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장은 중국, 연구소는 한국에”
 | 지난 8월29일 방한한 인텔의 크레이크 배럿 사장은 연말까지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이 지난 8월26일 의미 있는 발표를 내놨다. 내년 초부터 3억7천5백만 달러(약 4천5백억원)를 투자해 중국 중서부 쓰촨(四川)성 성도인 청두(成都)에 반도체공장을 짓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공사기간은 약 20개월이며 2005년 중 가동을 시작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지구 내 반도체공장에 1999년부터 지금까지 약 5억 달러를 투입한 인텔이 쓰촨성에 또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중국의 시장성과 기업환경이 다른 나라에 비해 그만큼 좋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크레이그 배럿은 “청두를 선택한 것은 생산원가가 저렴하고 숙련된 노동자들이 많으며,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권유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인텔의 쓰촨성 공장 건설 계획은 정보기술(IT) 부문에서도 중국의 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상하이에서 서쪽으로 1천7백㎞) 내륙지방에 공장을 건설키로 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는 중국 전역이 투자대상 적격지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도 된다. 중국 정부는 해안지대에 비해 경제적으로 낙후된 서부 내륙지방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이번에 인텔 공장을 쓰촨성에 유치함으로써 그런 노력이 결실을 본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모토로라와 일본의 미츠비시전기·후지츠·NEC·마츠시타 등이 중국 업체와 손잡고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설립했다. 삼성전자도 쑤저우 공장에서 S램과 D램을 조립생산하고 있다. 최근엔 독일의 대표적인 반도체회사인 인피니온이 중국 투자를 적극 고려하고 있으며, 대만 정부의 투자 규제 완화 이후 TSMC 등 대만의 반도체 업계도 중국 진출을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 반도체 관련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가트너는 올해 중국산 반도체 매출이 지난해보다 18% 늘어난 2백7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부터 아시아지역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우고 공장 후보지를 물색해 왔다. 우리 정부도 이 사실을 알고 인텔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뛰었다. 8월29일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크레이그 배럿이 방한해 노무현 대통령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났다. 사실 노대통령은 지난 5월 생애 첫 방미 기간 중 실리콘밸리의 인텔 본사를 찾았다. 진대제 장관은 앞서 이미 인텔사에 가 있었다. 모두 투자 유치를 위한 작업이었다. 배럿 사장은 이번 방한에서 연말까지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프로젝트 규모는 인텔 엔지니어들이 10월에 방한해 최종 결정할 예정인데, 연구소인 만큼 초기 인력은 20명선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 관계자들은 이 R&D센터를 유치하면 공장 유치도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인텔은 한국을 공장 후보지로는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역시 중국을 제일의 투자대상국으로 삼고 있음이 틀림없어 보인다. 인텔은 현재 전체 매출의 40% 정도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거두고 있어 앞으로도 아시아지역 투자를 계속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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