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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율 안 올리고 ‘稅收구멍’ 메울 수 있다

세율 안 올리고 ‘稅收구멍’ 메울 수 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 세무학·파리 제2대학 법학박사.
지난해 4조3000억원에 이어 올해는 4조6000억원의 세수(稅收) 부족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는 경기불황에 따라 소비가 위축되고 소득이 감소한 결과다. 이 같은 세수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국채 발행·해외 차입, 또는 세율 인상을 통한 추가 재원 확보 등을 고려하게 된다. 그러나 앞의 두 방법은 현 세대의 부담을 다음 세대에 넘기는 ‘염치없는’ 행위라서 먼저 세율을 올리는 방안을 선호하게 된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세율 인상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세금을 부담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정부는 그 반대로 해석하겠지만) 일의 순서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최근 세금 논쟁에 대해 대부분 국민은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세금이 부족하면 정부가 솔선수범해 예산을 절감하는 등 최대한 노력해 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부족하면 부담하겠다는 것인데, 적어도 필자의 눈에는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정부의 의도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으며 납세자들은 납세자대로 정부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도 없이 세율만 올리겠다고 하니 더욱 열을 받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과연 세율 인상 없이는 4조원의 세수 부족분을 메울 수 없단 말인가? 정부의 효율적인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그중 상당액을 충당할 길이 있다. 이는 조세 체계의 효과적인 운영과 조세행정 개편으로 가능하다. 이렇게 하고서도 세수가 부족하면 그때 가서 세율 인상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

불요불급한 조세감면 축소 먼저 조세체계를 합리적으로 정비해 세수를 확충할 수 있는 방안으로 무분별한 조세감면 축소를 생각할 수 있다. 올해 예산안에서 조세감면액이 19조원인데, 불요불급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과감하게 과세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근로자 지원을 위해 4조원, 농어민을 위해 3조원, 기업의 설비투자 지원을 위해 4조원, 사회보장 지원을 위해 2조원, 저축 활성화를 위해 1조3000억원 등이 감면되고 있다. 그러나 조세 공평부담의 원칙에 비춰볼 때 과연 조세감면이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를 사용할 경우 소득공제를 해주는 나라는 거의 없으며, 비과세 저축상품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무조건(심지어 고소득자에게도) 세제 혜택을 주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특히 일몰 기한을 정한 감면 제도는 관련 단체의 압력에 관계없이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소멸시켜야 한다. 현행 제도상 조세감면 금액의 10%만 줄여도 세수는 2조원 증대된다.

호화생활자 소득세 특례과세 아무리 세무조사를 강화해도 납세자의 지능적인 조세회피와 탈세를 원천적으로 막긴 힘들다. 예를 들어 해외펀드 등 외국에 원천을 둔 소득에 대해선 국세청이 현실적으로 전부 파악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려면 일부 자유직업 종사자나 수입은 적게 신고하면서도 호화·사치 생활자에 대해 별도의 과세 특례를 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해외 골프 관광을 자주 하고 고급차를 타며 명품을 즐겨 입는 등 씀씀이로 볼 때 연간 소득이 적어도 5억원은 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 사람이 실제 신고한 소득이 5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면 그 차액에 대한 소득원천을 밝힐 의무를 납세자에게 지우는 것이다. 그 자금의 원천을 밝히지 못하면 별도 세무조사 없이 바로 과세하는 제도인데, 현재 프랑스·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막대한데도 연간 소득세는 25조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3∼4%인 1조원 정도의 추가 세수가 가능할 것이다.

100년에 한 번꼴 세무조사? 국세 및 지방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이 5년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5년에 한 번은 세무조사를 받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체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비율이 1.0% 내외에 불과해 통계적으로 볼 때 100년에 한 번 정도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얘기가 된다. 사정이 이러니까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은 혼자만 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다. 세무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하면 과세 관청에선 습관적으로 세무공무원이 부족하고 조사 대상을 과학적인 기법으로 선정하므로 문제 소지가 적다고 답변한다. 여기서 세무공무원 부족 문제는 국세 공무원과 지방세 공무원을 합쳐 운영하면 해결할 수 있다. 조사 대상 선정을 과학적으로 하므로 탈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주장은 통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더구나 탈세행위가 만연하는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과학적인 조사 대상 선정 기법을 운운하기는 더욱 그렇다. 세무행정은 헌법이 규정한 조세 공평부담의 원칙을 적극 구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상시 세무조사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엄벌식 세무조사는 효과가 오래가지 못한다. 따라서 당장 몇 푼보다 잠재적인 세수 확보를 위해 ‘지도 목적’의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장검증을 위주로 하는 세무조사를 지양하는 대신 서면조사를 강화해야 한다. 세무조사를 하면 평균 추징세액이 법인은 6억원, 개인사업자는 2억원임을 감안할 때 세무조사 선정 비율을 2∼3%로 높이면 세수가 2조원 이상 늘어난다.

성형수술 부가세 면세 적절한가? 부가가치세는 소득세와 법인세 부과에 앞서 걷는 선행 세목이며, 전체 세수 측면에서 볼 때 가장 크고 중요하다. 부가가치세가 제대로 과세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소득세나 법인세의 매출액·매출원가가 왜곡됨으로써 소득세와 법인세도 덜 걷힌다. 예컨대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 거래가 누락되면 소득세와 법인세의 소득금액 계산 시 매출액도 자동으로 빠져 그만큼 소득금액이 줄어든다. 이런 행위를 막으려면 부가가치세 매출과 매입을 철저하게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부가가치세의 구멍은 소비자가 사업자에게 돈을 지불했는데 영수증을 주지 않는 경우와 이와 반대로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영수증을 주고자 하는데도 소비자가 받아가지 않는 경우다. 이 구멍만 막을 수 있다면 부가가치세제의 운영상 문제는 대부분 사라진다. 이 분야는 소비자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소비자가 세금계산서·신용카드·현금영수증 사용을 생활화하면 그 사용액만큼 세수는 증가하고, 따라서 세율을 올리자는 주장도 사라질 것이다. 세율 인상에 반대하기 전에 소비자는 신용카드 결제와 현금영수증 받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아울러 현행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을 과감하게 과세자로 전환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그만큼 부가가치세가 더 걷힐 뿐 아니라 이들 거래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함으로써 소득세와 법인세 증대로 연결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면세 범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이나 유럽연합(EU)과 비교할 때 너무 넓다. 예를 들어 학원(공교육과 관련된 분야 제외), 의료(공익 목적 제외), 한방 보약, 수의사의 의료 행위, 여성용 생리대 등에 대한 면세 조치는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입법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 보건업의 연간 수입금액은 약 16조원, 교육 서비스업의 수입은 4조원으로 추정된다(2004년 기준). 하지만 현재 면세인 이들 사업자를 갑자기 과세 대상으로 전환하면 관련 물가가 오르는 등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일단 프랑스처럼 낮은 세율(2%)로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 추가 세수는 공익 목적의 사업자를 제외하고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

부가세 48만원이 별거라고? 현재 납세자의 46%에 이르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를 축소해야 한다. 간이과세자는 일반과세자에 비해 부가가치세 부담이 20% 정도에 불과하며, 간이과세자 중에서 연간 판매금액(매출)이 24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아예 납부조차 면제된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연간 48만원의 부가가치세는 납부 면제가 될 수 있다. 현재 납부 면제자가 150만 명이므로 이들이 면제받는 세금은 7000억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이런 주장에 대해 과세 관청은 징세 비용이 늘어난다는 이유를 들지만 인터넷과 전자세정을 이용하면 징세 비용은 생각보다 적게 들 것이다. 특히 소비세는 사업자 본인의 세금이 아니라 소비자가 국가에 대신 납부하라고 맡긴 돈이므로 국가에 납부돼야 마땅하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전국에 오피스텔을 임대하고 매달 임대료로 100만원씩 받는 사업자(연간 임대료 수입 1200만원으로 연간 판매금액 2400만원 이하에 해당)는 적어도 부가가치세법상으로는 ‘아주 가난한 사업자’로 인정받음으로써 부가가치세 납부 면제 혜택을 받는다. 이런 상황을 없애려면 현행 사업장별로 기준을 정하는 간이과세자 판정 기준을 사업자 단위로 변경해야 한다. 좁은 나라에서 사업장이 다른 지방에 있다고 각기 다른 사업자등록번호를 갖고 있어야 한다면 이야말로 징세 비용을 증대시키는 비효율적인 조세행정이라 하겠다. 간이과세자를 축소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은 업종별로 간이관세자 판정 기준을 따로 두는 것이다. 동네 수퍼마켓(소매업)에서 물건을 팔아 올린 연간 매출 4800만원에 따른 이익과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공인중개사업)하는 사업자가 받은 중개료 수입 4800만원에서 나오는 이익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업종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연간 매출 4800만원을 기준으로 판정한다.

지방교부금 제도 보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조세 전문가들이 걱정한 것 중 하나가 국세와 지방세의 근본적인 세원 배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자체가 세수 확충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예산 대비 징세 비율은 77 대 23인데 사용 비율은 47 대 53다. 이는 국가는 국세를 걷기만 했지 실제로는 지방자치단체가 더 많이 쓴다는 이야기다. 현재 국가는 국세로 거둔 것 중 상당 부분을 지자체에 교부금 등의 명목으로 넘겨주고 있다. 문제는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열악한데도 재산세율을 50% 깎아주는 곳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지방자치를 제대로 하려면 재정자립을 이뤄야 하며,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지자체 스스로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선거를 의식해 정부 정책에 맞서 세금을 깎아주는 상황을 빚고 있는 것이다. 올바른 지방세 과세주권을 찾으려면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애쓰는 지자체에 대해서만 교부금을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지자체에 대해선 교부금을 삭감해야 한다. 공장 유치를 위해 지방세를 감면해 주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재산세율을 인하한 지자체에 대해선 삭감한 재산세액만큼 교부금에서 제외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국세·지방세 稅政 통합운영 민간기업은 예산이 부족하면 우선적으로 경비 절감을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세수가 부족하다면서 정부가 예산 절감 노력을 ‘실감 있게’ 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세금 쓸 곳을 찾아 세제를 먼저 찾아다닌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논의를 세정(稅政) 분야에 국한한다면 국세청의 국세 부과 및 징수 업무와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세 운영을 지금처럼 별도로 운영해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현행 제도로는 국세에 대한 세무조사는 국세청에서, 지방세에 대한 세무조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받기 때문에 기업활동에 큰 부담이 된다. 또 같은 건물과 토지를 놓고 국세청은 양도소득세를, 지방자치단체는 재산세를 부과하므로 건물 및 토지대장을 따로 관리함으로써 징세행정 비용이 쓸데없이 많이 들어간다. 2004년 기준 지방세 세무공무원의 1인당 징수액이 25억원으로 국세 담당 세무공무원(64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등 징수체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 두 기관을 합쳐 운영하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납세자 입장에선 소득세를 내러 세무서에 가고 소득할 주민세를 내러 구청에 가야 하는 불편을 덜 수 있다. 문제는 지방자치권과의 갈등인데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방세 공무원에 대한 인사·통제권을 가지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세금을 효율적으로 거둬 세원 배분 시스템에 따라 국가기관 또는 지자체에 분배한다면 과세자주권 침해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같은 국세·지방세 세정의 통합 운영은 프랑스 등 상당수 유럽 국가에서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징세 비용을 절감하고 남는 인력을 세무조사에 투입할 수 있어 더욱 효율적이다. 이렇게 해도 세수가 부족하면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율의 인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율 인상 논의를 무조건 금기시해서도 곤란하다. 세율은 필요하면 인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중요하다. 세율 인상을 거론하기 전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율 인상이 논의된다면 그 첫 번째는 소비세율이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발전할수록 소득에 기반을 둔 세원보다 소비에 기반을 둔 세제에 대한 비중이 높은 것은 선진국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또 디지털 사회로 진행할수록 거래의 투명성 확보가 가능하고 소비과세는 소득과세의 전제 세목 기능을 하므로 소비과세의 정비와 징수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논리에도 맞다. OECD 회원국의 부가가치세 평균세율은 17.9%인데 우리나라는 10%에 불과한 점,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과세가 차지하는 비율도 OECD 평균이 7.6%인 데 비해 한국은 4.6%로 낮다는 점 등이 앞으로 소비과세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근거를 제공한다. 하지만 전체 세수에서 부가가치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이 38.8%로 OECD 평균(31.9%)보다 높아 단순히 수치 비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한국의 GDP 성장률이 OECD 국가보다 높고, 우리가 부가가치세 세율 10%를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OECD 국가들은 세율을 높였거나 처음부터 우리보다 높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처럼 낮은 세율과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부가가치세 세율 인상은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에도 저소득층에 대한 부가가치세 세율인상 부담분은 세제가 아닌 사회보장 측면에서 지원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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