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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이 치러지는 매춘과의 전쟁

대책없이 치러지는 매춘과의 전쟁

지난 9월 3일 오후 1시 서울시 경찰청 ‘성매매 피해 여성 긴급 지원센터’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서울의 한 집창촌에서 일하는 여성이라고 밝힌 그는 경찰관에게 “업주가 임신한 상태에서도 매춘을 시켰고, 병원에도 보내주지 않아 건강이 너무 나빠졌다”고 호소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피해 여성이 출산하기 직전까지 매춘을 강요당했고 그 결과 8개월만에 미숙아를 낳았다는 사실을 확인, 업주 2명을 검거했다. 신고가 없었다면 악덕 업주의 인권유린 현장이 묻힐 뻔한 사건이었다.

지난 6월 경찰청이 설치한 이 센터에는 포주들의 악행을 고발하는 성매매 여성들의 전화가 꾸준히 걸려오고 있다. 성매매자 특별 단속이 시작된 9월 23일은 하루 56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쉴 사이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던 한 경찰관은 과로를 견디지 못하고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센터 내 긴급 전화(117번)를 받던 경찰관을 2명에서 9명으로 확충했다. 최일선에서 성매매자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금형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과장(총경)은 “이번 단속은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반짝하고 끝나는 단속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에 종사하던 성매매자들이 다급하게 경찰에 쫓기고 있다. 단속 초기 경찰의 의지를 비웃던 성매매자들과 포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강경할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1969년 윤락행위방지법이 시행된 이후 한국의 경찰은 늘 매춘부와 포주들을 쫓았으나 시늉뿐인 단속 탓에 사실상 방지법은 웃음거리가 됐다.

그러나 이번 단속은 확실히 다르다. 9월 23일부터 시행된 특별법이 과거 윤락행위방지법과 다른 점은 성매매 알선 업주의 재산을 몰수하고, 성매수 남성들을 무조건 입건하며,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을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로 보호한다는 점이다. 특히 포주의 강요로 매춘에 나선 여성들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한 이번 법 조항 때문에 성매매자들을 검거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라고 할 수 있는 신고 횟수가 늘고 있다.

경찰관들이 업무 폭주에 시달리고, 때론 막다른 길에 몰린 집창촌의 성매매 여성들이 자살을 시도해 곤혹스럽지만 경찰청사는 활기찬 분위기다. 사실상 사문화된 법을 이번엔 제대로 집행한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경찰청은 전국 풍속 업소(단란주점·노래방 등)의 불법 행위를 단속하는 경찰 인력을 전원 교체하고, 50% 이상을 ‘포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여경으로 채웠다. 또 성범죄를 전담 수사할 여경 기동수사대를 편성, 2백40명의 전문 인력을 투입했다. 이총경의 말대로 ‘반짝 하고 끝날’ 단속이 아닌 것이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은 지난 2000년과 2001년 19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업주들에게 감금된 채 화재로 사망한 사건이 발단이 돼서 만들어졌다. 수많은 공청회를 통해 통과된 특별법에 따르면 이제 돈을 주고 성을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부 권봉협 권익증진국 국장은 “성매매가 한순간에 없어지지 않겠지만 명확한 법 기준을 세우고 꾸준히 단속하면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은밀하게 진행되는 성매매 현장을 경찰이 얼마나 찾아내 처벌할 수 있을까. 집창촌이야 지역 단위로 몰려 있어 단속하기 쉽다지만 노래방·티켓다방·전화방 등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성매매 현장을 경찰이 일일이 단속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이런 이유로 일부 남성들은 성매매를 근절하려는 것은 무모한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개발원 변화순 박사는 “지구상에 살인을 막을 수 없으니 살인자를 잡지 말라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반박했다.

여성부가 2002년 발표한 한국의 섹스산업 규모는 24조원. 이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4.1%를 차지하는 규모다. 농수산물이 차지하는 GDP 비중이 4.4%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의 성산업은 상당한 규모다. 이마저도 여성단체는 단순 추정치일뿐 현실적 규모는 훨씬 크다고 지적한다. 여성의 치장과 관련있는 화장품·옷·미용실·세탁소뿐 아니라 주류·음식점·모텔 등 섹스와 연관된 산업은 전방위적으로 퍼져 있다. 따라서 정부와 경찰이 성매매자들과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성 관련 산업의 침체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아직 없다. 이 때문에 단속이 강화될수록 관련 업종의 영업 행태가 더 음성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단속 강화 이후 벌써 온라인을 이용한 매춘이 주택가를 파고들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성매매 여성들이 당장 입게 될 경제적 피해다. 수입이 끊긴 성매매 여성들이 직업을 구하지 못한다면 당장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전국의 성매매 여성을 33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1백만명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33만∼1백만명에 달하는 성매매 여성들의 퇴로가 적절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더욱 은밀한 방법으로 매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한 단란주점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진주(가명)씨는 “이젠 주택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단골손님의 휴대폰 번호가 적힌 수첩을 꺼내 보인 뒤 “손님이 부르면 어디든 갈 것”이라며 “당장 한달에 2백만원을 집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라도 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의 한 집창촌에서 만난 유민(가명)씨는 “정부가 2007년까지 유예 기간을 주는 줄 알고, 새 삶을 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힘없이 털어놓았다.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유씨는 미용실을 내는 게 꿈이었지만 이것도 앞으로 2년은 돈을 더 모아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처럼 성매매도 직업으로 인정해주면 떳떳할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런 이유로 집창촌 업주들은 포주들과 성매매 여성들이 제2의 삶을 찾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합법적인 사창가를 두자는 의견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어린이·청소년 포럼 대표인 강지원 변호사는 “돈을 지불하고 타인의 신체에 대한 ‘자유를 요구’(?????무슨 뜻인지)하는 것은 인신매매 행위”라며 “성매매 여성과 업주의 관계를 단절시켜 여성의 육체적·정신적 자유를 찾아주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특히 특별법이 시행되고 경찰이 전례 없이 강력 단속하고 있는 와중에 한시적인 유예지대를 둔다는 것은 정부의 원칙을 훼손하고 일선 경찰들의 단속 의지 역시 꺾어놓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성매매 당사자들이 정부의 의지를 축소 해석해 잠시 잠복해 있는 것이 좋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여성개발원의 변화순 박사는 98년 ‘산업형 매매춘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96년 속칭 증기탕을 없애기로 정부가 방침을 정하고 2년 동안 유예 기간을 주었지만 여성 종사자들은 제2의 직업을 대비하지 않았다고 했다.

성매매를 합법적으로 인정한 독일과 네덜란드의 경우는 어떨까. 이곳에선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 성매매자들을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변박사에 따르면 그런 나라에서도 성매매 여성들과 포주들 사이의 착취 고리는 없어지지 않았으며,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춘 여성들은 국가에 세금을 내지 않는 등 스스로 음지로 숨어들어 인권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한국처럼 전국에서 매춘이 일어나는 현실에서 독일이나 네덜란드처럼 합법화했다가는 통제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예지대를 둔다고 해도 업주들 사이에 경쟁이 붙어 땅값 프리미엄이 붙는 등 폐단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법이 시행되고 있는 지금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해달라”는 유씨의 바람은 이제 실현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앞으론 경찰의 단속을 피해 주택가로 들어가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과거와 달리 성매매 유인 광고도 처벌받기 때문이다. 최근 충남의 한 대학가에서 명함 크기의 전화방 유인물을 돌리며 실제 성매매를 중개한 한 젊은 부부가 경찰에 검거됐다.

4백여회의 성매매를 알선한 그 부부는 자신들이 돌린 유인물 때문에 덜미가 잡혔다. 이 때문에 여관촌이나 차앞 유리에 끼워져 있던 명함 크기의 성매매 유인 광고물이 자취를 감췄다.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 알선 역시 집중 수사 대상이다. 9월 23일 이후 보름만에 서울 강남경찰서에서만 2천2백47명의 인터넷 포주들을 적발했다. 게다가 신고 보상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성매매자 파파라치’까지 등장한다면 비밀스런 영업은 상당히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

음성적인 영업을 차단하면서 정부는 성매매 여성들의 적절한 퇴로를 마련하기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다. 여성부는 성매매 여성이 제2의 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구조에서 자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선불금(성매매 여성이 포주에게 매춘을 빌미로 미리 받은 돈) 때문에 채무 문제가 발생할 때 민·형사상의 소송을 무료로 지원하며, 심리 치료를 포함한 의료비도 1인당 3백만원을 지원한다. 직업 훈련과 교육 비용으로 1인당 월 50만원씩 지급하며, 창업시 사회연대은행을 통해 3천만원까지 3년 무이자 대출을 10월 말부터 개시할 예정이다.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도울 상담인력 80명을 올해까지 양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정부의 대책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돕고 있는 은성직업기술원 최정은 사무국장은 정부가 돈만 지원한다고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최국장은 “1년 동안 성매매에 종사한 여성이 사회에 온전히 복귀하려면 7년이 걸린다”며 “1대 1로 상담하고 지원해줘도 3개월 이상 직장에 다니며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은 30%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춘을 그만둔 여성들의 사회 복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담인력 양성과 재활시설 확충, 그리고 장기간에 걸친 자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매매 여성들의 사회 복귀가 힘든 이유는 비정상적인 매춘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매춘생활은 일반인의 상상을 넘어선다. 통상적인 여성들과 달리 성매매 여성들은 하루 5∼20명과 매일 성행위를 해야 한다. 성매매 여성의 재활을 돕는 자립지지공동체 김미령 대표는 “대부분의 포주들은 월경주기에도 성행위를 강요한다. 젖은 솜을 여성의 질에 넣으면 30분 정도 출혈을 멈출 수 있고 솜을 교체하며 10분 정도 쉬면 다음 손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성매매 여성들에게 상식”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일반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말인지, , , , 결론이 없네. 뒤에 이어지는 문장이 이런 생활을 한 끝에 처하게된 현실인가??)

장기간 매춘에 종사한 여성들의 경우 악덕 업주들에 대한 방어력이나 자신감 상실 등으로 매춘생활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경찰청에 피해사례를 신고한 여성들의 대부분이 1년 미만(41%) 성매매에 종사하거나 1∼2년(25%)이었고, 5년 이상은 14%에 불과했다. 은성직업기술원의 최국장은 “늘 욕을 먹고 살거나 도망가면 집에 알리겠다고 협박당한 성매매 여성들은 스스로 신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생활에 대한 자신감도 상실한다”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의 문제 외에 매춘이 갖고 있는 사회안정망으로서의 순기능을 급격히 차단할 경우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들리고 있다. 급격하게 성매매를 차단할 경우 결혼하지 않은 남성들과 가족을 두고 떠나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성적 욕구가 자칫 사회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성문제 전문가는 “3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총각들은 어디서 욕구를 풀 것이냐”며 “강간 등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김미령 대표는 “한국처럼 쉽게 성을 사고 파는 곳에서도 성범죄율이 세계 2위라는 사실은 성매매가 만연된 나라일수록 성범죄율이 높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성매매에 대해 강력한 원칙 하에 단속·처벌할수록 성범죄는 줄어든다는 것이 김대표의 지적이다.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복지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과연 성매매는 ‘필요악’의 존재일까. 이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태국에 이어 세계 성매매 2위국이며, 미국에 이어 성범죄 2위국에 올라 있다. 한국에선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면 부인과 자식들이 성매매를 생각할 정도로 매춘이 만연돼 있다. 게다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소녀 매춘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10대들이 호기심과 충동심으로 혹은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성매매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청이 경찰관을 총동원해도 수많은 성매매 여성들과 이리저리 법망을 피해가는 포주들을 잡아들일 수는 없다. 한국 남성들이 왜곡된 성문화와, 성매매를 두고 형성된 심각한 착취 구조를 깨닫고 스스로 절제하지 않는 한 매춘과 성범죄에 관한 수치스런 ‘세계 2등’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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