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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기업]냉동면 전문기업 면사랑… “소비자가 까다로워야 시장 커져”

[화제기업]냉동면 전문기업 면사랑… “소비자가 까다로워야 시장 커져”

면사랑은 단순한 면 전문기업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면식 문화를 주도하겠다는 게 기업철학이다. 사진은 직원들과 함께 시식하는 정세장 사장.
“집에서 면(麵) 전문점 수준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면사랑의 목표입니다.” 냉동면 전문기업인 면사랑의 정세장(51) 사장이 밝히는 기업 모토다. 면사랑은 풀무원이나 CJ만큼 많이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지만 1,500억원 규모의 냉동면 시장에서 풀무원·CJ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1993년 설립된 면사랑이 이들 대기업들과 맞서 소비재 시장에 직접 진출한 것은 5년 전이다. 이전에는 OEM(주문자생산방식)으로 납품하거나 학교·음식점 등을 대상으로 한 식자재 시장을 주로 공략했다. “판촉활동 등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소비재 시장에 중소기업이 직접 뛰어들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품질과 가격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식자재 시장부터 공략한 것이죠.” 식자재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정사장은 면사랑이란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재 시장 진출에 나섰다.

‘제품력과 상품 기획력’이 핵심 경쟁력=면사랑은 고급 가정식 대용식(Home Meal Replacement)을 지향한다. 고급스런 맛을 유지하기 위해 면사랑은 기존 대기업처럼 아웃소싱을 활용하지 않고 40여종에 달하는 전 제품의 ‘면과 소스’를 자체 생산한다. “아웃소싱을 하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면과 소스의 맛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정사장이 자체 생산을 고집하는 이유다. 면사랑은 상품 개발을 위해 4개의 패널을 두고 있다. 12명의 상품개발인력·영업부서·매장의 판촉사원, 그리고 주부와 20대 전후의 젊은층으로 구성된 소비자 패널이 그것이다. 신제품이 개발되면 이들 4개 집단의 패널들이 맛을 보고 개선점을 찾아낸다. 개선점은 곧바로 신제품에 반영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대표적인 히트상품이 바로 평양물냉면과 자장면이다. 평양물냉면은 면에 육수를 그냥 부어 먹는 국내 최초의 스트레이트식 면제품이다. 3년 전 시판된 자장면도 국내 최초의 직화(直火)식 제품으로 기존 건면(乾麵)식 자장면처럼 스프를 넣고 비벼 먹는 방식이 아닌 볶음식 자장면이다. 두 상품이 히트하자 다른 회사들도 앞다퉈 유사한 제품을 내놓았다.

오뚜기와 전략적 제휴로 판로 확대=지난 3월 면사랑은 종합식품업체인 오뚜기와 손을 잡았다. 전략적 제휴 형태지만 오뚜기는 면사랑의 브랜드를 그대로 쓴다. 포장지에도 면사랑과 오뚜기 로고가 동시에 찍혀 있다. OEM방식으로 하청을 주는 게 일반적인 식품업계 관행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정사장은 “오뚜기 입장에선 면사랑이란 브랜드로 냉동면 시장에 진출하는 효과가 있고, 저희는 전국적인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전략적 제휴의 배경을 설명한다. 중소 식품업체인 면사랑이 소비재 시장에 진출하면서 가장 곤란을 겪었던 문제가 판로 개척이었다. 사실 면사랑은 대형 할인점 등 유통업체의 입김이 강해지고 대기업들의 출혈 경쟁으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판로 개척에 애를 먹고 있었다. “3,500원짜리 우동 제품을 팔면서 2,000원 하는 판촉물을 주는 관행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저희 같은 중소업체들이 대기업과 정면 승부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뚜기와의 전략적 제휴로 면사랑은 현재 수도권·경기지역의 일부 매장에서만 판매했던 제품을 전국의 백화점을 비롯해 대형할인점·중대형 슈퍼 등 오뚜기의 전국 유통망을 통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제품력만으로 미국 진출=면사랑은 설립 12년째인 올해 미국 진출에도 성공했다. 한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LA지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갤러리아에 지난 3월부터 면사랑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갤러리아는 아예 면사랑 코너를 만들 정도로 제품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정사장은 “갤러리아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수출하게 됐다”면서 “매월 컨테이너 하나씩 수출할 정도로 LA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사장은 올해 미국에 1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사장은 LA에 이어 미국 동부지역에도 진출하기 위해 현지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들과 접촉하고 있다. “저희 제품은 미국의 다른 경쟁 제품 가격보다 20∼30% 가격이 비쌉니다. 좋은 제품을 제 가격 받고 판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면식(麵食) 문화 창달에 앞장선다=정사장은 “면사랑은 단순한 면 전문기업이 아니라 면식 문화를 주도하는 기업”이라고 말한다. 정사장의 이런 정신은 면사랑의 홈페이지(www.noodlelovers.com)에 잘 담겨 있다. 사이트에는 세계 각국의 면 음식과 정보로 빼곡하다. “저희 제품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면에 대한 의식이 같이 높아져야 합니다. 일본을 보세요. 이탈리아 음식을 이탈리아 다음으로 잘 만드는 나라가 일본 아닙니까. 이렇게 일본의 면 산업이 발달한 것은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정세장 면사랑 사장
“냉동면 시장 매년 30% 이상 성장”
면사랑의 정세장 사장은 “제품이 좋으면 소비자들이 찾게 마련”이라며 “다양한 상품을 내놓아 시장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냉동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창업 전까지 삼성전자에서 해외 마케팅을 담당했다. 해외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납기를 맞춰 제품을 만들고 선적하는 것이다. 때문에 선적 스케줄 등으로 인해 공장 쪽과 접촉할 일이 많았다. 공장을 자주 방문하면서 공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면을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것은 집안 영향이 컸다. 선친께서 식품회사를 경영해서 어려서부터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개인적으로도 면을 좋아했다.”

냉동면 사업의 시장성은? “과거에도 냉동면에 대한 수요는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기업들이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은 얼마 안 된다. 과거에는 제품군도 다양하지 못하고 맛도 떨어져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냉동면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업계에선 매년 30∼50%가량 성장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냉면은 지난 2년 동안 100% 가까운 신장세를 보였다.”

대기업과 경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신제품을 내놓으면 대기업들이 금세 베껴 비슷한 상품을 만들고 심지어 인력을 스카우트해 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에도 경쟁력이 있다. 대기업에 비해 소비자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래서 ‘제품력과 상품 기획력’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제품이 좋으면 언젠가는 소비자들이 알아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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