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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 뇌물수수는 최고의 재앙

부패와 뇌물수수는 최고의 재앙

'Worry and Sacrifice'

타우피쿠라치만 루키(59)는 자신의 일이 고통스럽다. 겸손한 성품의 루키는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에서 뇌물 수수 근절을 책임진 부패 퇴치 총책임자다. 경찰총수 출신인 루키는 부도덕한 기업인·정치인·관료들을 대거 조사·기소해야 할 뿐 아니라, 그들이 청탁을 위해 끊임없이 내미는 자동차·주택·고가품 같은 선물을 뿌리쳐야만 한다. 누가 뭐라 해도 짜증나는 일이다. 그는 “이것은 일이 아니라 희생”이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과거의 권위주의적 유산을 버리고 인구 세계 4위의 신생 민주국가가 됐다. 그러나 그 변화 과정에는 장애가 많았다. 1998년 철권통치자 수하르토가 축출된 뒤 수천 명이 당파·민족 분쟁으로 사망했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려 애쓰는 한편 실직자 수천만 명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절실히 필요한 외국인 투자를 재유치하려 분투 중이다. 부패는 분명 인도네시아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생산성 있는 기업들에서 수십억 달러를 빨아들인다.

국제투명성기구(TI)의 최근 부패인지지수(CPI) 조사에서 인도네시아는 조사 대상 145개국 중 공동 133위였다. 지난 15개월 사이에 유권자들은 시장·군수·국회의원들을 직접 새로 뽑았는데, 거의 모든 당선자가 뇌물 수수와 싸우기로 맹세했다. 그러나 비관론자들은 대다수 당선자가 말로만 부패와 맞서기로 했지 실제로는 현상 유지를 더 원한다고 말했다. 유엔의 지원을 받는 인도네시아 통치 개혁 연합의 수석 책임자 H S 딜런은 “그들도 (부패) 문제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루키의 임무는 매우 중요하다. 2003년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은 일부 정부 관리마저 국가 재산을 훔친다고 생각하자 루키를 신설한 부패청산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유도요노는 지난해 9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정부와 연관된 뇌물 수수 행위에 철퇴를 가하겠다고 다짐했다. SBY로 더 잘 알려진 유도요노는 법무부의 수사·기소를 감독하는 반부패 위원회를 직접 이끈다.

그러나 일부 비판자는 법무부가 현금이 가득 든 뇌물 봉투에 굴복함으로써 오랫동안 제대로 조사를 안 했다고 말했다. 루키의 위원회는 오로지 법에 의해서만 해산되는 독립 기관이다. 그 위원회는 주로 대형 사건을 다루지만, 만약 다른 사건도 은폐 조짐이 보이면 수사와 기소를 직접 한다. 유도요노와 마찬가지로 루키도 뇌물 수수를 국가 최고의 재앙으로 생각한다. 그는 “국영 기업 책임자들에게 더 많은 책임감을 요구하는 등 보다 더 진보적이고 체계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키 휘하 42명의 수사관·회계감사관·검사들은 현재 모 전직 각료, 대형 국영은행 간부들, 국가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이 연루된 부패사건을 수사 중이다.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은 지금 재판에 회부됐다. 루키의 위원회는 연간 4000만 달러의 예산을 쓰지만, 업무량이 과중하다. 그래서 루키는 더 많은 예산과 수사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건이 늘어나면서 조사관들은 심신이 지쳐 간다. 루키는 “걱정과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수사를 잘못하지나 않을지, 충분한 증거를 못 찾지나 않을지 고심하느라 한밤중에 잠에서 깬다.”

루키의 위원회는 지금까지 큰 승리 하나를 거뒀다. 압둘라 푸테 전 아체주 지사는 지난 4월 수뢰가 입증돼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고위 관리들을 추적함으로써 정부는 부패 근절 메시지가 하위 공무원들에게도 파급되기를 원한다. 마르주키 다루스만은 전 법무장관은 “사람들이 이제 더욱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이제부터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될지 모른다.”

자기 회사가 과거 정부 관리들의 뇌물 요구에 시달렸기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인 해운회사 간부는 자카르타 항의 화물 선적·하역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지급한 ‘수고비’를 이제 더 이상 안 준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거주 외국인들은 요즘 운전면허 발급기관 주변에서 어슬렁대는 ‘대리인들’에게 몇 달러를 주기보다는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실제로 운전시험을 봐야만 한다고 전했다.

그런 고무적인 조짐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곧 인도네시아에서 뇌물 수수가 사라지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뇌물 수수는 문화에 매우 깊이 뿌리박혀 있다. 뒤가 구린 정치인·기업인들은 재력이 풍부하며, 특히 부패한 법원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다. 자카르타에 사는 어느 변호사는 “한 달 월급이 300달러인 판사에게 우호적인 판결을 받기 위해 3만 달러를 준다고 하면 그가 어떻게 나오리라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반부패 단체들은 지난 5월 법무부가 주수프 칼라 부통령, 아부리잘 바크리 재무장관과 친분 있는 두 회사에 대한 조사를 철회하자 난리를 쳤다. 그 두 사람은 그 회사들에 잘못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루키는 인도네시아에선 법 집행 시 “정치적 간섭에서 전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고 인정한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대어(大魚)를 쫓는다. 하지만 그 물고기가 너무 크면 우리 위원회가 가라앉을지 모른다.” 루키는 그렇게 말한 뒤 깊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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