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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도 잘만 쓰면 ‘약’?

방사선도 잘만 쓰면 ‘약’?

몇몇 온천업체 과학자들은 방사선을 소량으로 쓸 경우 건강에 좋다고 주장한다.
휴식,안정 그리고 방사선. 건강을 위한답시고 모든 사람에게 처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알프스 지방의 바트가슈타인(Bad Gastein) 같은 곳으로 몰려드는 관광객들은 알파 입자(Alpha Particles)를 갈망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온천 관광객들이 해초팩을 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1912년 개장해 97년 보수한 체코공화국 소재 라듐 팰리스(Radium Palac)는 방사선 처리한 물로 수중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에서 온천 체인 캐년 랜치(Canyon Ranch)가 라돈(radon) 요법을 서비스하는 경우는 아직 볼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도 라돈 요법이 제공되지 않으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캐년 랜치의 의료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내과 전문의 마크 리포니스는 “이론상 라돈 요법에 적합한 손님들이 더러 있다”고 밝혔다. 발암성 물질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매사추세츠 대학 공중보건 대학원 교수인 독물학자(toxicologist) 에드워드 캘러브리즈는 특정 독극물이라도 소량 사용할 경우 역설적으로 수명연장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라돈이 바로 그런 물질일지 모른다.

라돈은 라듐(radium)이 자연붕괴하면서 생기는 비활성기체로 방사성을 띤다. 공중보건 당국은 해마다 폐암 환자 가운데 1만5,000~2만2,000명이 라돈으로 인해 사망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라돈을 매우 위험한 유독성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98년 하버드 대학 산하 위해성분석연구소는 가정 내 위험요소에 따른 조기 사망의 가장 흔한 원인이 라돈이라고 지목했다. 88년 ‘실내 라돈 저감법(Indoor Radon Abatement Act)’이 발효되면서 주거지에서 라돈을 제거하는 사업의 시장 규모가 연간 1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했다.

온천에는 이산화탄소, 황화가스, 기타 광물의 미량 원소와 함께 라돈이 흔히 존재한다. 하지만 건강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라돈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온천애호가들은 라돈이 천식 ·건초열 ·각종 비강 감염증에서부터 만성 통증 ·관절염 ·염증 ·편두통에 이르기까지 숱한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라듐은 ‘액체 햇빛’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치약부터 헤어토닉에 이르기까지 온갖 제품의 성분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흔히 라듐이 몸에 좋다고 믿었다.

아칸소주 ·뉴욕주 ·매사추세츠주 온천 휴양지는 라듐을 홍보에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라듐 전성시대’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철강 갑부이자 아마추어 골프선수로 유명했던 이븐 바이어스(Eben Byers)가 51세에 사망하면서 막을 내렸다. 바이어스는 마시면 기운이 솟구친다는 이유로 62g짜리 라듐수 두 병을 날마다 마셨다. 1932년 쓰러질 무렵 그는 기운만 잃은 게 아니라 치아도 잃고 말았다. 뼈가 썩는 것을 막기 위해 이부터 뽑아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기 때문에 고생하던 그의 몸무게는 42kg으로 줄었다.

요즘 몇몇 과학자는 라듐 ·라돈 등 독성 물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캘러브리즈의 주장이 맞다면 광범위한 독성 화학물질과 위험한 광선은 환경과학에서 오랫동안 절대진리로 간주돼 온 선형 용량반응곡선(linear dose-response curve)을 그리는 게 아니다. 여기서 ‘선형’이란 특정량의 독성물질에 노출된 실험용 쥐(혹은 인간) 가운데 5%가 사망한다면 100분의 1을 투여할 경우 사망률이 0.05%라는 뜻이다. 그러나 캘러브리즈에 따르면 많은 독성물질이 직선 아닌 U자 곡선을 그린다. 노출량이 0에서 특정 소량, 다시 말해 최적량까지 느는 동안 사망률은 낮아진다. 하지만 최적량 이상으로 늘 경우 사망률 곡선은 방향을 틀어 치솟게 된다. 이런 독성 이론을 ‘호르메시스(hormesis)’라고 한다.

호르메시스는 수년 전부터 많은 실험과학자들 사이에 알려져 왔다. 자연방사선보다 조금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된 쥐는 다른 쥐보다 오래 산다. 이는 소량의 발암성 물질이 세포방어기제를 형성하도록 자극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세포방어기제가 발암성 물질이나 기타 손상으로 야기된 DNA 변형을 바로잡는 것이다. 호르메시스가 인체에도 적용될까. 그럴지 모른다. 그렇다면 적정량은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전혀 없다. 다만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실험의학 ·방사선학 명예교수 마이런 폴리코브는 대기 중 라돈 농도를 감안할 때 ℓ당 5~10피코퀴리(pCi)가 적정량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라돈이 가득한 대기 속에서 하루 12시간 생활하는 것과 같다. 라돈수로 목욕하면 적정 수준은 이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 ℓ당 10pCi면 펜실베이니아주 체스터카운티 우물물 라돈 농도의 3%에 불과하다. 바트가슈타인 온천의 1만8,000pCi나 라듐 팰리스의 11만5,000pCi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무 것도 아니다. 학계의 논란에도 유럽에서 의료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온천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헝가리 헤비츠(Heviz) 호숫가에 위치한 별 4개짜리 테르말(Thermal) 호텔은 1주 547달러로 방사선 휴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돈 농도가 낮은 것은 헤비츠 온천뿐이 아니다. 독일의 바트브람바흐(Bad Brambach), 이탈리아의 이스키아(Ischia)섬에 있는 온천들도 마찬가지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있는 페어몬트(Fairmont) 온천 리조트는 수영장의 용존 라듐(ℓ당 2.7pCi)이 자랑거리다. 인근 라듐 온천 마을에는 2개의 옥외 라듐 풀이 있다. 하나는 온탕, 다른 하나는 냉탕이다. 방사능 농도는 형광 다이얼 시계 정도다. 금융 서비스업체 파트너스 인 플래닝(Partners in Planning)의 최고회계책임자 웬디 클라인(51)은 온석(hot-stone) 마사지 전 한 시간 정도 온천에 몸을 담갔다. 그녀는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몬태나주 서남 지역에는 5개의 지하 라돈 시설이 있다. 그 가운데 일부는 과거 우라늄 ·은 광산이었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관광객이 연간 1,000명 이상 찾아온다. 관광객들은 지하에서 카드놀이 ·수면 ·운동을 즐길 수 있다. 노트북PC로 일할 수도 있다. 그동안 ℓ당 1,700pCi(일반 가정 실내 공기 농도의 1,300배)의 라돈이 함유된 공기를 마시게 된다. 호르메시스에 대해 강연차 몬태나주 볼더 소재 프리 엔터프라이즈 라돈 헬스 마인(Free Enterprise Radon Health Mine)을 방문한 폴리코브는 “사치스럽다기보다 집처럼 아늑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곳에 오래 머물지 않아 건강상 어떤 득이 있는지 아직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몸에 좋은 방사선?
몬태나주 헬레나와 뷰트 사이 로키산맥 지대에 위치한 한 리조트가 매물로 나왔다. 가격은 47만5,000달러. 리조트에는 아름다운 38개 필지(28개는 미 토지관리국으로부터 임차), 주택 3채, 연못 하나, 모텔 하나, 14개 캠핑카용 후크업(hookup ·일종의 전기시설로 캠핑카의 전력을 이곳에서 충당), 과거 금광 ·은광이었던 라돈 분출 광산 2곳이 있다. 이리 ·코요테 ·엘크 ·곰이 살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리조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광산이다. 지하 시설 가운데는 라돈을 풍부하게 함유한 물이 바위 위로 쏟아져 내리는 ‘폭포실’도 있다. 운동기구도 갖춰져 있다. 건강광들은 운동하면서 라돈을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다. 동갑내기 윌리엄 앨버슨과 패치 앨버슨(63) 부부가 리조트를 사들인 것은 11년 전의 일이다.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부인은 광산에서 방출되는 방사선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제 떠날 때가 됐다는 것이다.

리조트가 매물로 나온 지 1년이 지났지만 보러오는 사람만 있을 뿐 정작 매입자는 없었다. 앨버슨 부인은 “리조트를 보러온 사람도 라돈이라면 겁부터 집어먹는다”며 “아예 사냥터로 광고했다면 이미 팔리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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