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고유가시대 처방 새 에너지원을 찾아라

고유가시대 처방 새 에너지원을 찾아라

고유가 행진은 석유업계로 하여금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새 에너지 공급원을 찾아 나서도록 부추기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셰브론텍사코의 필사적 노력이 돋보인다.
소비자들에게 암울한 소식이 한 가지 있다. 지난 5년 사이 세계 석유 수요가 연평균 1.5% 증가한 반면 생산능력은 0.2% 느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이로써 업계의 잉여 생산능력이 거의 바닥나고 유가는 폭등했다. 그러나 좋은 소식도 있다. 유가가 급등하자 석유회사들이 새로운 석유 공급원을 찾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서아프리카·러시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그동안 쉽게 채굴할 수 있었던 유전 대다수가 거의 고갈되어 가고 있다. 북미의 경우 채유·개발 비용은 1999년 배럴당 5달러에서 현재 11달러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유럽은 11달러에서 18달러로 증가했다. 새로운 매장량을 찾아내기도 훨씬 어려워졌고, 유전을 틀어쥔 교활한 독재자들도 문제다. 이제 해상(海床) 아래 깊은 땅 속이나 모래 퇴적층을 뚫고 들어가야 한다. 여기에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코네티컷주 노워크에 있는 에너지 전문 컨설팅 업체인 존 헤롤드(John Herold Inc.)의 애널리스트 루이스 갤리아디는 “새로운 매장지를 발견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며 “석유업체가 열심히 뛰고 발 빠르게 움직여봐야 겨우 현상유지만 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석유개발 비용은 배럴당 20달러다. 장기적으로는 34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5년 약정 선물계약이 배럴당 34달러에서 이뤄지고 있다. 자산관리업체 로버트 베어드(Robert Baird)의 애널리스트 조지 개스파는 “석유가 충분하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는 대규모 매장량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이 10년 전의 두 배”라며 “그나마 고유가 탓에 업체들이 달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 조건만 맞아떨어진다면 개발할 수 있는 석유는 많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표면의 액상(液狀) 탄화수소의 양이 석유 7조6,000억 배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천연가스와 타르 샌드도 포함된다. 앞으로 170년을 버틸 수 있는 양이다.

엑슨모빌(ExxonMobil)·로열 더치셸(Royal Dutch Shell)·BP·토탈(Total)·셰브론텍사코(ChevronTexaco) 등 석유업계의 이른바 ‘빅5’는 그동안 석유 탐사·생산에 연간 470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었다. 그러나 달러당 얻을 수 있는 양은 점차 줄었다.

빅5 가운데에서도 덩치가 가장 큰 엑슨모빌은 탐사·생산에 연간 120억 달러를 쏟아 붓는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하루 생산량이 420만 배럴 위로 올라선 적은 없다. 빅5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은 캘리포니아주 샌라몬 소재 셰브론텍사코는 올해 6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지만 생산량이 4%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셰브론텍사코의 CEO 데이비드 오레일리(David O’Reilly)는 “공급이 문제”라며 “개발도상국의 수요 증가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에 따르면 하루 석유 소비량 630만 배럴로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 2위인 중국의 에너지 소비는 오는 2020년까지 100% 증가할 것이다. 세계 에너지 수요는 인구증가와 개도국의 산업화로 20년 뒤 40% 늘 전망이다.

그렇다면 수요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 헤롤드는 석유업계의 올해 예상 순이익이 1,370억 달러라고 밝혔다. 5년 전에는 460억 달러였다. 석유업체들은 배당금, 자사주 매입으로 800억 달러를 분배하고도 향후 2년 동안 연간 1,800억 달러나 지출할 수 있다. 북미·북해 유전의 생산량이 줄고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지역에 더 깊숙이 진출하면서 업계도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셰브론텍사코만큼 다급한 업체도 없다. 셰브론텍사코는 엄청난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투자은행 시몬스 앤 컴퍼니(Simmons & Co.)는 지난 12개월 사이 셰브론텍사코는 매출 1,300억 달러, 순이익 104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자본수익률은 13%로 엑슨모빌의 17%보다 낮았다. 이런 약점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셰브론텍사코 주식은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의 10.3배에서 거래되고 있다. 엑슨모빌의 경우 14.4배, BP는 13.6배다.

셰브론텍사코는 확보한 매장량에서도 120억 배럴로 한참 뒤져 있다. 엑슨모빌의 220억 배럴, BP의 180억 배럴, 20%나 줄어든 셸의 140억 배럴보다도 적은 양이다. 석유겷동О】볜?환산한 셰브론텍사코의 하루 평균 생산량 260만 배럴은 3년 전 수준과 비슷하다.

지난 5년 동안 셰브론텍사코는 적어도 탐사·사추 건수를 기준으로 빅5 가운데 가장 진취적이었다. 결실을 애타게 기다리는 셰브론텍사코의 피터 로버트슨(Peter Robertson) 부회장은 2008년 생산량이 하루 20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지 못할 경우 자신은 해고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투자컨설팅 업체 베어 스턴스(Bear Stearns)의 애널리스트 프레더릭 루퍼는 로버트슨의 공언에 대해 “행운을 빌 따름”이라고 말했다. 하루 200만 배럴을 달성하려면 연간 생산량 증가율이 3.6%는 돼야 한다. 하지만 루퍼는 2~3%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엑슨모빌·토탈·BP의 증가율은 각각 4%·4%·7%에 이를 전망이다.

셰브론텍사코는 실적 압박을 받고 있으면서도 가치가 매우 높은 곳에 투자하고 있다. 필요 자금 50억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유전·가스전 1,500개 가운데 1,100개의 지분까지 매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셰브론텍사코가 앞으로 10년에 걸쳐 500억 달러나 쏟아부을 대상은 과연 무엇일까.

첫째, 심해 유전이다. 오는 2010년 세계 석유 공급량의 10%가 심해 유전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옛 소련이다. 중동을 제외할 경우 액상 탄화수소가 가장 많은 곳이 옛 소련이다. 셋째, 베네수엘라의 중유(重油)와 캐나다의 타르 샌드다. 넷째, 천연가스와 천연가스 운반선이다.

지난해 11월 셰브론텍사코는 멕시코만의 알라미노스 해곡(海谷) 지역에서 역사상 가장 깊은 갱정을 시추했다. 해수면 아래 3km 이하에서 갱정을 판 것은 셰브론텍사코가 처음이다. 석유시추선 디스커버러 딥 시스(Discoverer Deep Seas)는 해저에 굴착장치를 고정시키고 6.4km나 뚫고 내려갔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만 5,000만 달러가 넘었다. 갱정을 파는 동안 시추선이 움직여서는 안 된다. 시추선 고정을 위해 360도 회전이 가능한 직경 4.6m짜리 프로펠러가 달린 추진기 6대도 동원됐다. 추진기는 해저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 음파위치확인중계기와 연결돼 있다. 시추선은 바람이 시속 153km로 불어도 추진기 덕에 흔들리지 않는다. 시추선은 37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해 추진기와 굴착장비에 동력으로 제공한다.

인구 3만5,000명의 도시가 쓰고도 남을 만한 전력이다. 심해에서 핵심 장비는 분출 차단기다. 무게가 300t이나 나가는 차단기는 갱정 입구를 막아버린다. 해저 암반 속을 초고압(평방인치당 1만5,000파운드)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이다.

멕시코만의 톨레도 유정에는 무려 2억 배럴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셰브론텍사코는 톨레도를 셸 ·유노칼(Unocal)이 발견한 인근 유정과 함께 개발하기 위해 공동 플랫폼 건설에 나설 생각이었다. 그러나 톨레도는 텅 비어 있었다. 요즘 첨단 3차원 지질조사 기술이 동원되지만 유정 개발은 여전히 큰 리스크를 안고 있다.

셰브론텍사코는 멕시코만의 그린 해곡 지역에서 그런대로 성공을 거뒀다. 셰브론텍사코는 2002년 그린 해곡에서 타히티 유정을 시추했다. 5억 배럴이 매장된 것으로 보이는 타이티는 셸과 엔카나(EnCana)가 지분 58%를 갖고 있다. 2007년에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통가 유정을 시추하기 위해 해저 1.5km 지점에서 해저 밑으로 9.7km를 수직으로 뚫고 들어갔다. 타히티와 마찬가지로 통가에서도 3.4km 두께의 암염층을 관통해야 했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유정은 수심 2.1km에 있는 셸갃P의 나키카(Na Kika)다. 나키카에서는 케이블로 해저에 느슨하게 묶여 있는 2만t의 반잠수형 부상식(浮上式) 플랫폼을 이용한다. 플랫폼은 길이 2.4km의 파이프라인과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될 석유 무게까지 지탱할 수 있다.


실패로 끝난 톨레도처럼 더 깊이 들어가다 보면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셰브론텍사코의 북미 탐사 담당 레이먼드 윌콕스(Raymond Wilcox)는 “시추방법이야 잘 알고 있지만 생산방법은 아직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셰브론텍사코에서 해외 탐사를 책임지고 있는 조지 커클런드(George Kirkland)는 이에 대해 “걱정할 것 하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저 3km 지점에서 매장량 10억 배럴의 유전을 발견한다면 생산이 가능하도록 어떤 기술이든 속히 찾아낼 것”이라며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색다른 기술적 문제가 캐나다의 뉴펀들랜드주에서 발생했다. 셰브론텍사코와 제휴 업체들은 빙산 한복판에 있는 뉴펀들랜드주 오펀 해분(海盆) 지역의 석유채굴권을 갖고 있다. 셰브론텍사코는 오펀에서 최소 5억 배럴의 석유를 찾아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5억 배럴 정도면 인근에 있는 엑슨모빌의 하이버니아 같은 플랫폼을 설치할 수 있다. 하이버니아는 100만t의 빙산과 부딪쳐도 끄떡없다. 97년 120만t의 콘크리트와 부력조정용 밸러스트로 세운 하이버니아는 7억 배럴 정도가 묻혀 있는 지역에 있고 하루 15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셰브론텍사코는 하이버니아의 지분 27%를 보유하고 있다.

석유업계가 온갖 어려움을 마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새로 발견된 석유 매장량 가운데 65%가 해저 360m 아래 묻혀 있다. 올해 해저에서 공급될 석유는 13억 배럴로 세계 수요량의 5%에 해당한다. 컨설팅업체 우드 매켄지(Wood Mackenzie)는 해저 석유의 공급량이 201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가장 부산한 심해 지역이 나이지리아·앙골라·적도기니를 중심으로 한 서아프리카 바다다. 셰브론텍사코는 서아프리카에서 향후 3년간 34억 달러를 투자해 유전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그곳에 석유 10억 배럴 이상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아프리카 유전개발 계획 가운데 하나가 아그바미 프로젝트다. 아그바미 프로젝트는 해저 1.5km에서 발견된 매장량 8억 배럴의 유전을 개발하는 것이다.

셰브론텍사코는 아그바미의 대지분을 갖고 있다. 2007년 생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하루 최대 생산량 25만 배럴을 기록할 전망이다.

러시아 등 옛 소련 국가들은 하루 900만 배럴을 생산해 세계 석유 수요량의 13%나 공급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다. 옛 소련 지역에서 확인된 매장량만 770억 배럴에 이른다. 하지만 옛 소련 지역 대부분은 아직 탐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대개 정치적 리스크 때문이다. 그러나 엄청난 잠재력이 숨어 있어 미국과 유럽의 대다수 석유업체가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해 BP는 튜멘석유(TNK)와 60억 달러 규모의 생산계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BP의 올해 2분기 생산량이 14% 증가했다.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는 최근 13억 달러에 러시아 정부가 갖고 있는 루크오일(Lukoil) 지분 8%를 인수했다.

셰브론텍사코는 카자흐스탄에서 확고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맥을 못추고 있다. 1년 전 셰브론텍사코는 40억 달러에 유코스(Yukos) 지분 25%를 매입할 가능성이 컸다. 계약이 성사됐다면 셰브론텍사코의 단기 증산에 대한 우려는 사라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유코스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Mikhail Khodorkovsky) 회장이 탈세 혐의로 체포되자 계약에 대한 관심은 식어버렸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이 더 악화한 것이다. 오레일리는 호도르코프스키가 체포되기 몇 달 전 러시아 당국이 대규모 사할린 3광구 생산지분에 대한 셰브론텍사코의 권리를 취소해 좌절한 바 있다.

오레일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인 그가 36년 전 셰브론텍사코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이래 지금까지 배운 것은 인내심이다. “진출하고 싶은 곳 가운데 하나가 러시아”라고 밝힌 그는 지난 7월 초순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석유장관과 만났다. 수년에 걸친 대규모 투자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셰브론텍사코의 해외탐사 책임자인 조지 커클런드는 “러시아의 장기적 전망이 매우 밝지만 유코스가 경계심을 풀지 않는다”며 “리스크라는 관점에서 볼 때 러시아가 과연 언제 합리적인 시장이 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답을 곧 찾아야 할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투자은행 드레스트너 클라인보르트 바세르슈타인(Dresdner Kleinwort Wasserstein)에 유코스가 운영하고 있는 천연가스 사업의 가치를 평가해달라고 의뢰했다. 경매에 부치기 위해서다.

러시아는 최근 가스프롬(Gazprom)과 로스네프트(Rosneft)를 통합해 세계 최대 에너지 업체로 탈바꿈시켰다. 이는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투자를 끌어들이는 유인책이 될 것이다. 셰브론텍사코는 최근 가스프롬과 공동 탐사겮稚?프로젝트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셰브론텍사코는 카자흐스탄에서도 많은 사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텡기스 유전에는 60억~90억 배럴의 채굴 가능한 석유가 매장돼 있다. 셰브론텍사코는 텡기스 유전에 접근하기 위해 정치게임을 해야 했다. 80년대 후반 소련과, 소련 붕괴 이후 카자흐스탄 정부와 협상했다.

93년 협상이 타결된 뒤 국제 컨소시엄 텡기스셰브로일(TengizChevroil)의 지분 50%를 보유한 셰브론텍사코는 제휴업체들과 시추 및 인프라에 100억 달러 이상이나 투자했다. 초기에 원유를 시장까지 운반하는 데 배럴당 6달러가 들고 열차 수천 량이 필요했다. 현재 텡기스 유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28만 배럴로 배럴당 운송비가 3달러다. 1,450km에 이르는 카스피해 송유관으로 러시아 흑해의 항구도시 노보로시스크까지 운송되는 것이다.

송유관 지분 15%를 셰브론텍사코가 갖고 있다. 송유관은 2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통해 하루 수송량이 두 배로, 다시 말해 120만 배럴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훨씬 규모가 큰 카샤간 유전의 생산량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듯하다. 카샤간에서는 오는 2008년 석유생산이 시작될 예정이다.

수송이 유일한 문제는 아니었다. 텡기스에서 생산되는 석유는 부식성이 강한 유황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따라서 송유관을 거치기 전에 부분 정제해야 한다. 지금까지 유황 500만t이 카자흐스탄의 아티라우에서 걸러졌다.

아티라우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 압렬(壓裂)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텡기스에서 생산된 680만㎥의 천연가스가 날마다 유정으로 주입돼 석유 점도를 낮추고 유정 압력은 높인다. 그 덕에 2008년 텡기스의 생산량은 하루 80만 배럴을 기록할 것이다. 셰브론텍사코에만 하루 35만 배럴이 돌아가는 셈이다. 이는 세계 석유 수요의 1%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양이다.

고유가로 타르 샌드와 중유의 활용도 가능해졌다. 캐나다와 베네수엘라에서 셰브론텍사코의 주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셰브론텍사코는 캐나다·베네수엘라에 타르 샌드·중유같은 ‘비일반유’가 엄청나게 매장돼 있다고 본다. 석유로 치면 최소 2조 배럴에 해당한다. 일반 원유의 세계 부존량보다 많은 셈이다.

캐나다 앨버타주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타르 샌드 채굴이 진행되고 있다. 타르 샌드란 탄화수소가 풍부한 역청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무거운 흙이다. 셰브론텍사코는 40억 달러 상당의 애서배스카 광산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셸이 관리하는 애서배스카에서 하루 13만4,000배럴의 석유가 추출된다.

거대한 애서배스카 노천 광산에서 대형 동력 삽이 100t의 모래를 400t짜리 덤프 트럭에 싣는다. 진흙과 모래에서 뽑아낸 역청으로 원유를 만드는 작업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큰 탄화수소 분자를 끈적끈적하고 작은 분자로 분해하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배럴당 18㎥의 천연가스가 소비된다. 타르 샌드에서 합성 원유 1배럴을 생산하는 데 10달러가 들어간다. 중동산 원유의 3달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런 합성 원유의 수요가 늘면 앨버타에서 천연가스 소비도 증가해 새로운 에너지원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중유는 처리과정이 다르다. 셰브론텍사코는 베네수엘라에서 진행 중인 아마카 프로젝트의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다. 아마카는 중유 300억 배럴이 매장된 오리노코 지대에 있다. 중유는 거품이 많은 무스 형태로 채굴된다. 따라서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서는 혼합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난 8월 아마카의 공장 개조가 완료됐다.

하루 최대 19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배럴당 생산단가는 13달러다. 셰브론텍사코는 지금까지 제휴업체들과 함께 38억 달러 이상을 아마카에 쏟아 부었다. 이제 서서히 결실을 거둬들이게 될 것이다. 아마카에서 중유 생산은 30년 이상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국이 불안한 베네수엘라에서 확인된 일반 석유와 중유의 매장량은 각각 780억?,600억 배럴이다.

쉽게 퍼올릴 수 있는 석유가 바닥나면서 빅5는 풍부한 천연가스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BP와 엑슨모빌의 경우 천연가스가 탄화수소 제품 생산 중 이미 45%를 차지한다. 10년 안에 석유 생산을 앞지를 전망이다. 총생산에서 천연가스 비중이 27%에 불과한 셰브론텍사코는 다른 업체들보다 훨씬 뒤진 셈이다. 천연가스의 문제는 대양을 건너 수송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LNG항(港)이 필요하다. 그러나 LNG항 건설에 현지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일본·대만·한국 등 자원이 부족한 나라들이 소비하는 천연가스 가운데 98%가 LNG다. 미국은 2%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가동되고 있는 LNG 수입 터미널은 4개뿐이다. LNG 폭발 가능성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로 20개가 넘는 터미널 건설안 가운데 6개가 이미 무산됐다. 텍사스주 휴스턴 소재 법률회사 애킨 검프 앤 스트라우스(Akin Gump & Strauss)에서 LNG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존 코건은 앞으로 10년 안에 터미널 5개가 신설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에너지 기반시설에 익숙한 루이지애나주나 텍사스주가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그보다 많은 LNG 터미널을 필요로 한 다. 지난 수십 년 동안 LNG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지만 현실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연간 소비량 6,800억㎥ 가운데 1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미국에서 개발한 가스전은 늘었지만 생산량이 줄면서 수급 격차가 점차 심해질 것이다. 수입 터미널에 대한 미국인의 거부감으로 천연가스 가격만 오르고 있다.

가격은 현재 100만BTU(영국의 열량 단위·1BTU=252cal)당 6달러로 99년의 3배에 달한다. 오레일리는 “LNG 수입 터미널을 증설해야 한다”며 “증설하지 않으면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 결국 알루미늄·비료· 화공 등 산업 전반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셰브론텍사코가 성난 주민들의 반발을 비켜갈 방법은 없을까. 루이지애나주에서 65km 떨어진 멕시코만으로 눈을 돌리면 된다. 셰브론텍사코는 멕시코만에 6억 달러 상당의 포트 펠리컨 터미널을 건설할 수 있는 승인까지 얻었다. 포트 펠리컨에서 LNG선이 LNG 1억9,500만㎥를 저장탱크에 주입한다.

탱크에서 하루 4,500만㎥를 다시 기화시켜 파이프라인으로 루이지애나주의 헨리 기지에 보낸다. 가스는 헨리 기지에서 13개 대형 파이프라인을 통해 각지로 운송된다. 포트 펠리컨은 이르면 2007년부터 LNG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멕시코의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에 또 다른 터미널을 건설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셰브론텍사코는 하루 72만 배럴의 석유에 맞먹는 천연가스 1억2,200만㎥를 생산하고 있다. 그 가운데 절반이 미국산이다. 하지만 전망이 가장 밝은 곳으로 카타르의 세계 최대 가스전(매장량 25조5,000억㎥)에서 진행하고 있는 가스 액화 프로젝트를 예로 들 수 있다. 호주 서북 연안에 있는 고건 가스전도 있다. 셰브론텍사코는 고건 가스전의 대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건의 매장량은 석유 18억 배럴에 상당하는 3,090억 ㎥로 추정된다. 인근의 여러 가스전에도 8,500억㎥가 매장돼 있다. 셰브론텍사코는 향후 10년 동안 고건과 인근 가스전 개발에 1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고건 가스전은 24년 전 발견됐지만 개발하지 못했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LNG선을 건조할 만큼 천연가스 가격이 높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지난해 중국은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가스전을 개발 중인 컨소시엄과 250억 달러에 계약했다. 20년 동안 연간 43억㎥의 LNG를 공급받기 위해서다. 셰브론텍사코는 호주 제2의 가스전 지분 17%를 갖고 있다.

셰브론텍사코의 세계 가스 부문 사장 존 개스(John Gass)는 “5년 전이었다면 고건에서 LNG를 북미로 가져간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고 들려줬다. 하지만 오늘날 개스가 세우고 있는 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의 에너지가 고갈돼 가고 있다는 말은 얼토당토않다. 값싼 에너지가 바닥나고 있을 뿐이다. 비싼 에너지는 아직 많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정부, 법원에 '의대증원' 자료 49건 제출…내주 집행정지 결정

2홍천서 올해 첫 진드기 SFTS 사망자 발생

3비트코인, 전일 대비 3.2%↓…6만 달러 위태

4대주주 주식 양도차익, 1인당 평균 13억 넘어

5코로나19 수혜 기업, 엔데믹 탈출구 마련은 언제

6라인 사태에 네이버·라인 직원 동요…“일자리 잃나”

7코로나19 백신 개발 속속 중단…자금 확보도 난항

8“힐링 충전 ‘必 리필’…니도 가자, 필리핀 엘니도”

9충주시 홍보맨이 ‘공직 생태계 파괴자’가 된 이유

실시간 뉴스

1정부, 법원에 '의대증원' 자료 49건 제출…내주 집행정지 결정

2홍천서 올해 첫 진드기 SFTS 사망자 발생

3비트코인, 전일 대비 3.2%↓…6만 달러 위태

4대주주 주식 양도차익, 1인당 평균 13억 넘어

5코로나19 수혜 기업, 엔데믹 탈출구 마련은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