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아마존은 개발해야 지킬 수 있다

아마존은 개발해야 지킬 수 있다

Under Construction

1990년대 후반 브라질의 내과의사 앙토니우 파이스 디 카르발류와 변호사 조르지 라이뭉두는 큰 야심을 품었다. 세계 제약산업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에게는 대형 제약회사들과 같은 자금과 조직이 없었지만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아마존의 대자연이 있었다. 실제로 대다수 약의 성분은 야생 식물에서 추출되지 않는가. 카르발류와 라이뭉두는 엑스트락타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생물자원 조사’에 착수했다.

그들은 대서양 연안과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178차례나 탐사하며 4621종의 식물을 채집했다. 그 결과 라틴 아메리카 최대의 약용 식물 자료실이 만들어졌다. 개중엔 포도상구균 감염, 당뇨, 폐기종 등의 무서운 질병과 싸울 수 있는 약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런 기대감으로 엑스트락타는 투자금 350만 달러를 쉽게 모을 수 있었다. 단 하나의 식물 성분이라도 약으로 만들면 그들은 로열티로 수백만 달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엑스트락타는 식물 연구를 관리하는 유전적 자산 관리 위원회, 야생 상태에서 발견된 것에 대한 특허 출원을 금하는 브라질의 지적재산법과 4년 동안 싸워야 했다. 그러고도 엑스트락타의 작업은 대부분 중지됐다. 처음에 합류한 과학자와 실험보조자 60명 중 5명만이 남았다. 투자자들도 떠났다. 식물 추출액을 담은 플라스크 수천 개는 냉동 상태에 있다. 카르발류는 “가슴이 찢어진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고 말했다.

손실은 엑스트락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실 생물자원 조사는 열대우림을 파괴하지 않고 그 풍부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중이 생물자원 조사를 ‘개발’의 일환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개발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아마존에서는 아직도 개발이 금기시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환경보호운동가들의 거센 압력으로 자금, 단속 인력, 정교한 위성 기술, 복잡한 환경보호법을 동원해 정글 파괴를 막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거의 없다. 아마존은 여전히 무법천지다. 지난해 2만3000㎢(시칠리아 섬 크기)의 열대우림이 벌목꾼의 도끼나 성냥에 의해 사라졌다.

환경운동가들과 개발업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서로 쇠귀에 경 읽기를 해왔다. 바리케이드의 한쪽에는 ‘개발주의자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지구 상에 남아 있는 최대 열대우림인 아마존 유역이 발전의 걸림돌이다. 수십 년 동안은 개발주의자들이 우세했다. 그들은 저금리 장기 융자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가축 방목이나 환금작물 재배를 위해 숲을 파괴해 왔다. 그러나 이제 형세가 반전돼 환경보호주의자들이 유리해졌다.

그들은 아마존 문제를 통해 환경에 대한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다고 본다. 아마존 유역이 위기에 처한 생태계이며, 너무도 소중하기 때문에 재배지·목초지·노천광으로 개발돼서는 안 된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한편 정책 입안가들은 아마존이 보존되는 동시에 개발될 수 있다며 양쪽 다를 추구하고 있다. 환경운동가이면서 경제전문가인 허먼 데일리는 “경제 성장을 위해선 다른 종의 서식지를 인간이 빼앗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경제성장을 중지시키지 않고서 생물 다양성 보존을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의 진정한 스캔들은 자연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자연 파괴는 브라질처럼 역동적이고 야심 찬 나라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문제는 이 유명한 열대우림의 풍요로운 자원이 방치돼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을 구하려면 합리적인 개발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열대우림은 ‘녹색의 성역’이 아니라 무궁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개척지다. 남아 있는 정글을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곳에 사는 2000만 인구가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있다. 합리적인 개발은 바로 그런 점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브라질 정부가 오래전에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복잡한 열대우림의 어느 부분이 농작·목축·채광·벌목·생태관광에 적합한지, 또 반드시 보존돼야 하는 곳이 어느 부분인지 선별하는 것이다. 그러나 관료적 형식주의와 독단을 없애고 열대우림 과학자들에게 환경을 감안한 개발 방법을 찾는 연구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아마존 연구기관 ‘이마존’의 열대우림 생태학자 아달베르투 베리시무는 “우린 마침내 지속가능한 임업 경제의 가능성을 찾았다”고 말했다.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아마존이 무법자와 약탈자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을지 모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아마존 정착민들은 어쩔 수 없이 파괴의 순환고리에 얽매인 신세였다. 가장 먼저 정착하는 주민은 목축업자들이었다. 그들은 거대한 처녀림을 매입해 나무를 베어내고 그 잔해를 불태운다. 2∼3년이 지나면 그늘 없는 목초지는 강렬한 열대 태양 아래 시들어버린다. 그러면 목축업자들은 그 땅을 버리고 더욱 깊숙이 벌목해 들어간다. 그들 뒤에는 일반 정착인들이 따른다. 그들은 불하받은 국유지와 성서만 갖고 그곳에 도착한다. 말라리아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인색한 땅을 경작해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농산물을 간신히 시장에 내다 판다. 그들은 좀 더 넓은 땅을 가진 대형 농장경영자에게 땅을 파는 경우가 많다.

대형 농장을 가진 사람들은 버려진 땅에 씨를 뿌리고, 비료와 제초제를 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무성한 우림은 그 영양분을 땅에서가 아니라 나무에서 얻는다. 낙엽·잔가지·뿌리가 썩어 거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몇 차례 추수를 하고나면 땅에는 영양분이 없어진다. 그 다음에는 주로 벌채회사들이 그런 농지를 매입한다. 그들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남아 있는 숲을 약탈하기도 한다. 세부 사정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가장 급진적인 환경단체들도 이제는 주민들의 생계 수단을 마련해주지 않고서는 아마존을 되살릴 희망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목초지 확장이나 벌목을 금하는 것만으로는 별 효과가 없다. 아마존 지역은 현재 브라질 전역에 쇠고기를 공급한다. 대다수 목축업자들은 탐욕 때문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벌목을 계속 한다.
목축업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그들이 한곳에 머무르도록 하는 데는 첨단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마존 서부에 있는 국영 농업연구소 엥브라파의 아크리 지부에선 이미 첨단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그곳의 목초지 전문가인 주드송 발렝팅은 목축업자 수백 명을 대상으로 황폐화한 목초지를 복구하는 방법, 나무를 더 이상 베어내지 않고 ㏊당 사육하는 소의 마리 수를 세 배로 늘리는 방법을 가르쳤다. 인공수정을 통해 가축의 번식력을 높이고, 목초지가 지나치게 훼손되지 않도록 방목지를 순환시키며, 열대 기후에서 잘 자라지 않고 세균만 많이 생기는 브라질의 전통 잡초를 잘 자라고 토양의 수분을 유지해주는 칡이나 열대 땅콩으로 바꾸도록 조언한다. 그런 지식의 전파가 2000만㏊(덴마크의 절반 크기)에 이르는 버려진 목초지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국의 기술 지원금은 연간 15만4000달러에 불과하다. 브라질 정부가 아마존 정글 파괴 단속에 사용하는 예산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벌목업자들이 최신의 임업 기술을 활용한다면 삼림의 생산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지 모른다. 현재 삼림지역 지가는 싼 데다 감시 체계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어 악덕 벌목업자들은 마음대로 밀림을 약탈하고선 새로운 벌목지를 찾아 이동한다. 이런 점이 그들이 자르는 목재의 70%(한해 5억 달러의 손실이다)가 제대로 쓰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이마존의 베리시무는 주장했다.

반면 더 현대화된 벌목업자들은 베어낼 나무를 선별하기 위해 상업적 가치가 있는 목재들의 목록을 먼저 만든다. 그러고는 보유 삼림을 세세하게 분할해서 한 곳에서 한번에 종별로 몇 그루만 베어낸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영세 벌목업자들도 이런 방식을 취한다면 25년에서 30년 뒤면 열대우림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임업을 환경보호 관점이 아닌 개발 관점에서 다루기를 원한다”고 환경부 임업담당관 타수 아제베두는 말했다.

그러자면 시대에 뒤떨어진 삼림법과 토지 보유제도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표면적으로 브라질 정부는 국유림 관리 벌목을 허용하지만 실제론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한번 잘린 나무들이 재생하는 데는 길게는 30년이 소요됨에도 삼림법에 따른 벌목계약 기간이 길어봤자 5년을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중남미 각 지역 삼림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쏟아부으면서도 유독 브라질을 기피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아마존 유역의 허술한 토지 보유 시스템이다. 아마존 유역 4분의 3이 국유림이지만 실제로 관리하는 지역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토지 횡령자들이 설치기엔 안성맞춤이다(지난 1월에도 미국인 선교사 도로시 스탱이 총잡이에게 암살당했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가 이런 전쟁터 같은 곳에 투자하겠는가”라고 베리시무는 말했다.

브라질 정부가 제대로 취한 조치도 있다. 1300만㏊(현행의 10배에 가깝다) 규모의 관리벌목용 토지 확보에 대한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열대우림의 복잡한 식생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상업적 가치가 높은 수목을 벌목하기란 간단치 않은 문제다. 그리고 단위 ㏊당 몇 모작이 가능한가도 미지수다. 아마존 연구소의 임학 전문가 니로 히구치는 “관리 임업이 성공적이었다면 제2, 제3 세대의 수목이 자라났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성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어떤 식으로 삼림을 다뤄야 효과적인지에 대한 확실한 해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아마존의 개척자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삼림 훼손에 대한 압력이 완화될 게 확실하다. 농경제학자와 유전공학자들은 온대작물이 열대에서도 자랄 수 있도록 품종을 개량했다. 과학자들은 대두의 선별교배를 통해 성장주기를 바꿈으로써 사우나 같이 찌는 기후에도 적응토록 했으며, 열대의 줄어든 일조량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콩을 개발했다.

그러나 생물자원 조사는 가장 유망한 아마존 관련 학문이면서도 식물연구자가 정부의 심사를 받도록 하는 법률에 가로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심사를 신청하더라도 브라질리아에서 몇 달 몇 년이고 방치되기 일쑤라 과학자들은 ‘홉슨의 선택’(주어지는 것을 갖느냐 안 갖느냐의 선택. 예컨대 빵이냐 밥이냐를 고르는 게 아니라 빵이냐 굶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것)을 따를 수밖에 없다. “연구자는 결국 조사를 포기하든가 아니면 은밀하게 추진하든가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리우데 자네이루 국립박물관 식물 책임자 루이 발카 아블레이스는 말했다.

벌목·목축, 심지어 생물자원 조사도 수지가 맞는 사업이며, 첨단 기술이 황무지를 재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열대우림에 대한 개발 압력을 줄여주기는커녕 더 부추기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결국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문제는 열대우림을 개척자의 손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가 아니라 아마존을 어떤 개척지로 만들어 갈 것인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해외서 인기 폭발 'K라면'…수출 '월 1억달러' 첫 돌파

2한국의 ‘파나메라’ 어쩌다...“최대 880만원 깎아드립니다”

3치열한 스타트업 인재 영입 경쟁…한국도 대비해야

4G마켓 쇼핑축제 마감 임박..."로보락·에어팟 할인 구매하세요"

5"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6"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7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8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9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실시간 뉴스

1해외서 인기 폭발 'K라면'…수출 '월 1억달러' 첫 돌파

2한국의 ‘파나메라’ 어쩌다...“최대 880만원 깎아드립니다”

3치열한 스타트업 인재 영입 경쟁…한국도 대비해야

4G마켓 쇼핑축제 마감 임박..."로보락·에어팟 할인 구매하세요"

5"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