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정재왈 공연평론가. | 공연에서 같은 소재가 장르를 넘나들며 인기를 구가하는 예는 비일비재하다. 영국 문학의 거인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시공을 초월해 다양한 장르로 탈바꿈돼 공연되는 대표적인 경우다. 비극적 사랑 이야기의 대명사로 꼽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자. 레너드 파이팅과 올리비아 하세의 영화도 유명하지만, 원래 이 작품은 연극의 영원한 고전이다. 연극도 수많은 연출가에 의해 늘 새롭게 태어났다. 그래서 셰익스피어 작품에 ‘무시간성(timeless)’이라는 수식어를 보탠다. 경계 넘나들기의 좋은 소재로 오페라도 한몫한다.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를 보자. 이 오페라는 옛 북아프리카 누비아(현재 에티오피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공주, 그리고 두 여인에게서 동시에 사랑을 받는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의 전설과도 같은 사랑 이야기다. 배경으로 두 나라 사이의 침략과 수탈의 역사가 깔려 있지만, 그것은 사랑 이야기를 절절하게 만드는 실루엣과 같다. 1871년 초연돼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이 놀라운 이야기를 20세기 신종 예술의 총아 뮤지컬이 외면할 리 없다. 비교적 단순한 플롯, 그리고 전설 같은 사랑 이야기는 뮤지컬로 만들기에 그야말로 ‘딱’이다. 이를 실행에 옮긴 곳이 미국 대중예술을 선도하고 있는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 디즈니다. 애니메이션 등 영화에 주력해온 디즈니는 1990년대 ‘애니메이션의 뮤지컬화’를 시도하며 ‘미녀와 야수’로 뮤지컬 시장에 진입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뮤지컬은 토착적인 전문업체들의 몫이었으나 디즈니가 진출하면서 미국에서 ‘기업형 뮤지컬 시대’가 열렸다. 첫 작품 ‘미녀와 야수’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며 디즈니의 뮤지컬 제작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다음에 나온 ‘라이언 킹’은 ‘미녀와 야수’를 훨씬 능가하며 작품성과 상품성을 입증했다. 뮤지컬 ‘아이다’는 디즈니 뮤지컬 작업의 세 번째 주자다. 이전 두 작품의 콘텐츠가 애니메이션인 것과 달리 이 작품의 원천은 앞서 말한 대로 오페라다. 흥행 성적은 ‘미녀와 야수’ ‘라이언 킹’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지만(현재 브로드웨이 공연은 종료됐다), 뮤지컬 양식의 경계를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록 뮤지컬로 오페라와 음악 스타일이 전혀 다르고, 의상과 무대 디자인이 실용적이며 현대적이어서 ‘뮤지컬의 새 차원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뮤지컬이 한국에 상륙한다. 신시뮤지컬컴퍼니가 디즈니에서 작품을 사와 국내 제작한 것이다. 한국 배우가 나와 우리말로 연기하는 ‘한국 버전’이다. 무대 세트와 의상 등 공연에 필요한 모든 기술의 이식 과정은 디즈니 팀에 의해 철저히 관리된다. 이전에 선보인 ‘오페라의 유령’과 ‘미녀와 야수’의 공연 컨셉트와 같다. 제작비가 120억원에 이르며 공연 기간은 8개월이다. 국내 공연 사상 최장기, 최대 제작비 뮤지컬로 꼽힌다. 까다로운 오디션을 통해 옛 인기 여성 보컬그룹 ‘핑클’의 멤버였던 옥주현이 타이틀롤을 맡았다. 이 밖에 문혜영·이석준·이건명·배해선·허준호 등이 출연한다. 이 뮤지컬의 작곡가는 영국이 자랑하는 대중가수 엘튼 존이다. 그는 아프리카 음악을 멋들어지게 구사한 첫 작품 ‘라이언 킹’ 하나로 일약 뮤지컬 대작곡가 반열에 올랐다. ‘아이다’는 음악적 다양성이 더욱 풍부해진 그의 역작이다.
<공연정보>공연정보> 장소:LG아트센터 기간:8월27일부터 문의:02-2005-0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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