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아이폰이 미국에서 만들어진다면?"...관세전쟁 속 어려운 상상 [한세희 테크&라이프]
- 트럼프 2.0시대 이후 고심 커진 애플
중국서 인도로 생산 역량 옮기기 바빠

애플이 전세기 6대를 동원해 약 150만대의 아이폰을 부랴부랴 미국으로 보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가 발표되기에 앞서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한편, 미국 국내에서도 관세가 발효되어 가격이 오르기 전에 아이폰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 전국의 애플 스토어가 마치 크리스마스 시즌처럼 붐볐다.
4월 2일 발표된 관세율은 인도 26%, 중국 145%였다. 확실히 인도에서 들여오는 편이 유리하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대해 90일 간 상호관세를 유예했다. 또 스마트폰 등 전자 제품은 상호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가, 다시 “이는 일시적 조치”라며 추후에 반도체에 대한 관세와 합쳐질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등 오락가락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좌충우돌 관세 정책이 과연 무엇을 의도하는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관세를 부과해 미국에 수출하는 해외 기업들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그 기업들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미국의 블루 컬러 계층에게 만족감을 주고, 해외로 생산을 돌린 미국 기업에 다시 국내로 복귀하라는 압박을 가하면 확실히 정치적으로 도움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략적 중요성을 가진 물자의 국내 생산은 중국과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 중요한 자산이 된다.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이유
이런 상황에서 실제로 국내에 리쇼어링 하는 메이저 기업이 나온다면 이는 트럼프의 큰 정치적 승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폰이 미국에서 생산되기를 바란다”라는 뜻을 밝혀 왔다. 아이폰의 미국 내 생산은 그간 트럼프가 추구한 모든 정책의 정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애플이 화끈하게 “국내에서 아이폰을 생산하겠다”라고 선언하면 어떨까?
2020년 1월 의회 난동 사건 후 트럼프 대통령을 페이스북에서 차단해 미움을 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적극적 친화 모드로 돌아섰고, 덕분에 이제는 유럽의 빅테크 규제에 제동을 걸어 달라고 민원도 넣는 사이가 되었다. TSMC 역시 3월 초 앞으로 4년 간 미국에 최소 1000억달러를 더 투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아이폰 미국 내 생산은 애플에게 꽤나 큰 정책적, 정치적 혜택을 안겨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애플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기는 매우 어렵다. 월스트리트에선 현재 1000달러 수준인 아이폰 가격이 미국에서 생산되면 3배가 넘는 3500달러까지 치솟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돈 512만원이다.
통념과 달리 이는 인건비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식과 노하우를 가진 인력, 소재와 부품 등 공급망의 집중도와 효율성 등이 복합된 문제이다.

우리가 감탄하는 애플 제품의 세심한 만듦새를 구현할 인력 풀이 중국에만 있다는 것이다. 중국엔 이런 인력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수십 만명의 근로자가 오직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 출근하고, 이들이 먹고 자고 생활할 도시가 형성된다. 이는 미국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 아이폰 핵심 부품소재나 장비를 공급하는 협력사들도 상당수가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이 같은 인력과 재능, 기술과 노하우, 공급망의 밀집은 생산 효율을 끌어올린다.
미국에서 아이폰을 제조하면, 한국과 일본의 부품을 미국으로 가져오느라 비용이 더 들 수 있고, 시차와 거리를 극복하며 협업하기도 힘들어진다.
제조업을 소홀히 한 결과
애플이 중국에 건설한 아이폰 제조 생태계는 단순히 복사하고 붙여넣기 해 미국이나 다른 어느 곳에 옮기기에는 너무 거대하다. 이 생태계를 구축한 주역인 쿡 CEO는 누구보다 이를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미중 갈등으로 중국에 집중된 생산 역량은 애플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인도로 생산 역량을 옮기는 이유다.
중국에 구축된 아이폰 제조 생태계는 자유무역과 글로벌 분업의 황금기가 만들어낸 효율과 규모의 정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중국의 성장에 ‘하나의 시장’이라는 낙관론은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에 우리가 만난 현실은 선진국 시민들이 누리는 첨단 제품을 실제 손을 써서 만들 사람이 선진국에 별로 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없다면 ‘디자인 인 캘리포니아’가 만드는 막대한 부가가치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축구장 몇 개와 회의실 하나의 차이다.
사실 애플에서 하드웨어 전문가가 귀해졌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 전부터 나왔다. 애플 워치 출시를 준비할 때 금속 가공 전문가를 찾지 못해 이미 은퇴한 임원을 다시 불러들여야 했다.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반도체 제조 역량이 TSMC를 따라잡을 날이 다시 올까? 선진국이 될수록 제조업에서 멀어지기 마련이지만, 실제 사람이 쓰는 물건을 만드는 현장을 남에게 온전히 맡기고 디자인과 설계 역량만으로 승부하는 것이 반드시 좋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혁신이 일어나 시장을 뒤엎는 일이 생기거나, 세상이 바뀌어 자유롭게 협력하지 못할 상황이 오기도 한다.
제조업에선 사람이 떠나고, 설계와 디자인 역량은 아직 최고 수준에 이르지 못했는데 세계 정세의 큰 변화는 이미 거칠게 덮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이는 중요한 문제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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