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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 “한번 투자하면 3~4년 묻어둬라”…‘가치투자론자’ 3人 좌담

재테크 : “한번 투자하면 3~4년 묻어둬라”…‘가치투자론자’ 3人 좌담

한국의 위런 버핏을 꿈꾸는 세명의 투자가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최준철 대표. 이채원 상무. 신형준 고문.
[왼쪽] 이채원 동원증권 자산운용본부 상무
[중간] 신형준 ㈜둥근해 고문
[오른쪽]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서울대에 수석 입학한 학생은 담담하게 “공부 열심히 해서…”라고 소감을 밝힌다. 음식점 사업에 성공한 사장은 “맛있게 음식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서…”라고 성공비결을 얘기한다. 당연한 대답에 실망할 때가 있다. 이쯤 되면 성공으로 가는 특별한 길을 찾는 사람들의 꿈은 산산조각 난다. 출렁거리는 주식시장. 어떻게 하면 주식투자를 잘해 돈을 벌 수 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저평가된 종목을 매입해 본래 가치보다 비쌀 때 팔면 되는 것이다. 기업의 가치를 파악해 저평가된 종목을 산다는 것이 바로 ‘가치투자’ 이론이다.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투자철학을 열심히 알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이채원(40) 동원증권 자산운용실 상무, 최준철(28) VIP투자자문 대표, 청솔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형준(40) ㈜둥근해 고문이 그들이다. 이채원 상무는 1990년대 초반 미국의 유명한 가치투자가인 워런 버핏이나 벤자민 그레이엄의 책을 읽으며 가치투자를 배웠다. 그리고 ‘가치투자’를 내걸고 펀드매니저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IT붐이 일었던 90년대 말에 시련을 맞았다. 그가 들고 있었던 종목은 SK텔레콤·삼성전자·한국전력·롯데칠성·남양유업 등이었다. 투자자들은 새롬기술을 사지 않고 쓸데없는 종목을 들고 있다며 그의 사무실 창문에 돌을 던지기까지 했다. 새롬기술의 주가는 수백배 수직상승을 하던 때였다. 결국 투자자들의 성화에 못이겨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IT 거품은 순식간에 빠졌다. 2000년 4월 그는 동원증권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아닌 증권사 고유계정(자체 자금) 운용을 맡았다. 역시 ‘가치투자’를 내걸었다. 4년여 동안 160% 정도의 누적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공동대표는 가치투자를 내건 투자회사를 지난해 8월 설립했다. 대학 시절부터 인터넷을 통해 투자 활동을 공개해 오다 정식으로 사모펀드를 만든 것. 그의 이름만 믿고 수십억원의 뭉칫돈이 몰려들었다. ‘한번 투자하면 3년 동안 중간에 빠져나갈 수 없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붙였지만 투자는 꾸준하게 이어졌다. 설정 이후 지금까지는 14%대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재야의 주식 고수인 신형준씨는 청솔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하다. 신씨는 PC동호회 시절부터 자신의 투자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그도 ‘가치투자’를 내세운다. 그는 3년여 동안 자신의 투자 종목과 매입·매도 시기를 완전히 공개한 ‘청솔 누드 투자’를 올렸다. 그가 개설한 ‘청솔 가치투자 멤버십 클럽’의 회원들은 모두 괜찮은 투자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지수는 허깨비, 기업가치 봐야

가치투자가 대체 뭡니까?
이채원 동원증권 상무(이하 이):실제 기업가치보다 싼 주식을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가치투자의 기본이죠. 기본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식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이 벌어놓은 재산(자산가치), 수익의 힘(수익가치), 벌어들일 수익(성장가치)을 정교하게 파악하고 예측하는 작업이 필요하죠. 일반투자자들은 ‘손안에 든 새’(배당금·땅·현금보유액)로 우선 파악해야 합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이하 최):수급만을 생각하면 장세에 집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을 우선하면 기업의 가치를 먼저 파악하는 데 힘을 쓰게 되죠. 신형준 주식회사 ㈜둥근해 고문(이하 신):공감합니다. 차트나 시스템 변동성에 투자하는 시기는 이미 끝났습니다. IMF 이후 한국 기업들의 경영은 예측이 가능하고, 안정화되고 있어요. 기업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죠.

사실 가치투자는 미국 같은 선진 주식시장에서나 가능하지 않나요? :미국을 선진적인 증시로, 한국을 후진적인 증시로 보는 시각은 틀린 것입니다. 99년에 있었던 IT 버블의 근원지는 미국 나스닥시장이었잖아요. 단기적으로 한국 시장이 수급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길게 보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증시는 비슷해요. 주식시장은 인간의 욕심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시장이 합리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비이성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그 때문이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성적인 판단이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에는 주가 추이에 따른 투자가 많기 때문에 기업가치와는 상관없이 저평가된 주식들이 널려 있습니다. 이럴 때가 우량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죠. 이:지난 88년 한국의 종합주가지수와 미국의 다우존스는 같은 1,000포인트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종합주가지수는 700포인트대이고 다우존스는 10,000포인트대가 됐습니다. 그렇지만 단순 수치비교는 의미가 없습니다. 다우존스는 1만6,000여개 종목 중 단 30여개의 종목만으로 시세를 평가합니다. 이에 비해 종합주가지수는 모든 종목의 평균을 내는 식으로 산출하죠. 만약 종합주가지수도 우량주 중심으로 산출하면 지수가 6,000포인트대 정도 될 것입니다. 따라서 종합주가지수의 흐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주식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우선 주식에서 대박을 이루겠다는 낡은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지금은 금리 3%대 시대입니다. :벤자민 그레이엄은 ‘1.절대로 깨지지 않는다 2.위의 원칙을 반드시 지킨다’는 투자 철학을 세웠다죠. 수익률보다는 최대한 안정적으로 원금을 보존할 방법을 생각하면서 투자해야 합니다. :공감해요. 주식의 경우 손해를 보면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그래서 보통 투자자들은 일반 주식투자→투기성 주식투자→선물옵션투자의 사이클을 갖게 되죠. :사실 ‘모든 주가 예측은 투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투자는 기업을 분석하고 수익성을 예측하는 것인데 말이죠. 기업의 가치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시장의 움직임과 반대로 움직일 수 있는 여유도 생깁니다. 불안감 때문에 투자를 그르치지 않으려면 기업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순수 여윳돈으로 투자하라

가치투자에 적합한 종목은 무엇인가요? :보통 업종 1위 기업이 가치가 높아요. 1등에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한국전력·POSCO·롯데칠성·남양유업·농심·태평양·대림·하이트·유한양행·빙그레·코리안리·현대모비스 등이 업계 1위인 종목들이죠. :시간이 흐를수록 강한 기업은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죠. 상식적으로 봐도 업계 1위 업체에 주목하는 것이 맞다고 봐요. :저는 내수주를 추천하고 싶어요. 식료업계의 경우 생활 속에서 회사의 장단점을 쉽게 알 수 있죠. 산업 자체가 오래돼 업계 정리도 끝난 상태고요. 롯데칠성이나 농심·남양유업은 다른 회사의 업계 진입을 쉽게 허락하지 않죠. :하지만 농심은 가격이 많이 올라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죠. 지난해 10만원에 불과했던 것이 1년 만에 25만원을 넘었으니까요. :농심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격이 비싸서 직접투자하기 힘들면 지주회사에 투자하는 등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을 찾는 노력도 필요해요. :기술주에 관심이 있다면 휴대폰에 사용되는 정밀부품 생산업체를 정해 지켜보세요. 중국이 따라오지 못할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면 가치주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가급적이면 경쟁자가 적은 업종이 유리합니다. 경쟁은 이윤을 깎아먹기 마련이죠.

매매 타이밍은 어떻게 잡나요? :타이밍을 잡기란 쉽지 않습니다. 가치투자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안다면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만 주식투자에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죠. 무조건 여윳돈으로만 해야 합니다. :‘투자는 엉덩이로 하라’는 말이 있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주식투자를 해야 합니다. 기업만 좋아봐요. 언젠가 제 가치를 찾는 날이 옵니다. 저는 관심을 갖고 있는 50개 종목을 늘 체크하고 있습니다. 언제든 사고팔 준비를 하는 셈이죠. 일반인들은 2∼3개 정도 종목의 기업가치와 주가 움직임을 늘 주시하고 있어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투자할 만합니까? :저는 삼성전자는 매매하지 않고 있어요. 삼성전자의 사업성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앞날을 잘 알지 못해 투자를 안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투자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과거 20∼30개 사업을 진행하던 삼성전자가 아닙니다. 휴대폰·반도체·LCD모니터에 집중하고 있어요. 미래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40만원대 중반이면 살 만한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신고문의 말에 동감하는 편입니다. 삼성전자는 이제 시장을 주도할 힘을 가지고 있어요.

가치투자 종목 어떻게 고르나
“라면 잘 팔리면 농심株 산다”
‘주식에 투자하되 투자는 전문가에게 맡겨라.’ 가치투자론자 3인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채원 상무는 “직장인들이 펀드매니저처럼 하루종일 기업과 경제상황을 분석하기는 어려운 만큼 직접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도 직접투자를 원한다면 “최선을 다해 기업의 정보를 얻어라”고 이상무는조언했다. 그는 “10만원짜리 옷 한 벌 사는데도 여러 군데 다녀보는데 ‘∼카더라’라는 정보에 1억원씩 투자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1. 잘 아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라 최대표는 “사업의 내용이나 회사 사정을 잘 알 수 있는 종목을 골라야 가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속한 업계에 대해서는 일반인보다 아는 것이 많잖아요. 그것을 이용하세요. 사람들은 내가 알면 남들도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고급 정보를 알고 흘려버리는 실수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치과기구를 판매하는 회사에만 투자하는 치과의사’가 가장 적절한 투자사례”라고 말했다.

2. 주위로부터 정보를 얻어라 신형준 고문은 “미국의 주식투자가 피터 린치는 아이들과 주부로부터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면 수없이 많은 투자정보들이 있다”며 “이를 무심코 흘려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할인점이 잘되니까… 라면이 잘 팔리니까…’라는 식으로 생각해 보면 간단하게 사업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문은 “지난해에는 현대모비스에 다니는 친구가 보너스를 많이 탔다는 말을 듣고 그 종목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3. 1등 종목에 주목하라 이채원 상무는 업종 1위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1등 하는 기업은 이유가 있다”며 “1등 기업은 늘 지켜보고 있다가 주식 값이 저평가되는 시점을 노려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등 기업은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있지만 1등 기업은 ‘부자 몸조심’이라는 말대로 안정적인 경영을 펼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그는 “라면업계에서 ‘농심을 따라잡기 위해 삼양식품이 값싼 재료로 무리수를 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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