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일자리 20만개
| 김교흥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 실업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소기업은 인력난으로 생산과 수출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2월 중 실업률은 3.7%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중소기업 생산직 인력부족률은 2001년 11월 7.1%에서 2002년 11월 12.2%로 불과 1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었다. 부족한 근로자 수는 대략 19만6천명에 이른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궁극적으로 두 가지 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수준과 복리후생, 열악한 작업환경 등 구조적인 요인이다. 둘째는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국민소득의 향상으로 근로자들이 힘든 일을 기피한다는 점이다. 전망도 밝지 않다. 고령화와 저출산율 등 인구구조가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업계 교육이 위축되고 군 입대 대신 중소기업 기능인력으로 일할 수 있는 ‘산업기능요원제’가 위축되고 있어 공급 측면에서 인력이 감소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반면 중소기업들의 인력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주5일 근무제 등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확산될 테고 5%대인 잠재성장률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서비스업 발달로 산업 전체의 인력수요 역시 증가할 것이 뻔하다. 시간이 갈수록 실업계 고등학교는 ‘기능인력공급원’이라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1995년 19.2%에 불과했던 대학 진학률이 2000년에는 42%, 2002년 49.8%로 계속 증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를 알 수 있다. 산업기능 인력도 계속 줄고 있어 2001년 2만명에서 올해는 8천명으로 축소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2005년에는 폐지될 전망이다. 이처럼 심화되고 있는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한 지원정책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정부 각 부처에 산재해 있는 중소기업의 인력지원정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법제화시키고 중소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새로운 지원시책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또 이를 위해 인력지원계획의 수립·추진과 정책조정의 기능이 마련돼야 한다. 여기에 단순한 인력공급제도에서 그치지 않고 인력의 유인 환경을 조성하도록 해야 하고, 인력 수요의 절감을 위한 지원 등이 병행돼야 한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한 중소기업 스스로의 자구노력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그동안의 정부 정책은 중소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획일적인 인력 공급 위주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대기업에 비해 임금 등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요구된다. 특히 중소기업이 협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인력 확보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지원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환경변화에 적극 대처한다는 자세도 중요하다. 산업구조는 전반적으로 고도화되고 법정근로시간은 단축될 것이 뻔하다. 정부나 기업은 이같은 상황을 조건으로 인력관리 개선사업을 펴나가야 한다. 우선은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인력확보 양성과 법정근로시간 단축의 시행에 따른 사회경제적 충격 완화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저임금 구조를 탈피하고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인력구조 변화와 법정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한 생산성 향상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기술개발·정보화·자동화 등 구조고도화 사업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고급인력을 확보하고 양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법정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효율적 인력관리를 위한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에 유휴 인력이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일자리를 활발하게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급속한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휴 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고, 청년실업자·여성·고령자에게 맞춤형 취업 여건을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창업과 성장을 통해 신규 고용이 지속적으로 창출되도록 해야 한다.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직후 2000년까지 중소기업이 1백42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 반면, 대기업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99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했다는 점은 중소기업의 고용창출 순기능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같은 관점에서의 중소기업 인력난 해결책은 결국 여러 시책으로 분산돼 있는 인력정책을 체계화해 관리할 수 있는 정책이 선행돼야 하며, 이는 최근 그 제정의 필요성이 인정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중소기업인력특별지원법’이라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일궈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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