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줄인 SSM으로 세몰이 ”
“몸집 줄인 SSM으로 세몰이 ”
대형화와 복합화로 승부하던 유통업체들이 축소 지향으로 돌아섰다. 백(百)화점에 이은 ‘오십(五十)화점’ 할인점 경쟁은 포성이 잦아들고 있다. 대신 좀더 작아진 슈퍼슈퍼마켓으로 전선이 이동 중이다.
지난봄 유통업계에서는 롯데의 ‘깜짝 쇼’가 화제가 됐다. 롯데가 전국 25개 지역에서 슈퍼슈퍼마켓(SSM)인 ‘롯데슈퍼’를 3월 16일 오후 일제히 오픈했기 때문이다. 이마트에 밀려 ‘유통 지존’ 자리를 내준 롯데가 자존심 회복을 위해 기획한 이벤트였다.
2001년 서울 전농점을 시작으로 40개의 SSM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는 연내에 추가로 3개 점포를 열고, 내년에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점포를 늘릴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삼성테스코가 경쟁에 가세했다. 삼성테스코는 ‘홈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으로 서울 중계동에 SSM을 냈다. 7월에는 서초동에 2호점을 내며 강남 상권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삼성테스코에 출자하고 있는 테스코홀딩스는 국내에 할인점 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세계 SSM 시장에서도 6위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다. SSM은 200~1,000평 정도의 매장에서 식료품과 공산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규모로는 할인점과 슈퍼마켓의 중간 정도, 제품 구성은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과 할인점 공산품 매장을 가미한 형태다.
대신 SSM은 식료품 비율이 80% 정도로 높다. 여기에 교환과 환불을 보장하는 품질만족제도와 계산착오 보상제 등 대형 할인점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격 정책은 할인점과 차별을 둔다. 공산품은 할인점에 비해 오히려 약간 비싼 대신 식료품은 가격을 낮춰 판매한다.
SSM은 어찌 보면 어정쩡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목표시장만큼은 명확하다. SSM은 매장을 기준으로 반경 500m 이내를 석권하는 것이 목적이다. 걸어서 10분거리 이내인 지역의 주부들이 공략 대상이다. 매장당 연간 매출 목표는 100억원 수준. LG슈퍼 관계자는 “SSM은 규제가 적고 몸이 가벼워 할인점이 놓치고 있는 상권에도 입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가 집계한 지난해 SSM 시장 규모는 연간 7조원 가량이다. 올해는 시장규모가 10% 정도 성장한 7조7,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내수부진으로 내리막길을 걷는 유통업계가 SSM에 주목하는 이유다.
계속돼온 유통업체의 할인점 경쟁으로 인해 대규모 부지 확보가 한계에 다다른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미 인구밀집지역에는 대부분 할인점이 진출해 있어 새로운 상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할인점들은 인구 10만 명 안팎의 지방 중소도시까지 진출하기 시작했다. 할인점들은 향후 1~2년 내 점포 부지가 고갈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 아직 남아있는 상권은 대부분 이마트가 부지 선점 전략으로 ‘찜’해 놓은 곳이다. 서울역 ·용산역사나 옛 건국대 야구장 등 쓸 만한 부지가 매물로 나오면 유통업체들이 총력전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할인점 상권에서 벗어난 이른바 ‘사각 상권’을 공략하려는 의도도 크다. 차량을 이용하면 인근 지역 할인점을 이용할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지역상권을 더 자주 찾게 마련이다.
위험이 작다는 점 역시 매력이다. SSM 개점 비용은 할인점의 10분의 1 수준. 대개 건물을 짓지 않고 임대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규모가 작은 만큼 매장 운영비도 적게 들어 투자 회수도 빠른 편이다.
숫자만 놓고 본다면 국내 SSM 시장의 선두주자는 LG슈퍼다. LG유통이 운영하는 LG슈퍼는 전국에 77개의 점포가 있다. 지난 1976년 을지로 삼풍상가에서 ‘럭키슈퍼’로 시작한 LG슈퍼는 LG백화점과 LG25 등을 거느린 LG유통의 모체다. 하지만 LG슈퍼는 SSM이라기보다는 ‘연쇄점’ 쪽에 가깝다. 제품 구성이나 서비스가 과거 지역상권을 석권했던 연쇄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태유통도 80년대 ‘해태슈퍼마켓’ 체인을 출범시켰지만 브랜드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SSM 시장이 개척되기 시작한 것은 대형 할인점이 성공을 거둔 뒤부터다. 99년 신세계 이마트가 서울 신월동에 900평 규모의 ‘에브리데이’를 개점하면서 SSM에 발을 들여 놓았다. 이마트는 2001년 수서에 에브리데이 2호점을 냈다. 하지만 신세계는 수서점을 끝으로 더이상 에브리데이를 확장하지 않았다. 이마트 전성시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SM 시장에 불을 지핀 쪽은 이마트를 뒤쫓고 있는 나머지 할인점들이다. 당분간 할인점 부문에서는 이마트의 독주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삼성테스코는 국내에서 SSM 경쟁이 확대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테스코가 지닌 SSM의 노하우를 활용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 홈 익스프레스 서초점 남정일 점장은 “영국 테스코는 SSM으로 성장한 업체이기 때문에 고객 공략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있다”며 “홈플러스의 국내 노하우와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테스코의 설도원 상무는 “대형 할인점 진입이 어려운 곳에 SSM을 열면 할인점의 잠재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2008년까지 전국에 130개 홈 익스프레스 점포를 열 계획이다.
국내에서 고전하고 있는 월마트와 까르푸도 SSM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월마트는 올해 안에 미국형 대형 슈퍼마켓인 ‘네이버후드 마켓’을 선보일 계획이다. 수도권에 선보일 네이버후드 마켓 1호점은 다른 SSM보다 훨씬 큰 1,200~1,800평 규모가 될 예정이다. 한국까르푸는 아직 구체적인 출점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0일 한국까르푸 필립 브로야니고(Philippe Broianigo) 사장은 홈플러스의 슈퍼익스프레스 서초점을 둘러봤다. 유통업계는 까르푸의 SSM 시장 진출도 시간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도 이런 움직임을 의식한 듯 “다른 업체들의 SSM 운영 상황을 예의주시한 후 SSM 추가 출점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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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유통업계에서는 롯데의 ‘깜짝 쇼’가 화제가 됐다. 롯데가 전국 25개 지역에서 슈퍼슈퍼마켓(SSM)인 ‘롯데슈퍼’를 3월 16일 오후 일제히 오픈했기 때문이다. 이마트에 밀려 ‘유통 지존’ 자리를 내준 롯데가 자존심 회복을 위해 기획한 이벤트였다.
2001년 서울 전농점을 시작으로 40개의 SSM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는 연내에 추가로 3개 점포를 열고, 내년에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점포를 늘릴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삼성테스코가 경쟁에 가세했다. 삼성테스코는 ‘홈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으로 서울 중계동에 SSM을 냈다. 7월에는 서초동에 2호점을 내며 강남 상권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삼성테스코에 출자하고 있는 테스코홀딩스는 국내에 할인점 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세계 SSM 시장에서도 6위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다. SSM은 200~1,000평 정도의 매장에서 식료품과 공산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규모로는 할인점과 슈퍼마켓의 중간 정도, 제품 구성은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과 할인점 공산품 매장을 가미한 형태다.
대신 SSM은 식료품 비율이 80% 정도로 높다. 여기에 교환과 환불을 보장하는 품질만족제도와 계산착오 보상제 등 대형 할인점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격 정책은 할인점과 차별을 둔다. 공산품은 할인점에 비해 오히려 약간 비싼 대신 식료품은 가격을 낮춰 판매한다.
SSM은 어찌 보면 어정쩡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목표시장만큼은 명확하다. SSM은 매장을 기준으로 반경 500m 이내를 석권하는 것이 목적이다. 걸어서 10분거리 이내인 지역의 주부들이 공략 대상이다. 매장당 연간 매출 목표는 100억원 수준. LG슈퍼 관계자는 “SSM은 규제가 적고 몸이 가벼워 할인점이 놓치고 있는 상권에도 입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가 집계한 지난해 SSM 시장 규모는 연간 7조원 가량이다. 올해는 시장규모가 10% 정도 성장한 7조7,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내수부진으로 내리막길을 걷는 유통업계가 SSM에 주목하는 이유다.
계속돼온 유통업체의 할인점 경쟁으로 인해 대규모 부지 확보가 한계에 다다른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미 인구밀집지역에는 대부분 할인점이 진출해 있어 새로운 상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할인점들은 인구 10만 명 안팎의 지방 중소도시까지 진출하기 시작했다. 할인점들은 향후 1~2년 내 점포 부지가 고갈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 아직 남아있는 상권은 대부분 이마트가 부지 선점 전략으로 ‘찜’해 놓은 곳이다. 서울역 ·용산역사나 옛 건국대 야구장 등 쓸 만한 부지가 매물로 나오면 유통업체들이 총력전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할인점 상권에서 벗어난 이른바 ‘사각 상권’을 공략하려는 의도도 크다. 차량을 이용하면 인근 지역 할인점을 이용할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지역상권을 더 자주 찾게 마련이다.
위험이 작다는 점 역시 매력이다. SSM 개점 비용은 할인점의 10분의 1 수준. 대개 건물을 짓지 않고 임대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규모가 작은 만큼 매장 운영비도 적게 들어 투자 회수도 빠른 편이다.
숫자만 놓고 본다면 국내 SSM 시장의 선두주자는 LG슈퍼다. LG유통이 운영하는 LG슈퍼는 전국에 77개의 점포가 있다. 지난 1976년 을지로 삼풍상가에서 ‘럭키슈퍼’로 시작한 LG슈퍼는 LG백화점과 LG25 등을 거느린 LG유통의 모체다. 하지만 LG슈퍼는 SSM이라기보다는 ‘연쇄점’ 쪽에 가깝다. 제품 구성이나 서비스가 과거 지역상권을 석권했던 연쇄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태유통도 80년대 ‘해태슈퍼마켓’ 체인을 출범시켰지만 브랜드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SSM 시장이 개척되기 시작한 것은 대형 할인점이 성공을 거둔 뒤부터다. 99년 신세계 이마트가 서울 신월동에 900평 규모의 ‘에브리데이’를 개점하면서 SSM에 발을 들여 놓았다. 이마트는 2001년 수서에 에브리데이 2호점을 냈다. 하지만 신세계는 수서점을 끝으로 더이상 에브리데이를 확장하지 않았다. 이마트 전성시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SM 시장에 불을 지핀 쪽은 이마트를 뒤쫓고 있는 나머지 할인점들이다. 당분간 할인점 부문에서는 이마트의 독주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삼성테스코는 국내에서 SSM 경쟁이 확대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테스코가 지닌 SSM의 노하우를 활용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 홈 익스프레스 서초점 남정일 점장은 “영국 테스코는 SSM으로 성장한 업체이기 때문에 고객 공략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있다”며 “홈플러스의 국내 노하우와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테스코의 설도원 상무는 “대형 할인점 진입이 어려운 곳에 SSM을 열면 할인점의 잠재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2008년까지 전국에 130개 홈 익스프레스 점포를 열 계획이다.
국내에서 고전하고 있는 월마트와 까르푸도 SSM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월마트는 올해 안에 미국형 대형 슈퍼마켓인 ‘네이버후드 마켓’을 선보일 계획이다. 수도권에 선보일 네이버후드 마켓 1호점은 다른 SSM보다 훨씬 큰 1,200~1,800평 규모가 될 예정이다. 한국까르푸는 아직 구체적인 출점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0일 한국까르푸 필립 브로야니고(Philippe Broianigo) 사장은 홈플러스의 슈퍼익스프레스 서초점을 둘러봤다. 유통업계는 까르푸의 SSM 시장 진출도 시간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도 이런 움직임을 의식한 듯 “다른 업체들의 SSM 운영 상황을 예의주시한 후 SSM 추가 출점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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