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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원로들 잇따라 폐암으로 별세···잦은 기침 나면 “혹시 나도 폐암?”

대기업 원로들 잇따라 폐암으로 별세···잦은 기침 나면 “혹시 나도 폐암?”

5월 25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있었던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영결식.
고종관 중앙일보 기자.
대기업 회장들이 잇따라 별세하면서 재계가 안타까운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건강관리에 철저한 것으로 알려진 대기업 총수들이 폐암으로 쓰러지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5월 21일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타계했다. 정 명예회장은 1999년 폐암 판정을 받고 1주일에 한 번씩 진단을 받는 등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 왔지만 최근 폐렴 증세로 입원해 치료를 받아 왔다. 23일엔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이 작고했다. 박 명예회장 역시 폐암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특히 박 명예회장의 친동생인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도 2002년 7월 폐암으로 떠난 바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가 폐암 때문에 세상을 떠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도 1980년대 중반 폐암을 앓았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폐암은 아니지만 폐 부근의 림프절 암으로 미국 휴스턴 MD앤더슨센터에서 치료받은 적이 있다. SK그룹도 폐질환과 악연이 있다.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과 친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모두 폐암으로 별세했다. 당시 최종건 회장은 44세의 젊은 나이였고, 최종현 회장 역시 단전호흡 등으로 철저히 건강관리를 했지만 폐암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2000년엔 최종건 회장의 장남인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이 폐암으로 세상을 떴다.

기업인들에게 특별히 많아 이 밖에도 재계에는 겉으론 드러나지 않지만 폐질환 치료를 받는 CEO가 많다. 국립암센터의 한 의료진은 “정세영 회장 같은 분은 지명도가 높아 폐암 치료 사실이 공개됐지만 재계 오너들 가운데 조심스럽게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폐암은 항상 CEO를 노리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건강관리에 철저한 것으로 알려진 대기업 총수들이 유독 폐암에 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다만 유전적 요인이나 과도한 스트레스 등에서 원인을 찾기도 하지만 객관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또 10여 년 전부터 재계 총수들이 금연을 선언하는 등 ‘담배와의 전쟁’을 벌이는 분위기여서 그 원인을 흡연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만 폐암은 다른 암과 달리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암 진단이 나왔을 때는 이미 늦어서 수술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한 원인이 아니겠느냐고 추측한다. 건양대병원 호흡기내과 손지웅 교수는 “폐암은 조기 발견이 늦어져 수술할 수 없는 경우가 전체의 3분의 2나 된다는 통계가 있다”며 “이것이 사망률이 높은 원인일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사실 국내 암 발생 통계를 보면 가장 우려되는 암이 폐암이다. 위암이나 간암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폐암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생존율이다. 1년에 1만2000여 명이 발생해 암 발생 2위를 기록하지만 사망률은 단연 수위다. 5년 생존율이 14%에 불과해 미국의 경우 매년 17만 명이 사망한다.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늦게 발견되고, 빠르게 증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폐암만큼 환경적인 원인이 명확히 알려진 암은 많지 않다. 폐암 사망률의 80~90%가 흡연 때문이다. 최근 비흡연자와 여성에게서 폐암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담배가 폐암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표 참조> 여기에 대기오염이 폐암 발생을 부채질한다. 같은 흡연 경력자라도 도시인은 시골에 사는 사람보다 폐암 발생률이 1.26~2.33배 높다. 이 밖에 단열재로 쓰이는 석면이나 방사능·중금속 물질도 폐암 발생과 관계가 있다. 폐암은 암세포 형태에 따라 크게 ‘비소세포암’과 ‘소세포암’으로 분류되고, 비소세포암은 다시 편평세포암과 선암·대세포암 등으로 구분된다. 편평세포암은 폐암 중 75%로 가장 흔한 형태로 폐 중심부에 발생한다. 여자보다 남자에게 많고 흡연의 영향을 받는다. 반면 선암은 폐 주변부에서 주로 발생한다. 여성 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서 주로 발병한다. 과거 앓았던 폐결핵 흉터에서도 발생한다. 편평세포암과 달리 비교적 전이가 잘 된다. 대세포암도 폐의 주변부에서 발생하며 전체 폐암의 4~10%를 차지한다. 암세포가 빠르게 증식해 전이가 잘 된다. 소세포암은 전체 폐암 환자의 15~30%를 차지한다. 주로 폐의 중심부, 즉 심장 가까운 부위에 많이 발생한다. 악성도가 강해 림프관이나 혈액을 통해 조기에 멀리 전이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진단할 때면 이미 폐 외의 장소에 전이된 경우가 많다.

“기침 잦으면 바로 병원 찾아야” 폐암에 걸렸을 때 놓칠 수 없는 증상이 있다. 대표적인 증상이 기침이다. 많게는 폐암 환자의 75%가 잦은 기침을 호소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경우 기침을 해도 지나치는 수가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 역시 폐암의 중요한 증상 중 하나다. 위나 식도 출혈이 선홍색인 반면 객혈은 약간 검은빛을 띠고 음식물과 섞여 있는 경우도 있다. 호흡 곤란과 흉통도 나타난다. 암세포가 기관지를 막거나 폐가 찌그러지는 ‘폐 허탈’ 때문에 숨이 찰 수 있다. 암이 성대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을 침범하면 성대가 마비되고, 이로 인해 쉰 목소리가 난다. 이유 없이 3주 이상 쉰 목소리가 나면 반드시 이비인후과에서 성대 진찰을 받아야 한다. 이유 없이 체중이 줄면 암을 의심할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짧은 기간에 5% 이상 체중이 감소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폐암 진단에는 기본적으로 가래 검사, X선 촬영, 폐기능 검사 등이 있지만 보다 정확도를 높이려면 CT(전산화 단층촬영) 진단과 조직검사를 받아야 한다. 최근엔 방사선이 훨씬 적은 저선량 CT가 나와 안전하게 진단받을 수 있다. 흡연 경력 20년 이상, 석면 등 작업장 근로자, 폐암 가계력이 있는 사람은 매년 검사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폐암 예방을 위한 가장 최선의 방안은 금연이다. 흡연을 중단하면 폐암 발생률이 현저하게 감소한다. 금연 후 2~15년간 점진적으로 발병이 줄다가 15년이 지나면 일생 동안 흡연하지 않았던 사람과 동일한 폐암 발생률을 보인다. 차선의 방안은 여가활동이다. 미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하루 5시간 운동·영화감상 등의 여가활동을 즐긴 사람은 하루 1시간 미만의 여가활동을 한 사람보다 폐암 발생률이 49%나 낮았다. 균형 잡힌 식사요법도 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 A·C·E가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나 지용성 비타민(A·E)은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할 경우 부작용이 생기므로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베타카로텐이 많은 든 식품을 권장한다. 이 항산화 물질은 당근·토마토·김·시금치·미나리·국산차 등에 듬뿍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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