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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 기술로 환경·식량·동물복지 문제 해결한다” [이코노 인터뷰]

한원일 티센바이오팜 대표
소의 조직 2~3g으로 100t의 배양육 만들 수 있어
내년 3월 시식회 통해 배양육 맛과 안전성 알릴 것

한원일 티센바이오팜 대표가 서울 당산동에 있는 서울지사 연구실에서 배양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그를 이야기하려면 우선 기후변화 및 식량 위기, 동물 복지 등의 중요한 문제부터 짚어봐야 한다. 그는 이런 전 지구적인 문제 해결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50년이면 전 세계 인구가 98억명에 달한다. 세계 인구가 증가하면서 고기 소비량 역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기업형 동물농장인데, 동물복지를 포함해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우선 ‘가성비’가 좋지 않다. 소고기 450그램을 생산하기 위해서 사료 2.7킬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도축해 생산한 고기양이 사료량에 비해 적다. 2006년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지구의 온실가스 총배출량 가운데 기업형 동물농장 시스템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비중이 18퍼센트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모든 차량과 선박·기차·비행기가 내뿜는 양보다 더 많다.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2021년)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고기 소비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해결하려는 방법이 대체육과 배양육이다. 대체육은 식물성·해조류·버섯 등 비동물성 재료로 만든 고기 유사체를 말한다. 배양육은 쉽게 말해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를 말한다. 그는 배양육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주인공은 한원일 티센바이오팜(TissenBioFarm) 대표다. 

인공장기 연구하다 배양육 시장에 도전

한 대표는 포항공과대학에서 인공장기를 연구하던 조직공학 박사다. 인공장기를 연구하던 중 관심을 가지게 된 게 배양육 분야다. “인공장기 연구를 하면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 같은데, 갑자기 세포배양육 시장에 도전한 이유가 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한 대표는 “일단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그는 “현재 인류 생존이나 식량 위기가 가까이 온 것 같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다음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답변했다. 

한국에서도 한때 대체육 스타트업이 나와서 주목을 받았지만 대중화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대체육의 한계에 대해서 “결국 대체육이 축산업을 통해 생산된 고기의 맛과 식감 등을 구현하기 어렵기 떄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라면서 “이에 반해 배양육은 생물학적으로 기존 고기와 동등한 진짜 고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양육은 동물의 세포를 채취해서 이를 배양해 고기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고기 맛과 질감, 풍미 등을 재연할 수 있다. 하지만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어려움이 있다. 한 대표는 “우리는 소고기 덩어리 배양육에 도전하고 있는데,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완성도의 60%까지 왔다고 본다”면서 “돈과 시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력과 특허를 가지고 있다” 고 자신했다. 

티센바이오팜은 경쟁사와는 다른 제작 방식을 채택했다. 고깃결과 마블링 등의 제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식용 바이오잉크’라는 자체 개발한 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식용 바이오잉크를 사용하면 실제 고기와 비슷한 맞춤형 식감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배양육은 동물에서 조직을 채취한 후 배양기에서 증식한 후 스캐폴드(지지체) 부르는 것에 붙여서 만들고 있다. 티센바이오팜은 바이오잉크와 세포를 혼합해 세포가 들어간 바이오잉크를 제작한다. 이후 미세섬유 형태의 고기를 만들어 배양하고 이를 뭉쳐서 소고기 덩어리를 만든다. 동물에서 조직을 채취하고 미세섬유 형태의 고기를 만드는 데까지 약 4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미세섬유 형태의 고기를 뭉쳐서 덩어리를 만드는 데는 1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는 질문에 한 대표는 “대량 생산 방식을 사용하면 미세섬유 형태의 고기들을 합쳐서 덩어리로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필요는 없다”고 대답했다. 

티센바이오팜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비용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기존 세포 배양에 사용하던 소태아혈청(FBS)을 2만분의 1 비용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 대표는 “생물학적으로 고기와 유사한 소고기 배양육 1킬로그램(kg)을 약 10 달러(1만3600원)에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소에서 2~3g의 조직을 떼어낸 세포로 배양육을 만들면 산술적으로 배양육 100톤을 생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창업 2년 만에 77억원의 투자 유치 성공

티센바이오팜의 기술력은 지난해 11월 열린 ‘세계 세포 기반 혁신상’에서 배양육 부문 최종 우승으로 인정받았다. 한국에서도 포스텍 기술창업경진대회 대상,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 최우수상 등을 수상하면서 배양육 시장의 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한 대표는 “2021년 말에 ‘과학기술특성화대학 공동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아이디어만으로 티센바이오팜을 알리게 된 것이라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웃었다. 

투자사들도 티센바이오팜을 눈여겨 보고 있다. 티센바이오팜은 창업 이후 지금까지 77억2000만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미래과학기술지주·퓨처플레이·스톤브릿지벤처스·뮤렉스파트너스·삼성웰스토리 등 이름있는 투자사들이 이곳에 투자했다. 농심 등의 식품 기업도 티센바이오팜과 손잡고 배양육 시장을 대비하고 있다. 한 대표는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는데, 배양 시설 등의 제조 기반을 만드는 데 사용할 것이다”면서 “2025년 상반기까지 소고기 배양육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을 기대했던 수준으로 마무리할 ㅜㅅ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올해 말이나 내년 3월에 시식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배양육의 대중화를 노릴 계획이다. 시간과 돈은 해결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소비자들에게 ‘배양육은 맛이 있고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한 대표는 “연구실에서 공부할 때는 몰랐는데, 경영이라는 게 어렵다”면서 “옥스퍼드대 출신의 라연주 최고전략책임자 등 좋은 인재들과 함께 배양육 시장의 문을 열 것이다”고 강조했다. 

배양육은 이미 2020년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초로 배양육 생산 및 판매를 승인했고, 지난해 6월 미국 농무부(USDA)에서도 세포 배양 닭고기 민간 판매를 승인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육류 수출국으로 꼽히는 호주의 관련 기업들도 관련 분야의 연구 개발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유럽·싱가포르·중동 등 각국 정부도 배양육 지원을 위한 정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UN은 2040년 전체 육류시장의 35%(약 829조원)를 배양육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배양육 시장은 알게 모르게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한원일 티센바이오팜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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