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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없는 각광은 싫다”

“실속 없는 각광은 싫다”

아웃소싱 전문 전자업체 혼하이, 알고 보니 ‘알짜’ 기업
대만 소재 혼하이정밀(鴻海精密)은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다. 혼하이는 휼렛패커드나 소니처럼 내로라하는 기업의 전자제품을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OEM)으로 조용히 대량생산해 왔다. 혼하이의 50대 창업자 겸 회장 궈타이밍(郭台銘 ·영어명 테리 궈)이 인터뷰에 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애널리스트들은 혼하이가 수익의 원천을 밝히지 않는다며 불만까지 토로할 정도다. 인터넷 영문 사이트(www.foxconn.com)에 올라 있는 최근 재무자료라고 해봐야 2년이 훨씬 지난 것들이다.

타이베이(臺北) 소재 프라핏 캐피털(風險基金)의 펀드매니저 앨버트 킹은 “혼하이가 기본적으로 그리 투명한 회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얻을 수 있는 자료에서 궈와 혼하이의 성공을 엿볼 수 있다. 혼하이는 지난 5년 동안 연 평균 62%의 매출증가율을 나타냈다. 이는 A리스트에 오른 전자업체 가운데 2위다. 궈는 혼하이 지분 25%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포브스가 선정한 억만장자 명단에서 재산 16억달러로 256위에 올랐다. 혼하이 주주들의 최대 관심사는 전자업계에서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요즘 궈가 성장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브랜드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에이서(宏碁電腦有限公司)의 스전룽(施振榮 ·영어 명스탠 스) 회장은 대만 컴퓨터 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궈는 최근 몇 년 사이 대만이 OEM 방식의 컴퓨터 조립국으로 부상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대만은 컴퓨터 부문의 약진으로 더 큰 부(富)를 축적할 수 있었다. 혼하이는 1974년 플라스틱 공급업체로 출범했다. 개인용 컴퓨터(PC) 산업이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무명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태어난 지 6년쯤 되는 81년, 궈는 커넥터 생산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PC가 붐을 타면서 궈는 황금기로 접어들었다.

혼하이는 조립부품 판매로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오늘날 대만은 컴퓨터 하드웨어 부문에서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 생산국이다. 전자업계가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한 지난해에도 혼하이의 성장은 그칠 줄 몰랐다.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67% 급증한 50억달러를 기록했다. 순익은 33%가 늘어 3억5,000만달러에 이르렀다. 중국은 지금 세계 경제대국으로, 특히 하이테크 산업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조용히 뒷받침한 대만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면 궈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알게 된다. 중국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대만과 비교할 때 5분의 1에 불과하다.

혼하이·아서스텍(華碩電腦有限公司) ·벤Q(明基電通) 같은 대만 기업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나 본토에 투자해 왔다. 이들 기업은 본토 공장에서 곧바로 해외 고객 기업들에 제품을 공급한다. 타이베이 소재 마켓 인텔리전스 센터(MIC · 資訊市場淸報中心)에 따르면 지난해 350억달러 상당의 컴퓨터 하드웨어가 중국에서 생산됐으며 이 중 64%는 대만 기업들이 만든 것이다. 2001년에는 280억달러 가운데 56%를 대만 기업이 생산했다.

중국이 컴퓨터 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대만 기업들 덕이다. 지난해 중국은 일본을 물리치고 세계 2위의 컴퓨터 하드웨어 생산국으로 떠올랐다. 일본의 지난해 생산 규모는 310억달러였다. 중국을 세계 2위로 올려놓은 1등 공신은 혼하이의 선전 공장이다. 혼하이 선전 공장은 홍콩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도시 선전 안에 있는 또 하나의 ‘가상도시’로 주요 항만들과 가까우며 근로자 3만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다. 궈는 1990년대 경쟁사들보다 먼저 본토에서 ‘규모의 경제’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궈는 욕심이 많은 인물이다. 애초 커넥터 생산으로 업계에 뛰어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품군을 수직 확대해 나갔다. 고객 기업들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킹은 “새 외주업체를 찾는 기업이 있으면 그게 바로 기회”라며 “그런 자리에는 언제나 궈가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몇 년 동안 PC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하자 궈는 이동전화 제품 생산에도 뛰어들었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궈의 궁극적 목표는 규모 확대다. 혼하이를 세계 최고의 전자기기 제조업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만 소재 펀드 관리업체 자딘 플레밍 증권투자신탁의 허우밍푸(侯明甫 ·영어 명 조지 허우) 사장은 “궈가 매우 뚜렷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며 “그게 혼하이의 강점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전반적 분위기로 볼 때 하청업체의 전망은 매우 밝다. 골드만 삭스는 세계적으로 외주에 의존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전자업계가 5~7%의 연 성장률을 기록하는 반면 하청업체들은 그보다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걸림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혼하이의 성장과정을 눈여겨본 경쟁사들이 앞 다퉈 중국 내 생산설비 확대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이동전화 생산업체 TCL처럼 중국 기업들도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그 결과 업계 전반에 걸쳐 수익마진은 점차 줄 것이다. 장기적으로 혼하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궈의 후계자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A리스트에서 알 수 있듯 혼하이는 지금까지 잘해 왔다. 그러나 혼하이가 10년 뒤에도 A리스트에 계속 남아 있으려면 궈는 후계자부터 물색해야 할 것이다.


자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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