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불법의 온상 헤지펀드
부정 ·불법의 온상 헤지펀드
올해도 헤지펀드는 무수한 투자자들로부터 1,000억 달러를 끌어들일 전망이다. 엄청난 수수료, 실적 조작, 노골적인 강탈 등 온갖 파행으로 얼룩진 헤지펀드 업계는 계속 번창하고 있다.
코지 고토(Koji Goto)가 헤지펀드 에픽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Epic Investment Partners)를 위해 전력투구한 것은 더 바랄 나위 없는 행동처럼 보였다. 에픽은 연간 수익률 80%를 기록했다. 고토는 30대 초반이지만 고객자산 2억5,000만 달러를 운용한 바 있는 베테랑이었다. 그는 자신의 돈 700만 달러를 에픽에 쏟아부었다.
고토는 투자자들에게 수년 뒤 총 500%의 수익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의 감언이설은 먹혀들었다. 2002년 이래 17명의 투자자로부터 600만 달러를 끌어모은 것이다. 하지만 고토는 돈을 에픽에 투자하지 않았다. 140만 달러는 아내의 개인 증권거래 계좌에, 그보다 적은 금액은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소재 벨라지오(Bellagio) 카지노, 마세라티 오브 뉴잉글랜드(Maserati of New England), 천양리 레스토랑 홀딩스(Chen Yang Li Restaurant Holdings)에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11월 고토를 증권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뉴햄프셔주 대배심원은 지난 2월 절도 ·형사교사(敎唆)증권사기 등 68가지 혐의로 기소장을 제출했다.
헤지펀드에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기이하지만 손실은 엄청난 투자 촌극이 부쩍 눈에 띄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저명한 전문가들도 당하곤 한다. 야바위꾼, 악덕 변호사, 햇병아리, 자격 미달자가 사기 목적으로 혹은 겁도 없이 덤벼들었다 투자자들의 돈만 날리고 있다.
1990년 미국에서 헤지펀드는 600개 정도에 불과했다. 포브스가 헤지펀드에 대해 마지막으로 조사했던 2001년 8월 현재 헤지펀드 규모는 5,000억 달러였다. 헤지펀드 조사업체인 헤지펀드 리서치(Hedge Fund Research)는 현재 8,000억 달러가 6,300개 헤지펀드에 투자돼 있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900개는 출범한 지 1년도 안 됐다. 헤지펀드의 성장은 그렇다 치자. 사실 헤지펀드는 쉽게 등장하고 쉽게 사라진다. 헤지펀드닷넷(HedgeFund.net)이 조사해 온 헤지펀드 가운데 10% 정도가 지난해 사라졌다.
올해 적극적인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1,00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걱정되는 것은 과거 헤지펀드가 100만 달러 이상을 선뜻 투자할 수 있는 ‘큰손들’에게 다가간 반면 이제는 일반인에게도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도 이런 광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와쵸비아(Wachovia), 살로먼 스미스바니(Salomon Smith Barney)부터 스커더 인베스트먼츠(Scudder Investments)에 이르기까지 온갖 기관투자가가 헤지펀드를 판촉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대중도 5,000달러만 있으면 신기루 같은 투자 촌극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의 1,800개 대형 연기금 ·재단 ·협회 가운데 33%가 헤지펀드에 투자했다. 2000년 12%에 비해 급증한 셈이다. 노후설계 기금도 뒤따를지 모른다. 시장조사업체 그리니치 어소시에이츠(Greenwich Associates)는 미국의 연기금이 앞으로 수년 동안 2,500억 달러를 헤지펀드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의 20배에 이르는 규모다. 캘리포니아주 공무원들을 위한 1,650억 달러 규모의 노후설계 기금 캘퍼스(Calpers)는 지금까지 헤지펀드에 5억 달러나 투자했다. 앞으로 투자액을 2배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헤지펀드가 번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 뮤추얼펀드와 비교할 때 엄청난, 아니 불법이랄 수 있는 수수료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버지니아 대학의 기부재단을 관리하며 헤지펀드에 투자한 앨리스 핸디는 “헤지펀드의 수수료가 터무니없다”며 “엄청난 수수료에 구미가 당긴 나머지 너나 할 것 없이 헤지펀드를 운용하려 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자는 수수료가 그렇게 많으니 수익률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헤지펀드 업계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무법지대다. 뮤추얼펀드, 주식 등 투자 대부분을 규제하는 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이다. 헤지펀드는 심지어 회계감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사실 회계감사를 받지 않는 헤지펀드가 많다. 이처럼 리스크가 큰 헤지펀드는 실적과 펀드 매니저의 보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비용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운용자산 가치도 부풀리곤 한다.
브로커와 맺은 유착관계로 투자자를 속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경이로운 실적을 올린 헤지펀드들이 있고 아예 거덜난 헤지펀드들도 있다. 귀에 들리는 것은 돈 번 사람들 이야기뿐이다. 돈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실적 데이터베이스에서 사라진다.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헤지펀드의 경우 실적발표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당국이 지나치게 자유방임주의적인 것은 아닐까. SEC의 생각은 다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투자은행 도널드슨 러프킨 앤 젠렛(Donaldson, Lufkin & Jenrette)의 CEO를 역임한 윌리엄 도널드슨(William Donaldson) SEC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취임 후 헤지펀드 단속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방치했다간 끔찍한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속이라고 해봐야 돈 떼먹고 달아난 절도범과 펀드 매니저들에 대한 것이었다. 자격 미달자,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펀드 매니저에게는 재갈을 물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말대로라면 헤지펀드가 번창하는 것은 부유하고 박식한 이들에게 탁월한 투자감각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수석 투자전략가 데이비드 다스트(David Darst)는 “하락장에도 끄떡없이 견딜 수 있는 거액자산 고객에게 적합한 것이 헤지펀드”라고 지적했다. 골드먼삭스(Goldman Sachs)의 대안 투자전략 그룹 책임자 조지 워커(George Walker)는 “노련한 기관투자가들이 헤지펀드 사업을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며 “관련 보고서를 읽거나 직접 작성하면서 투자 부문에 대해 정확히 파악한다”고 덧붙였다.
헤지펀드는 미심쩍은 행태의 온상이다. 뉴욕 소재 어느 작은 대학의 두 학생과 문학 전공 조교수 한 사람(53)이 헤지펀드 JB 스탠리(JB Stanley)를 구성해 투자자 15명으로부터 40만 달러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투자금 대부분을 날리고 말았다. SEC에 따르면 그들은 나머지 자금마저 자동차 구입 등 개인 용도로 모두 썼다. 결국 그들은 즉결재판에 넘겨졌다.
수난을 겪기는 월스트리트의 이름있는 투자은행들도 마찬가지다. 베어 스턴스(Bear Sterns)와 헤지펀드의 불법 거래 연관성에 대해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베어 스턴스는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직원 9명을 해고했다.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 ·CIBC ·메릴린치(Merrill Lynch)도 최근 몇 달 동안 비슷한 혐의에 대해 조사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윌리엄 갤빈 매사추세츠주 국무장관은 프루덴셜증권(Prudential Securities)을 제소했다. 프루덴셜의 고위 임원들이 헤지펀드를 위해 저지른 부정하고 비도덕적인 관행에 대해 알고도 독려했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의 다른 대규모 금융업체들도 헤지펀드 스캔들에 언제든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몇 년 사이 두 차례의 대형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그 결과 투자자들에게 2,500만 달러의 손실을 안겼다. 주범은 랜서 매니지먼트(Lancer Management)와 비콘 힐(Beacon Hill)의 이름값도 못하는 세이프 하버 펀드(Safe Harbor Fund)였다. 헤지펀드 자문업체 헤네시 그룹(Hennessee Group)은 펀드 매니저들이 헤지펀드에 매료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모든 수익의 20%를 챙기는 데다 연간 운용 수수료로 자산의 1~2%, 관리 수수료로 0.4~0.6%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뮤추얼펀드 수수료는 자산의 0.2~2.0%다.
투자자들은 많은 수수료를 기꺼이 지급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헤지펀드가 뿌리칠 수 없는 대박의 꿈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다른 투자자가 배제된 곳에 돈을 쏟아붓는다는 매력이 있는 것이다. 이런 매력은 월스트리트의 거물급 인사들이 헤지펀드로 이동하면서 더 강해진다. 모건스탠리에서 오랫동안 수석 전략가로 일해 온 바턴 빅스(Barton Biggs), 모건스탠리의 주식 전략가 스티븐 갤브레이스(Steven Galbraith), 살로먼 스미스바니의 국채 거래 책임자,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해외 투자 담당관이 바로 그들이다. ‘절대수익’ 같은 멋진 유행어도 투자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대박을 안겨줄지 모르는 천재들에게 수익의 20%를 지급한들 문제될 게 뭐 있는가. 사실 문제는 거기에 있다. 수수료는 일방적이다. 펀드 매니저는 수익이 발생할 경우 20%를 챙기지만 투자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 헤지펀드 매니저도 뮤추얼펀드 매니저처럼 시장의 움직임을 집단적으로 추적한다.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그뿐이라면 수수료 20%는 깡통 차는 길로 나아가는 우회로인 셈이다. 자금의 반을 헤지펀드 X에 투자해 수익률이 40%가 됐다고 치자. 그리고 나머지 반을 헤지펀드 Y에 투자해 40%나 잃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서로 상쇄돼 잃은 게 없는 셈이다. 하지만 펀드 매니저에게 인센티브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인센티브 수수료를 지급하면 전체 손실률이 4%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 연간 운용 ·관리 수수료까지 내야 한다.
월스트리트의 대형 증권사들이 선호하는 ‘펀드 중 펀드’ 가운데 오펜하이머 트레먼트 어퍼튜니티 펀드(Oppenheimer Tremont Opportunity Fund)는 연간 비용 3.2%에 수수료 2.5%를 청구한다.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6%의 수익률을 기록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욱이 수익 가운데 무려 25%가 펀드 매니저에게 돌아간다. 월스트리트의 대형 증권사들은 헤지펀드에 목말라 하고 있다.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거래에서 발생하는 고수익에 군침을 흘리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샌퍼드 번스타인(Sanford Bernstein)에 따르면 헤지펀드가 가지고 있는 주식 ·회사채는 미국 전체 물량의 3.6%다.
하지만 거래가 숨가쁘게 이뤄져 지난해에만 모든 중개 수수료의 12%에 해당하는 34억 달러를 창출했다. 4년 만에 25% 증가한 것이다. 헤지펀드에 대출과 어음결제 등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프라임 브로커(prime broker)’ 역이 매우 짭짤한 나머지 36개 정도의 증권사가 뛰어들었다. 프라임 브로커는 헤지펀드로부터 높은 이자 수익을 올린다. 헤지펀드가 차입자본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공매도하기 때문이다. 베어 스턴스는 프라임 브로커 역으로 4년 동안 순익 가운데 4분의 1에 해당하는 12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프라임 브로커가 헤지펀드에 제시하는 대가는 뻔하다. 자사를 통해 거래하면 ‘추천’ 리스트에 올려 고객들이 꼬이도록 밀어주겠다는 것이다. SEC는 프라임 브로커들이 자사와 거래하는 헤지펀드를 펀드 중 펀드 목록에 포함시킨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건스탠리 ·골드먼 삭스 ·베어 스턴스는 고객 헤지펀드에 돌아가는 특혜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프라임 브로커는 헤지펀드와 큰손들을 짝 지워주기 위해 호화로운 ‘자본유치’ 파티도 열곤 한다. 지난해 UBS는 스위스 장크트모리츠에서 파티를 열었다. 메릴린치도 지난 3월 플로리다주 팜비치 소재 호화 호텔 브레이커스(Breakers)에서 파티를 개최했다. 호화 파티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프라임 브로커들이다. 하지만 결국 거래 수수료를 내는 헤지펀드 투자자들에게 전가되게 마련이다.
메릴린치 ·뱅크 오브 뉴욕(Bank of New York)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같은 대형 금융기관은 자체 헤지펀드를 보유하고 있다. 베어 스턴스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등 다른 업체는 이른바 ‘헤지펀드 호텔’을 경영한다. 명목상 독립적인 헤지펀드들에 사무실 공간, 중개 서비스, 자본을 제공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이름난 증권사와 연계돼 있어도 투자자에게 좋은 실적이 돌아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지난 2월 투자자 수십 명이 BOA를 제소했다. 랜서 매니지먼트가 BOA의 이름이 찍힌 가짜 수익증서를 발행하도록 묵인했다는 이유에서다. 그 결과 투자자들만 5억7,100만 달러를 날렸다는 주장이다. 이와 별개로 지난 3월 BOA는 헤지펀드 관리업체 캐너리 캐피털 파트너스(Canary Capital Partners)가 불법 뮤추얼 펀드를 거래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당국의 주장에 대해 3억7,500만 달러로 화해하고 유가증권 결제업도 포기했다.
헤지펀드에 자금이 계속 유입되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헤지펀드가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지시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헤지펀드는 통계자료도 제공한다.
통계자료 가운데는 완전히 조작된 것도 있다. 플로리다주 보카래턴에 있는 트랙증권(Track Securites)의 주식 중개인 출신 스콧 파인(Scott Fine)과 케빈 보일(Kevin Boyle)은 자신들이 운용하는 헤지펀드 콘도르 II(Condor II)가 3년 만에 수익률 200%를 기록했다며 매달 발송하는 e메일에서 자랑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그들의 두 헤지펀드에 100명을 웃도는 투자자가 1,000만 달러나 쏟아부었다.
투자자 가운데는 멀리 사우디아라비아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2월 SEC가 제소했을 당시 파인과 보일의 수중에 남은 돈은 220만 달러뿐이었다. 파라마운트 파이낸셜 파트너스(Paramount Financial Partners)는 ‘기술적 전략’과 ‘근본적 분석’으로 연간 최고 수익률 99%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파라마운트의 몇 안 되는 투자대상 가운데 하나가 오하이오주의 다이아몬드 채굴업체 US 아프리칸 코프(U.S. African Corp.)였다.
파라마운트는 전미 기독교선수협회(NACA) 등으로부터 1,500만 달러를 모을 수 있었다. 그러나 SEC는 파라마운트를 사기 혐의로 제소하면서 투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개인 ·마케팅 비용에 전용됐다고 주장했다. 2001년 자금이 바닥나자 파라마운트의 피라미드식 사기수법은 와해됐다.
매사추세츠 대학의 빙량 교수가 지난해 발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헤지펀드 가운데 35%는 최근 감사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다 자체적으로 발표한 실적도 믿을 수 없었다.
회계감사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SEC에 따르면 랜서가 망하기 훨씬 전부터 펀드 매니저 마이클 로어(Michael Lauer)는 매달 말에 거래도 거의 없는 주식을 매입했다. 랜서는 물론 자신의 포트폴리오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서였다. 로어는 매출도 없는 한 기업의 주가를 엄청나게 부풀려 운용자금 가운데 무려 23%나 차지하게 했다.
한 소송에 따르면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로어가 3년 동안 수수료와 성과급으로 4,400만 달러를 챙겼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로어의 프라임 브로커인 BOA는 따로 산정했어야 할 증권가치를 그가 활용하도록 묵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로어는 랜서가 와해한 것을 SEC의 제소 탓으로 돌리고 있다.숫자 이면에 더 많은 거짓이 숨어 있다. 리스크 컨설팅업체 크롤 어소시에이츠(Kroll Associates)는 지난 몇 년 동안 잠재적 투자자들로부터 헤지펀드 매니저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의뢰받은 사건 가운데 15~20%가 수상했다. 대부분 펀드 매니저의 가짜 대학 졸업장, 허위 경력과 관계된 사건이었다. 뉴욕의 리스크 컨설팅업체 백트랙 리포츠(BackTrack Reports)의 경영주 크리스토퍼 맨세이(Chirstopher Manthey)는 지난해 조사한 펀드 매니저 500명 가운데 20%가 경력 일부를 누락하거나 조작했다고 밝혔다.
펀드 매니저 폴 하우스(Paul House)는 자신이 관리하는 헤지펀드 하우스 에지(House Edge)에 투자자 77명으로부터 310만 달러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하우스는 그 전에 자신의 증권거래 경력을 부풀렸다. 한 업체에서 해고당한 사실, 헤지펀드 관련 부정행위로 미 증권거래업협회(NASD) 회원사와 거래하지 못하게 된 사실은 누락했다. SEC는 그가 밝히지 않은 사실이 또 한 가지 있다고 밝혔다.
그와 파트너 브랜든 무어가 최근 개인 파산을 신청했다는 점이다. 2002년 SEC가 하우스 에지를 제소했을 당시 하우스와 무어는 투자금 가운데 절반이나 날린 뒤였다. 헤지펀드는 뮤추얼펀드와 달리 기업공시법을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다. 하지만 SEC 규정과 형사상 사기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우스는 별도로 제기된 우편사기 관련 형사소송에서 최근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헤지펀드가 법을 준수한다 해도 자체 수익률 평가에서는 부정이 난무한다. 펀드 매니저가 수익실적만 발표하고 손실은 전혀 밝히지 않는 데서 부정이 시작된다. 리스크 컨설팅업체 TASS가 조사한 펀드 3,600개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그런 부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펀드 평가업체 모닝스타(Morningstar)가 뮤추얼펀드들에 성적 좋은 펀드만 골라 실적을 산정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997~2002년 헤지펀드의 연간 수익률이 10.7%에서 6.4%로 하락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500의 수익률 6.9%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의 채권지수 평균 수익률 7.5%보다 낮은 수치다.
헤지펀드의 부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실적이 저조한 헤지펀드는 와해될 운명에 놓이기 훨씬 전 공시를 중단한다. 투자자들 눈에 콩깍지를 씌우는 방법이 또 있다. 실적에 화려한 통계치를 덧입히는 것이다.
이른바 ‘샤프지수(Sharpe ratio)’가 바로 그것이다. 샤프지수는 특정 펀드가 한 단위의 위험자산에 투자해 얻은 초과 수익 정도를 나타낸다. 안정성이 높은 펀드일수록 점수가 올라간다. 샤프지수는 그렇고 그런 실적을 내고 있지만 리스크가 작은 펀드의 매니저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샤프지수를 높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인테그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Integral Investment Management)는 높은 샤프지수를 자랑하다 2001년 거덜나고 말았다. 그 결과 시카고 미술관은 3,900만 달러를 손해 본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 미술관은 인테그럴을 제소했다. 리스크가 큰 증권에 부적절하게 투자했다는 이유에서다. 인테그럴의 매니저 콘래드 시거스(36)는 변호사를 통해 투자권한이 매니저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자신은 불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현재 계류 중이다.
SEC는 헤지펀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어수선한 상황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일 듯 싶다. SEC 내부에서 감독 수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분분한 것으로 보인다. 몇몇 전문가는 헤지펀드의 규모가 너무 커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같은 이들은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결정적 원천이 헤지펀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나친 간섭은 금물이라는 주장이다.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거물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헤지펀드가 양심상 중산층에 접근하지 않는다면 그런 주장도 타당성이 있을지 모른다.
대다수 투자자는 헤지펀드를 조심해야 한다. 성공한 펀드 매니저 마이클 프라이스는 높은 수익률이 투자의 달인들을 헤지펀드로 유인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투자자는 적어도 500만 달러가 있어야 헤지펀드의 리스크와 수수료를 감수할 수 있다”며 “뮤추얼펀드의 경우 원하는 대로 이끌 수 있지만 헤지펀드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t)도 최근 그의 투자업체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주총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오마하의 현자’가 비슷한 발언을 했다면 귀기울여 봄직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코지 고토(Koji Goto)가 헤지펀드 에픽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Epic Investment Partners)를 위해 전력투구한 것은 더 바랄 나위 없는 행동처럼 보였다. 에픽은 연간 수익률 80%를 기록했다. 고토는 30대 초반이지만 고객자산 2억5,000만 달러를 운용한 바 있는 베테랑이었다. 그는 자신의 돈 700만 달러를 에픽에 쏟아부었다.
고토는 투자자들에게 수년 뒤 총 500%의 수익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의 감언이설은 먹혀들었다. 2002년 이래 17명의 투자자로부터 600만 달러를 끌어모은 것이다. 하지만 고토는 돈을 에픽에 투자하지 않았다. 140만 달러는 아내의 개인 증권거래 계좌에, 그보다 적은 금액은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소재 벨라지오(Bellagio) 카지노, 마세라티 오브 뉴잉글랜드(Maserati of New England), 천양리 레스토랑 홀딩스(Chen Yang Li Restaurant Holdings)에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11월 고토를 증권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뉴햄프셔주 대배심원은 지난 2월 절도 ·형사교사(敎唆)증권사기 등 68가지 혐의로 기소장을 제출했다.
헤지펀드에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기이하지만 손실은 엄청난 투자 촌극이 부쩍 눈에 띄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저명한 전문가들도 당하곤 한다. 야바위꾼, 악덕 변호사, 햇병아리, 자격 미달자가 사기 목적으로 혹은 겁도 없이 덤벼들었다 투자자들의 돈만 날리고 있다.
1990년 미국에서 헤지펀드는 600개 정도에 불과했다. 포브스가 헤지펀드에 대해 마지막으로 조사했던 2001년 8월 현재 헤지펀드 규모는 5,000억 달러였다. 헤지펀드 조사업체인 헤지펀드 리서치(Hedge Fund Research)는 현재 8,000억 달러가 6,300개 헤지펀드에 투자돼 있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900개는 출범한 지 1년도 안 됐다. 헤지펀드의 성장은 그렇다 치자. 사실 헤지펀드는 쉽게 등장하고 쉽게 사라진다. 헤지펀드닷넷(HedgeFund.net)이 조사해 온 헤지펀드 가운데 10% 정도가 지난해 사라졌다.
올해 적극적인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1,00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걱정되는 것은 과거 헤지펀드가 100만 달러 이상을 선뜻 투자할 수 있는 ‘큰손들’에게 다가간 반면 이제는 일반인에게도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도 이런 광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와쵸비아(Wachovia), 살로먼 스미스바니(Salomon Smith Barney)부터 스커더 인베스트먼츠(Scudder Investments)에 이르기까지 온갖 기관투자가가 헤지펀드를 판촉하고 있는 것이다.
헤지펀드, 일반 투자자까지 유혹 |
지난 겨울 CNN ·CNBC ·MSNBC ·폭스(Fox)를 통해 방영된 투박한 흑백 광고에 어두운 옷차림의 한 사내가 등장했다. 그는 독일어로 “구텐 탁!(안녕하세요)”이라고 먼저 인사한 뒤 이렇게 말했다. “크리스티안 바하(Christian Baha?5)입니다. 선물 펀드인 슈퍼펀드(Superfund)의 창업자죠.” 그리고 미국 시청자들이 슈퍼펀드를 잘 모르고 있으리라 생각했는지 “이제 여러분도 슈퍼펀드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슈퍼펀드에 대해 더 말씀 드리고 싶지만 당국의 규제로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라며 수수께끼 같은 말을 덧붙였다. 광고는 먹혀들었다. 지금까지 TV를 통해 헤지펀드 광고가 나간 경우는 거의 없었다. 슈퍼펀드 광고는 미국 동부에서만 방영되다 6주 후 자취를 감췄다. 투자자 수백 명이 궁금한 나머지 자세한 내용에 대해 문의했다. 답변은 지금까지 많은 헤지펀드가 큰손들로부터 1인당 최소 100만 달러를 유치했지만 연봉 4만5,000달러인 일반인도 5,000달러부터 슈퍼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월스트리트에서조차 헤지펀드 투자자 1인당 최소 투자액을 5만 달러 이하로 낮춰 왔다. 일각에서는 슈퍼펀드를 운용하는 쿼드리가 애셋 매니지먼트(Quadriga Asset Management)가 한계상황까지 몰고 왔다며 이것이 헤지펀드 단속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모나코 소재 쿼드리가의 공동 CEO 바하는 “주변에서 슈퍼펀드가 성공한 것을 시기하고 있다”며 “악의적인 루머에 이러쿵저러쿵 말들도 많지만 이제 이골이 났다”고 전했다. 20대 초반 경찰에 투신했던 오스트리아 태생 바하는 1996년 같은 고향 출신인 크리스티안 할페르(Christian Halper)와 쿼드리가를 공동 설립했다. 2000년 바하와 할페르는 슈퍼펀드를 대대적으로 광고하기 시작했다. 유럽을 망라한 포뮬러 원(Formula One) 자동차 경주와 축구 경기 TV 광고에 쿼드리가 이름이 도배됐다. 바하는 큰 손실을 꺼리는 투자자들이 앞다퉈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 4만 명으로부터 끌어모은 13억 달러를 현재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향후 3년 안에 운용자금을 50억 달러로, 투자자는 10만 명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쿼드리가는 홍콩겢봇?등지에 30대 초반의 이사 12명이 운영하는 사무실 9곳을 두고 있다. 슈퍼펀드는 관리 수수료로 자산의 8%, 수익이 최소 목표에 도달했을 경우 수익의 25%를 따로 받는다. 업계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슈퍼펀드 측은 실적을 감안하면 적당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리스크가 높은 쿼드리가의 시리즈 B(Series B) 펀드 실적은 들쭉날쭉했다. 7월에 12% 떨어졌다 12월 27% 오른 것이다. 쿼드리가가 미국에서 운용 중인 두 펀드는 선물 100개를 거래하는 유럽 펀드의 재판이다. 유럽 펀드의 반은 통화 ·채권 ·주가지수 등 금융선물, 나머지 반은 가축 ·금속 ·곡물 같은 상품선물을 다룬다. 미국 쿼드리가 관리 담당인 아패드 딕(Arpad Deak)은 쿼드리가가 실적 감사를 받고 있으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자발적으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사실 헤지펀드 가운데 35%가 정기 감사를 받지 않는다. 딕은 SEC가 쿼드리가의 수수료 시스템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 신빙성이 없는 듯하다. SEC는 헤지펀드와 헤지펀드의 수수료를 감독하지 않기 때문이다. 쿼드리가가 미국에서 운용하는 자금은 5,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바하는 올 가을 뉴욕의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이나 E*트레이드(E*Trade)에 투자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다. 쿼드리가는 그런 전초기지를 오스트리아에 6곳, 독일에 1곳 두고 있다. 투자자들이 두둑한 수익을 건질 수 있을지 좀더 두고 볼 일이다. - Tatiana Serafin 기자 |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대중도 5,000달러만 있으면 신기루 같은 투자 촌극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의 1,800개 대형 연기금 ·재단 ·협회 가운데 33%가 헤지펀드에 투자했다. 2000년 12%에 비해 급증한 셈이다. 노후설계 기금도 뒤따를지 모른다. 시장조사업체 그리니치 어소시에이츠(Greenwich Associates)는 미국의 연기금이 앞으로 수년 동안 2,500억 달러를 헤지펀드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의 20배에 이르는 규모다. 캘리포니아주 공무원들을 위한 1,650억 달러 규모의 노후설계 기금 캘퍼스(Calpers)는 지금까지 헤지펀드에 5억 달러나 투자했다. 앞으로 투자액을 2배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헤지펀드가 번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 뮤추얼펀드와 비교할 때 엄청난, 아니 불법이랄 수 있는 수수료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버지니아 대학의 기부재단을 관리하며 헤지펀드에 투자한 앨리스 핸디는 “헤지펀드의 수수료가 터무니없다”며 “엄청난 수수료에 구미가 당긴 나머지 너나 할 것 없이 헤지펀드를 운용하려 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자는 수수료가 그렇게 많으니 수익률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헤지펀드 업계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무법지대다. 뮤추얼펀드, 주식 등 투자 대부분을 규제하는 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이다. 헤지펀드는 심지어 회계감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사실 회계감사를 받지 않는 헤지펀드가 많다. 이처럼 리스크가 큰 헤지펀드는 실적과 펀드 매니저의 보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비용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운용자산 가치도 부풀리곤 한다.
브로커와 맺은 유착관계로 투자자를 속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경이로운 실적을 올린 헤지펀드들이 있고 아예 거덜난 헤지펀드들도 있다. 귀에 들리는 것은 돈 번 사람들 이야기뿐이다. 돈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실적 데이터베이스에서 사라진다.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헤지펀드의 경우 실적발표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당국이 지나치게 자유방임주의적인 것은 아닐까. SEC의 생각은 다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투자은행 도널드슨 러프킨 앤 젠렛(Donaldson, Lufkin & Jenrette)의 CEO를 역임한 윌리엄 도널드슨(William Donaldson) SEC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취임 후 헤지펀드 단속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방치했다간 끔찍한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속이라고 해봐야 돈 떼먹고 달아난 절도범과 펀드 매니저들에 대한 것이었다. 자격 미달자,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펀드 매니저에게는 재갈을 물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말대로라면 헤지펀드가 번창하는 것은 부유하고 박식한 이들에게 탁월한 투자감각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수석 투자전략가 데이비드 다스트(David Darst)는 “하락장에도 끄떡없이 견딜 수 있는 거액자산 고객에게 적합한 것이 헤지펀드”라고 지적했다. 골드먼삭스(Goldman Sachs)의 대안 투자전략 그룹 책임자 조지 워커(George Walker)는 “노련한 기관투자가들이 헤지펀드 사업을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며 “관련 보고서를 읽거나 직접 작성하면서 투자 부문에 대해 정확히 파악한다”고 덧붙였다.
헤지펀드는 미심쩍은 행태의 온상이다. 뉴욕 소재 어느 작은 대학의 두 학생과 문학 전공 조교수 한 사람(53)이 헤지펀드 JB 스탠리(JB Stanley)를 구성해 투자자 15명으로부터 40만 달러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투자금 대부분을 날리고 말았다. SEC에 따르면 그들은 나머지 자금마저 자동차 구입 등 개인 용도로 모두 썼다. 결국 그들은 즉결재판에 넘겨졌다.
수난을 겪기는 월스트리트의 이름있는 투자은행들도 마찬가지다. 베어 스턴스(Bear Sterns)와 헤지펀드의 불법 거래 연관성에 대해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베어 스턴스는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직원 9명을 해고했다.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 ·CIBC ·메릴린치(Merrill Lynch)도 최근 몇 달 동안 비슷한 혐의에 대해 조사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윌리엄 갤빈 매사추세츠주 국무장관은 프루덴셜증권(Prudential Securities)을 제소했다. 프루덴셜의 고위 임원들이 헤지펀드를 위해 저지른 부정하고 비도덕적인 관행에 대해 알고도 독려했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의 다른 대규모 금융업체들도 헤지펀드 스캔들에 언제든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몇 년 사이 두 차례의 대형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그 결과 투자자들에게 2,500만 달러의 손실을 안겼다. 주범은 랜서 매니지먼트(Lancer Management)와 비콘 힐(Beacon Hill)의 이름값도 못하는 세이프 하버 펀드(Safe Harbor Fund)였다. 헤지펀드 자문업체 헤네시 그룹(Hennessee Group)은 펀드 매니저들이 헤지펀드에 매료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모든 수익의 20%를 챙기는 데다 연간 운용 수수료로 자산의 1~2%, 관리 수수료로 0.4~0.6%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뮤추얼펀드 수수료는 자산의 0.2~2.0%다.
투자자들은 많은 수수료를 기꺼이 지급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헤지펀드가 뿌리칠 수 없는 대박의 꿈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다른 투자자가 배제된 곳에 돈을 쏟아붓는다는 매력이 있는 것이다. 이런 매력은 월스트리트의 거물급 인사들이 헤지펀드로 이동하면서 더 강해진다. 모건스탠리에서 오랫동안 수석 전략가로 일해 온 바턴 빅스(Barton Biggs), 모건스탠리의 주식 전략가 스티븐 갤브레이스(Steven Galbraith), 살로먼 스미스바니의 국채 거래 책임자,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해외 투자 담당관이 바로 그들이다. ‘절대수익’ 같은 멋진 유행어도 투자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대박을 안겨줄지 모르는 천재들에게 수익의 20%를 지급한들 문제될 게 뭐 있는가. 사실 문제는 거기에 있다. 수수료는 일방적이다. 펀드 매니저는 수익이 발생할 경우 20%를 챙기지만 투자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 헤지펀드 매니저도 뮤추얼펀드 매니저처럼 시장의 움직임을 집단적으로 추적한다.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그뿐이라면 수수료 20%는 깡통 차는 길로 나아가는 우회로인 셈이다. 자금의 반을 헤지펀드 X에 투자해 수익률이 40%가 됐다고 치자. 그리고 나머지 반을 헤지펀드 Y에 투자해 40%나 잃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서로 상쇄돼 잃은 게 없는 셈이다. 하지만 펀드 매니저에게 인센티브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인센티브 수수료를 지급하면 전체 손실률이 4%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 연간 운용 ·관리 수수료까지 내야 한다.
헤지펀드에 꼭 투자하겠다면... |
일부 투자자에게 헤지펀드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싶어 온몸이 근질근질하다면 헤지펀드 운용사에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라. ★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가. 헤지펀드 투자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최선책은 펀드의 대표이사가 자기 자금을 얼마나, 순가치 중 얼마나 펀드에 쏟아붓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많지 않을 경우 투자하지 않는 게 좋다. ★ 운용비결은. 헤지펀드의 기밀이 다소 드러날 수도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펀드 매니저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 현재의 리스크, 운용자산 등에 대해 충분히 밝혀야 한다. 투자자가 매니저의 전략으로 기존 포트폴리오를 보완할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 누가 감사하는가. 헤지펀드 매니저는 실적을 부풀려 자기 호주머니가 두둑하게 만들곤 한다. 따라서 투자자는 펀드가 정기 감사를 받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운용자금 평가를 글로브옵 파이낸셜 서비시스(GlobeOp Financial Services)나 시트코 그룹(Citco Group) 등 지명도 있는 외부 업체가 수행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운용자금과 평가 리스트를 펀드의 프라임 브로커로부터 매달 직접 받게 해달라고 요청하라. SEC에 등록된 돌턴 글로벌 어퍼튜니티 펀드(Dalton Global Opportunity Fund)는 리스트를 날마다 발표한다. ★ 자격이 충분한가. 전직 투자은행가, 증권 거래인, 애널리스트들이 헤지펀드로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야바위꾼과 부적격자도 많다. 누가 무엇을 책임지고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답변이 이치에 맞지 않을 경우 투자는 금물이다. |
월스트리트의 대형 증권사들이 선호하는 ‘펀드 중 펀드’ 가운데 오펜하이머 트레먼트 어퍼튜니티 펀드(Oppenheimer Tremont Opportunity Fund)는 연간 비용 3.2%에 수수료 2.5%를 청구한다.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6%의 수익률을 기록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욱이 수익 가운데 무려 25%가 펀드 매니저에게 돌아간다. 월스트리트의 대형 증권사들은 헤지펀드에 목말라 하고 있다.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거래에서 발생하는 고수익에 군침을 흘리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샌퍼드 번스타인(Sanford Bernstein)에 따르면 헤지펀드가 가지고 있는 주식 ·회사채는 미국 전체 물량의 3.6%다.
하지만 거래가 숨가쁘게 이뤄져 지난해에만 모든 중개 수수료의 12%에 해당하는 34억 달러를 창출했다. 4년 만에 25% 증가한 것이다. 헤지펀드에 대출과 어음결제 등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프라임 브로커(prime broker)’ 역이 매우 짭짤한 나머지 36개 정도의 증권사가 뛰어들었다. 프라임 브로커는 헤지펀드로부터 높은 이자 수익을 올린다. 헤지펀드가 차입자본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공매도하기 때문이다. 베어 스턴스는 프라임 브로커 역으로 4년 동안 순익 가운데 4분의 1에 해당하는 12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프라임 브로커가 헤지펀드에 제시하는 대가는 뻔하다. 자사를 통해 거래하면 ‘추천’ 리스트에 올려 고객들이 꼬이도록 밀어주겠다는 것이다. SEC는 프라임 브로커들이 자사와 거래하는 헤지펀드를 펀드 중 펀드 목록에 포함시킨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건스탠리 ·골드먼 삭스 ·베어 스턴스는 고객 헤지펀드에 돌아가는 특혜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프라임 브로커는 헤지펀드와 큰손들을 짝 지워주기 위해 호화로운 ‘자본유치’ 파티도 열곤 한다. 지난해 UBS는 스위스 장크트모리츠에서 파티를 열었다. 메릴린치도 지난 3월 플로리다주 팜비치 소재 호화 호텔 브레이커스(Breakers)에서 파티를 개최했다. 호화 파티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프라임 브로커들이다. 하지만 결국 거래 수수료를 내는 헤지펀드 투자자들에게 전가되게 마련이다.
메릴린치 ·뱅크 오브 뉴욕(Bank of New York)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같은 대형 금융기관은 자체 헤지펀드를 보유하고 있다. 베어 스턴스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등 다른 업체는 이른바 ‘헤지펀드 호텔’을 경영한다. 명목상 독립적인 헤지펀드들에 사무실 공간, 중개 서비스, 자본을 제공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이름난 증권사와 연계돼 있어도 투자자에게 좋은 실적이 돌아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지난 2월 투자자 수십 명이 BOA를 제소했다. 랜서 매니지먼트가 BOA의 이름이 찍힌 가짜 수익증서를 발행하도록 묵인했다는 이유에서다. 그 결과 투자자들만 5억7,100만 달러를 날렸다는 주장이다. 이와 별개로 지난 3월 BOA는 헤지펀드 관리업체 캐너리 캐피털 파트너스(Canary Capital Partners)가 불법 뮤추얼 펀드를 거래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당국의 주장에 대해 3억7,500만 달러로 화해하고 유가증권 결제업도 포기했다.
헤지펀드에 자금이 계속 유입되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헤지펀드가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지시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헤지펀드는 통계자료도 제공한다.
통계자료 가운데는 완전히 조작된 것도 있다. 플로리다주 보카래턴에 있는 트랙증권(Track Securites)의 주식 중개인 출신 스콧 파인(Scott Fine)과 케빈 보일(Kevin Boyle)은 자신들이 운용하는 헤지펀드 콘도르 II(Condor II)가 3년 만에 수익률 200%를 기록했다며 매달 발송하는 e메일에서 자랑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그들의 두 헤지펀드에 100명을 웃도는 투자자가 1,000만 달러나 쏟아부었다.
투자자 가운데는 멀리 사우디아라비아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2월 SEC가 제소했을 당시 파인과 보일의 수중에 남은 돈은 220만 달러뿐이었다. 파라마운트 파이낸셜 파트너스(Paramount Financial Partners)는 ‘기술적 전략’과 ‘근본적 분석’으로 연간 최고 수익률 99%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파라마운트의 몇 안 되는 투자대상 가운데 하나가 오하이오주의 다이아몬드 채굴업체 US 아프리칸 코프(U.S. African Corp.)였다.
파라마운트는 전미 기독교선수협회(NACA) 등으로부터 1,500만 달러를 모을 수 있었다. 그러나 SEC는 파라마운트를 사기 혐의로 제소하면서 투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개인 ·마케팅 비용에 전용됐다고 주장했다. 2001년 자금이 바닥나자 파라마운트의 피라미드식 사기수법은 와해됐다.
매사추세츠 대학의 빙량 교수가 지난해 발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헤지펀드 가운데 35%는 최근 감사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다 자체적으로 발표한 실적도 믿을 수 없었다.
회계감사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SEC에 따르면 랜서가 망하기 훨씬 전부터 펀드 매니저 마이클 로어(Michael Lauer)는 매달 말에 거래도 거의 없는 주식을 매입했다. 랜서는 물론 자신의 포트폴리오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서였다. 로어는 매출도 없는 한 기업의 주가를 엄청나게 부풀려 운용자금 가운데 무려 23%나 차지하게 했다.
한 소송에 따르면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로어가 3년 동안 수수료와 성과급으로 4,400만 달러를 챙겼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로어의 프라임 브로커인 BOA는 따로 산정했어야 할 증권가치를 그가 활용하도록 묵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로어는 랜서가 와해한 것을 SEC의 제소 탓으로 돌리고 있다.숫자 이면에 더 많은 거짓이 숨어 있다. 리스크 컨설팅업체 크롤 어소시에이츠(Kroll Associates)는 지난 몇 년 동안 잠재적 투자자들로부터 헤지펀드 매니저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의뢰받은 사건 가운데 15~20%가 수상했다. 대부분 펀드 매니저의 가짜 대학 졸업장, 허위 경력과 관계된 사건이었다. 뉴욕의 리스크 컨설팅업체 백트랙 리포츠(BackTrack Reports)의 경영주 크리스토퍼 맨세이(Chirstopher Manthey)는 지난해 조사한 펀드 매니저 500명 가운데 20%가 경력 일부를 누락하거나 조작했다고 밝혔다.
펀드 매니저 폴 하우스(Paul House)는 자신이 관리하는 헤지펀드 하우스 에지(House Edge)에 투자자 77명으로부터 310만 달러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하우스는 그 전에 자신의 증권거래 경력을 부풀렸다. 한 업체에서 해고당한 사실, 헤지펀드 관련 부정행위로 미 증권거래업협회(NASD) 회원사와 거래하지 못하게 된 사실은 누락했다. SEC는 그가 밝히지 않은 사실이 또 한 가지 있다고 밝혔다.
그와 파트너 브랜든 무어가 최근 개인 파산을 신청했다는 점이다. 2002년 SEC가 하우스 에지를 제소했을 당시 하우스와 무어는 투자금 가운데 절반이나 날린 뒤였다. 헤지펀드는 뮤추얼펀드와 달리 기업공시법을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다. 하지만 SEC 규정과 형사상 사기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우스는 별도로 제기된 우편사기 관련 형사소송에서 최근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헤지펀드가 법을 준수한다 해도 자체 수익률 평가에서는 부정이 난무한다. 펀드 매니저가 수익실적만 발표하고 손실은 전혀 밝히지 않는 데서 부정이 시작된다. 리스크 컨설팅업체 TASS가 조사한 펀드 3,600개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그런 부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펀드 평가업체 모닝스타(Morningstar)가 뮤추얼펀드들에 성적 좋은 펀드만 골라 실적을 산정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997~2002년 헤지펀드의 연간 수익률이 10.7%에서 6.4%로 하락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500의 수익률 6.9%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의 채권지수 평균 수익률 7.5%보다 낮은 수치다.
헤지펀드의 부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실적이 저조한 헤지펀드는 와해될 운명에 놓이기 훨씬 전 공시를 중단한다. 투자자들 눈에 콩깍지를 씌우는 방법이 또 있다. 실적에 화려한 통계치를 덧입히는 것이다.
이른바 ‘샤프지수(Sharpe ratio)’가 바로 그것이다. 샤프지수는 특정 펀드가 한 단위의 위험자산에 투자해 얻은 초과 수익 정도를 나타낸다. 안정성이 높은 펀드일수록 점수가 올라간다. 샤프지수는 그렇고 그런 실적을 내고 있지만 리스크가 작은 펀드의 매니저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샤프지수를 높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인테그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Integral Investment Management)는 높은 샤프지수를 자랑하다 2001년 거덜나고 말았다. 그 결과 시카고 미술관은 3,900만 달러를 손해 본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 미술관은 인테그럴을 제소했다. 리스크가 큰 증권에 부적절하게 투자했다는 이유에서다. 인테그럴의 매니저 콘래드 시거스(36)는 변호사를 통해 투자권한이 매니저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자신은 불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현재 계류 중이다.
SEC는 헤지펀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어수선한 상황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일 듯 싶다. SEC 내부에서 감독 수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분분한 것으로 보인다. 몇몇 전문가는 헤지펀드의 규모가 너무 커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같은 이들은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결정적 원천이 헤지펀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나친 간섭은 금물이라는 주장이다.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거물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헤지펀드가 양심상 중산층에 접근하지 않는다면 그런 주장도 타당성이 있을지 모른다.
대다수 투자자는 헤지펀드를 조심해야 한다. 성공한 펀드 매니저 마이클 프라이스는 높은 수익률이 투자의 달인들을 헤지펀드로 유인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투자자는 적어도 500만 달러가 있어야 헤지펀드의 리스크와 수수료를 감수할 수 있다”며 “뮤추얼펀드의 경우 원하는 대로 이끌 수 있지만 헤지펀드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t)도 최근 그의 투자업체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주총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오마하의 현자’가 비슷한 발언을 했다면 귀기울여 봄직하다.
국내선 헤지펀드 간접투자상품 인기 |
해외 헤지펀드에 국내 투자가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투자 양상은 해외와 사뭇 다르다. 국내에선 개인이 해외 헤지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법적 제약으로 불가능하다.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토종 헤지펀드는 태동조차 못하고 있다. 삼성투신의 엄태종 글로벌 사업본부장은 “다양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헤지펀드 특성에 비출 때 국내 파생상품 시장은 규제가 너무 많고 열악하다”며 “헤지펀드 운용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주식 차입거래(공매도)도 안돼 아직 토종 헤지펀드가 등장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투신사들이 시판하고 있는 ‘헤지펀드 투자펀드(펀드 오브 헤지펀드)’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펀드들은 투기성 헤지펀드와는 거리가 멀다. 고수익 ·고위험 상품이라기보다 저수익 ·저위험 상품에 가깝다. 엄 본부장은 “모건스탠리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이 운용하는 펀드”라며 “펀드 운용 실적과 투자 자산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공개한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기관이 개인들에게 해외 헤지펀드를 소개한 것은 2002년 12월로 1년 반밖에 되지 않는다. 삼성투신이 헤지펀드 투자펀드 ‘앱솔루트리턴’을 선보인 게 최초다. 앱솔루트리턴은 지난 18개월 동안 꾸준히 연평균 6%대의 수익을 올리면서 안정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거액 투자가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출발 당시엔 220억원에 불과했던 펀드 규모가 지금은 5,500억원으로 커졌다. 지난해 말부터는 삼성투신뿐 아니라 한국투신 ·미애에셋 ·하나은행 등이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헤지펀드 투자펀드에 투자한 돈은 대략 1조원에 달한다. 국내 금융기관이 선보이고 있는 상품들은 최소 가입금액이 5,000만~3억원이다. 목표 수익률이 6~8%로 주로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거액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올 들어서는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나투신운용의 최호재 차장은 “최근 주식시장은 리스크가 너무 커졌고, 채권 역시 금리인상으로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여서 해외 헤지펀드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헤지펀드에 돈이 몰리면서 검증받지 못한 개별 헤지펀드들이 난립하며 여기에 투자하는 ‘펀드 오브 헤지펀드’ 수익률도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헤지펀드의 성격과 운용 내역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손용석 기자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액티언 자유롭게 시승하세요…KGM 서울 강남서 팝업 시승센터 오픈
2표 대결 앞둔 한미약품그룹…경영권 분쟁 ‘소송전’으로
3'크롬 매각 요구' 빨간불 켜진 구글…광고 수익은?
4"네이버 지도, 사우디에도 뜰까"...팀네이버, 사우디 주택공사와 JV 설립
5내년부터 ETF로 부동산·리츠 투자 가능해진다
6NH-Amundi자산운용. ‘HANARO 생성형AI 액티브 ETF’ 상장 후 수익률 80% 돌파
7우리자산운용, ‘WON 전단채플러스 액티브 ETF’ 19일 신규상장
8미래에셋, ‘TIGER 미국나스닥100ETF선물 ETF’ 신규 상장
9“내년 부동산 가격하락 제한적”...NH證 ‘2025 부동산 시장’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