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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種 지정된 가락 시영 7천만원 이상 추가부담

2種 지정된 가락 시영 7천만원 이상 추가부담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가락시영아파트가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채산성이 떨어지자 잠실 등 저밀도 지구 아파트 값이 폭등하고 있다. 사진은 잠실 주공아파트 단지.
주거지역의 마구잡이 개발을 막기 위해 지역 특성에 따라 건물 높이를 차등 적용하는 서울시의 ‘일반주거지역 종(種) 세분화’가 부동산시장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2일 열린 도시계획심의에서 종로구·중구·송파구 등 11개 자치구에 대한 일반주거지역 종 세분화 계획안을 확정하면서 자치구 요청안보다 대부분 용적률을 하향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송파구 가락 시영아파트와 용산구 한강맨션 등 저층 아파트가 2종으로 지정됐다. 나머지 3종으로 신청된 재건축아파트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종 지정 사업지연 불가피 종 세분화는 일반주거지역을 1종(구릉지, 용적률 1백50% 이하, 4층 이하), 2종(중저층 주택지역, 2백% 이하, 7∼12층), 3종(역세권·간선도로변, 2백50% 이하, 층수 제한 없음)으로 나눠 관리하는 것이다. 과밀개발 등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0년 7월 도시계획법(현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과 함께 도입, 추진된지 3년 만에 시행되는 것이다. 이번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종 세분화가 확정된 11개 구에서 송파구 가락 시영과 한강맨션이 당초 3종으로 건의했던 구청 안이 기각되고 2종으로 지정됨에 따라 해당 단지는 충격에 빠졌다. 용적률이 줄면 수익률이 떨어지고,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 단일 재건축아파트 단지 가운데 최대 규모인 가락동 가락 시영(6천6백가구) 조합원들은 이번 서울시의 결정에 적잖이 당혹해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용적률 2백50% 이하에 맞춰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이번 결정으로 재건축 사업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2종으로 결정된 다른 재건축 조합과 연대 투쟁하는 등 강력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선 가락 시영의 경우 용적률 하락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2백50%를 적용할 때보다 조합원들이 7천만∼8천만원 정도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당초 조합은 용적률 2백50%를 적용해 현재의 6천6백가구를 헐고 7천2백75가구(총 연면적 30만평 규모)를 새로 지을 계획이었으나, 2종으로 결정됨에 따라 재건축을 통해 늘릴 수 있는 총면적이 24만평으로 6만여평가량 줄어들게 됐다. 이는 30평 아파트 2천여가구에 해당하는 면적으로 그만큼 조합원 수익이 줄어 추가부담이 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도시계획심의 결과가 알려진 25일 이후 인근 중개업소에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가락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매도자가 모두 관망세로 돌아서는 등 용적률 하락으로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것 같다”며 “하지만 주거환경이 쾌적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들도 많아 값이 급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서울시 종 세분화 지침에 의해 2종으로 분류됐다가 주민 반발 등의 이유로 뒤늦게 구청이 3종으로 상향 조정한 용산구 한강맨션도 2종 지정 소식에 충격에 싸여 있다. 이 아파트는 용적률 2백50%를 기준으로 1천1백18가구를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2종으로 지정됨에 따라 연면적 기준으로 1만6천여평이 줄어들어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다른 재건축 사업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번 심의 결과를 볼 때 아직 종 분류가 결정되지 않은 재건축 단지들도 심의과정에서 2종 지정 등으로 용적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대치동 청실아파트(1천3백78가구)와 국제아파트(2백가구)가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는 당초 서울시 종 세분화 기준에 따라 2종으로 분류됐으나 주민 반발이 거세자 강남구가 5월 말 구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슬그머니 3종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택지개발지구인 강동구 고덕지구와 대지조성사업지구인 둔촌지구도 3종으로 신청됐지만 결과를 장담 못하게 됐다. 이들 단지는 이미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된 강남구 개포지구가 저층과 고층을 합한 재건축 평균 용적률이 2백%로 확정돼 애초부터 3종 지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 대상의 경우 서울시 지침을 무시하고 3종으로 상향 조정한 곳이 많다”며 “이런 단지들은 9월초 열리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과정에서 2종으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잠실 등 저밀도는 반사이익 이번 조치로 잠실 등 저밀도지구 아파트값은 폭등하고 있다. 가락 시영이나 강동구 둔촌·고덕 등 그동안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던 아파트들의 채산성이 불투명해지자 사업계획이 확정된 이들 아파트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잠실 주공 저층단지의 경우 지난 25일 1차 종 세분화 심의 결과가 발표된 이후 사흘 동안 최고 5천만원까지 치솟았다. 잠실 주공1단지 13평형은 지난 25일 시 발표 전까지 4억5천만원이던 것이 27일 기준 4억9천만∼5억원선으로 4천만∼5천만원이 올랐다. 1단지는 그동안 잠실 저밀도지구 내 다른 아파트보다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곳으로 이번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잠실공인중개사무소의 최자영씨는 “종 세분화 결과가 발표된 후 1단지 13평형이 4억9천2백만원에 실제 거래됐다”며 “전화 문의가 빗발쳐 매일 아침·저녁으로 호가가 5백만∼1천만원 이상 뛰고 있다”고 말했다. 주공4단지 17평형도 지난주 5억7천만∼5억8천만원이던 것이 이번 주 들어 6억∼6억1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3단지 15평형도 4억5천만원이던 것이 4억7천만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집주인들이 더 오를 때를 기다리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이형민 유진공인중개사무소 사장은 “가락 시영과 고덕·둔촌지구가 2종으로 지정되면 수익률이 떨어지고 사업은 장기화될 것이라는 생각에 비슷한 권역에 있는 잠실로 몰리는 것 같다”며 “가격 상승이 너무 심해 공식 시세에 반영도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잠실보다 사업이 더디지만 역시 저밀도지구에 속한 서초 반포지구의 주공2·3단지나 암사·명일지구도 종 세분화 발표 후 가격이 꿈틀거릴 조짐이다. 강남구에선 청실 등의 3종 지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은마아파트 값이 크게 뛰었다.

재개발·단독주택 등도 투자 유의해야 현재 재개발을 추진 중인 곳들도 상당수가 1, 2종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이미 종 세분화가 확정된 이촌동과 보광동 일대 재개발 지역의 상당수가 2종으로 지정됐다. 이 경우 아파트 건립 가구 수가 줄어 채산성이 떨어짐은 물론 다가구를 다세대로 전환, 쪼개 판 곳이 많은 곳은 건립가구 수보다 조합원 수가 더 많아 사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백준 조인스랜드컨설팅 사장은 “성동구 등 재개발 추진 밀집지역은 조합원 수가 많이 늘어 용적률을 2백50% 이상 받지 않으면 사업이 힘든 곳이 많다”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단독주택지 역시 1·2종 지정이 확실하다. 이 경우 다가구·다세대 등을 신축할 때 종전보다 개발 수익성이 10∼3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서용식 수목건축 사장은 “북측에 6m 도로가 접한 80여평 대지에 다세대 주택을 지을 경우 종전에는 개발 연면적이 1백94평(5층)이었으나,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되면 면적이 1백62평(5층)으로 줄면서 수익률도 16.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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