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스위트 맨'
튀는 '스위트 맨'
이언 퍼거슨은 영국의 대표적인 설탕제조업체 테이트 앤 라일에 성장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세계 최대 탄수화물 업체.’ 2003년 5월 이언 퍼거슨(Iain Ferguson?9)이 테이트 앤 라일(Tate & Lyle)의 CEO로 취임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하필이면 고단백·저탄수화물 위주의 애트킨스(Atkins) 다이어트가 한창 유행하던 때였다. 당시 선진국 정치인들은 비만율 상승을 성토했다. 소비자들은 최신 다이어트 기법에 걸맞은 식품을 요구했다. 퍼거슨은 “시류에 맞지 않은 슬로건이었다”고 인정했다.
이제 테이트 앤 라일은 슬로건에 이어 사업방향을 바꾸고 있다. 한때 막대한 부채, 반독점법 위반 혐의, 순이익 감소 등으로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던 84년 전통의 소비재산업 업체 테이트 앤 라일이 재무상태를 개선하고 볼썽 사나운 민사소송 사건과 화해한 뒤 역점사업을 재조율하고 있는 것이다.
테이트 앤 라일은 설탕·녹차 등 1차 상품 부문에서 벗어나 유니레버(Unilever)·크래프트(Kraft)·코카콜라 등 대형 식품업체들과의 마진이 큰 거래를 늘리고 있다. 이들 업체에 공급되는 원료는 소비자들이 들어갔는지조차 알아채지 못하는 종류다.
퍼거슨은 테이트 앤 라일이 식품 산업의 ‘과묵한 파트너’로서 식품을 진하게 하고 유통기한을 연장하며, 먹음직스럽게 만드는 가공 제품군을 판매하고 있다고 즐겨 말한다. 일례로 테이트 앤 라일의 소르비톨(sorbitol)은 식품·제약업체들이 껌이나 치약 등을 촉촉하게 만드는 데 사용된다. 바이오 수지인 산탄(xanthan)은 샐러드 드레싱이나 소스에 감촉과 점성을 준다.
최대 히트작은 ‘스플렌더(Splenda)’라고 할 수 있다. 스플렌더는 설탕보다 당도가 600배 높은 무칼로리 감미료. 테이트 앤 라일은 이보다 더 달콤한 실적을 거뒀다. 스플렌더의 경이로운 성장 덕에 연매출 58억 달러인 이 업체는 2004년 4~9월에 전년 동기보다 9% 많은 2억3,500만 달러의 세금 공제 전 순이익을 냈다. 수년간 주가 하락에 시달리고 7년간 FTSE100 지수에서 제외됐던 테이트 앤 라일은 다시 이 대열에 편입됐다. 포브스는 퍼거슨의 지도력을 인정해 그를 ‘2004 올해의 유럽 기업인’으로 선정했다.
평생 식품업에 종사해온 퍼거슨은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인근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에서 화학과 심리학을 공부했다. 1977년 유니레버에 입사했다. 그는 유니레버의 차·야자기름 농장과 냉동식품·아이스크림 사업부인 버즈 아이 월스(Birds Eye Walls)의 책임자를 역임하면서 승진 사다리를 올라갔다.
2002년 테이트 앤 라일의 래리 필러드(Larry Pillard) 미국 지사장이 스웨덴의 대규모 포장 전문 비상장업체 테트라 라발 그룹(Tetra Laval Group)의 CEO로 자리를 옮긴다. 테이트 앤 라일을 견실한 기반 위에 올려놓은 뒤였다. 하지만 테이트 앤 라일은 여전히 숱한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었다. 헤드헌터들은 퍼거슨이 이에 정통하다는 걸 알게 됐다.
1921년 헨리 테이트(Henry Tate)와 애브럼 라일(Abram Lyle)이 각자의 설탕과 시럽 업체를 합쳐 만든 테이트 앤 라일은 수십 년에 걸쳐 녹말·설탕·시리얼 감미료 업체들을 인수했다. 테이트(영국의 유명한 국립박물관인 ‘테이트 갤러리’와 이름이 같아 덕을 보기도 한다)는 각설탕 특허권을 보유했다. 여러 해에 걸쳐 영국에서는 자체 브랜드로, 미국에서는 도미노(Domino)라는 이름으로 각설탕을 팔았다. 유럽과 미국의 녹말 제조업체인 아밀럼(Amylum)과 AE 스탤리(A.E.Staley), 캐나다 설탕업체 레드패스(Redpath)의 지분도 인수했다.
그러나 테이트 앤 라일은 세계 설탕시장의 공급과잉과 변덕스러운 날씨, 미국의 노동자 파업으로 고전했다. 특히 미국 사업부는 90년대에 손실을 기록했고 AE 스탤리 사업부는 고과당 콘시럽 시장에서 가격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미 연방정부의 조사를 받았다. 테이트 앤 라일 전체의 세금 공제 전 순이익은 96년에 5억5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가 1년 만에 55% 격감했다.
순이익에 대한 우려가 불거져 나오면서 테이트 앤 라일의 주가는 주저앉았다. 98년 테이트 앤 라일은 FTSE250에서 투자 수익률이 가장 형편없는 주식이었다. 그리고 2000년 언론에서는 테이트 앤 라일이 미국 곡물업체 카길(Cargill) 같은 업체에 매각되거나 사모투자회사에 인수돼 분해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임원들은 자산의 75%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99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구조조정이 형세를 뒤집었다. 도미노는 2001년 매각됐다. 2002년 테이트 앤 라일은 매출 49억 달러, 세금 공제 전 순이익 2억8,900만 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필러드는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부채비율을 낮췄다. 또 4년간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 30개를 매각했다.
하지만 테이트 앤 라일은 여전히 성장동력이 부족했다. 퍼거슨은 4개월 동안 일리노이주·멕시코·남아프리카 등지에 있는 테이트 앤 라일의 주요 공장과 사무실을 둘러봤다. 2003년 후반 휴양지에 모인 테이트 앤 라일의 고위 임원 25명은 고객 관계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퍼거슨은 테이트 앤 라일이 구조조정을 거치기 전에는 고객업무 담당부서가 따로 놀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코카콜라가 설탕과 구연산을 테이트 앤 라일의 각기 다른 부서에서 구매했던 것이다. 퍼거슨은 새롭게 태어난 테이트 앤 라일은 고객사들이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일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점차 우리가 대하는 상대가 그저 고객사의 바이어들이 아니라 고객사의 마케팅이나 혁신을 담당하는 직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퍼거슨은 국제 마케팅 부서를 신설하고 HJ 하인즈(H.J. Heinz)와 코카콜라에서 일했던 미국인 그레그 모렌시(Greg Morency)를 부(副)CEO로 영입했다. 테이트 앤 라일은 설립 이래 처음으로 소비자, 다시 말해 최종 수요자의 주문에 반응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에 역점을 뒀다.
테이트 앤 라일은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저탄수화물 크래커나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같은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설문조사 자료는 식품업체들이 새로운 실험을 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사전 준비 덕분에 테이트 앤 라일은 유수 식품업체들로부터 인정받았다. 모렌시는 “우리가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식품업체들이 호응을 보인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가끔은 소규모 업체들과 협력관계를 맺었다. 2003년 테이트 앤 라일은 메릴랜드주 컬럼비아에 있는 생명공학업체 이젠 바이오 테크놀로지(Igene Biotechnology)와 제휴해 물고기 먹이 ‘아스탁산친(astax-anthin)’을 생산했다. 아스탁산친의 상품명은 아쿠아스타(Aquasta)다.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만든 아스탁산친은 물고기에게 필수 영양소를 공급해줄 뿐더러 연어와 송어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색깔을 내게 한다. 테이트 앤 라일의 영국 셀비 공장은 양어장 납품용으로 아스탁산친을 연간 최소 1,500t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테이트 앤 라일은 소로나(Sorona)의 주요 원료를 만들기 위해 듀폰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제휴관계를 갱신했다. 옥수수가 원료인 소로나는 내구성이 높고 얼룩이 지지 않는 합성직물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2004년 4월 퍼거슨이 존슨 앤 존슨(Johnson & Johnson)의 맥닐 뉴트리셔널스(McNeil Nutritionals) 사업부와 맺고 있던 오랜 협력관계를 재정비한 일이었다. 제휴관계는 테이트 앤 라일이 설탕보다 훨씬 당도 높은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후인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물질은 3개의 수산기를 3개의 염소 원자로 치환하면서 맛은 그대로 유지했다. 수크랄로스(sucralose)로 알려진 제품의 염소 화합결합은 끊어지지 않아 체내에 흡수돼도 칼로리는 섭취되지 않는다. 열에 대한 내성이 있어서 테이트 앤 라일이 경쟁업체들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주는 특성이다. 제과류나 통조림 제품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이트 앤 라일은 맥네일에 수크랄로스의 시판 승인과 관련된 규제상의 걸림돌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요청했다. 대신 미국곂A?뉴질랜드에서 수크랄로스를 판매할 권리를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수크랄로스가 처음 설탕 대체제 시장(현재 10억 달러 규모)에 진입했을 때에는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 65년 개발된 아스파탐(Aspartame)이 다이어트 음료에서 유력한 주자로 인공감미료 시장의 55%를 차지하고 있었다.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은 85년 당시 몬산토(Monsanto)가 소유한 아스파탐이 뉴트라스위트라는 상품명으로 7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98년에서야 스플렌더로 알려진 수크랄로스를 승인했다.
마침내 2004년 유럽연합(EU)의 승인이 났다. 테이트 앤 라일은 스플렌더를 대형 식품업체에 판매하는 유일한 제조업체다. 현재 오션 스프레이(Ocean Spray) 크랜베리 주스와 새로 나온 다이어트 코카콜라겿慂횁세븐업 등 약 4,000개 제품에 스플렌더가 들어간다. 제너럴 밀스(General Mill)는 트릭스나 코코아 펍스 등 스플렌더가 들어간 아이들용 시리얼에는 당분이 75%나 적다고 광고한다.
사업이 너무 잘돼 테이트 앤 라일은 지난 여름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 고객들에게 스플렌더를 더 공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테이트 앤 라일은 7,500만 달러를 들여 앨라배마 공장을 증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싱가포르에 1억7,500만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착공했다. 퍼거슨은 “테이트 앤 라일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며 “더 많은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해 안타깝지만 반대 경우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2004년 테이트 앤 라일은 AE 스탤리가 받고 있는 가격조작 혐의를 벗기 위해 1억 달러를 물었다. 그러나 퍼거슨은 여전히 구조적인 어려움과 씨름해야 한다. 스플렌더 사업이 지닌 상품 측면에서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CSFB의 애널리스트 찰스 밀스는 미국 소프트음료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고과당 콘시럽의 수요가 장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가격지원 규모 삭감이나 수입쿼터 같은 EU의 정책 변화로 인해 향후 4~5년간 테이트 앤 라일의 순이익 규모가 7,500만 달러 줄어들 수도 있다. 한편 밀스는 테이트 앤 라일의 스플렌더 제품 특허가 이미 만료됐다면서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 하나만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단계에 이르면 수크랄로스의 특허권이 위협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예측했다. 일반 복제품 제조업체들이 대체 생산방법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퍼거슨은 이런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수크랄로스의 특허는 제조방법을 포함해 32개이며 앞으로 20년에 걸쳐 만료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스플렌더는 6개월 만에 2003년 전체 매출 1억3,000만 달러에 육박했다. 그 실적은 테이트 앤 라일이 FTSE100 지수 편입종목의 자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테이트 앤 라일의 주가는 퍼거슨이 사령탑을 맡은 후 약 67% 올랐다. 그는 “테이트 앤 라일 직원들은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4~5년 동안 매우 힘든 과정을 버텨냈다”며 “이런 점에서 우레와 같은 찬사를 받을 만하다”고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지금 테이트 앤 라일은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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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탄수화물 업체.’ 2003년 5월 이언 퍼거슨(Iain Ferguson?9)이 테이트 앤 라일(Tate & Lyle)의 CEO로 취임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하필이면 고단백·저탄수화물 위주의 애트킨스(Atkins) 다이어트가 한창 유행하던 때였다. 당시 선진국 정치인들은 비만율 상승을 성토했다. 소비자들은 최신 다이어트 기법에 걸맞은 식품을 요구했다. 퍼거슨은 “시류에 맞지 않은 슬로건이었다”고 인정했다.
이제 테이트 앤 라일은 슬로건에 이어 사업방향을 바꾸고 있다. 한때 막대한 부채, 반독점법 위반 혐의, 순이익 감소 등으로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던 84년 전통의 소비재산업 업체 테이트 앤 라일이 재무상태를 개선하고 볼썽 사나운 민사소송 사건과 화해한 뒤 역점사업을 재조율하고 있는 것이다.
테이트 앤 라일은 설탕·녹차 등 1차 상품 부문에서 벗어나 유니레버(Unilever)·크래프트(Kraft)·코카콜라 등 대형 식품업체들과의 마진이 큰 거래를 늘리고 있다. 이들 업체에 공급되는 원료는 소비자들이 들어갔는지조차 알아채지 못하는 종류다.
퍼거슨은 테이트 앤 라일이 식품 산업의 ‘과묵한 파트너’로서 식품을 진하게 하고 유통기한을 연장하며, 먹음직스럽게 만드는 가공 제품군을 판매하고 있다고 즐겨 말한다. 일례로 테이트 앤 라일의 소르비톨(sorbitol)은 식품·제약업체들이 껌이나 치약 등을 촉촉하게 만드는 데 사용된다. 바이오 수지인 산탄(xanthan)은 샐러드 드레싱이나 소스에 감촉과 점성을 준다.
최대 히트작은 ‘스플렌더(Splenda)’라고 할 수 있다. 스플렌더는 설탕보다 당도가 600배 높은 무칼로리 감미료. 테이트 앤 라일은 이보다 더 달콤한 실적을 거뒀다. 스플렌더의 경이로운 성장 덕에 연매출 58억 달러인 이 업체는 2004년 4~9월에 전년 동기보다 9% 많은 2억3,500만 달러의 세금 공제 전 순이익을 냈다. 수년간 주가 하락에 시달리고 7년간 FTSE100 지수에서 제외됐던 테이트 앤 라일은 다시 이 대열에 편입됐다. 포브스는 퍼거슨의 지도력을 인정해 그를 ‘2004 올해의 유럽 기업인’으로 선정했다.
평생 식품업에 종사해온 퍼거슨은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인근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에서 화학과 심리학을 공부했다. 1977년 유니레버에 입사했다. 그는 유니레버의 차·야자기름 농장과 냉동식품·아이스크림 사업부인 버즈 아이 월스(Birds Eye Walls)의 책임자를 역임하면서 승진 사다리를 올라갔다.
2002년 테이트 앤 라일의 래리 필러드(Larry Pillard) 미국 지사장이 스웨덴의 대규모 포장 전문 비상장업체 테트라 라발 그룹(Tetra Laval Group)의 CEO로 자리를 옮긴다. 테이트 앤 라일을 견실한 기반 위에 올려놓은 뒤였다. 하지만 테이트 앤 라일은 여전히 숱한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었다. 헤드헌터들은 퍼거슨이 이에 정통하다는 걸 알게 됐다.
1921년 헨리 테이트(Henry Tate)와 애브럼 라일(Abram Lyle)이 각자의 설탕과 시럽 업체를 합쳐 만든 테이트 앤 라일은 수십 년에 걸쳐 녹말·설탕·시리얼 감미료 업체들을 인수했다. 테이트(영국의 유명한 국립박물관인 ‘테이트 갤러리’와 이름이 같아 덕을 보기도 한다)는 각설탕 특허권을 보유했다. 여러 해에 걸쳐 영국에서는 자체 브랜드로, 미국에서는 도미노(Domino)라는 이름으로 각설탕을 팔았다. 유럽과 미국의 녹말 제조업체인 아밀럼(Amylum)과 AE 스탤리(A.E.Staley), 캐나다 설탕업체 레드패스(Redpath)의 지분도 인수했다.
그러나 테이트 앤 라일은 세계 설탕시장의 공급과잉과 변덕스러운 날씨, 미국의 노동자 파업으로 고전했다. 특히 미국 사업부는 90년대에 손실을 기록했고 AE 스탤리 사업부는 고과당 콘시럽 시장에서 가격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미 연방정부의 조사를 받았다. 테이트 앤 라일 전체의 세금 공제 전 순이익은 96년에 5억5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가 1년 만에 55% 격감했다.
순이익에 대한 우려가 불거져 나오면서 테이트 앤 라일의 주가는 주저앉았다. 98년 테이트 앤 라일은 FTSE250에서 투자 수익률이 가장 형편없는 주식이었다. 그리고 2000년 언론에서는 테이트 앤 라일이 미국 곡물업체 카길(Cargill) 같은 업체에 매각되거나 사모투자회사에 인수돼 분해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임원들은 자산의 75%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99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구조조정이 형세를 뒤집었다. 도미노는 2001년 매각됐다. 2002년 테이트 앤 라일은 매출 49억 달러, 세금 공제 전 순이익 2억8,900만 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필러드는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부채비율을 낮췄다. 또 4년간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 30개를 매각했다.
하지만 테이트 앤 라일은 여전히 성장동력이 부족했다. 퍼거슨은 4개월 동안 일리노이주·멕시코·남아프리카 등지에 있는 테이트 앤 라일의 주요 공장과 사무실을 둘러봤다. 2003년 후반 휴양지에 모인 테이트 앤 라일의 고위 임원 25명은 고객 관계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퍼거슨은 테이트 앤 라일이 구조조정을 거치기 전에는 고객업무 담당부서가 따로 놀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코카콜라가 설탕과 구연산을 테이트 앤 라일의 각기 다른 부서에서 구매했던 것이다. 퍼거슨은 새롭게 태어난 테이트 앤 라일은 고객사들이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일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점차 우리가 대하는 상대가 그저 고객사의 바이어들이 아니라 고객사의 마케팅이나 혁신을 담당하는 직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퍼거슨은 국제 마케팅 부서를 신설하고 HJ 하인즈(H.J. Heinz)와 코카콜라에서 일했던 미국인 그레그 모렌시(Greg Morency)를 부(副)CEO로 영입했다. 테이트 앤 라일은 설립 이래 처음으로 소비자, 다시 말해 최종 수요자의 주문에 반응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에 역점을 뒀다.
테이트 앤 라일은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저탄수화물 크래커나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같은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설문조사 자료는 식품업체들이 새로운 실험을 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사전 준비 덕분에 테이트 앤 라일은 유수 식품업체들로부터 인정받았다. 모렌시는 “우리가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식품업체들이 호응을 보인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가끔은 소규모 업체들과 협력관계를 맺었다. 2003년 테이트 앤 라일은 메릴랜드주 컬럼비아에 있는 생명공학업체 이젠 바이오 테크놀로지(Igene Biotechnology)와 제휴해 물고기 먹이 ‘아스탁산친(astax-anthin)’을 생산했다. 아스탁산친의 상품명은 아쿠아스타(Aquasta)다.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만든 아스탁산친은 물고기에게 필수 영양소를 공급해줄 뿐더러 연어와 송어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색깔을 내게 한다. 테이트 앤 라일의 영국 셀비 공장은 양어장 납품용으로 아스탁산친을 연간 최소 1,500t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테이트 앤 라일은 소로나(Sorona)의 주요 원료를 만들기 위해 듀폰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제휴관계를 갱신했다. 옥수수가 원료인 소로나는 내구성이 높고 얼룩이 지지 않는 합성직물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2004년 4월 퍼거슨이 존슨 앤 존슨(Johnson & Johnson)의 맥닐 뉴트리셔널스(McNeil Nutritionals) 사업부와 맺고 있던 오랜 협력관계를 재정비한 일이었다. 제휴관계는 테이트 앤 라일이 설탕보다 훨씬 당도 높은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후인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물질은 3개의 수산기를 3개의 염소 원자로 치환하면서 맛은 그대로 유지했다. 수크랄로스(sucralose)로 알려진 제품의 염소 화합결합은 끊어지지 않아 체내에 흡수돼도 칼로리는 섭취되지 않는다. 열에 대한 내성이 있어서 테이트 앤 라일이 경쟁업체들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주는 특성이다. 제과류나 통조림 제품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이트 앤 라일은 맥네일에 수크랄로스의 시판 승인과 관련된 규제상의 걸림돌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요청했다. 대신 미국곂A?뉴질랜드에서 수크랄로스를 판매할 권리를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수크랄로스가 처음 설탕 대체제 시장(현재 10억 달러 규모)에 진입했을 때에는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 65년 개발된 아스파탐(Aspartame)이 다이어트 음료에서 유력한 주자로 인공감미료 시장의 55%를 차지하고 있었다.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은 85년 당시 몬산토(Monsanto)가 소유한 아스파탐이 뉴트라스위트라는 상품명으로 7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98년에서야 스플렌더로 알려진 수크랄로스를 승인했다.
마침내 2004년 유럽연합(EU)의 승인이 났다. 테이트 앤 라일은 스플렌더를 대형 식품업체에 판매하는 유일한 제조업체다. 현재 오션 스프레이(Ocean Spray) 크랜베리 주스와 새로 나온 다이어트 코카콜라겿慂횁세븐업 등 약 4,000개 제품에 스플렌더가 들어간다. 제너럴 밀스(General Mill)는 트릭스나 코코아 펍스 등 스플렌더가 들어간 아이들용 시리얼에는 당분이 75%나 적다고 광고한다.
사업이 너무 잘돼 테이트 앤 라일은 지난 여름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 고객들에게 스플렌더를 더 공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테이트 앤 라일은 7,500만 달러를 들여 앨라배마 공장을 증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싱가포르에 1억7,500만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착공했다. 퍼거슨은 “테이트 앤 라일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며 “더 많은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해 안타깝지만 반대 경우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2004년 테이트 앤 라일은 AE 스탤리가 받고 있는 가격조작 혐의를 벗기 위해 1억 달러를 물었다. 그러나 퍼거슨은 여전히 구조적인 어려움과 씨름해야 한다. 스플렌더 사업이 지닌 상품 측면에서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CSFB의 애널리스트 찰스 밀스는 미국 소프트음료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고과당 콘시럽의 수요가 장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가격지원 규모 삭감이나 수입쿼터 같은 EU의 정책 변화로 인해 향후 4~5년간 테이트 앤 라일의 순이익 규모가 7,500만 달러 줄어들 수도 있다. 한편 밀스는 테이트 앤 라일의 스플렌더 제품 특허가 이미 만료됐다면서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 하나만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단계에 이르면 수크랄로스의 특허권이 위협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예측했다. 일반 복제품 제조업체들이 대체 생산방법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퍼거슨은 이런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수크랄로스의 특허는 제조방법을 포함해 32개이며 앞으로 20년에 걸쳐 만료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스플렌더는 6개월 만에 2003년 전체 매출 1억3,000만 달러에 육박했다. 그 실적은 테이트 앤 라일이 FTSE100 지수 편입종목의 자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테이트 앤 라일의 주가는 퍼거슨이 사령탑을 맡은 후 약 67% 올랐다. 그는 “테이트 앤 라일 직원들은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4~5년 동안 매우 힘든 과정을 버텨냈다”며 “이런 점에서 우레와 같은 찬사를 받을 만하다”고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지금 테이트 앤 라일은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수수로 지은 옷 |
2004년 3월 테이트 앤 라일은 듀폰과 50대 50의 지분으로 합작투자를 시작했다. 새로운 합성섬유 ‘소로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원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소로나는 경쟁업체 제품보다 석유를 절반만 쓰는 대신 옥수수로 만든 설탕을 쓴다. 비용이 대폭 절감된다는 얘기다. 현재 테네시주 로던에 1억 달러가 투입된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2006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며 2010년 매출 3억~5억 달러를 기대한다. 듀폰 바이오물질 사업부의 존 라니에리(John Ranieri) 부사장은 “석유 대신 설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무척 매력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옥수수로 수영복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복잡한 과정이다. 아래에 그 방법을 소개한다. ● 테이트 앤 라일은 효소를 사용해 미국 중서부 지방에서 많이 자라는 옥수수로 설탕 글루코스를 만든다. ● 글루코스를 발효조에 넣는다(곧 로돈 공장이 이용된다). 그곳에서 특허받은 미생물이 글루코스를 프로파네디올이라는 단량체로 바꾼다. ● 프로파네디올은 노스캐롤라이나주 킨스턴 등지의 듀폰 중합체 공장으로 선적된다. 듀폰은 프로파네디올과 유화제품 테레프탈레이트로 중합체 소로나를 만든다. ● 소로나는 미국과 아시아의 카펫·직물 공장으로 선적된다. ● 카펫·직물 공장은 소로나에서 실을 뽑아내 방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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