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드레싱제 수출시대 연다”
“의료용 드레싱제 수출시대 연다”
바이오폴은 국내 첫 개발작인 습윤 환경 드레싱제 ‘메디폼’으로 미국 FDA의 승인을 따냈다. 의료용 드레싱제의 본고장으로 진출하는 문이 활짝 열린 셈이다.
지난 6월 2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향남면 백토리 226-8번지. 바이오 벤처기업인 ㈜바이오폴의 본사이자 공장이 푸른 들판을 배경으로 서 있다. 2층 사장실로 가는 계단에 오를 무렵 후텁지근한 바람을 타고 고약한(?) 냄새가 코 끝을 스친다. “근처에 축사가 있어서요….” 박명환(48) 바이오폴 사장은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박 사장에게는 요즘 이런 냄새까지 향기롭게 느껴질지 모른다. 국내 첫 개발작인 습윤 환경 드레싱제 ‘메디폼’으로 지난해 유럽인증규격(CE)을 따낸 데 이어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까지 획득했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용 드레싱제로 FDA의 높은 문턱을 넘은 첫 케이스로 의료용 드레싱제의 본고장인 미국을 비롯, 세계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스펀지와 비슷한 조직 구조를 가진 메디폼은 흔히 쓰는 가제의 일종이다. 그러나 기존 가제나 부직포와 다른 점이 많다. 메디폼은 생체 친화성 폴리우레탄 폼(발포체)으로 만든 새로운 개념의 상처 보호제로 특히 상처가 딱지나 흉터 없이 아물도록 보호하는 첨단 제품이다. 히포크라테스와 파스퇴르는 딱지가 생겨야 상처가 낫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국의 동물학자인 조지 윈터는 1962년 발표한 논문에서 정반대의 논리를 펼쳤다. 숱한 임상실험 끝에 윈터의 주장이 정설로 굳어졌는데, 그의 논리는 상처 면을 촉촉하게 유지해 딱지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치료 기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따라서 흉터가 생길 확률도 낮아진다는 것.
물론 메디폼이 조지 윈터의 이론을 따른 첫 작품은 아니다. 이미 지난 72년 영국의 스미스&네퓨사가 습윤 환경 드레싱제를 내놨다. 그러나 바이오폴은 스미스&네퓨사에 결코 뒤지지 않는 폼형 드레싱제로는 세계 최초인 2mm 두께의 드레싱제를 개발했다. 바이오폴은 대주주(지분 16.5% 보유)이자 마케팅 전담사인 일동제약을 통해 전국의 병원과 약국에 메디폼을 공급하고 있다. 2001년 10월 첫선을 보인 뒤 11월부터는 서울대병원 ·한강성심병원 등의 성형외과와 화상센터에 메디폼을 공급했고, 지난해부터는 가정용 제품을 약국에서 팔고 있다.
박 사장은 특히 국내 병원을 점령한 외국 회사 제품과 당당히 맞서고 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 국내 습윤 환경 드레싱제 시장 규모는 2000년 현재 150억원대로 성장 전망도 밝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수입품 일색이어서 박 사장은 국내외 성형학회와 화상학회 등에 연구 결과와 제품을 알리는 데 동분서주했다. 그 덕일까. 제품 출시 1년여 만에 해외 시장에서도 잇단 ‘러브콜’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중국의 젠데사와 1,000만 달러, 싱가포르 신카야사와 750만 달러 등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박 사장은 “현재 일본 · 독일 ·영국 ·터키 등은 물론 이집트 ·오만 등과도 수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매출액은 60억원대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지역 공략까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내년부터는 300억원대로 껑충 뛸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30%대로 높아 게임업계 못지않은 수익성을 기대하고 있다.
메디폼은 지금 이렇게 ‘효자 상품’이 됐다. 그러나 한때 사장(死藏) 위기까지 내몰리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박 사장은 여느 연구원들이 그랬듯 외환위기 한파를 호되게 경험했다. 박 사장은 인하대 고분자공학과를 나온 뒤 인하대 대학원 시절 일본 문부성 장학생 모집에 응시해 도쿄공업대에서 석 ·박사과정을 마쳤다. 귀국한 뒤 그는 88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현대산업개발을 거쳐 91년 동성화학 중앙연구소에 들어갔다.
그러던 97년. 여름을 지나면서 구조조정 얘기가 슬슬 흘러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연구소가 문을 닫게 됐다. 연구원들을 하나 둘 떠나 보내며 난감해하던 가운데 어느 연구원이 사업을 해보자는 제의를 했다. 당시 될성부른 개발 과제가 꽤 있었다. 박 사장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광섬유 코팅제와 폐쇄성 드레싱제 건은 둘 다 자신이 직접 챙기던 과제였다.
98년 5월 연구소 뒷정리를 끝낸 뒤 7월에 자본금 1억원으로 씨씨텍이란 벤처기업을 세웠다(박 사장은 지난해 1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은 씨씨텍의 2대 주주다). 벤처붐이 일기 전이라 근근이 연구만 진행하다가 2000년 8월 바이오폴이란 벤처를 하나 더 만들었다. 두 과제를 따로 떼내 집중할 필요가 있었고, 새로운 투자자도 끌어들이려고 했다. 일동제약갨K에버텍 ·현대투신 등이 바이오폴의 새 주주가 됐다.
9월 부직포 타입 새 제품 출시
96년 개발을 시작한 폐쇄성 드레싱제는 2000년 초 작업을 끝냈다. 국내 첫 개발. 다음 단계는 임상실험이었다. 서울대 민경원 교수팀은 다소 미덥지 않게 여겼었고 그래서인지 냉정하게 상처 절반에는 외국제품을, 나머지 부위에는 바이오폴의 ‘메디폼’을 붙여 하프 사이드 테스트를 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메디폼을 붙인 상처는 깨끗이 나았다. 민 교수팀은 “감동적”이라며 극찬했다. 박 사장 자신은 물론 마케팅을 맡은 일동제약측도 놀랐을 정도였다.
박 사장은 오는 9월 조직 구조가 솜과 비슷한 부직포 타입의 새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폼 타입보다 생산성은 물론 사용자의 편의성도 높은 제품이다. 폼 타입을 먼저 만든 건 생산 설비를 갖추는 데 돈이 덜 들고 먼저 기술력을 인정받고 이름을 알려야 다음 단계 사업에 착수하기 쉽다는 이유 때문에서였다. 당장 산업은행에서 새 생산 설비 투자비로 17억원을 대줬다.
박 사장은 이렇게 계단을 오르듯 단계를 밟아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FDA의 문을 먼저 두드리지 않았다. 유럽에서 먼저 인정을 받고 나면 미국 진출이 그만큼 쉬울 것이란 계산이었다. 박 사장은 공사가 한창인 공장 입구의 3층짜리 건물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사무실과 연구실로 쓸 새 건물에서 그의 또 다른 꿈이 영글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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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향남면 백토리 226-8번지. 바이오 벤처기업인 ㈜바이오폴의 본사이자 공장이 푸른 들판을 배경으로 서 있다. 2층 사장실로 가는 계단에 오를 무렵 후텁지근한 바람을 타고 고약한(?) 냄새가 코 끝을 스친다. “근처에 축사가 있어서요….” 박명환(48) 바이오폴 사장은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박 사장에게는 요즘 이런 냄새까지 향기롭게 느껴질지 모른다. 국내 첫 개발작인 습윤 환경 드레싱제 ‘메디폼’으로 지난해 유럽인증규격(CE)을 따낸 데 이어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까지 획득했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용 드레싱제로 FDA의 높은 문턱을 넘은 첫 케이스로 의료용 드레싱제의 본고장인 미국을 비롯, 세계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스펀지와 비슷한 조직 구조를 가진 메디폼은 흔히 쓰는 가제의 일종이다. 그러나 기존 가제나 부직포와 다른 점이 많다. 메디폼은 생체 친화성 폴리우레탄 폼(발포체)으로 만든 새로운 개념의 상처 보호제로 특히 상처가 딱지나 흉터 없이 아물도록 보호하는 첨단 제품이다. 히포크라테스와 파스퇴르는 딱지가 생겨야 상처가 낫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국의 동물학자인 조지 윈터는 1962년 발표한 논문에서 정반대의 논리를 펼쳤다. 숱한 임상실험 끝에 윈터의 주장이 정설로 굳어졌는데, 그의 논리는 상처 면을 촉촉하게 유지해 딱지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치료 기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따라서 흉터가 생길 확률도 낮아진다는 것.
물론 메디폼이 조지 윈터의 이론을 따른 첫 작품은 아니다. 이미 지난 72년 영국의 스미스&네퓨사가 습윤 환경 드레싱제를 내놨다. 그러나 바이오폴은 스미스&네퓨사에 결코 뒤지지 않는 폼형 드레싱제로는 세계 최초인 2mm 두께의 드레싱제를 개발했다. 바이오폴은 대주주(지분 16.5% 보유)이자 마케팅 전담사인 일동제약을 통해 전국의 병원과 약국에 메디폼을 공급하고 있다. 2001년 10월 첫선을 보인 뒤 11월부터는 서울대병원 ·한강성심병원 등의 성형외과와 화상센터에 메디폼을 공급했고, 지난해부터는 가정용 제품을 약국에서 팔고 있다.
박 사장은 특히 국내 병원을 점령한 외국 회사 제품과 당당히 맞서고 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 국내 습윤 환경 드레싱제 시장 규모는 2000년 현재 150억원대로 성장 전망도 밝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수입품 일색이어서 박 사장은 국내외 성형학회와 화상학회 등에 연구 결과와 제품을 알리는 데 동분서주했다. 그 덕일까. 제품 출시 1년여 만에 해외 시장에서도 잇단 ‘러브콜’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중국의 젠데사와 1,000만 달러, 싱가포르 신카야사와 750만 달러 등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박 사장은 “현재 일본 · 독일 ·영국 ·터키 등은 물론 이집트 ·오만 등과도 수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매출액은 60억원대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지역 공략까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내년부터는 300억원대로 껑충 뛸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30%대로 높아 게임업계 못지않은 수익성을 기대하고 있다.
메디폼은 지금 이렇게 ‘효자 상품’이 됐다. 그러나 한때 사장(死藏) 위기까지 내몰리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박 사장은 여느 연구원들이 그랬듯 외환위기 한파를 호되게 경험했다. 박 사장은 인하대 고분자공학과를 나온 뒤 인하대 대학원 시절 일본 문부성 장학생 모집에 응시해 도쿄공업대에서 석 ·박사과정을 마쳤다. 귀국한 뒤 그는 88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현대산업개발을 거쳐 91년 동성화학 중앙연구소에 들어갔다.
그러던 97년. 여름을 지나면서 구조조정 얘기가 슬슬 흘러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연구소가 문을 닫게 됐다. 연구원들을 하나 둘 떠나 보내며 난감해하던 가운데 어느 연구원이 사업을 해보자는 제의를 했다. 당시 될성부른 개발 과제가 꽤 있었다. 박 사장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광섬유 코팅제와 폐쇄성 드레싱제 건은 둘 다 자신이 직접 챙기던 과제였다.
98년 5월 연구소 뒷정리를 끝낸 뒤 7월에 자본금 1억원으로 씨씨텍이란 벤처기업을 세웠다(박 사장은 지난해 1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은 씨씨텍의 2대 주주다). 벤처붐이 일기 전이라 근근이 연구만 진행하다가 2000년 8월 바이오폴이란 벤처를 하나 더 만들었다. 두 과제를 따로 떼내 집중할 필요가 있었고, 새로운 투자자도 끌어들이려고 했다. 일동제약갨K에버텍 ·현대투신 등이 바이오폴의 새 주주가 됐다.
9월 부직포 타입 새 제품 출시
96년 개발을 시작한 폐쇄성 드레싱제는 2000년 초 작업을 끝냈다. 국내 첫 개발. 다음 단계는 임상실험이었다. 서울대 민경원 교수팀은 다소 미덥지 않게 여겼었고 그래서인지 냉정하게 상처 절반에는 외국제품을, 나머지 부위에는 바이오폴의 ‘메디폼’을 붙여 하프 사이드 테스트를 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메디폼을 붙인 상처는 깨끗이 나았다. 민 교수팀은 “감동적”이라며 극찬했다. 박 사장 자신은 물론 마케팅을 맡은 일동제약측도 놀랐을 정도였다.
박 사장은 오는 9월 조직 구조가 솜과 비슷한 부직포 타입의 새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폼 타입보다 생산성은 물론 사용자의 편의성도 높은 제품이다. 폼 타입을 먼저 만든 건 생산 설비를 갖추는 데 돈이 덜 들고 먼저 기술력을 인정받고 이름을 알려야 다음 단계 사업에 착수하기 쉽다는 이유 때문에서였다. 당장 산업은행에서 새 생산 설비 투자비로 17억원을 대줬다.
박 사장은 이렇게 계단을 오르듯 단계를 밟아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FDA의 문을 먼저 두드리지 않았다. 유럽에서 먼저 인정을 받고 나면 미국 진출이 그만큼 쉬울 것이란 계산이었다. 박 사장은 공사가 한창인 공장 입구의 3층짜리 건물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사무실과 연구실로 쓸 새 건물에서 그의 또 다른 꿈이 영글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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