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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채팅 상대 알고 보니 ‘첩자’

인터넷 채팅 상대 알고 보니 ‘첩자’

Big Brother Is Talking

루루차오는 중국의 여느 20대처럼 인터넷을 즐겨 이용한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화제를 알아보기 위해 현지의 한 채팅룸을 자주 찾는 일도 ‘일과’ 중 하나다. 그러던 어느날 루는 현지 경찰이 종종 도시 절반을 시끄럽게 할 정도로 큰 경보음을 울리며 장쑤(江蘇)성 쑤첸(宿遷)시 중심가를 질주하는 일을 네티즌들이 불평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경찰인 루는 즉각 채팅에 뛰어들었다.

그러곤 경찰차의 경보음은 긴급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이므로 비난해선 안 된다며 경찰을 감싸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루는 여느 경찰과는 다르다. 그는 거의 1억 명에 이르는 중국 네티즌들을 조지 오웰의 ‘빅 브러더’처럼 감시하는 3만∼4만 명의 인터넷 경찰 중 한 명이다. 루는 나중에 중국 관영 주간신문 ‘서던 위켄드’에 “우리는 근무 도중 총과 칼을 든 흉악범들을 매일 상대해야 한다. 어떻게 시민들이 우리를 비판할 수 있는가”라며 경찰을 옹호했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 당국은 인터넷을 길들이기 위한 노력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 인터넷 게재물에 대한 검열자들의 감시 능력은 이미 많이 소개됐다. 당국은 구미에 맞지 않은 내용이면 차단하거나 삭제하고, 말썽을 일으키는 네티즌으로 간주되면 감금한다. 그러나 중국 인터넷 경찰은 한 발 더 나아가 게재물을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는가 하면 국민의 정치적 조직화를 사전 차단하기까지 한다.

이 같은 규제는 단순히 반발을 누르거나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통제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이버 공간에서 여론 형성에 갈수록 큰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다. 사실 중국의 선전 당국은 인터넷이 정보원(情報源)이 되는 현상보다는 대규모 운동을 조직하기 위한 수단이 될 가능성에 더 우려한다. 베이징에서 인터넷 기업가로 일하는 앤 스티븐슨-양은 “외국 분석가들은 대개 오해를 한다”며 “인터넷에 대한 정치권의 우려는 정보가 아닌 사회적 조직화의 위험에서 나온다. 인터넷으로 얻은 정보가 어떤 행동으로 이어질지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9월 중국 당국은 ‘건전하고 문명화된’(국영 신화통신의 표현) 뉴스 게재를 보장하기 위해 새로운 인터넷 규정을 발표했다(1994년 이후 등장한 약 38가지 규제 중 최신판).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두 가지 범주의 게재물에 대한 금지다. 그중 하나는 ‘사회 질서를 흩뜨리는 불법적인 결사·단체·행진·시위·집회를 선동하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불법적인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경우다.

이는 당국이 올 봄 발생한 소요의 재발을 철저히 막는 데 역점을 둔다는 점을 시사한다. 당시 중국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게시판에 올린 글과 휴대전화 단문 메시지(SMS)를 통해 젊은이 수천 명이 반일 시위에 참가하면서 시위 진압 경찰의 허를 찔렀다(당국은 상하이의 모든 휴대전화 사용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불법 시위를 피하고 애국 정신을 학업과 일에 쏟으라고 경고했지만 시위 군중을 해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중국의 민족주의 부활은 당국이 네티즌들의 인터넷 대화를 성공적으로 통제한 결과라는 측면이 크다. 세계적인 블로그를 개설한 레베카 매키넌은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 정부를 비판적 시각에서 보여주는 정보를 접할 기회는 줄어든 대신 일본이나 미국 정부를 비판적 시각에서 보여주는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국의 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중국인의 세계관을 왜곡하게 됐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토론에 더욱 강한 입김을 불어넣을 태세다. 지방 정부들은 루와 같은 인터넷 ‘첩자’를 더 많이 선발해 이들이 평범한 네티즌을 가장해 채팅에 참가하거나 블로거가 되는 대가로 돈을 준다. 이들에게 당의 노선을 인터넷에서 선전하는 임무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소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 한다.

서던 위켄드지는 루의 사례를 보도하며 쑤첸시가 지난 4월 자체적인 ‘인터넷 해설 팀’을 구축하기 위해 루를 포함, 사이버 경찰 26명을 채용했다고 밝혔다(서던 위켄드는 나중에 자체 검열을 실시해 그 기사를 웹사이트에서 삭제했다). 인터넷 경찰은 채팅룸에 들어가, 현지 당 간부를 ‘더럽다’거나 부패했다고 묘사하는 등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 시의적절한 설명’을 해준다고 그 신문은 보도했다. 인터넷 경찰 중 한 명인 마즈춘은 자신들이 올린 글이 “매우 효과가 있었다”며“[우리는] 평범한 네티즌으로서 여론을 이끌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산당의 막강한 선전국은 올해 새로이 인터넷과를 개설했다. 선전국은 원래 전통적인 매체들을 통제하는 데 앞장서는 부서이지만 2주 전 당국은 네티즌들에게 인기가 높은 ‘옌난망 포럼’(www.yannan.com)의 폐쇄를 명령했다. 광둥(廣東)성에서 발생한 농촌 소요와 관련한 뉴스와 논평을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당국은 “중앙 정부가 후원하는 웹사이트를 각급 정부에 개설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동원했다”고 캘리포니아대(버클리)에서 ‘차이나 인터넷 프로젝트’를 이끄는 샤오창은 전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개설·운영 중인 웹사이트는 중국 전체 웹사이트의 10분의 1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그런 사이트들은 인터넷 경찰이 참가하는 채팅룸을 운영할 뿐 아니라 현지 주민들에게 실직수당을 온라인으로 신청하게 하는 등의 편의도 제공한다. 토론토·하버드·케임브리지대 연구자들이 공동 추진 중인 프로젝트 ‘오픈네트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중국은 “인터넷 검열과 감시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효과적인 법률적·기술적 체계를 갖췄다.”

이를 위해 당국은 고도의 ‘필터링’ 기술을 대거 활용한다. 미 시스코 시스템스사의 제품이 주종을 이루는 중국의 라우터는 근거리통신망(LAN)과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를 서로 연결하기 때문에 웹사이트를 최대 75만 개까지 차단할 수 있다. 또 모든 웹사이트 호스팅 서비스엔 키워드를 이용한 필터링 소프트웨어가 설치된다. 따라서 게재물 제목에 특정 유행어가 포함되면 게재가 자동 차단된다. 캘리포니아대의 ‘차이나 인터넷 프로젝트’가 조사한 목록에는 ‘독재주의’·‘시위 진압 경찰’, 그리고 특히 ‘진실’ 등 금기시되는 어휘가 1000가지를 넘는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 없는 기자회’에 따르면 현재 중국 교도소에 수감된 인터넷 반체제자는 64명에 이른다.

기술 발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국인들은 금지 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프록시 서버를 이용하기도 한다[‘무제한’(Boundless)이란 이름이 붙은 소프트웨어는 파룬궁 수련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일부 민주인사들은 사이버 담론에 끼어들려는 당국의 노력은 중국 인터넷 경찰의 절박한 처지를 방증한다고 지적한다. 샤오창은 “그들은 싸움에서 이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심은 인터넷 ‘첩자’들은 정부를 두둔하는 게재물을 한 건 올릴 때마다 약 7센트를 받는다고 그는 전했다. 미국 TV의 ‘아메리칸 아이돌’을 본떠 만든 폭발적 인기의 ‘수퍼 걸’이란 TV 프로와 관련한 한 사이트에 올라오는 엄청난 양의 게재물은 인터넷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청자 수백만 명이 프로 진행 도중 SMS 투표에 참가했다고 샤오창은 말했다. “자신들의 투표 전략을 온라인으로 수립하는 네티즌이 수십만 명에 이른다. 내가 만일 검열자였다면 겁이 났을 법도 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인터넷이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매키넌은 주장한다. “인터넷은 100% 통제가 불가능하지만 정부가 내용을 거르고 사람들이 조직화에 나서지 못하도록 막는 일은 가능하다.” 그녀는 당국의 검열을 피하게 해줄 기술적 돌파구가 생기지 않으면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정권이 존재하는 한 “10년 후에도 거의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빅 브러더’는 인터넷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는 듯하다. 적어도 현재로선 말이다.

With QUINDLEN KROVATIN
강태욱 t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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