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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 바이오 벤처로 金脈

실용 바이오 벤처로 金脈

에스디는 탄탄한 수익모델을 갖춘 바이오 벤처다. 연구원 출신의 조영식 사장은 대기업에서 익힌 업무 추진력과 조직관리 경험으로 창업 6년 만에 에스디를 국내 진단 시약업계의 선두주자로 키웠다.
1998년 6월.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의 벤처기업 바이로메드의 연구소장으로 근무하던 조영식(44)씨는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오랫동안 녹십자에서 근무하던 그가 회사를 옮긴 지 7개월쯤 지났을 때였다. 외환위기라는 재앙이 온 나라를 휩쓸고 지나가던 비상시국이었다. 아내를 비롯해 가족과 친구들이 그를 뜯어말렸다. 하지만 그의 결심은 확고했다. 그는 “주말에 가족과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3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라는 책을 읽고 다음날 바로 사표를 던졌다”며 “책에 쓰여진 것을 실행에 옮겼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때 그의 나이가 39세였다.

회사를 그만둔 그는 퇴직금 7,000만원을 손에 쥐고 직원 한 명을 고용해 회사를 차렸다. 창업 아이템은 신속(Rapid) 진단시약.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박사과정까지 밟은 그는 녹십자에서 13년 동안 이 분야를 연구해 왔다. 회사 이름은 표준진단법(Standard Diagnosis)의 머릿글자를 따서 에스디(SD)로 지었다.

신속 진단시약은 특별한 실험장비 없이 혈액만을 검사해 5~15분 안에 질병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약품을 말한다. 누구나 손쉽게 검사할 수 있는 데다 신속성과 정확도가 높아 수요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그는 이 신속 진단시약 시장에서 ‘금맥’을 봤다. 그는 “진단시약 분야는 핵심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며 “신약 개발이나 특수 아이템 개발도 좋지만 일단 수익성을 검증받은 분야에 뛰어들어 돈을 모으는 게 급선무였다”고 회고했다.

운도 따랐다. 녹십자 근무 시절 알고 지내던 창업투자회사로부터 20억원을 투자받았다. 그는 “2000년부터 시작된 ‘코스닥 붐’과 맞물려 창투사가 직원 4명에 불과한 우리 회사를 150억원으로 산정해 줄 정도로 엄청난 대접을 받았다”며 “하지만 그들 역시 10배 이상 남긴 장사였다”고 말했다. 창업한 지 1년 반 만에 제품을 개발해 미국에서 열린 전시회에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그는 “어차피 내수를 바라보고 만든 제품은 아니었다”며 “내수용이 아니라면 어떤 제품이든 글로벌 시장에 적극 뛰어들어 경쟁해야 된다는 게 나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창업 6년이 지난 지금 에스디는 국내 신속 진단시약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체로 성장했다. 그 동안 개발한 진단시약만 해도 에이즈 ·조류독감 ·임신 등 80종에 이른다. 임신테스트기의 경우 국내 시장의 30~40%를 차지하고, 에이즈 진단기는 국내 95%를 점유하고 있다. 초기부터 박람회를 통해 해외 네트워크를 쌓은 덕에 80여개 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고, 전체 매출의 60%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지난해 118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37억원을 올려 영업이익률이 30%가 넘는다. 창업 이듬해인 2000년부터 영업이익이 나기 시작해 빚을 진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탄탄한 내실을 자랑한다. 올 초에는 경기도 용인시에 100억원 규모의 본사 건물도 신축했다. 하나증권의 오만진 수석연구원은 “에스디는 바이오 벤처 중에서도 수익모델이 탄탄한 회사로 손꼽힌다”며 “주가수익비율(PER)이 23배 정도로 1,000배가 넘는 일부 신약 개발업체들에 비해선 안정적인 편”이라고 분석했다.

에스디가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 이 분야에 원천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자체 진단 시스템을 개발해 국제특허까지 취득했다. 에이즈 진단기의 경우 특별한 검사 기계나 장비 없이 현장에서 혈액 ·혈청 또는 소변 등으로 진단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제품.

또 진단시약 자체가 오랜 기간 임상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신약과 달리 제품 기획부터 시판까지 6개월~1년 정도가 걸린다. 에스디는 제품기획팀을 두고 기획단계부터 개발자들이 함께 모여 디자인 미팅도 한다. 최근에는 한 번에 최대 6개 질병의 감염여부와 진행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단백질 칩’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내년 중반에 암 ·알레르기 ·심장질환 ·전염성질환 등을 진단하는 이 칩을 상품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발표된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성과도 이 회사 입장에선 호재다. 조 사장은 “정부가 바이오 산업에 매우 우호적이다”라며 “직원들도 자부심과 자신감이 충만해졌다”고 말했다.
조 사장에게도 아픈 기억이 있다. 창업 초기 제품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대량 생산에서 고른 품질을 유지하지 못해 원형 탈모증이 생길 정도로 고민에 빠졌다. 2003년 중국과 동남아에서 사스가 발생했을 당시 4개월 만에 사스 진단시약을 개발해 중국 정부로부터 200만 개의 가계약이 들어왔다. 하지만 개발 직후 사스가 사라져 계약이 취소됐다.

그가 벤처를 꾸려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인재 관리다. 그는 “가장 큰 보람이라면 회사가 성장한 것보다는 핵심 인력들이 단 한 명도 빠져 나가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직원들을 항상 파트너이자 동업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립 초기 직원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스톡옵션을 지급해 일부 직원들이 보유하는 주식가치는 현재 1억~10억원에 달한다.

지금도 보너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센티브로 직원들의 사기를 고취시킨다. 회사가 잘되는 만큼 직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는 “사람 관리와 업무 추진력은 대기업에 오랫동안 근무하며 몸에 밴 것”이라며 “사회 경험 없이 아이템만 가지고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충고했다.



“바이오 산업도 가치투자 시대”
줄기세포나 DNA 혁명에 투자하고 싶은가. 하지만 맞춤 의학 시대가 열리려면 아직도 몇 년을 더 기다려야 된다. 지금은 줄기세포와 DNA를 이용한 진단테스트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 성과가 발표된 직후 국내 바이오주들의 주가가 동반상승했다. 정부도 바이오산업 지원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아직은 심리적인 효과”라고 지적한다. 배아줄기세포가 실용화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바이오산업은 크게 신약개발 ·치료 ·진단 ·장비업체로 나뉜다. 이 중에서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시장은 바이오 산업의 ‘캐시카우’로 불리는 진단시약 시장이다. 이 시장이 각광받는 이유는 기획부터 판매까지 생산 주기가 짧아 투자회수 기간이 빠르다는 점이다. 신약의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5~10년 정도의 임상 테스트 기간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진단시약은 먹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테스트 기간도 짧다.

진단시약의 개발 비용도 200억~1,000억원 가까이 드는 신약 개발 비용에 비해 10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오만진 연구원은 “바이오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더라도 수익성을 검증받은 진단 시약 업체들이 더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진단신약 시장은 짭짤한 비즈니스로 떠올랐다. 진단시약을 다루는 기업들은 순이익과 주가까지 동반상승해 왔다.

진단시약 업체 위주로 투자하는 미국의 뮤추얼 펀드 ‘아이콘 헬스케어 펀드’는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13%의 수익률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진단시약 분야에서도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바이오 칩’이 주목받고 있다. DNA나 단백질 정보가 담긴 바이오 칩을 이용해 조기에 암을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칩은 체내 성분을 손톱 크기의 소평 기판에 집적해 넣은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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