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학 박사 된 이승한 삼성테스코 사장…3년내 이마트 제치고 1등 한다”
“도시공학 박사 된 이승한 삼성테스코 사장…3년내 이마트 제치고 1등 한다”
박사학위 논문이 경영에 실제로 도움이 됩니까? “그동안 막연하게 이야기됐던 할인점 상권의 범위, 할인점이 도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 등이 계량화된 것이죠. 홈플러스 회원이라는 풍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얻은 결과라 더욱 신뢰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할인점 고객의 80%는 반경 4㎞ 이내, 95%는 반경 8㎞ 이내에서 옵니다. 이밖에도 할인점 경영뿐 아니라 도시계획과 개발을 하는 정책 입안자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이 꽤 됩니다.” 박사인 이사장의 회사 성적표는 어떨까? 후발주자인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업계 2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는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62개의 점포를 가지고 멀찌감치 달아난 이마트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사장은 그러나 ‘선발주자와의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현재 이마트의 우위는 선발주자로서 얻은 지위”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마트와 상권이 겹치는 12개 점포에서 대부분 홈플러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이는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할인점 업계에서 1위 싸움은 끝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정설’로 굳어지고 있지만 이사장은 “그 ‘가설’은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되받았다. 오히려 그는 “2007년 73개의 매장에 매출 10조원으로 업계 1위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된다면 홈플러스가 사업을 시작한 지 8년 만이다. 박사학위가 그랬듯 경영에서도 8년 만에 성과를 이룰 수 있을까? 지금 규모로 볼 때 홈플러스가 할인점 시장 1위를 할 가능성은 적지 않습니까? “잘못된 규모는 기업을 망칩니다. 킴스클럽이 점포가 적어서 망했습니까? 롯데나 까르푸가 점포 수 때문에 홈플러스보다 매출이 적습니까? 홈플러스는 이마트보다 6년 정도 늦게 시작했습니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불리한 점이 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2007년이 되면 홈플러스와 이마트는 양적으로도 경쟁시대가 될 겁니다. 승부를 예단하지 말아 주십시오. 선점했다고 계속 1위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할인점은 규모의 경쟁력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더 중요한 것은 주도권이죠. 다른 점포들이 다 우리를 따라왔잖아요. 백화점처럼 매장별로 계산하던 공산품 매장도 홈플러스에서 처음으로 일괄계산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할인점의 고급화도 우리가 이끌었습니다. ‘싼 가격=창고형’이라는 논리는 안일한 생각이죠. 보기 좋게 만들고, 고급스럽게 만들어도 원가를 절감하는 게 바로 경영능력이고 엔지니어링 능력입니다. 규모의 경쟁력은 이런 여러 가지 경쟁력 중 하나에 불과한 거죠.” 점포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바잉파워(buying power)가 약한 것도 큰 약점 아닐까요? “글로벌하게 생각합시다. 테스코는 세계적인 유통회사입니다. 테스코의 바잉파워가 홈플러스의 바잉파워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매장에 가보니 주택담보대출 판촉을 진행하고 있던데요. “일종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입니다. 지난 2월부터 전점에서 시작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핵심역량에서 벗어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영국 테스코 본사도 소매금융을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공개할 수 없지만 노하우는 충분합니다. 보험 상품도 하반기부터 판매할 예정입니다. 동부그룹의 금융 부문과 제휴한 것입니다. 이외에도 앞으로 15가지 상품을 추가로 개발할 겁니다. 2백50만명의 소비자, 특히 주부가 우리 패밀리카드 회원입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홈플러스를 방문합니다. 추가적인 인력이나 장소 없이 금융업을 할 수 있습니다. 두고 보십시오.” 수퍼마켓보다 크고 할인점보다 작은 SSM 사업도 추진 중인데요. “일단 올해 10개 정도를 열어 상황을 지켜볼 생각입니다. 아직은 포화상태가 아니지만 머지않아 할인점을 세울 요지는 찾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SSM(대형수퍼마켓)은 그에 대한 대안이죠. 할인점·백화점에 포함되지 않는 지역이나 상권을 파고들 생각입니다. 몇몇 업체에서 SSM 형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테스코가 시작하면 그 시장도 확 달라질 겁니다.” 이승한 사장은 삼성그룹 비서실에 근무하면서 이건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그러다 보니 꼼꼼하고 치밀한 것이 몸에 배어 있다. 할인점 사업에서 그의 치밀함은 잘 나타난다. 특히 2007년까지 경영방침은 물론 신년사 키워드와 주요 추진과제까지 미리 정해놓았다. 3년 뒤 계획을 지금 세우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그 계획이 그대로 맞아떨어지기는 더욱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혹시 이사장이 자신의 구상에 스스로 도취돼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는 “CEO가 자신의 생각이 고객의 의사인 양 착각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홈플러스는 1년에 75개 정도의 고객 조사를 진행한다. 주당 1.5개 정도 조사가 이뤄지는 셈이다. 여기서 나온 정보로 홈플러스의 모든 사업이 시작된다. 박사 논문 못지않게 경영도 충실한 기초자료(raw data)에 의존하고 있다. 이사장의 예상대로 고객들이 2007년 홈플러스의 손을 들어줄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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