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스타 창업 다이어리(4)] 장작구이 피자 전문점 개그맨 출신 연극배우 이원승

[스타 창업 다이어리(4)] 장작구이 피자 전문점 개그맨 출신 연극배우 이원승

“미국식 팬 피자는 가라~.” 미국식에 길든 사람들의 입맛을 바꾸며 피자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이탈리아 나폴리 지방의 정통 장작구이 피자 전문점 ‘디마떼오’. 디마떼오 피자집은 조성모 등 유명 연예인부터 김종필·구자홍씨 등 정·재계 인사까지 단골일 정도로 대학로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곳의 사장은 1980년대 개그계를 주름잡았던 이원승(44)씨. 그는 개그맨 시절 축적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연극판에서 다진 끈기를 바탕으로 창업 8년 만에 연매출 12억∼13억 선을 기록하며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피자 전문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와 나폴리 피자의 인연은 97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BS 1TV ‘도전, 지구탐험대’에 출연, 이탈리아 나폴리의 피자가게에서 정통 나폴리 피자 만들기에 도전하게 됐다. 피자 만드는 법이 철저한 도제 시스템으로 전수되는 ‘디마떼오’는 피자의 본고장인 나폴리에서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찾아올 만큼 유명한 곳이다. 이씨는 이곳에서 1주일 동안 반죽부터 장작에 굽는 법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받으면서 나폴리식 피자 맛에 매료됐다. 이를 국내에 도입하면 사업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디마떼오’ 본점 사장과 협상에 들어갔다. 한국에 가맹점을 내줄 수 없다는 본점 사장을 설득해 로열티 없이 한국 내 독점 사업권을 따냈고 98년 1월 대학로에 문을 열었다. 문을 열면서 그가 첫 번째 내린 결정은 법인화와 본토 이탈리아 주방장 영입이었다. 법인으로 전환하면 개인사업자보다 세제나 법적 절차가 훨씬 까다롭다. 하지만 이 사장은 “법인은 기업이기 때문에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서 “또 국외에서 주방장을 데리고 오는 경우에도 공신력이 있기 때문에 인력 수급에 편리한 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음식점을 법인으로 등록하려면 문화관광부의 관광식당 허가 공급서가 필요하다. 주방장을 데리고 오려면 법무부에 사유서, 문화부에 조리사 자격증·경력증명서·신원보증서 등을 내야 한다. 창업을 결정했지만 진행 과정은 결코 순조롭지 않았다. 첫 복병은 점포였다. 지금 디마떼오가 있는 건물은 당시 그가 임대해 소극장과 커피숍을 운영하던 곳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같은 건물 2층을 빌려 피자집을 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건물주가 임대 보증금을 2배 이상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이 사장은 “피자집과 소극장, 그리고 커피숍을 합친 임대 보증금이 건물 시세의 80%에 이르는 상황이었다”면서 “차라리 건물 자체를 사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음식점이지만 법인으로 등록 건물주와의 협상을 통해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의 건물을 13억원에 인수했다. 연예활동을 통해 모아뒀던 6억5000만원 외에 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이용해 나머지를 충당했다. 디마떼오는 법인 명의로 등록했고, 지상 1층과 2층에 매장을 열었다. 2002년부터는 3층과 4층까지 매장을 넓혔다. 5층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법인 디마떼오가 이원승 사장 개인 건물에 전세 보증금 5억원을 내고 사용하는 셈이다. 사실 돈이 있으면 자기 점포를 사서 창업하는 게 유리하다. 점포가 유명해지면 권리금이란 프리미엄이 형성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점포를 빌려 장사하면 건물주가 오히려 권리금 프리미엄을 악용해 높은 임대료를 요구한다. 건물주의 횡포에서 벗어나 한자리에서 점포 브랜드를 키우면서, 동시에 부동산 재테크(권리금 프리미엄)도 하려면 점포 매입을 통해 창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디마떼오의 위치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뒤편 골목에 위치해 있다. 단순히 보자면 대학로의 후미진 골목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학로는 문화공간이란 특성상 20~50대까지 하루 수만 명의 폭넓은 연령층이 찾는 곳이다. 이는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음을 의미한다. 또 성균관대 등 대학도 있어 고정인구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창업 초창기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점포 문제를 해결하고 피자집을 연 시점이 바로 IMF 외환위기가 터진 직후였기 때문.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 탓에 점포 문을 연 지 2개월 동안 적자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옛말은 어긋나지 않았다. 점포 문을 열 때쯤 그가 출연했던 ‘도전 지구탐험대 나폴리 피자편’이 방송을 탔다. 자연스레 대학로에서 디마떼오라는 간판을 건 나폴리식 장작구이 피자 전문점이 알려졌다. 매출이 서서히 오름세를 보였고 6개월이 지나자 흑자로 돌아섰다. 문을 연 지 1년 정도 지나면서 탄탄한 기반 위에 올랐다. 창업 8년이 넘은 현재의 월매출은 1억원 정도. 매출액 중 재료비와 기타 공과금이 50%, 인건비가 30% 정도를 차지한다. 이를 제외한 순이익은 월평균 2000만원 선이다. 연예인이 하는 음식점이란 유명세보다 이탈리아 정통 장인이 만들어내는 피자 맛이란 점이 매출 신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맛집으로 인터넷 개인 카페에 추천되어 있는 조회 수나 입소문이 이를 증명한다. 디마떼오 피자는 장작 가마에서 구워내 기름기가 없고 맛이 담백하다. 또 피자 빵의 두께가 얇아 과자처럼 바삭바삭하다. 또 미국식 피자보다 반죽이 얇고 야채를 많이 쓰며 토핑에 육류가 덜 들어 있는 게 특징이다. 피자 맛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건 바로 치즈. 그런데 이 집 피자는 물소 젖으로 만든 치즈를 사용해 아주 쫄깃쫄깃하면서도 향긋한 향까지 지니고 있다. 웰빙 시대 입맛과 궁합이 딱 맞는다. 메뉴는 시작할 때 17가지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매년 고객의 입맛에 맞게 새로 개발하면서 현재 120가지로 늘어났다.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에 맞추어 나가는 이 사장의 노력이 숨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는 점도 있다. 바로 오늘도 여전히 피클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창기 피클을 둘러싼 소동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며 “정통 이탈리아 나폴리 피자에는 피클이 없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끊임없이 이해시켰다”고 설명했다.

나폴리 피자엔 피클 없어요 디마떼오에서 사용하는 모든 재료는 이탈리아에서 1등급으로 공인된 제품들이며, 그는 이를 모두 다 수입해서 쓴다. 단가가 높아도 최고의 재료가 최고의 맛을 보장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다. 변하지 않는 피자 맛 덕분에 고객층의 70~80%는 단골로 돌아섰다. 디마떼오 피자 가격은 다른 피자집보다 10% 정도 비싸다. 하지만 비싼 가격은 거꾸로 디마떼오 피자는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엄선된 재료로 만든 피자란 고급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비싼 가격이 오히려 차별화된 경쟁력이 되었다. 외환위기는 그에게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로 작용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문화가 급속히 글로벌화되면서 배낭 여행, 어학 연수 등으로 이탈리아에 다녀오는 사람들이 늘었다. 문화적인 욕구가 커지면서 이탈리아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나폴리 피자, 나아가 나폴리 문화를 국내에서 만날 수 있다는 자체가 새로운 마케팅 수단이 된 것이다. ‘피자를 파는 맛집’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문화를 파는 피자 전문점’이란 이미지 마케팅에도 성공한 것이다. 이런 문화 마케팅에 성공하게 된 요인 중 하나는 인테리어다. 점포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장작구이 앞에서 피자를 굽는 이탈리아 요리사를 볼 수 있게 했다. 고객들의 시각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국기를 앞치마로 두르고 요리사들과 이탈리아어로 대화를 주고받는 그의 모습은 마치 나폴리의 한 피자집에 와서 먹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앞으로 그의 꿈은 대를 이어 디마떼오 사업을 하는 것이다. 아들에서 손자로, 증손자로 내려가며 디마떼오 브랜드를 키우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디마떼오를 체인점 방식으로 키우는 양적 팽창을 거절하고 있다. 대신 현재의 독립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질적 깊이를 더해가는 데 치중하고 있다.


이원승 피자 전문점, 창업 키포인트 3

●유명 피자집 찾아가 맛을 벤치마킹하라 맛있는 피자집을 다녀 직접 맛보면서 어떤 비결이 숨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당 맛집 사장을 몇 번이고 찾아가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한두 가지 비법이라도 알게 된다.

●주인이 피자 만드는 노하우 갖고 있어라 맛이 변하면 고객은 찾아오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맛을 유지하려면 주인이 직접 피자를 만들 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는 좋은 주방장을 구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런 노하우가 있으면 주방장이 갑자기 그만두어도 곧바로 대응할 수 있다. 장사를 오래 하려면 장사 시작 전에 아예 유명 피자집 주방에서 일부터 배우는 게 좋다.

●조용한 예약석은 별도로 마련하라 요즘 고객들은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한다. 따라서 조용히 식사할 수 있는 예약석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 좋다. 이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점포에 심으면서 동시에 고객 회전율도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요미우리, 한중일 공동선언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 담겨

2올여름 ‘다 가린 시스루’ 뜬다…이효리 하객룩 보니

3나를 위한 ‘제천’ 의식…제천 여행이 가져다준 ‘오감’테라피

4엔비디아 젠슨 황 CEO, 재산 5년만에 30배 증가

5휘발유 5주만에 1700원 아래로…기름값 하락 지속

6“근본적 원인은 기업가정신 결여…게임업계 세대교체 필요”

79년 전 ‘다이소 화장품’에 혹평했던 유튜버, 지금은?

8한국 시장 점령한 중국 게임들…“중국 게임사들 한국 따라잡은 지 오래”

9이더리움도 현물 ETF 승인…역대 최고가 갈아치울까

실시간 뉴스

1요미우리, 한중일 공동선언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 담겨

2올여름 ‘다 가린 시스루’ 뜬다…이효리 하객룩 보니

3나를 위한 ‘제천’ 의식…제천 여행이 가져다준 ‘오감’테라피

4엔비디아 젠슨 황 CEO, 재산 5년만에 30배 증가

5휘발유 5주만에 1700원 아래로…기름값 하락 지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