체들의 가격인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베이징의 자금여유가 충분한 계층 사이에서 ‘이 기회에 비위생적인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말고 차라리 내 차를 사자’는 인식이 늘어나는 바람에 소형차가 잘 팔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 전체적으로는 소비 수요가 정체상태에 빠졌다. 그 결과 최근 상하이 폴크스바겐이 파사트 가격을 10%에 육박하는 2만위안이나 낮춘 것 외에도 소형차 중 베스트셀러인 시트로엥의 엘리제(elysee)가 8천위안, 피아트(fiat)의 시에나가 7천위안, 파리오(palio)가 5천위안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승용차 가격이 평균 10%정도 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스 여파로 인하경쟁이 예상보다 빨리 닥쳤다고 보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연초만 해도 “가격할인은 절대 없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최근 파사트 판매가 50%나 줄어드는 등 시장상황이 어려워지자 남들보다 훨씬 큰 폭으로 값을 내려 화제가 됐다. 이런 상황이 되자 중국 최대 메이커인 제1자동차가 국산 저가 모델 체리 판매가를 15%까지 내리는 등 할인경쟁이 전차종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판매경쟁이 활발하고 설비 능력도 계속 커지고 있지만, 중국 자동차업계의 속사정은 여전히 모순투성이라는 사실이다. 신규 생산 증가량의 3분의 1가량이 수입부품 조립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실이 대표적일 것이다. 다국적 회사 입장에서는 중국산 부품의 질이 워낙 떨어져 현지 생산보다 수입을 선호한다. 이것이 중국 자동차 업계의 아킬레스건이다. 지난해 가동하기 시작한 베이징현대자동차의 소나타 생산라인도 현지 생산 부품의 질이 형편없어 정상가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합작선도 조립 생산을 선호한다. 골치 아프게 부품을 하청하는 것보다 수입허가 받는 게 쉽고 ‘외제 부품 조립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훨씬 많아 이윤도 크기 때문이다. 이것이 중국 정부가 아무리 현지 생산비율을 높이라고 닦달해도 쉽게 개선되지 않는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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