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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3세 경영인들, 경영수업 '업그레이드'

대기업 3세 경영인들, 경영수업 '업그레이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단행된 대기업 정기임원 인사에서는 삼성·LG·현대차·대한항공의 3세 경영인 상당수가 경영수업에 새로 참가한 점이 두드러졌다. 이미 경영에 참여한 오너 경영인들은 한 단계씩 승진하며 후계 구도의 윤곽을 그려나가고 있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대기업들은 CEO 교체를 가급적 자제했다. 어려운 시기에 불확실성을 보태는 모험을 피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경영참여는 두드러졌다. 특히 사위와 딸의 약진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삼성과 현대 일가에서만 10명에 가까운 사위와 딸들이 승진하거나 새로 입사했다.

삼성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두 딸과 사위가 모두 임원 자리에 올랐다. 이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는 상무보에서 한 단계 올라섰고, 그의 남편인 임우재 씨는 삼성전기 상무보로 새로 선임됐다. 지난 1999년 이 상무와 결혼한 임 상무보는 그동안 삼성전자 미주본사 전략팀에 적을 두고 유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올해 초 이건희 회장의 생일을 맞아 귀국했다가 삼성 임원으로 일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부진 상무는 지난 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한 뒤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을 거쳐 신라호텔로 옮겼다.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도 부장에서 임원으로 승진했다. 제일모직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남편 김재열 상무는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아들로, 지난 2000년 이 상무보와 결혼했다. 이후 제일기획 상무보에 선임돼 삼성에 첫발을 디딘 그는 2003년 초 제일모직으로 옮겨 지난해 상무로 승진했다.

이미경 CJ 부회장도 승진과 함께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가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맏딸. 이재현 CJ 회장의 누나다. 이 부회장은 CJ엔터테인먼트·CJ CGV·CJ미디어 및 CJ아메리카 담당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총괄한다. 이 부회장은 95년 CJ가 다국적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드림웍스에 자본참여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하지만 그 뒤 CJ엔터테인먼트 해외파견 상무 직함을 갖고 미국에 머물러 왔다.

CJ 측은 이 부회장의 선임에 관해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전문적인 식견과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전문가가 필요했다”며 “이 부회장의 경영참여는 이재현 회장이 직접 요청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LG가문에서는 분가한 회사들을 맡을 후손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LG가 창업주 구인회 회장부터 구본무 회장으로 이어지는 장자승계를 지켜오는 동안 다소 경영에서 떨어져 있던 후손들. ‘회(會)’자 항렬 형제들의 후손인 ‘자(滋)’자 항렬 형제들이다. LG전선그룹은 지난해 말 구두회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구자은 LG전선 이사를 1년 만에 해외사업담당 상무로 승진시켰다.

또 구평회 E1(옛 LG칼텍스가스) 명예회장의 3남인 구자균 고려대 교수를 LG산전 관리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E1은 구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자용 E1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구자용 사장은 79년 LG전자에 입사, LG전자 미주법인 이사와 법인장을 거쳤다. 2001년에는 E1으로 자리를 옮겨 기획 및 재경담당 상무와 부사장을 역임했다. 형제들 가운데 맏이인 구자열 LG전선 부회장은 지난해 초 LG전선에 둥지를 틀었다. E1 측은 “형제들이 경영 전면에 나섬에 따라 향후 신규사업 추진 등 회사의 변신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로 LG전선그룹은 고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구평회·구두회 명예회장 등 원로 3명의 2세들 대부분이 계열사에서 자리를 잡았다. 구자홍 LG전선그룹 회장과 구자엽 가온전선 부회장, 구자명 극동도시가스 부회장은 구태회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이들은 구본무 LG그룹 회장보다 대체로 나이는 적지만 항렬은 하나씩 높은 당숙들이다.

LG상사도 지난해 12월 15일 임원인사를 통해 고 구자승 LG상사 대표의 막내 아들인 구본진 경영기획팀 부장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구 상무는 형인 구본걸 부사장, 구본순 상무와 함께 LG상사 지분의 15%를 갖고 있는데 앞으로 사내에서 이들 오너 3형제의 역할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들은 그동안 여러 계열사에 흩어져 일하다 이번에 모두 LG상사에 합류했다.



해외파·기술인력 강세 지속

현대가의 후손들도 3세 경영체제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은 2003년 장남인 정지선 부사장을 현대백화점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데 이어, 이번에 차남인 정교선 부장을 그룹 기획조정본부 기획담당 이사로 발령해 본격적인 경영참여의 길을 걷도록 했다.

INI스틸 계열사인 BNG스틸 정일선 부사장의 막내 동생인 정대선 씨가 지난달 BNG스틸 공장품질팀 대리로 입사함으로써 3형제가 한솥밥을 먹게 됐다. 정일선 부사장은 영업을 담당하고, 둘째 동생인 정문선 이사는 재정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정주영 창업주의 4남인 고 정몽우 씨의 아들들이다. 정주영 창업주의 일곱째 아들인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도 새해 ‘이사회 의장’ 직함을 달고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정 회장이 등기이사로 돌아오는 것은 8년 만이다.

이 밖에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외아들인 조원태 씨도 지난해 10월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부팀장(차장)으로 입사함으로써 한진그룹의 3세 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씨는 대한항공 기내판매 팀장을 맡고 있다.

오너 일가 외 임원 인사에서는 해외파와 연구개발 인력을 중용하는 최근의 기조가 이어졌다. 40대 임원을 요직에 배치하는 세대교체 바람도 여전했다.

삼성은 오동진 부사장을 북미총괄사장으로 앉히는 등 미국·유럽·중국 등 3대 해외거점의 글로벌 인재들을 대거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반도체 제조 효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김재욱 부사장을 제조담당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기술인력을 중용했다. 주요 기업들은 수출확대를 위해 해외 전문가를 중용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현대자동차는 정기인사에서 노재만 베이징현대자동차(北京現代汽車) 총경리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을 비롯해 임원 승진자 56명 가운데 10명을 해외법인 근무자로 채웠다. LG전자도 김광로 인도법인장과 안명규 북미총괄 부사장을 각각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한화는 40대의 최웅진 미주법인장을 구조조정본부장에 전격 기용,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공격경영을 펼칠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올해 임원 인사에서는 기업의 성과별로 보상과 문책의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됐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에서는 유례없는 승진 잔치가 벌어진 반면, 실적이 부진했던 코오롱은 부회장 3명 전원을 포함해 임원 34명을 무더기로 퇴진시켰다. 전체 임원의 3분의 1이 한꺼번에 옷을 벗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홍보담당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져 CEO도 배출됐다. 기아차 김익환 홍보담당 부사장이 국내영업담당 대표이사 사장으로 올라섰다. LG전자의 김영수 홍보담당 부사장은 LG스포츠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고, 한화도 남영선 그룹 구조조정본부 홍보팀장을 ㈜한화 사업총괄담당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4월 최한영 홍보 및 마케팅담당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이용훈 홍보실장의 직급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높인 데 이어 연말 인사에서도 김조근 홍보담당 이사를 상무로 승진시켰다. LG화학의 유근창 홍보담당 상무는 부사장, 조갑호 홍보부장은 상무로 각각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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