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경쟁력은 젊음, 무기는 서비스”

“경쟁력은 젊음, 무기는 서비스”

삼겹살 전문점(돈주앙)은 깔끔한 인테리어와 젊은 감각의 서비스로 승부하고 있다.
대치동 중국음식점 현경은 24시간 영업으로 유명해졌다.
대치동 상권은 1급지로 분류되는 노른자위 상권이기 때문에 건물 임대료가 비싸다. 창업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며, 영업을 하다가 조금이라도 경쟁력이 떨어지면 임대료조차 감당하기 힘든 곳이다. 서울 강남에서도 가장 치열한 상권으로 꼽히는 대치동 상권을 구석구석 누비며 숨가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젊은 창업자들이 있다. 이들의 최대 무기는 ‘젊음’이다. 젊은 창업자들은 밤잠을 줄이고, 걷는 대신 뛰어다니며 대치동 상권을 조금씩 파고들고 있다.

속도가 경쟁력, 배달업종에서 두각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후문 근처에 있는 농산물 판매점 ‘자연의 모든 것’. 매일 오후 3시면 이곳은 저녁 반찬거리를 사러온 주부들과 이들에게 야채를 파는 총각들의 발걸음과 손놀림이 경쾌하게 어우러진다. 겉보기엔 보통 가게와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일정한 메커니즘에 의해 포장과 계산 그리고 배달이 착착 이뤄지고 있다. 10여명의 총각 점원들은 18평 가게를 분주히 오가며 자신이 맡은 일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해내고 있다. 하루 1천여명의 손님이 찾는다는 이 가게가 눈에 띄는 것은 사장과 점원 모두가 총각이라는 것. 이 총각들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강남 아줌마’들을 단골로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자연의 모든 것’ 정육점을 이용한다는 한 은마아파트 주민은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 것이 보기 좋아 일부러 이곳을 찾는다”며 “물론 고기의 질이 좋은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자연의 모든 것을 이끄는 대표 총각인 이영석(37) 사장은 “새벽 도매시장에서 좋은 과일과 야채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자체 평가했다. 한 점원은 “이사장이 새벽마다 칼을 들고 가락시장에서 과일 박스를 거꾸로 세우고 찢어 ‘칼잡이’라고 불린다”며 “좋은 제품만 팔겠다고 노력한 것이 고객들에게 감동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대치동 중국음식점 ‘현경’의 이병노(45) 사장은 1998년 탁자 몇 개로 시작한 중국집 사업을 이제는 제법 큰 규모로 성장시켰다. 그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24시간 배달 서비스. 98년 당시만 해도 흔치 않은 것이 24시간 영업하는 중국집이었다. “벤처기업이나 학원강사를 상대로 장사를 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밤샘이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시켜 먹을 곳을 찾다가 조금씩 알려졌죠. 지금은 이 근처에서 야식배달의 대명사가 됐죠.” 하루 4∼5시간을 자며 강행군해야 하는 만큼 가장 큰 문제는 체력이다. 이사장은 “음식 배달업의 경우 맛과 배달시간에서 고객들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며 “모든 것을 직접 총괄해야 하는 만큼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에서 젊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일식 도시락 배달 전문점 홈벤토 대치동점 김대희(30)씨도 ‘배달의 젊은이’다. 김점장은 “대치동의 경우 주택가와 사무실이 적절하게 분포돼 있어 배달업을 하기에 이상적인 입지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김점장은 남성 직장인 고객 확보가 창업 성공의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전단지 들고 무작정 근처 사무실들을 찾아다녔어요. 처음에는 귀찮아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고객이 조금씩 늘었지만 그는 모든 것을 혼자 도맡아 했다.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음식 재료 값을 줄일 수 없잖아요.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튼튼한 두 팔과 다리뿐이었죠. 배달부터 3평 남짓한 매장 관리까지 혼자 다 했지요.” “힘들지만 젊을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는 것이 김점장 생각이다. 김점장은 매달 6백만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공략 대치동의 삼겹살 전문점인 ‘돈주왕’은 깔끔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김용표(31) 사장이 2003년 10월 가게를 열면서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 바로 실내 인테리어였다. 김사장은 “가족중심 문화가 지배적인 대치동에 젊은 층을 위한 음식점이 부족한 것에 주목했다”며 “삼겹살집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온돌방도 없애고 환기통도 고급스러운 제품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삼겹살집으로는 드물게 24시간 영업도 시작했다. “여기는 학원이 많아요. 1∼2시에 학생들 수업이 끝나면 학원 강사들이 갈 곳이 없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24시간 서비스를 하기로 했죠.” 그의 선택은 적절했다. 김사장은 “새벽 매출이 저녁 매출보다 많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에서 별난 버섯집을 운영하고 있는 장현구(31) 사장도 비교적 이른 나이에 창업에 뛰어든 케이스. 유독 요리에 관심이 많던 그는 여행사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요리에 관한 창업 아이템을 찾았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버섯요리라는 새로운 아이템의 가능성을 보고 버섯요리 전문점을 창업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소 요리에 자신이 있었지만 막상 버섯요리를 하려고 했더니 결코 만만한 게 아니더군요. 회사를 그만두고 한 달 동안 버섯매운탕 끓이는 것만 배웠죠.” 장사장은 “새로운 요리 분야인 만큼 제대로 맛을 내려면 재료 배합법이나 육수 끓이는 시간까지 정확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정확한 배합으로 늘 변함없는 맛을 유지할 수 있어 손님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저녁 시간 이곳을 찾은 한 손님은 “사장이 직접 버섯요리의 효능에 대해 설명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에어로빅 강사에서 ‘해초세상’이라는 음식점 사장으로 변신한 송선화(30)씨. 에어로빅의 주 고객층이던 ‘아줌마’들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됐다. 송사장은 “에어로빅을 가르칠 때도 주부들에게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조언을 많이 했다”며 “해초식품의 장점을 주부들이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바탕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부들이 많은 곳은 어느 곳이나 작은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기 마련”이라며 “최대한 빨리 커뮤니티의 인정을 받는 것이 창업에 성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강남의 새로운 중심부 대치동 대치역 상권은 교통이 편리한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구성돼 있다. 은마·미도·선경 아파트 등 대단지 아파트로 둘러쌓여 있다. 수서 지역과 양재를 연결하는 지하철 3호선 중계지점으로 지형적으로 강남의 중심부에 위치한 주거 지역이다. 거주자들은 중산층 이상으로 교육 정도와 생활 수준이 타지역보다 높은 편이다. 남부순환로를 중심으로 금융기관의 집중에 따른 상가가 형성돼 있다. 이곳은 다른 역세권과 달리 업무시설 집중보다는 주거 집중 지역으로 상권도 주거 지역에 형성되는 업종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건물마다 평균 2, 3개의 학원이 입주해 있는 것도 특징이다. 최근 분당선이 개통되면서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초심자의 행운’ 처음 구매한 복권이 1등…“동생도 로또 당첨자”

2北 김여정, 대남 오물풍선에 “성의의 선물…계속 주워담아야 할 것”

3우리은행, 알뜰폴 사업 진출…LG유플러스 망 활용

4소득 끊긴 전공의…의협 ‘100만원 지원’에 2900명 신청

5‘회계기준 위반’ 오스템임플란트, 과징금 15억원 부과 받아

6‘김건희 수사팀’ 유임…검찰 중간 간부 인사

7北에서 날아온 '오물 풍선' 전국서 260여 개 발견

8넷마블 신작 MMORPG ‘레이븐2’, 29일 오후 8시 정식 출시

9남양유업, 이유식 브랜드 ‘아이꼬야 맘스쿠킹’ 신제품 2종 출시

실시간 뉴스

1‘초심자의 행운’ 처음 구매한 복권이 1등…“동생도 로또 당첨자”

2北 김여정, 대남 오물풍선에 “성의의 선물…계속 주워담아야 할 것”

3우리은행, 알뜰폴 사업 진출…LG유플러스 망 활용

4소득 끊긴 전공의…의협 ‘100만원 지원’에 2900명 신청

5‘회계기준 위반’ 오스템임플란트, 과징금 15억원 부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