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만 죽이는 표적 치료제 개발
암세포만 죽이는 표적 치료제 개발
A Step Past Chemotherapy
암 연구자들은 대체로 고집이 세다. 그들은 수치에 훤하다. 매일 미국인 1천5백명 이상이 암으로 사망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들은 또 적에 대해서도 훤하다. 이 잠행성 질환은 사실상 인체의 모든 기관을 파괴하면서 어린이·어른 가리지 않고 모두 죽인다. 암 연구자들은 또 아멜리아 길라디(72) 같은 환자가 특례가 아닌 일반적 사례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새 치료법들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유방암을 극복한 지 10년도 넘은 1998년 길라디는 골수암인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았고 겨우 3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았다. 기존의 화학요법이 실패하자 길라디는 당시 실험 중이던 벨케이드(Velcade)라는 치료제의 임상실험에 자원했다. 8개월 뒤 그녀는 병이 완전히 나았다. 길라디는 “나는 온갖 방법을 다 써봤다. 시도해볼 또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었다”고 말했다.
수십년 동안 의사들은 암세포를 약화시키기 위해 기존의 화학요법에 의존해 왔다.
그 치료법은 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화학요법은 인체를 전면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암세포뿐 아니라 건강한 세포도 공격한다) 환자들은 극심한 메스꺼움과 피로 및 면역체계 약화 등 여러 부작용에 시달린다. 그리고 내성이 생기거나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오늘날 암의 발병과 진행방식에 대해 좀더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 덕분에 환자들은 종양학 대변혁의 혜택을 누리기 시작했다. 그 대변혁이란 다름아닌 암세포의 분자적 특성들에 작용하면서 건강한 조직은 비교적 다치지 않게 하는 표적 치료제들을 말한다.
생물공학 관련 업체들은 현재 수백개의 화합물을 실험하고 있으며, 2003년 5월 신속심사 절차를 거쳐 벨케이드를 승인한 미 식품의약국(FDA)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제들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적의 치료제는 여전히 등장하지 않았지만 조심스러운 성과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임상종양학회 회장 당선자인 밴더빌트-잉그램 암센터의 데이비드 H. 존슨 박사는 “비록 작은 성과들이지만 각각의 성과는 대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래 전부터 암은 유방·폐·뇌 등 인체의 부위별로 분리됐지만 연구자들은 이제 암세포를 건강한 세포로부터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암세포로부터도 변별되게 만드는 무수한 단백질과 유전자들을 따로 구분한다. 흥미있는 변종들도 발견된다. 두개의 유방암 종양세포는 현미경으로 보면 똑같이 생겼을지 몰라도 서로 다른 유전자들을 건드릴 수 있다. 그 결과 두 종양은 현저히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활동하며 다른 치료법을 써야 먹힌다.
이같은 독특한 특성들이 드러나면서 새로운 분자 표적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과학자들은 ‘스마트 폭탄’ 치료제를 고안하기에 이르렀다. 1998년 승인된 허셉틴은 유방암 종양의 약 30%의 원인이 되는 유전적 결함을 표적으로 삼은 최초의 표적 치료제였다.
그같은 결함은 유전자와 단백질로 구성된 복잡한 네트워크 안에서 일어난다. 이 모든 유전자와 단백질은 암을 살리기 위해 특정한 역할을 수행한다. 표적 치료제들은 이 네트워크의 다양한 경로를 방해한다.
이 새로운 접근법이 보여준 한가지 의미심장한 진전은 2001년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로 승인된 글리벡(Gleevec)이다. 글리벡은 암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티로신 키나제라는 이름의 단백질을 억제한다. 이제 다른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들도 시판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FDA는 화학요법에 실패한 폐암 환자들을 위해 이레사(Iressa)를 승인했다. 각종 임상실험 결과 이 약물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환자들의 약 10%의 경우에서 암덩이가 작아졌을 뿐이다. 휴스턴에 있는 M. D. 앤더슨 암센터의 의사 로이 허브스트는 “홈런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지만 일부 환자들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약은 궁극적으로 다른 약과 병용해 종양의 증식을 억제하는 유지요법으로서 최대 효과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허브스트는 말했다.
암세포의 증식기관을 표적으로 삼는 일은 오래 전부터 종양의 혈액 공급을 차단하는 혈관 형성 억제 분야의 목표였다. 과학자들은 수십년에 걸친 연구 끝에 종양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한 혈관을 형성하는 혈관 내피세포 성장인자라는 이름의 단백질을 분리해냈다. 오늘날 최초의 혈관 형성 억제제인 아바스틴(Avastin)은 전이성 결장암 치료 효과에 대해 FDA의 심사를 받고 있다. 이 약의 효과도 역시 제한적이지만 임상실험 대상자들은 중증 환자들이었다. 연구자들은 새로운 치료제들이 암 진행 정도가 낮은 환자들의 치료에 더 큰 효과가 있기를 희망한다.
길라디가 쓴 치료제 벨케이드는 완전히 다른 경로를 표적으로 삼도록 고안됐다. 암세포의 단백질 찌꺼기에 작용하는 것이다. 이 치료제는 암세포가 더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단백질들을 프로테아좀이라는 이름의 효소가 분쇄하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하는 것 같다. 단백질 찌꺼기 처리를 막음으로써 벨케이드는 암세포를 약화시켜 궁극적으로 암세포의 생물학적 자살을 유도한다. 다른 표적요법들과 마찬가지로 벨케이드는 다른 치료제와 병용할 때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치료제를 만드는 밀레니엄 제약회사의 데이비드 셴케인 박사는 “암은 매우 복잡한 질병이다. 단일 경로를 표적으로 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표적 치료제들은 완벽하지 않다. 또 값이 비싸게 마련이다(어떤 치료제의 경우는 표준요법에 2만달러 이상이 들어간다). 이 치료제들은 독성은 적지만 부작용은 여전히 있다. 그리고 분명한 용도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그런 약이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이 치료제들은 분명 암 치료의 새 시대를 열었다.
이제 중요한 과제는 암의 진단과 치료를 잘 조절해 환자들에게 맞춤약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UCLA 존슨 통합암센터의 의사 찰스 소여스는 “만일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커다란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라 완치의 희망도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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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연구자들은 대체로 고집이 세다. 그들은 수치에 훤하다. 매일 미국인 1천5백명 이상이 암으로 사망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들은 또 적에 대해서도 훤하다. 이 잠행성 질환은 사실상 인체의 모든 기관을 파괴하면서 어린이·어른 가리지 않고 모두 죽인다. 암 연구자들은 또 아멜리아 길라디(72) 같은 환자가 특례가 아닌 일반적 사례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새 치료법들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유방암을 극복한 지 10년도 넘은 1998년 길라디는 골수암인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았고 겨우 3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았다. 기존의 화학요법이 실패하자 길라디는 당시 실험 중이던 벨케이드(Velcade)라는 치료제의 임상실험에 자원했다. 8개월 뒤 그녀는 병이 완전히 나았다. 길라디는 “나는 온갖 방법을 다 써봤다. 시도해볼 또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었다”고 말했다.
수십년 동안 의사들은 암세포를 약화시키기 위해 기존의 화학요법에 의존해 왔다.
그 치료법은 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화학요법은 인체를 전면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암세포뿐 아니라 건강한 세포도 공격한다) 환자들은 극심한 메스꺼움과 피로 및 면역체계 약화 등 여러 부작용에 시달린다. 그리고 내성이 생기거나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오늘날 암의 발병과 진행방식에 대해 좀더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 덕분에 환자들은 종양학 대변혁의 혜택을 누리기 시작했다. 그 대변혁이란 다름아닌 암세포의 분자적 특성들에 작용하면서 건강한 조직은 비교적 다치지 않게 하는 표적 치료제들을 말한다.
생물공학 관련 업체들은 현재 수백개의 화합물을 실험하고 있으며, 2003년 5월 신속심사 절차를 거쳐 벨케이드를 승인한 미 식품의약국(FDA)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제들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적의 치료제는 여전히 등장하지 않았지만 조심스러운 성과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임상종양학회 회장 당선자인 밴더빌트-잉그램 암센터의 데이비드 H. 존슨 박사는 “비록 작은 성과들이지만 각각의 성과는 대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래 전부터 암은 유방·폐·뇌 등 인체의 부위별로 분리됐지만 연구자들은 이제 암세포를 건강한 세포로부터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암세포로부터도 변별되게 만드는 무수한 단백질과 유전자들을 따로 구분한다. 흥미있는 변종들도 발견된다. 두개의 유방암 종양세포는 현미경으로 보면 똑같이 생겼을지 몰라도 서로 다른 유전자들을 건드릴 수 있다. 그 결과 두 종양은 현저히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활동하며 다른 치료법을 써야 먹힌다.
이같은 독특한 특성들이 드러나면서 새로운 분자 표적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과학자들은 ‘스마트 폭탄’ 치료제를 고안하기에 이르렀다. 1998년 승인된 허셉틴은 유방암 종양의 약 30%의 원인이 되는 유전적 결함을 표적으로 삼은 최초의 표적 치료제였다.
그같은 결함은 유전자와 단백질로 구성된 복잡한 네트워크 안에서 일어난다. 이 모든 유전자와 단백질은 암을 살리기 위해 특정한 역할을 수행한다. 표적 치료제들은 이 네트워크의 다양한 경로를 방해한다.
이 새로운 접근법이 보여준 한가지 의미심장한 진전은 2001년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로 승인된 글리벡(Gleevec)이다. 글리벡은 암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티로신 키나제라는 이름의 단백질을 억제한다. 이제 다른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들도 시판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FDA는 화학요법에 실패한 폐암 환자들을 위해 이레사(Iressa)를 승인했다. 각종 임상실험 결과 이 약물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환자들의 약 10%의 경우에서 암덩이가 작아졌을 뿐이다. 휴스턴에 있는 M. D. 앤더슨 암센터의 의사 로이 허브스트는 “홈런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지만 일부 환자들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약은 궁극적으로 다른 약과 병용해 종양의 증식을 억제하는 유지요법으로서 최대 효과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허브스트는 말했다.
암세포의 증식기관을 표적으로 삼는 일은 오래 전부터 종양의 혈액 공급을 차단하는 혈관 형성 억제 분야의 목표였다. 과학자들은 수십년에 걸친 연구 끝에 종양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한 혈관을 형성하는 혈관 내피세포 성장인자라는 이름의 단백질을 분리해냈다. 오늘날 최초의 혈관 형성 억제제인 아바스틴(Avastin)은 전이성 결장암 치료 효과에 대해 FDA의 심사를 받고 있다. 이 약의 효과도 역시 제한적이지만 임상실험 대상자들은 중증 환자들이었다. 연구자들은 새로운 치료제들이 암 진행 정도가 낮은 환자들의 치료에 더 큰 효과가 있기를 희망한다.
길라디가 쓴 치료제 벨케이드는 완전히 다른 경로를 표적으로 삼도록 고안됐다. 암세포의 단백질 찌꺼기에 작용하는 것이다. 이 치료제는 암세포가 더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단백질들을 프로테아좀이라는 이름의 효소가 분쇄하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하는 것 같다. 단백질 찌꺼기 처리를 막음으로써 벨케이드는 암세포를 약화시켜 궁극적으로 암세포의 생물학적 자살을 유도한다. 다른 표적요법들과 마찬가지로 벨케이드는 다른 치료제와 병용할 때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치료제를 만드는 밀레니엄 제약회사의 데이비드 셴케인 박사는 “암은 매우 복잡한 질병이다. 단일 경로를 표적으로 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표적 치료제들은 완벽하지 않다. 또 값이 비싸게 마련이다(어떤 치료제의 경우는 표준요법에 2만달러 이상이 들어간다). 이 치료제들은 독성은 적지만 부작용은 여전히 있다. 그리고 분명한 용도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그런 약이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이 치료제들은 분명 암 치료의 새 시대를 열었다.
이제 중요한 과제는 암의 진단과 치료를 잘 조절해 환자들에게 맞춤약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UCLA 존슨 통합암센터의 의사 찰스 소여스는 “만일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커다란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라 완치의 희망도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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