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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마초를 허하라”

“한국에 대마초를 허하라”

록가수 전인권은 “국가가 개인의 외로움을 달랠 권리를 가지고 있느냐”고 항변한 바 있다. 그는 17세 때부터 대마초를 피우기 시작했다.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을 가두었던 ‘국가’에 신랄한 비난을 퍼부었다. 자신이 환각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왜 자신을 구속해 몸과 음악을 망쳤느냐는 비난이다. 대마초는 문화적 억압에 맞선 자유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음습한 범죄를 은유하는 것이었다. 이 책 ‘대마를 위한 변명’의 한 대목처럼 “대마초는 언제나 억압과 저항 사이에 위치”해 왔던 것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마약 수출국이었던 한국은 최근 들어 마약 수입국으로 변했다. 최근 우리 사회가 마약에 대해 점차 관용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 책을 쓴 유현씨는 “자본주의가 대마초를 혐오하고 적대시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지나치게(?) 적은 비용으로 과한 기쁨을 주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마약이 합법화된 네덜란드의 정책을 연구한 뒤 대마초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세계보건기구(WTO)는 한 보고서에서 “담배는 마약으로 구분된 마리화나보다 중독성이 강하고 그 폐해가 더욱 심하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는 대마초를 피우는 게 더 낫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편다.
대마초가 더 좋은 이유는 일곱가지나 된다. 우선 대마초는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작다.

게다가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흡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줄담배에 따른 유해물질의 지속적 유입을 감소시킨다. 대마초는 나일론 등의 화학물질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적 대안작물이다. 담배를 많이 피워 죽은 사람은 수두룩하지만 대마초를 피워 죽었다는 기록은 5천년 동안 단 한건에 불과하다.

대마초는 담배와 같은 중독성과 금단증상이 없고, 니코틴의 의존성은 헤로인의 의존성보다 강하다. 합법화될 경우 담배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그보다 강력한 마약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벽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대마초는 심지어 의약품으로도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

저자의 주장은 도발적이지만 결코 과격한 무정부주의자의 그것은 아니다. 대마초의 유용성을 임상실험 결과와 실증적 자료를 토대로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마초를 불법으로 규정해왔던 저간의 사정과 역사는 그 자체로 드라마틱한 정치사다. 그는 대마초라는 ‘코드’를 통하여 1920년대 이후 미국내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의 힘겨루기를 흥미롭게 서술한다.

대마초에 대한 금기는 노동계급에 금욕주의를 설파하는 논리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과거 진보적 예술가들과 젊은이들이 대마초를 피운 것은 이런 금욕에 대한 저항이었다는 것. “한국에 대마초를 허하라”는 그의 주장은 한국의 보수적 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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