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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고 행복한 ‘꿈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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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과학’이란 에이스침대의 주장을 입증해주는 것은 결국 소비자다. 안성호 사장은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과학적 방법을 고객에게서 찾고 있다.
"침대에서 소리가 난다고요?” 지난 7월 어느 날 에이스침대 애프터서비스(AS) 기사는 “그럴 리 없다”며 매트리스에 귀를 바짝 대고 정밀진단에 들어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AS를 신청한 주부는 여전히 불만스런 표정이다. 기사는 무언가를 알아챘다는 듯 능숙한 솜씨로 매트리스를 걷어냈다.

짐작대로 침대 프레임은 에이스침대 제품이 아니었다. 프레임의 상태도 문제였지만 매트리스와 부합되지 않는 것이 삐걱거림의 근본 원인으로 판명됐다. 기사는 프레임을 에이스침대 제품으로 교체할 것을 제안했고, 고객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 후로 부부생활에 더 이상의 소음은 끼어들지 않았다.

침대를 구입한 부부들이 느끼는 불만 중 상당수는 잠자리 중에 발생하는 삐걱대는 소음이다. 여간 신경에 거슬리는 게 아니지만 부끄러움 때문에 AS 기사에게 쉽게 불만을 표현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다. 에이스침대의 숙련된 AS 기사들은 이런 고객의 말 못할(?) 불만까지 헤아려야 한다고 믿고 있다.
물론 침대의 생명은 매트리스다. 그래서 에이스침대의 매트리스를 선호하는 소비자 가운데에는 침대 구입 가격을 줄이기 위해 매트리스는 에이스침대 것으로, 프레임은 값싼 무명 브랜드로 맞추는 경우가 종종 있다.

라종도 마케팅기획팀장은 “그런 고객들은 매트리스와 프레임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불협화음이 에이스침대 탓이라고 오해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오해는 에이스침대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회사 측은 우려했다. 회사 측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강력한 조치를 취해왔다. 타사 프레임에 에이스침대 매트리스를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리점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에이스침대 프레임을 사용하지 않는 고객이 매트리스만 별도로 구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본사의 방침을 어기는 대리점에는 예외없이 거래를 끊었다. 에이스침대를 취급하는 300여 개 대리점이 이를 상호감시하도록 했다. AS 센터에서 위반 사례를 적발할 경우 유통 경로를 추적해 해당 대리점을 색출하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1963년 창립됐다. 그 뒤 연매출 1,200억원 대를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에이스침대는 연간 80만 개 정도를 판매, 국내 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도 진출해 있다.

올 봄에는 10년 전부터 에이스침대를 구입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판매 당시 매트리스 내부에 주입한 항균물질(마이크로 가드)을 무료로 리필해주는 행사를 벌였다. 10만여 명의 고객들이 리필을 신청했고 무료 리필에 든 비용만 3억원에 달했다. 에이스침대가 적잖은 돈을 쏟아 부으며 이런 행사를 한 궁극적인 목적은 따로 있었다. 고객 수가 계속 늘자 이를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에이스침대가 전산으로 고객 데이터를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년 전 일이다.

무료 리필 행사 때 접수한 고객들은 그동안 파악하지 못했던 고객이 대부분이다. 안성호(37) 에이스침대 사장은 “우리는 진작부터 관리했어야 할 잃어버린 고객을 찾아낼 수 있었다”며 “이 고객들을 대상으로 에이스 제품에 대한 각종 설문을 해 훨씬 더 풍부한 자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행사 비용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가치가 있는 고객 데이터를 확보한 셈이다.

고객을 감탄케 하는 에이스침대의 노하우는 또 있다. 바로 ‘침대=과학’이라는 차별화된 제품 전략이다. 회사 측은 한국인의 체격에 맞는 침대를 설계하기 위한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 에이스침대공학연구소는 7년 전부터 30억원의 연구비를 들여 표준과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체압분포 측정기 ·키 ·체중 ·체압조절 매트리스 등의 측정시스템을 개발했다. 한국인의 체형을 18가지로 분류하는 연구작업도 마쳤다.

체압이란 사람이 누웠을 때 접촉 면에서 발생하는 압력의 분포도다. 다양한 체형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체압을 측정한 뒤 이들에게 적합한 매트리스를 제안하는 것이다. 체압 등 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존의 수면 행태도 고려한 매트리스 추천이 가능하다. 온돌에서 잠자던 고객이 침대를 구입할 경우 적응기간을 고려한 모델을 추천할 수도 있다. 안 사장은 “우리는 고객의 수면 양을 늘려줄 수는 없지만 수면의 질은 얼마든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했다. 체압분포겾컖체중 등에 적합한 매트리스가 최상의 숙면을 가능케 할 것이란 얘기다.

지난 7월엔 이를 계측할 수 있는 장비를 탑재한 리무진을 운행, 현재 1만 개가 넘는 샘플을 확보했다. 개인의 체형에 맞는 최적의 매트리스를 찾아주는 ‘이동식 침대과학 서비스’를 하고 있는 셈이다. 연구원들은 체압분포와 척추형상 등을 측정하는 첨단 장비가 실린 버스를 ‘이동수면공학센터’라고 부른다. 이 센터는 전국을 순회하며 한국인 최적의 매트리스를 찾아주고 있다. 현재 두 대의 버스를 시범운행 중이며, 9월부터는 5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미 5억원이 투입됐고 올해 안에 5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안 사장은 “고객이 원하는 AS는 필요할 때 가장 빠르고 편리하게 직원을 투입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궁극적으로 AS가 필요하지 않도록 최고 품질의 침대를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고객임을 자처한다. 그는 1년에 예닐곱 번은 침대를 바꾼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직접 체험해보고 문제점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창업주인 안유수 회장의 장남인 안 사장은 생산 현장을 돌며 경영수업을 받다 2002년 가업을 물려받았다. 그는 “좋은 침대를 만드는 것이 고객을 위한 경영이라고 믿던 아버지는 해외 출장시 늘 실과 바늘을 가지고 다녔다”면서 “호텔 방 침대가 괜찮다 싶으면 밤새 매트리스를 뜯어본 후 다시 꿰매 놓을 정도로 제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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