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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낙관론 경계해야

지나친 낙관론 경계해야

Should We Be More Worried?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는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지 못했다. 발리 폭탄테러와 점증하는 조류독감의 위협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10월 들어 달러는 오르고, 유럽 시장은 독일의 새 정부에 기대를 집중하며, 도쿄의 주식거래인들은 일본 경제 회복을 낙관했다.

대형 투자은행들이 하는 말은 4분기 기업수익에 관한 통상적인 추측과 인플레 상승에 관한 우려, 워싱턴의 예산 논쟁에만 집중됐다. 혹시 월스트리트가 단기적 현안에만 사로잡힌 나머지 오늘날 겉으로만 양호해 보이는 금융 상황을 조만간 뒤엎을지도 모를 일련의 문제들을 간과하지는 않는가? 다른 말로 하자면 자본시장이 진실을 부인하는 걸까?

물론 매일 전 세계에서 수조 달러를 움직이는 수천 명의 주식거래인들과 투자가들은 분명 쉽게 겁먹지 않는다. 지난 5년 사이 9·11 테러부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같은 보건상의 위협, 일본의 지진, 25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아시아 지진해일에 이르는 모든 상황을 헤쳐왔다.

금융 시스템은 이런 위기들을 하나씩 차례로 받아들여, 냉정히 피해를 산정하면서도 공황에 빠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계속 전진했다. 이런 차분하고 계획적인 방식은, 큰 혼란이 한꺼번에 일어나지 않고 시장이 사태를 평가하고 소화하는 시간을 갖는 한, 제대로 작동한다. 그러나 만약 세계가 한꺼번에 여러 위기를 겪거나 더 큰 규모의 재난을 경험한다면 상황은 아주 달라질지 모른다.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확신할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월스트리트가 부정적인 전망만 내놓는 사람들을 못마땅해 하는 것도 당연하다. 월스트리트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 믿을 만한 수치, 적어도 가능성 있는 확률을 원한다. 그러나 월스트리트는 최근의 재난들에서 얻은 한가지 작은 교훈을 무시하는 듯하다. 즉 위기를 전보다 훨씬 더 잘 예측하게 됐지만, 그것에 상응하는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문제다.

예를 들어 미국 정보기관은 단지 체계만 잘 잡혔어도 9·11 테러에 관한 사전 정보는 입수할 수 있었다. 연방·주·카운티 등 각급 정부 관리들은 뉴올리언스가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파괴될 가능성을 여러 해 전부터 잘 알았지만 필요한 예방조치들을 전혀 취하지 않았다. 서방의 감지장치가 수집한 정보들이 경고로 바뀌어 아체 주민들에게 신속하게 전달됐다면 지진해일 사망자 수가 훨씬 더 줄어들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현재의 예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워싱턴에서 관리들은 소형의 대량살상무기를 이용한 또 다른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한다. 전 세계적으로 보건 관리들은 수백만 명의 희생자를 낳을지도 모르는 아시아의 변종 조류독감, 혹은 몇몇 다른 변종에서 파생한 독감이 세계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구 온난화로 허리케인이 더 강력해지고, 특히 아시아에 더 많은 태풍이 발생하리라는 예측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BP·인텔 등 많은 기업은 현시대의 위험 증가를 자본시장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최고경영자와 이사들이 분석의 깊이뿐 아니라 재난 극복 계획도 검토하는 정교한 위험 평가 체계를 구축해 간다. 월마트·홈 데포 같은 많은 기업은 사업 중단과 실직자 문제 등을 확실히 처리하고, 심지어 정부의 위기상황 대처를 돕기 위해 최고 수준의 위기 관리 센터들을 건립했다. 골드먼 삭스를 비롯한 많은 금융회사들은 비밀 시설들을 파괴하는 폭풍 같은, 금융과 무관한 사건을 포함하는 가상 위기상황에 대비해 모든 자산의 건전성을 시험 중이다.

은행 감독당국도 각종 위험을 대단히 우려한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금리 변화 같은 시장 내 위험뿐 아니라 테러에 취약한 주요 고객 문제처럼 금융 체계 외부에서 비롯되는 상황에도 대비하게끔 금융기관들에 각종 필요 조치를 취하도록 강요 중이다. 위험에 대한 자본시장 최초의 신호는 아마도 달러의 가파른 상승 혹은 하락 움직임일지 모른다.

그런데 다음의 상황이 어떻게 진전될지 얘기하기는 어렵다. 금리 상승, 재난을 극복한 기업의 주가 상승,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들의 주가 하락. 우리는 이미 이런 상황 중 몇 가지를 보았다. 즉 핼리버튼의 주가는 오르고, 듀폰은 내렸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는 없었다. 금융시장에서 진짜 우려해야 할 상황 한 가지는 금값인데, 현재 거의 20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시장은 정부가 비상상황을 잘 처리하리라고 확신할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의 사건들로 인해 그런 신뢰에 금이 갔다. 그런 자신감은 지구촌으로 변하는 세계에서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 점점 복잡해지고, 지휘 체계가 다른 각국 관리들이 함께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현재는 낙관론자와 비관론자가 균형을 이루는 듯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반대로 월스트리트는 극단적인 반응으로 악명 높다. 즉 너무 오랫동안 낙관적 태도를 유지하다가, 상황이 나빠지면 또 너무 절망하기 때문이다. 현재 월스트리트가 너무 극단적인 낙관주의에 빠져 있는 게 아닐까 두렵다.

(필자는 예일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다. Jeffrey.Garten@Yale.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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