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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3의 시나리오’
반미감정에 힘입어 한국 독서계 강타


음모론이 빠진 정치소설은 상상하기 어렵다. 소설가 김진명이 영화 ‘화씨 9·11’의 마이클 무어 감독을 기쁘게 해줄 만한 새 소설을 내놓았다. 한국 독서계를 강타하고 있는 그의 신작 ‘제3의 시나리오’는 남북한 사이에 전쟁을 일으키려는 비밀계획의 한가운데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등장시키고 있다. 소설은 부시가 미 군산복합체의 친구들을 위해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을 공격하도록 자극하는 음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행히 그 계획은 나방(곤충)들에 초소형 도청장치를 부착해 그들의 대화를 도청한 한국인 스파이들의 애국적인 노력에 의해 좌절된다.

작가가 국민정서를 이용한 베스트셀러를 내놓은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1990년대 초 그는 당시 고조된 반일감정에 의존한 베스트셀러(한국이 일본 침공에 실패하자 핵무기로 일본을 공격한다는 내용)를 썼다. 이번에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점증하고 있는 반미감정을 이용했다. 그의 글쓰기 공식은 성공하고 있는 듯하다. 문학성은 떨어지지만 ‘제3의 시나리오’의 반미 테마는 발행 3주만에 1백60만부나 팔리는 데 한몫했다. 물론 ‘제4의 시나리오’는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데 기여한 사람들에게 한턱 쓰는 것이리라.
B. J. LEE

필리핀
미국과의 우정은 끝났나


2003년 5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필리핀을 “비 NATO 동맹국”이라고 선언했다. 아시아 국가로서는 최초로 얻은 영예였다.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부시의 가장 강력한 동지 가운데 한명으로 간주됐고, 두 사람 사이에는 아름다운 우정이 싹트는 듯했다.

그러나 우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주 아로요는 필리핀인 트럭기사 안젤로 데 라 크루스를 인질로 잡고 있는 이라크 테러단체의 요구에 굴복해 이라크 파병 필리핀군 51명의 철수를 시작했다. 화가 난 부시 행정부는 필리핀군의 철수가 “잘못된 메시지”를 보냈다고 비난했다. 아로요는 철군으로 국내에선 귀중한 정치적 점수를 얻었지만 이제는 부시의 신뢰를 회복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최선책은 알 카에다와 연계된 테러단체 제마 이슬라미아(JI)를 보다 적극적으로 단속함으로써 테러와의 전쟁 약속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한 필리핀군 소식통은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뉴스위크 취재에 따르면 JI에 대한 필리핀군의 공격 계획이 최근 취소됐다. JI 전사들이 현재 필리핀 정부와 평화협상을 벌이고 있는 모로 이슬람 해방전선(MILF)과 제휴했기 때문이었다. MILF와의 평화협정 체결을 공약한 아로요가 협상 중단으로 국민적 지지를 잃게 될지도 모를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희박하다. 다시 말해 워싱턴의 애정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MARITES VITUG

북 경비정 또 다시 NLL 월선
핫라인 허위보고 파문에 휩싸인 군 수뇌부


지난 6월 12일 남북한이 사흘 동안의 마라톤 협상 끝에 서해상의 무력 충돌 방지 방안에 극적으로 합의했을 때, 가슴을 쓸어내린 사람들은 연평도 부근의 꽃게잡이 어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남북 장성급 회담의 합의 이후 1999년과 2002년 두차례에 걸쳐 벌어졌던 서해상의 교전은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 남북 양측은 각각 ‘한라산’과 ‘백두산’을 호출부호로 채택했고 통신이 어려울 경우 깃발이나 발광신호를 대체 수단으로 사용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백두산과 한라산은 거리가 너무 멀었다. 남북한간의 ‘핫라인’은 개설된지 한달여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 국방부와 국정원 등 관련 기관 요원들로 구성된 정부 합동조사단에 의하면 북방한계선(NLL)을 먼저 넘어선 것은 북한이 주장한대로 중국 어선이 아니라 북한 경비정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한국 해군이 보유한 첨단 전술정보체계(KNTDS)에 의해 나온 것으로 이 시스템은 백령도 부근 해역의 항공·해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다. 남한 해군 2함대는 북한에 무선 호출을 통해 경고했으나 아무 응답이 없어 함포 사격을 가했다고 발표했으나 합조단 조사 결과 북한은 실제로 남한 해군에 응신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군은 북한이 남측의 무선 호출에 답신했다는 사실을 국방부·합참 등 군 수뇌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는 엉뚱하게 군이 아닌 국정원의 통보를 통해 북한의 응신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군 정보체계와 지휘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노출됐던 것이다.

결국 군은 먼저 경고 무전을 보내고 경고 사격을 취하는 등 교전수칙을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보고 누락에 대한 안팎의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가안전보장회의 고위 관계자는 “당일 대북 통신감청부대가 ‘중국 어선이 내려가고 있다’는 북측의 통보 사실을 감지하고 합참 정보부서에 보고했으나 합참의장에게는 보고되지 않았고 해군 작전사령부에서는 합참에 아예 보고도 하지 않는 등 보고 라인이 붕괴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파장이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는 않다. 열린우리당의 김현미 대변인은 “허위 보고를 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실체를 규명하고,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철저한 추가 조사”를 촉구하며 국방부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북한은 지난 18일 또다시 NLL을 넘어선 데 이어 남북 장성급 회담 실무 대표회담도 무산시켰다. 그동안의 남북 화해 분위기는 다시 냉각될 듯하다.

김재환

연쇄살인
사회에 대한 보복?


엽기적인 연쇄 살인극은 시대가 낳은 구조적 병폐의 산물인가, 아니면 일개 정신병자의 일탈행위인가. 불과 10개월 동안 20여명을 살해한 유영철(34)씨의 행각은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9월 전주교도소에서 출소한 유씨는 출감 13일 만에 부유층에 대한 증오심 하나로 강남구 신사동에서 살고 있던 A대 명예교수 노부부를 살해했다.

이를 시작으로 유씨는 서울의 부유층 노인 등 8명과 출장 마사지 여성 11명, 노점상 1명 등 20여명의 무고한 인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씨는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내 서울시내 야산에 암매장, 역대 엽기적 사건을 무색케 했다. 유씨는 범행 과정에서 출혈이 있자 DNA 감식을 못하도록 현장에 불을 지르고, 피해자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시신의 손가락 지문을 칼로 벗겨내는 등 치밀하고도 엽기적인 행각을 벌여 왔다.

유씨는 검거된 뒤 “부자와 몸을 함부러 놀리는 여인이 증오스러웠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씨가 불우한 가정환경과 간질증세, 가족과 사회가 자신을 버렸다는 피해의식으로 인해 타인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온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들 중에서 출장 마사지 여성들이 많은 것은 유씨가 출장 마사지 일을 하던 부인에게 일방적으로 이혼을 당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유씨의 범행에 대해 범죄심리학자들은 유씨가 사회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타인과의 교류가 두절되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피해의식을 혼자 해결하지 못하게 된 상태에 빠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는 망상과 보복심리가 쉽게 증폭되기 때문에 이런 엽기적인 범죄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조용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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