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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육의 사각지대… “과장과 부장 월급이 왜 차이납네까”

경제교육의 사각지대… “과장과 부장 월급이 왜 차이납네까”

서울시가 주최한 취업 설명회에서 탈북자들이 기업 면접에 응하고 있다.
시장경제 체험에 나선 탈북자들.
서독 정부로부터 환영금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동독 이탈 주민.
황우여 의원.
“도대체, 자릿세가 뭡네까?” “보증금은 왜 내는 겁네까?” “똑같은 시간을 일하는데 왜 월급 차이가 납네까?” “급여에서 세금은 왜 떼간답네까?” 탈북자들이 남한살이를 하면서 겪는 의문들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됐지만 처음 접해 본 시장경제는 모든 것이 낯설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시장경제 교육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돈을 벌고 쓰는 기본적인 개념도 알기 전에 경쟁판에 무방비로 내몰린 탈북자들의 홀로 서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탈북자 열 명 중 네 명 이상이 무직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탈북자들의 시장경제 교육에 우리 사회가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시장경제에 적응하지 못한 채 또 하나의 빈민층으로 내몰리고 있는 탈북자 실태를 「이코노미스트」가 취재했다. <편집자> 지난달 25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공릉복지관 앞뜰. 탈북자인 김영순(35·여·가명)씨는 생애 처음으로 ‘장사’라는 것을 해봤다. 그녀는 직접 가판을 꾸미고 두부밥, 두릅냉면, 완자밥, 팡팡이떡(옥수수떡) 등 북한 서민음식을 만들어 팔아 ‘남는 장사’를 했다. 김영순씨는 비로소 “남한에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녀는 이 체험 행사를 준비하면서 “노점을 하는데도 자릿세가 필요하고, 손님이 많이 몰리는 상권에서는 바닥권리금이라는 것을 내야 하는 것”도 알게 됐다. 그녀는 조금씩 대한민국 시장경제를 알아가는 중이다. 이 행사를 주최한 자유시민대학(탈북자 교육단체) 양영창 처장은 “태어나서부터 당에서 먹여주고 입혀주는 것에 익숙한 탈북자들이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 “실제 체험을 통해 앉아서 듣는 10시간 강의보다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양 처장은 “자유시민대학 학생 55명 중 단 1명만이 정규 직업을 갖고 있다”면서 “취업행사가 있어도 50명이 지원하면 3~4명이 취업하고 그나마 6개월 정도 지나면 1~2명 정도만 직업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자들이 시장경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문화적 적응도 미숙한 상태에서 경쟁 속으로 밀려나가는 것이 큰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탈북자가 자본주의의 냉정한 시장 경쟁 판에서 밀려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대다수 탈북자가 경쟁의 장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탈북한 김용래(가명)씨. 그는 요즘 들어 부쩍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거의 매일 밤 술을 마시거나 인터넷을 하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든다. 일어나는 시간도 보통 낮 12시를 넘긴다. 자포자기한 탓이다. 그는 남한에 와서 두 번이나 직장을 가졌지만 모두 실패했다. “첫 직장에서는 손가락을 다쳐 한 달 만에 그만뒀고, 두 번째 직장에서는 북한 사람이라고 차별하는 것을 못 견뎌 보름 만에 나왔다”는 것이다. 지금은 세 번째 직장을 알아보고 있지만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탈북하고 하나원(탈북자 정착교육 기관)에 있을 때만 해도 노는 탈북자들이 많다는 게 리해(이해)가 안 됐는데, 내가 막상 닥쳐보니까 리해가 됩네다. 요즘은 내가 왜 이남으로 넘어왔나 후회가 된다 말입네다. 이북에서는 무역업을 했는데, 이쪽(남한)에서는 막노동이나 생산직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열등 인민으로 취급받는 것 같아 너무 괴롭디요.”(김용래씨) 최근에도 취업을 위해 면접을 봤다는 그는 “관리직을 하고 싶은데 우리를 관리직으로 뽑아주는 회사가 거의 없다”며 “이남 사람들이 공장에서 몇 시간씩 말도 안 하고 일만 하는 것을 보고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탈북자 수가 크게 늘면서 요즘 김씨와 같은 사례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사회주의 시스템에서 교육받고 생활하던 북한 주민들이 경쟁이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로 넘어온 뒤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서다. 탈북자 수가 늘면서 자본주의 사회 부적응자가 늘고, 그로 인해 탈북자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일부 탈북자들은 “거리에 나가서라도 정부에 정착 지원을 강화하라고 요구할 생각”이라고 흥분했다. 전문가들은 이 모두가 “자본주의 경제를 익히지 않은 사회주의 체제 사람들을 바로 사회에 내보내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탈북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이희영(가명)씨는 아예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만삭일 때 탈북해 중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는 그녀는 “1년쯤 지나니까니 겨우 살 만한 정도디요”라고 말했다. “은행을 갔더랬는데 사람들이 창구에서 돈을 안 찾고 이상한 기계 앞에 서 있는 거야요. 조거이 뭔가 했는데 그게 입출금기라는 겁네다. 몇 달은 바보같이 창구 앞에서 기다렸던 기억이 납네다. 가족도 없이 혼자 내려왔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부딪치면서 배우는 게 너무 힘이 들었디요. 지금도 모르는 것 투성이야요.”(이희영씨)

“남한에 적응하는 데 최소 2년” 6300여 명의 탈북자에게 대한민국 사회는 그야말로 미지의 땅이다. “얼굴 생김새만 같지 외국인 아닌 외국인”이라는 게 그들의 얘기다. 특히 경제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 크다. 모든 생활이 낯설고 모르는 것 투성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어려움이 길게는 4~5년까지 간다고 말한다. 정동문 통일부 정착지원과장은 “일반적으로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데 적어도 2년은 걸린다”고 말했다. 한 대학 북한학과 교수는 “탈북자들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공포에 가깝다”며 “정부가 탈북자 보호기간을 5년으로 정해 놓고 있는데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실은 노동시장을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사실 기업의 탈북자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탈북자를 채용해 본 기업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철강업체 인사팀장은 “다섯 명의 탈북자를 채용해 봤는데 제일 오랜 견딘 사람이 5개월”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팀장은 “탈북자들은 자본주의 기업의 노동강도를 견디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올 초 2명의 탈북자 출신 생산직원을 뽑은 한 피혁업체 관리부장 역시 “상사에 대한 존경심은커녕 10시 넘어 출근하는 일이 잦아 핀잔을 주니까 다음날 아예 출근을 안 하더라”고 말했다. 물론 열심히 일하는 탈북자도 많지만 이미 기업들 사이에서는 탈북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입소문이 많이 퍼져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체제 차이’에서 원인을 찾는다. 이기영 부산대 교수는 “사회주의 국가의 노동행태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조사를 해 보면 취업한 탈북자 중 절반 이상이 3개월을 못 버티고 뛰쳐나온다”며 “남한 기업의 직장 문화나 직장 윤리에 대한 초보적인 이해도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취업행사를 자주 여는 코리아리크루트의 김형찬 팀장은 “기업에서 직급마다 왜 월급 차이가 나는지 이해를 못하는 탈북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월급에서 세금을 떼는 것에 대해 불만인 탈북자도 많다”고 했다. 시장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취업을 해도 전직이 잦거나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고 세상물정을 모르다 보니 경제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탈북자 취업 현황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탈북자 후원단체인 ‘북한이탈주민후원회’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조사에서 탈북자 10명 중 4명은 무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측도 탈북자들의 실업률을 40%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실업률은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리아리크루트의 김형찬 팀장은 “비공개 조사에서는 취업률이 20% 미만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탈북자 후원단체 관계자는 “상당수 탈북자들이 정착금만 믿고 취업을 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취업을 하면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될 수도 있어 아예 취업할 생각조차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탈북자 가구의 약 77%가 국민기초생활대상자다. 탈북자가 또 하나의 사회 빈민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에서 탈북자에게 지원하는 정착금 분할 지급이 만료되는 5년이 지나도 상당수 탈북자들이 기초생활수급자로 남아있다는 데 있다. 그만큼 탈북자들의 자립·자활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고기 잡는 법 가르쳐야”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교육이 부실하다”는 데서 이유를 찾는다. 탈북자들은 한국 사회로 나오기 전 3개월간 통일부 산하 하나원이라는 곳에서 정착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시장경제와 관련된 하나원의 교육 프로그램은 아홉 시간의 이론 교육과 네 시간의 구매 체험 학습이 전부다. 취업 능력은 고사하고 시장경제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장경제라는 ‘밀림’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연히 “실질적인 경제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직업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기술 교육 전에 왜 직업훈련을 받아야 하고, 기업은 어떤 곳이며, 임금은 노동의 대가라는 등 기초적인 ‘경제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기영 교수는 “기술을 좀 배웠다 해도 남한 기업에 적응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며 “직업훈련을 받기 전에 태도, 인성, 남한의 직업상황에 대한 인식 등 직장인이 되기 위한 기본 소양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객관적으로 볼 때 능력 면에서 경쟁력이 없는데도 탈북자들의 기대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며 “눈높이를 낮추고 그것을 이해시키는 교육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시장 문제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는 탈북자들의 생활 자체에 대한 경제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잘 생각해 보면 일상 사회생활 대부분이 경제”라는 얘기다. 오랫동안 탈북자는 물론 북한·옌볜주민을 상대로 한 방송에서 경제교육을 담당해 온 김인숙 소비자보호원 선임연구원은 “탈북자들은 시장경제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지식도 없어 교육 자체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북한에는 세탁기가 없으니 세탁기 구입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것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무엇보다 탈북자를 위한 경제교육 매뉴얼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의 효용성을 문제 삼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특히 ‘획일적 교육’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다. “개인마다 수준이 다른데 교육이 너무 일률적”이라는 지적이다. 탈북 의사가 배관공을 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탈주민후원회의 박성애 팀장은 “북한에서의 경력이나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탈북자들의 박탈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 탈북자는 “무엇보다 연령이 중요하다”며 ‘연령별 맞춤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사회 적응에 20대는 2년, 30대는 3년, 40대 이상은 4년 이상 걸린다는 말이 있다”는 얘기다. 강일규 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역시 ‘맞춤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탈북자라 해서 특성이 일반화돼 있는 것은 아니다. 출신·경력·학력 등에 맞는 다양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탈북자도 많고 교육 노하우도 쌓였으니 포괄적인 단체교육이 아니라 특성별 소그룹으로 나눠 실질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방안이 연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 위원은 “특히 시장경제 교육은 하루 이틀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업훈련과 병행해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활 유도정책도 좋지만… 일부 탈북자단체나 후원단체는 ‘탈북자 의무고용제’ 채택을 주장하는 동시에 더 많은 지원과 보호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탈북자들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사회안전망이 자립과 자활 능력을 저해했다”고 보고 있다. 정착금과 주거지원금을 포함해 1인 기준으로 3500여만원을 지급하던 것을 올해 2000만원으로 축소하고, 대신 직업훈련 수당을 늘리고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장기 근속하는 취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정책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일부 정동문 과장은 “시장경제에 대한 교육은 결국 정착하면서 체험을 통해 체득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정부는 탈북자들을 위한 특성화 학교를 설립하고, 민간단체의 대안교육을 지원하는 등 탈북자들이 지속적으로 시장경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활을 유도하는 정부 정책의 방향은 옳다”는 데 동의하면서 “탈북자들이 시장경제에서 경쟁력을 갖춘 인력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기영 교수는 특히 “탈북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고용할 수 있는 고용자 개발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탈북자를 고용하면 정부에서 50%의 보조금을 지급하는데도 기업들이 탈북자 고용을 꺼리고 있다”며 “탈북자와 기업을 연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탈북자들이 전국에 분산 정착하고 있기 때문에 통일부가 일괄적으로 지원정책을 주관하기보다는 지자체나 민간단체, 지역의 기업 등과 협의해 지역 중심의 장기적인 탈북자 경제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황우여 의원


“탈북자 직업훈련 10년은 보장해야”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은 “탈북 주민에게 10년 정도 무상 직업훈련을 보장하는 등 충실한 교육을 통해 중상층 이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 의원은 “통일을 대비해 북한의 미래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인식을 갖고 탈북자 교육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지난해 12월 북한 이탈 주민의 정착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10년씩이나 무상 직업훈련을 보장하면 탈북자들의 자활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탈북자들은 정부에서 특별한 보호를 해 줘야 한다. 적어도 10년 정도는 학생과 같은 신분을 보장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기술자로 키워 그들을 향후 통일에 대비한 인재로 활용해야 한다.”

탈북자들이 시장경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데….
“탈북자들을 만나보면 거의 맥이 풀려 있다. 외국인 노동자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 우리 사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20년간 남한에서 교육을 받아도 취업이 어려운 마당에 탈북자들은 오죽하겠나. 장기적인 지원과 보호로 그들이 남한 사회와 시장경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탈북자 정책에서 고쳐야 할 점은 없나.
“탈북자들을 통일을 준비하는 역군으로 만드는 것이 당장은 국가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결국 통일 비용을 줄이는 일이 될 것이다. 그들을 블루칼라 집단으로 만들려 하지 말고 중상층 이상으로 만들려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이 고맙다고 느낄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얘기다.”
김태윤 기자
탈북자 경제교육 실태는…


자본주의 생활적응 교육 9시간뿐 탈북자들은 남한에 입국하면 5개 기관의 합동조사를 받은 뒤 탈북자 정착 교육 기관인 하나원에 입소해 3개월간 사회적응 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은 성인반과 경로반·청소년반 등으로 나뉜다. 경제활동 연령층으로 구성된 성인반 교육은 심리안정과 정서순화, 우리 사회의 이해, 현장 체험 학습, 직업기초 능력 훈련 등 434시간의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다. 이 중 자본주의 생활적응 교육은 아홉 시간이다. 구매 체험학습은 네 시간으로 구성돼 있다. 직업훈련과 관련된 시간 배정은 넉넉한 편이다. 진로 지도 및 직업안내 교육이 28시간, 직업설명회가 17시간, 전산교육 등 직업 기초능력 기능 시간이 69시간으로 편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자본주의 생활적응 교육 시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본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직업교육 훈련만 받아서는 탈북자들이 시장경제에 적응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하나원의 교육이 사상교육에 집중돼 있어 경제활동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가는 실정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상교육과 경제교육의 병행을 통해 탈북자의 재사회화를 끌어내는 것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나원을 나온 탈북자들 역시 “실생활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원 관계자는 “시장경제 이론과 실제 체험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은 어떻게 했나…


기업·정부 함께 맞춤교육 실시 독일이 통일되기 직전인 1980년대 중후반, 서독은 동독 이탈 주민의 대량 입국으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출했다. 동독 이탈 주민들도 초기에는 탈북자들과 마찬가지로 언어능력·직업능력 부족 등으로 서독에서 사회적·경제적으로 적응하는 데 상당한 애로를 겪었다. 서독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동독 이탈 주민의 직업·취업능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쳤다. 독일은 특히 목표대상별로 다양한 직업능력 프로그램을 운용했다. 성·연령·출신별 차이를 인정하고 그것에 맞는 맞춤 교육을 실시한 것이다. 또 지방노동사무소가 이주민의 취업 알선 및 상담을 담당하는 접점 역할을 했다. 서독 정부는 동독 이탈 주민이 자연스럽게 서독 사회에 동화될 수 있도록 재사회화에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자했다. 나아가 전국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지역별로 직업능력개발 협력망을 구축해 개별기업·산업별협회·교육훈련기관·연구기관·연방정부·주정부가 함께 활동한 것이다. 이 협력망을 통해 동독 이탈 주민들의 노동시장에서의 잠재수요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맞춰 직업능력개발을 시행한 것이다. 강일규 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독일의 사례는 6000여 명이 넘는 탈북자가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변변한 생활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지적했다. 김인숙 소비자보호원 선임연구원은 “독일 사례는 이미 20년이 넘은 것”이라며 “이제 직업교육을 포함한 소비 등 전반적인 경제교육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용어 설명 ‘탈북자’를 지칭하는 용어는 크게 세 가지다. ‘북한을 떠나 한국에 온 북한 주민’을 가리키는 가장 일반적인 용어가 탈북자라면 ‘북한 이탈 주민’은 ’북한에 주소·직계가족·배우자·직장 등을 두고 있는 자로서 북한을 벗어난 뒤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을 일컫는 법적 용어다. 그러나 정부는 올 들어 ‘새터민’이라는 용어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이 단어를 국어사전에 등재하는 등 범용화시키려 하지만 이 용어가 정치적 이미지가 강하다며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기사에서는 명칭을 ‘탈북자’로 통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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