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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업가 | 중국의 맛 : “맵고도 신 맛” 구이저우 웰빙음식

중국기업가 | 중국의 맛 : “맵고도 신 맛” 구이저우 웰빙음식

구이저우의 대표적 관광상품인 황구소 폭포.
쓰와와(絲娃娃). 인형을 포대기에 싼다는 뜻이다.
징징탕(丁丁糖·엿) 만드는 모습.
중국의 서남쪽에 위치한 구이저우(貴州)는 23개의 성(省) 중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곳이다. 우리에겐 다소 낯선 이곳을 중국 사람들은 삼무(三無)의 도시라고 부른다. 무엇이 없다는 것일까? 구이저우에 도착해 떠나기까지 사방에 보이는 건 온통 ‘산’뿐이다. 실제로 구이저우성은 산과 구릉이 많고 평지는 겨우 3%니 평평한 땅을 보기 어렵다. 구이저우에서의 첫날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기대해 보지만 해님은 쉽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구이저우를 대표하는 도시의 이름도 햇볕이 귀하다 해서 구이양(貴陽)이라고 한다. 귀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도 채 3원이 안 된다고 했으니 가진 돈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산이 많은 구이저우에는 1년 내내 1,400㎜의 비가 내리고 습도(86%)도 높기 때문에 비온 뒤 죽순 자라는 것 마냥 야생식물이 쑥쑥 자란다. 목이·표고 등 중국 요리에 감초격인 버섯류와 두충·천마 등 중요한 한약재만도 3,700여종에 이른다. 구이저우 도처에서 맑은 물이 솟는다. 그래서일까? 그들에겐 프랑스의 브랜디, 영국의 위스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의 국주(國酒) 마오타이주(茅臺酒)가 있다. 마오타이주(茅臺酒)는 구이저우의 마오타이(茅臺縣)현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1915년 파나마 만국박람회장에서 금상을 받으면서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바람이 불면 주위에 있는 1,000명이 취하고 비온 뒤 뚜껑을 열면 그 향이 십리를 간다’는 청나라 때 한 시인의 한 시구를 통해서 그 향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구이저우에선 마오타이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촌락을 이루고 있는 작은 마을마다 독특한 특산주가 있다. 구이양에서 동남쪽으로 200㎞ 떨어진 두윈(都勻)지역 사람들이 즐기는 술은 ‘삐양땅주’다. 촌장은 술을 권하면서 “이 술을 석잔 마시고 세 발자국 걸으면 ‘삐양땅’ 하고 옆으로 쓰러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술이 독하기 때문에 많이 마시지 말라는 애교스러운 권유다. 구이저우는 사계절의 차이는 별로 없지만 습기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은 맵고 신 음식을 즐긴다. 매운 맛의 상징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좋아하는 ‘라자오지’(辣椒鷄)다. 오골계를 잘게 다져 매운 고추를 넣고 볶은 것으로 오골계보다 독 오른 붉은 고추가 더 많아 보인다. 첫인상은 좀 매울 것 같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매운 맛은 매가톤급. 요리를 먹고 난 뒤부터 1박2일은 라자오지를 먹을 때 느꼈던 쾌감에 대한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매운 맛으로 홍역을 치르고 다시는 안 먹겠다고 다짐하지만 꼭 한번 다시 먹고 싶어지는 신기한 요리다. 구이양 시내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간판은 쓰와와(絲娃娃)라는 요리. ‘인형을 포대기에 싼다’는 뜻이다. 도로변에 큼지막한 합판을 놓고 구이저우에서 생산되는 야생 채소를 줄지어 늘어놓았다. 고사리 등 우리에게 익숙한 채소를 포함해 족히 서른 가지는 된다. 밀 전병에 여러 가지 야생 채소를 담고 인형을 포대기에 싸듯이 정성스레 싸서 맵고도 신맛이 나는 장에 찍어 먹는다. 신맛이 나는 음식을 며칠 동안 못 먹으면 걸을 때 다리가 후들거리기 때문에 시시때때로 신맛을 찾아나선다는 구이저우 사람들. 그들은 이미 웰빙식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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