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생각하는 CEO

생각하는 CEO

조지 데이비드는 비용절감과 기업 인수로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를 모범적인 대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제 그가 고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에너지 절감 기기 개발에 눈 돌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어느 날 오후,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United Technologies ·UTC) 직원들이 휴가철에 앞서 파티를 열고 있을 때 UTC의 최고경영자(CEO) 조지 데이비드(George David ·60)는 연구개발비로 11억달러나 쏟아 부은 결과 주주들에게 어떤 이득이 돌아갔느냐며 무려 3시간 동안 엔지니어들을 닦달하고 있었다.

UTC의 계열사 프랫 앤드 휘트니의 엔지니어들은 민간용 제트기 엔진의 연료 소비율 감소 방안을 내놓았다. 모르긴 몰라도 족히 6년은 걸릴 그 과업이 완성된다면 항공사들은 엔진 2개짜리 제트기 운항비를 연간 대당 16만달러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연료효율 향상에 따라 논스톱 운항거리도 길어지게 된다. 데이비드는 “연료효율을 0.5%라도 끌어올릴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매출 280억달러, 세계 전역에 직원 15만2,000명을 거느리고 있는 UTC의 상황도 포화상태에 이른 산업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대규모 제조업체들과 다를 바 없다.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타사보다 조금이라도 경쟁력 있는 기술을 먼저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데이비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주로 비용절감과 수백 개 기업 인수로 수익을 향상시켜 왔다. 그러나 그의 최근작이 될 뻔한 400억달러 규모의 하니웰 합병은 막판에 제너럴일렉트릭(GE)까지 뛰어들면서 2000년 10월 무산되고 말았다.

GE와 하니웰의 합병계획도 결국 유럽연합(EU) 당국이 승인을 거부하면서 물 건너가고 말았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하니웰 인수에 다시 나설 생각이 전혀 없다. 당분간 어떤 기업도 인수하지 않을 작정이다. UTC가 현금보유고 20억달러와 탄탄한 수익구조로 충분한 재정적 여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군침 도는 기업이 이제 없기 때문이다.

데이비드는 UTC에서 개발중인 새로운 에너지 절감 기기들이 향후 지속적인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동안 부지런히 비용절감을 꾀하고 ‘알짜’ 기업을 사들인 덕에 UTC의 수익은 1994년 이래 연평균 17% 성장해 지난해 22억달러에 이르렀다(1995~2000년 기업 인수에 들어간 돈은 100억달러였다). 그에 따라 주가도 300%나 급등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 상승폭의 세 배를 기록, 주당 64달러(분할 조정 가격)로 오르면서 최대 경쟁업체 GE까지 앞질렀다.

요즘 항공사들의 영업부진으로 UTC도 매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효율경영으로 영업이익률을 기존의 세 배가 넘는 14%까지 끌어올린 데이비드로서는 더 이상 뺄 군살이 없다. 그는 75년 오티스 엘리베이터로 입사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로부터 1년 뒤 UTC가 오티스를 인수했다. 데이비드는 성실성과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94년 UTC의 CEO로 등극했다.

한때 보잉과 유나이티드항공의 모기업이었던 UTC는 오티스를 사들이기 전 항공우주산업에 주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항공우주산업 부문은 UTC의 매출과 이익 가운데 반만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는 빌딩 관련 서비스로 벌어들인다. UTC의 항공우주산업 부문 자회사 가운데 프랫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프랫은 UTC의 영업이익(이자 ·세금공제 전 이익) 가운데 35%를 창출한다. 블랙호크 헬기 제조업체 시코르스키, 항공기 제어기기 제조업체 해밀턴 선스트랜드, 냉난방기 제조업체 캐리어도 UTC의 지붕 아래 있다.

요즘 데이비드는 신규시장 창출 차원에서 연구진을 독려하고 있다. 문제는 그가 연구개발비 지출에 다소 인색하다는 것이다. 그는 여유자금이 생기면 기업인수, 자사주 매입, 주주배당금 인상에 쓰는 편이다. 지(誌)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우주 관련 기업들은 매출의 평균 6%를 연구개발에 재투자했다. 전년보다 1%포인트 늘린 것이다. 이에 비해 UTC는 업계 평균에 못 미칠 뿐 아니라 99년의 5.4%보다도 적은 4.2%만 연구비로 썼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자본재 애널리스트 토머스 레리츠는 “연구개발비 축소가 우려할 만한 일인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그러나 연방 정부 보조금 12억달러 덕에 UTC의 연구비 예산은 실질적으로 늘었다).
데이비드는 비용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은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UTC 연구소의 칼 넷 소장은 지난 2년 6개월 사이 과학자·엔지니어 62명을 보강했다. 연구소의 박사급 인력을 196명으로 늘린 것이다. 대신 지원인력 감축으로 직원 수를 15% 적은 500명 선에 묶어 놓았다. 이들 연구원이 요즘 한창 매달리고 있는 분야가 바로 에너지 절감 기술이다.

프랫에서 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넷은 79년 UTC에 흡수된 캐리어의 기술혁신 잠재력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사실 캐리어의 매출 87억달러 가운데 3분의 1은 지난 7년 동안 이뤄진 기업인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게다가 캐리어의 영업이익률 10%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그러나 100년 전 개발된 재래식 냉방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는 캐리어의 제품군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넷은 “과거에 기술연구를 등한시했던 분야가 바로 냉난방”이라며 “캐리어는 여기에 로켓과학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수기 시장 공략 박차

연구진은 이미 상업용 빌딩에 쓰일 펌프식 온수기를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한 온수기는 전기나 가스로 물을 데우는 재래식 탱크온수기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이 4분의 1에 불과하다. 물이 뜨거운 코일을 거치면서 데워지는 ‘비탱크형’ 방식은 이전 ‘탱크형’과 달리 열손실이 없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은 높다. 하지만 비탱크형과 탱크형 모두 열출력이 에너지 투입량에 좌우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캐리어가 새로 개발한 온수기는 외부 공기의 열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한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압축·팽창으로 발생시킨 열을 온수기 물 속에 펌프질하는 것이다. 이는 에어컨의 냉방방식과 같은 원리다. 압축기를 구동하는 에너지 한 단위당 펌프는 네 단위의 열을 생산한다.

제트엔진처럼 폼 나는 사업부문은 아니지만 성장가능성이 충분하다. 하루 7만5,700ℓ 이상의 온수를 사용하는 대형 호텔과 공장 등 세계 온수기 시장 규모는 30억달러에 이른다. 캐리어는 이런 온수기 시장에서 점유율이 ‘0’인 신참내기다. 캐리어가 개발한 제품과 유사한 방식의 온수시스템이 선보인 적은 있지만 안정성 때문에 오래 가지 못했다. UTC의 상업용 온수기 가격은 3만5,000달러 정도인 유럽식 전기온수기보다 낮게 책정될 전망이다. 원금 회수 기간은 2년이 채 안 걸린다.

캐리어는 현재 유럽 호텔 체인 한 곳에 시험용 온수기 20대를 설치중이다.
다음 목표는 36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상업용 에어컨 시장 가운데 일부인 ‘고급 공기 정청기’ 부문을 공략하는 것이다. 현재의 공기조절 시스템은 신선한 외부 공기를 냉각 혹은 가열한 뒤 환기관으로 실내에 유입시켜 습기 ·균으로 가득한 실내 공기와 대체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전력소모가 크다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실내 공기 정화만으로도 선풍기와 냉각장치 가동비를 최대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 UTC가 내놓은 해법은 실내 공기를 이산화티타늄이 뿌려진 알루미늄 필터를 통해 실외로 배출하는 것이다. 이산화티타늄이 자외선과 만나면 벤젠·포름알데히드 같은 유기화합물을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한다.

이런 방식이 항공기에 적용될 경우 엔진에서 들어온 신선한 공기의 압축으로 기내를 환기할 때 드는 연료가 줄어든다. 이런 공기정화 시스템의 판매실적은 지금까지 부동산 개발업체 SARI가 파리에 소유하고 있는 41층짜리 오피스 타워에 3,000대를 공급한 게 전부다. 캐리어측은 이런 공기정화 시스템을 내년 초반 북미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에너지 절약에서 최대 관심사는 뭐니 뭐니 해도 연료전지다.

UTC의 연료전지는 과거 달 탐사 우주선 아폴로에서 현재 뉴욕 맨해튼의 사무용 빌딩과 알래스카의 우편집중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자동차용 연료전지다. 업계와 정부는 승용차용겿?걀?연료전지 상용화에 연간 20억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연료전지 차량의 본격적인 생산은 10년 후에나 가능할 듯싶다.

UTC는 2001년 연료전지 관련 연간 예산 7,500만달러 가운데 1,100만달러를 자사가 개발한 최신 자동차용 연료전지의 출력과 수명을 늘리는 연구에 투자했다. 그 결과 압축기 없이 저압으로 연료탱크에서 물을 방출함으로써 전지의 출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런 모든 기술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는 여전히 데이비드가 ‘빅딜’을 하나 터뜨려줬으면 하고 바란다. 항공기 제어기기 업체인 록웰 콜린스가 적절하겠지만 지난해 발표한 이익의 16배에 달하는 인수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출 68억달러 가운데 60%가 서비스 계약에서 비롯되고 있는 오티스야말로 합병에 더 유리한 입장이다. 오티스와 일본 기업 4개 등 8개 기업이 세계 엘리베이터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오티스의 아리 바우스비브 사장 말마따나 ‘통합이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데이비드는 올해 15억달러를 인수전에 투입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하니웰 합병건과 비교도 안 되는 작은 규모다. 그의 인수계획은 시장에서 별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러자 데이비드는 “다른 사업군을 사들여 핵심 사업말고 다른 분야로 진출할 계획”이라면서도 “군침 당기는 대상이 필요하다”고 여운을 남겼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계속 쏟아내야 하는 연구진의 부담만 더 커진 셈이다.



전투용 헬기에서 민간용 헬기까지

미국 코네티컷주 스트래트퍼드에 위치한 5만6,000평 규모의 시코르스키(Sikorsky) 헬기 생산공장만큼 경이로운 제조현장도 없다. 베트남전 당시 최대 병력 155명을 수송한 3,000만달러짜리 CH-53E의 위용을 잠깐만 볼 수 있어도 먼 길을 달려온 수고가 헛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시코르스키가 기사 ·조립인력 267명을 해고한 지난해 12월 초순 이곳 현장 근로자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블랙호크의 해외 판매실적도 부진했다. 시코르스키는 올해 헬기 65대 정도를 해외에 판매, 매출 21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의 경우 87대였다.

현재 개발부문 책임자 폴 마틴(57)을 중심으로 시코르스키의 회생전략이 한창 논의되고 있다. 마틴은 2년 전 퇴직생활을 접고 되돌아온 인물이다. 오랫동안 기대를 모았던 코만치 등 3종의 신형 모델 개발을 감독하기 위해서다. 시코르스키와 보잉이 공동 참여한 신모델 개발 프로젝트는 91년 미 육군이 헬기 1,292대를 처음 주문한 이래 난항만 거듭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미 정부가 65억달러 상당의 코만치 650대를 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이미 2종의 신모델이 선보였다. 연간 최대 60대 규모의 본격적인 생산은 오는 2010년 시작될 예정이다.

보잉의 공격용 헬기인 아파치가 안고 있는 단점을 보완할 목적으로 설계된 코만치는 적재 화력이 아파치보다 떨어지지만 정찰용 무인비행기를 최대 4대까지 조종할 수 있다. 정찰용 무인비행기들은 코만치보다 앞서 비행하며 목표물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더 놀라운 것은 코만치가 레이더상에서는 참새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적이 코만치의 위치를 파악한다 해도 격추시키기가 쉽지 않다. 코만치는 80노트의 속도로 좌우 혹은 뒤로 추진할 수 있는데다 디지털 모니터까지 갖추고 있어 약간만 조작하면 미사일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시코르스키는 미 육군으로부터 12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수주했다. 이에 따라 향후 20년 동안 1,200대의 블랙호크를 개조하고 최대 300대를 새로 제작하게 된다. 시코르스키는 민간용 헬기 부문에서 각국 주요 인사와 연안 유정용 수요를 겨냥해 일본 ·스페인 · 브라질 · 대만의협력업체들과 함께 운송용 헬기 제작에 8억 달러나 쏟아 부을 계획이다. 이들 프로젝트가 매출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2005년 이후에나 가능할 듯싶다. 마틴은 “오는 2008년까지 회사 규모가 2배로 늘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의협 회장, 인종차별 논란?...소말리아 의대생 사진에 "커밍 쑨"

2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a2·안정적' 유지..."올해 2.5% 성장"

3"의대 증원 정책 철회해달라"...의대 교수 3000명 모였다

4'빌라'에 손 가네...비(非)아파트 사들이는 3040 늘었다

5中 여행하다 휴대전화·노트북 불심검문 당할 수도

6노소영, 최태원 동거인에 건 위자료 소송...8월 선고

7김성태 기업은행장, 반도체 기업 하이콘 방문…“중소기업 지원 최선”

8카카오, 모처럼 ‘수익성 챙긴’ 실적…영업익 92% ‘급증’

9 ‘여친 살해’ 의대생, 신상 공개 안 해…“피해자 2차 가해 우려”

실시간 뉴스

1의협 회장, 인종차별 논란?...소말리아 의대생 사진에 "커밍 쑨"

2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a2·안정적' 유지..."올해 2.5% 성장"

3"의대 증원 정책 철회해달라"...의대 교수 3000명 모였다

4'빌라'에 손 가네...비(非)아파트 사들이는 3040 늘었다

5中 여행하다 휴대전화·노트북 불심검문 당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