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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혁신 위해 위성까지 동원

물류혁신 위해 위성까지 동원

월마트 직원들은 3천여개가 넘는 주요 판매상품의 동향을 숙지하고 인기품목이 품절되지 않게 특별 관리하도록 훈련받는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 킬린에 위치한 월마트 매장.
미국의 소매 체인 스토어 월마트(Wal-Mart Stores)는 지난 2001년 2천1백8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해에 이보다 더 높은 매출을 올린 기업은 없었다. 세계 최대 기업의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1962년 샘 월튼이 아칸소주 로저스라는 작은 도시에 할인매장을 개설한 지 꼭 40년 만의 일이었다. 한마디로 월마트 신화의 완성이었다. 전 세계 10여개국에 4천여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 월마트의 영업이익률은 여느 제조업체에 못지않다. 일반적으로 할인점은 영업이익률이 낮기 마련이지만 월마트의 영업이익률은 5∼6%에 달한다. 최근에는 90년대 후반 미국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신경제의 호황이 사실은 ‘월마트 효과’(Wal-Mart Effect)에 기인한 것이었다는 평가마저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한 보고서에서 ‘신경제의 호황은 IT산업이 아니라 전통산업의 높은 생산성에서 비롯됐으며, 그 중심에는 도소매업계의 생산성 상승을 주도한 월마트가 있었다’고 지적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월마트를 배우자’는 움직임이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월마트의 성공은 창업 이후 일관되게 간직해 온 고객 지상주의 철학에서 시작된다. 1백40만명에 달하는 월마트의 직원들은 ‘항상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점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원칙’, 이른바 EDLP(Every Day Low Price:매일 최저 가격)의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3천여개가 넘는 주요 판매상품의 동향을 숙지하고 인기품목이 품절되지 않게 특별 관리함으로써 고객 지상주의의 철학을 실천한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저가격으로 상시 제공하면서도 충분한 수익을 확보하는 월마트의 비즈니스 모델은 말로만 되뇌는 고객 우선이 아니다. 고객 지상주의라는 철학을 실천하기 위한 끊임없는 경영혁신의 결과다. 창업자 샘 월튼의 선구안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소매점의 성공 여부가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 구축에 있다고 보고 설립 초기부터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70년대 월마트가 구축한 크로스 도킹(cross-docking) 배송 시스템도 그중 하나다. 이 시스템은 상품이 열차나 트럭에서 회사 운송차량으로 곧바로 옮겨지게 하고 컨베이어벨트에 의해 자동 분류됨으로써 신속하고 저렴한 배송을 가능하게 했다. 물건을 쌓아두기만 하는 기존의 창고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물류혁신의 계기를 마련했던 것이다.

일관된 EDLP 정신의 비결 월마트의 물류 혁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코드 시스템·EDI(전자데이터 교환)·POS(Point of Sale)시스템·스캐너 자동발주시스템 등 다양한 물류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한 회사가 바로 월마트다. 월마트의 이런 물류체계 혁신은 최근 위성통신 시스템에까지 확장되고 있다. 월마트의 위성 통신시스템으로 2천5백여개에 이르는 미국 내 월마트 매장과 물류센터 본사의 연결은 물론 상품 수송 차량의 움직임까지 추적해 물건이 몇 시 몇 분에 어느 점포에 도달할 것인지까지 파악할 수 있다. 월마트는 이같은 물류시스템을 기반으로 총매출액 중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15%대로 낮췄다. 이는 경쟁사보다 5∼7% 낮은 수준으로 결국 경쟁사에 비해 동일한 상품을 5% 이상 싸게 팔 수 있음을 의미한다. 창업자인 샘 월튼은 단순한 경쟁구도에서 사업을 확장하지 않았다. 그는 종업원들이 고객 지상주의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최상의 인프라를 구축한 뒤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부터 여러분들은 내가 제안하는 마술만 실행에 옮기면 매출은 자동으로 늘어납니다. 그 마술이란 고객이 가게에 들어오면 머리를 숙이고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샘 월튼은 “경영진이 종업원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종업원들이 고객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결정된다”고 믿었다. 실제로 종업원에 대한 월마트의 배려는 전설적이다. 월마트의 종업원 중시 풍토는 종업원을 ‘동료’(associates)라 부르고 회장을 ‘미스터 샘’(샘 월튼 회장의 별칭)이라 부르는 평등주의 속에서 자라났다. 월마트에는 아직도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모든 종업원들이 심벌 마크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현장에서 만나 대화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즉시 시정하는 전통을 경영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종업원들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샘 월튼 회장은 출고 10년이 넘는 포드 픽업 트럭을 타고 출근했고, 그의 후임이었던 글래스 사장은 머큐리 왜건을 직접 운전했다. 2000년 제3대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스콧 역시 종업원들에게 편안함을 주기 위해 대화할 때는 반드시 사장 자리가 아닌 회의 탁자로 옮긴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처럼 월마트에서는 최고경영자라 할지라도 자신이 직접 커피를 타 마시고, 4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을 사용하거나 비행기의 1등석을 타지 않는 검소함을 오랜 불문율로 지키고 있다. 아울러 각종 제도를 통해 종업원들이 전사와 각 점포 차원의 정보를 공유하고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종업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월마트는 또 어떤 기업보다 먼저 종업원들에게 이익 배분과 스톡옵션을 제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매장의 수익 목표가 달성되면 시간급 직원에게도 이익을 분배한다. 월마트는 근속연수와 성과에 연동시켜 액면가로 주식을 매입하게 하며, 전 구성원이 시가의 70% 이하로 주식 매입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근속연수 10년 이상된 종업원의 경우 10만 달러에서 3백만 달러까지 이익을 얻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익이 생기면 분배한다 인사정책도 남다르다. 월마트는 ‘채용하여 유지하고 성장시킨다’는 정책이 아닌 ‘유지하여 성장시키고 채용한다’는 인사정책을 가지고 있다. 언제나 해고하고 다시 채용할 수 있다는 사고가 아니라 이미 채용한 유능한 인재를 유지하고 개발하는 전략이다. 한 예로 이 회사는 신입사원들이 거대 기업에서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베테랑 직원들을 조언자로 붙인 다음, 30일·60일·90일 시점마다 자신들의 향상 정도를 평가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잠재적인 리더십이 있다고 여기는 직원들은 아칸소주 벤토빌에 있는 본사 ‘샘월튼 개발센터’에 보내 연수를 받게 한다. 연수를 받은 직원들은 이후 다양한 부서를 옮겨다니면서 참신한 과제를 모색하고 새로운 기술을 학습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월마트의 성공비결을 말한다. 하지만 그 근원에는 EDLP이라는 경영원칙을 실천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 종업원을 중시하는 고유한 기업문화가 있다. 이것이 월마트의 진정한 성공비결인 것이다. 월마트의 종업원 중시 경영은 그 기업이 속한 업종에 관계없이 인간을 배려하는 경영철학이 얼마나 기업의 성공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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