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특강 이것이 시장경제이다⑨… 누진세 정말 좋은 제도인가
역진세 구조가 더 효율적 하지만 누진세율 구조가 장점만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누진세율 구조는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효율성이나 단순성(알기 쉽다는 면에서) 측면에서는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누진세 구조 하에서는 소득 구간별로 적용되는 세율이 다르기 때문에 납세자들이 얼마를 내는지 쉽게 알 수 없다. 즉 저소득 구간에서는 낮은 세율이, 고소득 구간에서는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소득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세금 액수를 쉽게 계산하기는 어렵다. 즉, 내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얼마나 세금을 내는지 알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경우 납세자들은 자칫 공연한 박탈감을 느끼기 쉬운데, 이 같은 문제가 심화될 경우 건전한 납세의식마저 약화될 수 있다. 하지만 누진세율 구조가 갖고 있는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세제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비효율적 요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누진세율 구조 하에서는 더 많이 일해 더 높은 경제적 보상(예컨대 높은 임금)을 얻으려는 노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일보다 여가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임을 밝혀낸 바 있다. 즉 소득이 높아질수록 돈보다 여가 생활을 즐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누진적인 세금까지 부과된다면 일을 더 해서 소득을 높이려 하기보다 일을 덜하고 여가 생활을 즐기려는 양상이 짙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경향은 누진도가 급할수록, 즉 높아지는 보수에 대한 세금이 커질수록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즉 누진도가 높아질수록 일을 더 하기보다 여가를 선택할 것이다. 만일 이 같은 상황이 확산될 경우 경제 전체의 활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결국 급격한 누진세율 구조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반면 역진세율은 이와 반대의 세 부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적용 세율이 감소해 더 많이 벌수록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가령 1년에 1000만원을 버는 사람은 100만원의 세금(10%)을 내고, 2000만원을 버는 사람은 150만원(7.5%)을 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역진적인 세제 하에서라도 납부하는 세액 자체는 여전히 고소득자가 크다는 점이다. 예컨대 2000만원의 소득에 대해 극단적으로 낮은 세율, 심지어 0%에 가까운 세율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그 이하까지의 소득에 대해서는 전 단계의 세율(예컨대 10%)이 적용되므로 고액 소득자가 납부하는 세금 액수는 저소득자보다 항상 크거나 같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역진적 세제 하에서는 높은 소득을 올릴수록 세금 부담이 완화되므로 경제주체들은 더욱 많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는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역진적인 세제는 경제주체들에게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경제적 유인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역진적인 세제를 채택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역진적 조세 체계는 경제주체들이 시장에 참여해 열심히 노력해야 할 동기를 부여해 주기는 하지만 조세 형평의 관점에서 취약하기 때문에 이러한 세제를 채택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역진세 조세 형평성 취약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조세 형평의 개념이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으로, 때로는 건전하지 못한 의도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형평이란 좋은 조세 체계가 갖추어야 할 매우 중요한 개념이지만 동시에 대중을 선동하기에 가장 손쉬운 개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세 체계가 지향해야 하는 덕목이 오로지 형평성에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이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자칫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요컨대 세 부담의 누진성을 높이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는 바람직하다 하겠지만 이의 지나친 강조는 조세의 효율성을 필요 이상으로 훼손할 수 있으므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누진성 강화가 경제적 목적이 아닌, 다른 의도에서 추진되는 것은 더욱 그러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효율성만 강조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 하기 어렵다. 좋은 조세 체계란 효율성과 형평성이 조화롭게 구현될 때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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