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치마 두르고 ‘리트머스 경영’ 배워”
"왜 이탈리아 음식이냐고요" 이선용(이하 이선):시작은 제조업이었어요. 지난 83년부터 국제정밀이라는 회사를 통해 주문자상표 부착방식(OEM)으로 유선전화기를 생산해 LG전자·삼성전자에 납품했습니다. 그런데 자체 브랜드가 아닌 OEM에 주력하다 보니 채산성이 떨어지더군요. ‘내 브랜드’에 대한 욕심도 생겼고요. 어느 날 아버지(이재연 LG그룹 고문으로 당시는 LG신용카드 부회장이었다)께서 가족회의를 열더니 음식점을 해보자고 하더군요. ‘왜 하필 밥장사냐’며 반대가 심했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사명감’을 강조하면서 밀어붙였습니다. 아버지 지인의 소개로 ‘TGI프라이데이즈’를 들여왔지요. TGIF에 주력하면서 제2 브랜드로 ‘이탈리아니스’를 들여왔는데, TGIF를 롯데에 시집(매각)보낼 때 이탈리아니스는 안 가져가더군요. 그래서 아예 ‘이탈로니아’로 이름을 바꾸고 청담동에 신규점도 열었습니다. 인수·합병(M&A) 덕분에 내 브랜드를 가진 셈이지요. 남수정(이하 남):미국 유학 때부터 맛있는 집만 찾아다녔어요. 외식 비즈니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조금 심하게 말해 대학을 다닌 게 아니라 아이템을 구하러 다녔다고 봐도 됩니다. 보스턴 시내에서 40분 떨어진 곳에 ‘토니로마스’가 인상적이었는데, 판권을 일본 업체가 가지고 있다고 해서 태평양을 건너가 결국 계약했지요. 그런데 막상 들여와 보니 ‘토니’ 따로 ‘로마스’ 따로 이미 상표 등록이 돼 있는 거예요. 이 문제 해결하느라고 8개월이 걸렸어요. 토니로마스에 자신이 붙고 나서는 이탈리아 음식점인 ‘스파게띠아’ ‘매드포갈릭’을 런칭했어요. 스파게띠아는 ‘세련된 분식집’이라고 보면 되요. ‘스파게티의 대중화’가 목표입니다. 2007년까지 1백개 점포를 오픈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우정(이하 이우):생활용품 회사인 ㈜옥시에서 ‘2040 주부를 겨냥해’ 97년 일본의 스파게티 프랜차이즈인 ‘삐에뜨로’를 들여왔습니다. 처음에는 옥시에서 운영하다가 2001년 자동차용품 부문이 불스원으로 분사하면서 외식사업까지 맡게 됐어요. 제가 이때 불스원으로 입사했거든요. 두 분이 깔끔하게 출발했다면 저는 구조조정부터 겪었습니다. 압구정동 1호점을 오픈했을 때만 해도 대박이 터졌다고 해서 신규점을 몰아치기로 냈는데 이게 화근이었지요.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7개였던 매장을 4개로 줄여야 했거든요. 지금은 반대입니다. 자동차용품 사업이 주춤하는 사이 삐에뜨로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외식사업을 맡고 계속 ‘문 닫는 일’만 하다가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신규 오픈한 매장이 바로 무교점이에요. 저한테는 자식 같은 매장이지요. 어때요? 남:그럼 저는 아이가 22명인 셈이네요. 다행히 모두 건강하게 무럭무럭 크고 있습니다. 이선:그런데 왜 이탈리아 음식이냐고요? 사람이 비슷해요. 시끄럽게 싸우고, 밥알 튀기면서 먹고, 마늘 좋아하고…. 술 마시고 아내를 때리는 습관도 비슷하다네요. 남:이탈리아 연구 많이 하셨네요(웃음). 귀신보다 무서운 고객 이우:손님은 확실해요. 아니 귀신이에요. 맛있다, 아니다, 잘한다, 못한다를 정확히 분간하지요. 특히 ‘면 삶기’가 예술이어야 해요. 씹었을 때 똑똑 끊어지면서도 퍼지지 않아야 합니다. 핵심은 면을 끓이는 알덴데(간수) 염도인데요, 이건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래서 주방장은 항상 면 가마 앞에 섭니다. 사실 ‘된다’고 해서 확장하기 힘든 이유가 이거예요. 점포는 확장을 해도 맛은 따라오지 못하거든요. 남:저희는 메뉴 개발을 전담하는 ‘그린포스팀’이 있어요. 파스타팀·오븐팀·그릴팀으로 나눠 스무명을 선발해 연중 내내 메뉴만 연구하게 합니다. 단순히 주방만 지키고 있는 게 아니라 세계 곳곳을 누비지요. 고추장 소스에 소고기와 버섯이 어우러진 ‘만조 스파게티’가 이렇게 개발됐어요. 지금은 ‘만조 매니어’가 생길 정도로 인기입니다. 이선:맞아요. 음식점 사업에서 연구개발(R&D) 우습게 여기면 크게 혼납니다. 저희는 ‘차갑게’와 ‘뜨겁게’를 지킵니다. 가령 샐러드는 아주 차갑게 제공하고, 스파게티나 파스타는 뜨겁게 대접합니다. 차가운 샐러드는 접시는 물론 포크까지 얼음장같이 차갑게 하고 샐러드에 얼음 드레싱까지 해요. 이우:화학제품 중에는 어느 품목은 단가가 2천만원 하는 경우도 있어요. 스파게티는 1만원이 고작입니다. 돈으로 비교하면 게임도 안 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스파게티한테 더 신경이 쓰입니다. 1만원짜리 음식을 찾는 1천명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한테는 외식업이 더 짜릿한 비즈니스입니다. 남:음식점 사업은 정직해요. 리트머스 시험지 같다니까요. 2시간을 기다리더라도 꼭 먹고 가는 손님이 있어요. 이럴 때 감격합니다. 정말이지 주먹만한 매장에서 하루 6백만원 매출이 나오는데 얼마나 기특한지 몰라요. "역시 사람이 보배다" 남:외식업계 사람들이 ‘헤쳐 모여’를 해보면 아마 80% 이상은 TGIF 출신일 겁니다. 이런 면에서 저도 TGIF 덕을 많이 봤지요. TGIF 출신이라면 재취업률 1백%였습니다. 믿고 맡길 수 있거든요. 이선:사람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섭섭하면서도 자랑스럽지요. 지나고 보면 이게 저한테는 아주 보람 있는 일이에요. TGIF를 서비스 기업의 대명사로 만들겠다는 것이 저의 바람이었는데,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잖아요.TGIF 시절 매출이나 서비스에서 전 세계 60여국에 진출해 있는 TGIF 가운데 선두 그룹에 있었습니다. 하루 매출 세계최고 기록(2천8백80만원), 미국 본사 선정 ‘올해의 프랜차이즈상’ 3년 연속 수상 등 신기록은 저희가 다 갈아치웠지요. TGIF 본사 행사가 있을 때는 언제나 헤드 테이블에 앉도록 배려받았을 정도입니다. 남:그러니까 ‘외식업 사관학교장’이라고 불리는 거지요. 특히 ‘퍼피독’(Puppy Dog·손님과 눈높이를 맞춰 무릎을 꿇고 주문받는 서비스)이 화제였어요. 이선:사실 맛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됩니다. 그러나 서비스는 다르지요. 내 돈 내고 밥 먹는 손님은 그만큼 귀한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거지요. 손님이 즐거워야 비로소 외식업 비즈니스가 되는 겁니다. 이우:정말 사람 관리가 힘들어요. 저도 그만 두겠다는 주방장 설득하느라고 밤새 술 마시면서 병원 실려간 적도 있어요. 새삼 ‘경영은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매장에 날마다 직접 나갈 수는 없으니까 요새는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사무실에 걸린 직원들 사진을 보면서 인사를 합니다. 남:썬앳푸드의 사람 관리는 철저히 ‘반관료주의’입니다. ‘규격’에 맞는 것은 모두 버리라고 합니다. 애당초 남녀 차별이 없었는데 점장(店長)이 여성으로 채워지다 보니 나중에는 ‘여자를 우대한다’는 소문도 나더군요. 지금은 적당한 성 비율을 위해 남성을 ‘우대’해 주고 있어요(웃음). 이우:음식점도 기업이니까 직원들에게 비전을 줘야 해요. 캡틴이 매니저가 되고, 매니저가 다시 점장이 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적당한 시기에 점포를 늘리면서 직원들에게 비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러나 막상 확장을 하려면 하나도 쉬운 일이 없어요. 이선:저도 처음에는 이태원에서만 사업을 하다가 지난 3월에 청담동에 2호점을 오픈했어요. 그런데 확장도 쉬운 일이 아니에요. 신규점을 오픈할 때마다 그곳에서 ‘정말 새롭구나’하는 느낌을 선보여야 하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똑같은 수준의 서비스와 음식 맛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러면서 상권을 읽는 지혜도 배워요. 패밀리레스토랑은 5년, 10년 후를 내다봐야 합니다. 당장은 외곽상권이어도 나중에는 빛을 볼 수 있습니다. 가령 목동 같은 곳은 시간이 흐를수록 매출이 늘어나는 곳이지요. 이우:부동산 문제 때문에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건물주가 ‘바닥권리금을 내라’는 겁니다. 기존의 사업자가 영업권을 팔면서 권리금을 내라고 하면 인정하겠는데, 신축한 건물의 주인한테 ‘바닥피’를 내는 것은 이해할 수 없어요. 남:그래서 저희는 철저하게 B급 상권을 찾아다녀요. 저희 식으로 ‘다락방 전략’이라고 하는데…. 대로변에서 떨어진 이면도로, 1층보다는 2층 혹은 지하를 찾아갑니다. 그렇지 않고는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어요. 여의도 서울증권 사옥에 들어갈 때는 ‘지하 8백평 매장을 다 주는 대신 여의도의 명물로 키우겠다’ 하고 계약했습니다. 그리고···아버지 이선:아버지(이재연 LG그룹 고문)는 평생 제조업만 하신 분이에요. 그런데 90년대 초인데요, LG카드로 옮기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앞으로는 서비스업이 클 것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예순이 넘은 아버지 주도로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TGIF를 들여왔습니다. 이때 아버지 말씀이 ‘사명감을 가지고 하자’는 겁니다. 탁월한 안목에 놀랄 수밖에요. 처음엔 앙드레 김씨한테 직원들 유니폼 디자인을 의뢰할 정도로 관심이 크셨어요. 고객 응대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서비스로 유명한 일본 MK택시를 방문하기도 했지요. (이사장의 부친인 이재연씨는 대림그룹 이재준 창업주의 친동생이다. 이사장은 이준용 대림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 된다. 나중에 이고문은 LG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차녀 구자혜씨와 결혼하면서 LG그룹에서 일하게 된다. 따라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그의 외삼촌, 구본무 회장이 외사촌이 된다-편집자) 이우:저는 아버지(이수영 동양제철화학 회장)께 숱하게 혼났습니다. 조금이라도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 싶으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졌지요. 지금도 예고도 않고 매장을 찾고 화장실을 둘러보기도 합니다. 가장 ‘깐깐한 고객’이자 ‘경영 코치’입니다. 남:아버지(남충우 타워호텔 회장)요, 저한테는 든든한 후견인이지요. 대학 4학년 중간고사 기간이었는데, 마침 그때 접촉한 미국 본사와 미팅이 있었어요. 시험을 빼먹고 3박 4일 동안 달라스에 다녀와야 했지요. 이때 아버지가 학과장님께 전화해 양해를 구해준 적도 있어요. 깐깐하고 보수적인 성격으로 서비스 업계 ‘대선배님’이기도 합니다. 경영 수업을 받으면서 남모르게 눈물 많이 흘렸어요. 토니로마스 2호점을 오픈하던 시기가 결혼식과 겹치는 바람에 드레스 가봉도 못하고 신부 입장을 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결혼사진 보여주는 것이 영 찜찜해요. 어쨌든 저는 전진이 좋아요. 회사에서 제 별명이 ‘전진팀장’이거든요. 95년 설립하고 계속 ‘앞으로’만 외쳤습니다. 이런 도전정신이 고스란히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것입니다. 요리 솜씨요? 이선:‘봉골레(조개) 파스타’를 추천합니다. 조개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에 반할 걸요. 요리 솜씨요? 제가 매장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청소 같은 허드렛일이 ‘주특기’지만 집에 들어가면 가끔은 요리사가 됩니다. 자취생활을 오래해 깐풍기 정도는 눈 감고도 만듭니다. 4남매 간식용으로 그만입니다. 물론 파스타 요리도 자신 있어요. 남:‘드라큘라 킬러’(마늘과 빵이 함께 나오는 요리)는 예술처럼 만들 수 있어요. 또 ‘뜨는 메뉴’ 감별하는 데는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이우:영국에서 직장 생활할 때 아내가 그곳에서 출산을 했지요. 제가 직접 미역국을 끓여줬습니다. 대한민국 남자 치고 미역국 끓일 정도면 80점 넘는 것 아닌가요? 비록 미역국에 파를 썰어 넣어 망신을 당하기는 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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